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64
063. 투기장 (1)
「관리자 ‘탐식가’의 권능 추가를 수락했습니다.」
「계약자 전용 상점의 ‘카테고리 : 권능’에 ‘강철의 날개’가 추가됩니다.」
새롭게 권능이 추가되었다는 메시지를 보며 나는 내심 웃음을 흘렸다.
‘또 권능을 얻을 줄이야…….’
물론 공용 구역에 입장한 것은 다른 이들과의 교류를 위해서였지만…….
이렇게 바로 뜬금없이 권능을 획득하게 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남성 도전자에게 설명을 들은 ‘강철의 날개’는 꽤 좋은 능력을 지닌 권능임이 분명했다.
마력을 사용하여 등에 공중 부양의 능력이 탑재된 강철로 된 날개를 생성할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이 ‘강철의 날개’가 지닌 능력이라고 했다.
즉, 공중으로의 이동 및 전투가 가능해진다는 뜻일 텐데…….
‘공중에서 싸우는 괴수도 있고 그런 능력을 지닌 도전자도 있을 테니 꽤 좋네.’
물론 마력 소모도가 높아서 제대로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그건 상황에서 따라서 개선할 수 있으므로 망설이지 않고 권능 거래를 마쳤다.
‘만족스러운데?’
공용 구역에 왔던 목적 중 반을 바로 달성했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간에 원하던 것을 얻은 만큼 나는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대기실로 돌아갔을 때 바로 이 권능을 살펴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이 점찍어 둔 도전자에게 추근대지 말라고 합니다.」
「관리자 ‘탐식가’가 뭐 이런 상도덕도 없는 년이 다 있냐고 화냅니다.」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계약자의 근처를 서성거리는 이들에 대해서 불만을 품습니다.」
「관리자 ‘검은 악마’가 세 명의 기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봅니다.」
그런 나와는 다르게 관리자들은 각각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관리자들의 메시지를 보며 나는 잠깐 생각에 빠졌다.
‘이렇게 권능을 후원하고 거래하는 걸 보니 관리자들도 아예 도전자들과는 무관한 것 같지 않은데…….’
무언가 얻게 될 이득이 있으니 권능을 후원하기라도 하는 것일 터다.
심지어 ‘점찍어 둔 도전자’라고 백학검선도 무언가 기대한다는 듯 말했다.
‘그럼 뭐든 간에 나한테 바라고 있는 게 있다는 건데.’
혹시 나중에 관리자들과도 어떻게든 직접 엮이게 되는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뭐, 그건 나중에 가서 알아봐도 되는 거고…….’
일단은 중요한 것은 현재 이 상황이었다.
“……이제 이 시체 및 아이템은 제가 처리해도 되겠습니까?”
권능을 받았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남성 도전자가 조심스레 물음을 건네 왔다.
“예.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그 말을 들은 남성 도전자는 시체에 다가가서 손을 얹은 채 짧게 중얼거렸다.
“탐식.”
순식간에 시체들이 먼지처럼 사라지고 남성 도전자의 손에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권능인가?’
방금 ‘탐식’이라고 말했었으니 분명히 관리자 ‘탐식가’의 권능일 터다.
“이걸로 이제 여기에서 싸움이 일어났던 건 모를 겁니다.”
물론 들켰어도 별로 곤란해질 것 같진 않았지만 귀찮을 상황을 방지했단 뜻이다.
“그렇군요.”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도 안 말씀드렸네요.”
“……?”
“저는 A급 헌터 이성진이라고 합니다.”
“아, 예.”
서로 이제 갈 길을 가면 된 것 아닌가 싶었는데 뜬금없는 소개였다.
그 말에 나도 이름을 알려 줄까 했지만 이내 관뒀다.
“그럼 이만 공용 구역으로 가 봐야 해서…….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뒤로 슬쩍 물러나기 시작했다.
슬슬 공용 구역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고 들어서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
“혹시 공용 구역에 들어가실 거면 제가 소개해드릴 수 있습니다.”
“다들 이제 막 공용 구역에 들어선 것 아닙니까?”
“질문권을 써서 공용 구역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고 있습니다.”
“…….”
“잠깐만 동행해 주시면 됩니다. 분명히 도움이 될 겁니다.”
공용 구역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많다는 듯한 말투였다.
나는 이성진의 말을 듣고는 잠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동행할까?’
굳이 동행해도 나쁠 것은 없을 거라 생각되기는 했지만…….
솔직히 첫 대면에 순순히 다른 사람과 움직이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이내 결론을 내린 내가 정중히 거절하려는 순간이었다.
“그, 그리고 덤으로 다른 세계에 대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말을 듣는 찰나에 이어서 메시지가 떠올랐고…….
「관리자 ‘탐식가’가 뜬금없는 계약자의 호구짓에 당황합니다.」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입꼬리를 슬쩍 올립니다.」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이 고개를 갸웃합니다.」
「관리자 ‘검은 악마’가 탐식가의 계약자를 어리석다고 비웃습니다.」
그 메시지를 싹 읽은 나는 단숨에 내뱉으려던 말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좋습니다. 동행하도록 합시다.”
어쨌든 간에 내가 손해를 볼 것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
공용 구역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 동안 이성진의 일방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공용 구역은 기본적으로 큰 광장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나는 이성진에게서 공용 구역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공용 구역은 크게 투기장과 경매장 그리고 도박장으로 구분됩니다.”
물론 그 이외에도 건물들도 꽤 있고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지만…….
공용 구역에서 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거기밖에 갈 곳이 없다고 했다.
귀환석을 사기 아까워서 공용 구역에서 쉴 수도 있겠으나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공용 구역을 둘러본 다음에는 현실로 돌아가도 될 테고.’
어쨌든 간에 슬슬 이하연에게도 묻고 싶은 것들이 생겨서 돌아가야 할 테니 굳이 여기에서 쉴 필요성은 못 느꼈다.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이 당신을 계약자로 삼지 못한 것을 아쉬워합니다.」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남의 계약자를 탐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합니다.」
「관리자 ‘탐식가’가 둘 사이에서 슬쩍 눈치를 봅니다.」
「관리자 ‘검은 악마’가 이 삼각관계를 재미있게 바라봅니다.」
이제 이렇게 서로 기 싸움하는 메시지를 쭉 보고 있기 귀찮아진 것도 한몫했다.
삭막한 대기실이 아니라 현실로 돌아가서 좀 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뭐, 이제 현실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이 두 눈으로 보고 싶기도 하고.
‘근데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니 관리자들도 도전자가 필요하긴 한가 본데…….’
심지어 강력한 도전자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궁금증이 솟구치는 동시에 이성진의 설명이 이어진 탓에 제대로 그에 대해서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곧장 정신을 차리고 이성진의 설명에 집중했다.
“투기장은 도전자끼리 싸울 수 있는 곳입니다. 승리할 시 상대 도전자가 빼앗길 것으로 지정해 둔 아이템 혹은 스킬 등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패배할 시에는 빼앗길 것으로 지정해 둔 것들을 잃게 되는 구조고요.”
그 이외에도 투기장에 잃을 것의 수준이 똑같지 않으면 매치도 되지 않고…….
이 투기장에서 아예 죽는다고 한들 약간의 페널티를 짊어진 채 살아날 뿐이란 것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투기장 같은 곳은 서로 싸우려고 드는 ‘공략’ 분기점 도전자들이 애용할 겁니다. 그 계열에 있는 도전자들은 개인 시련이 모두 경쟁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뭐, 그런 놈들이라서 악질도 꽤 있을 테니 별로 권하지는 않습니다.”
그다음은 경매장의 설명이 시작됐다.
“말 그대로 무언가를 경매하는 곳입니다. 각각 물건을 내놓고 살 수 있고 이는 모두 포인트로 거래됩니다. 뭐, 탑에서 얻게 되는 물건은 대부분 질이 좋으니 VIP 헌터 마켓 같은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그리고 그런 경매장의 설명이 끝난 후에는…….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박장이 있는데……. 이곳은 악질적인 곳이라 들었습니다. 온갖 스킬 및 포인트를 ‘코인’으로 바꿀 수 있고, 그걸로 간단한 도박을 해서 포인트를 버는 건 물론이고 스킬 강화 및 아이템 강화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도박장에 대해서도 간결하게 설명하고 넘어갔다.
“물론 도박장은 ‘도박’인 만큼 별로 효율도 별로고요. 관리자가 말한 것을 들어보니 자칫하면 포인트를 다 쓸 수도 있는 거 같더라고요.”
대부분 예상했던 바였으나 그 내용을 듣고 나니 꽤 도움이 됐다.
‘쓸데없이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공용 구역에서 뭘 해야 하나 고민했던 것도 있었는데…….
그런 것이 있다면 굳이 방황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그렇게 공용 구역에 대해서 모든 설명을 들으니 다른 얘기가 시작되었다.
“다른 세계와 그 세계에 소속된 도전자에 대해서도 크게 셋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바로 내가 이성진과 동행하게 된 원인인 ‘다른 세계’에 대해서 말이 나온 것이다.
“당장 계층 난입한 세계는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아레스’, ‘무림’, ‘칼리안’의 세계들이라 하더군요. 관리자한테 물어보니 그 세계들 이외에 계층 난입은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확실한 것이니 믿으셔도 됩니다.”
그 말이 틀리지는 않은 것인지 관리자 ‘탐식가’도 곧 반응을 보였다.
「관리자 ‘탐식가’가 못마땅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철혈의 군주는 그런 소리는 안 했는데…….’
아니, 어쩌면 묻지 않아서 대답해 주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관리자는 모두 ‘물어본 것’에만 대답해 주는 듯하니 말이다.
심지어 그 범위도 그렇게 넓은 것 같지도 않고.
‘시련 관측 같은 것처럼 그런 것들도 통제되고 있는 건가?’
아예 초월적인 신 같은 존재가 아닌지라 이런저런 것에 제약이 많은 듯했다.
물론 그런 것은 따질 수도 없고 따지는 것도 어리석기에 나는 이성진의 말에 더 집중했다.
“……아레스의 도전자는 대부분 기사도(騎士道)를 중시하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고, 꽤 거대한 통일 국가에서 지시받는 듯합니다. 무림의 도전자들도 비슷한데 그들은 세력도 꽤 많고 이념도 각각 다릅니다.”
그 설명을 들으니 이내 머릿속에 두 도전자가 떠올랐다.
‘검은 기사와 백선학이 아레스랑 무림의 출신인가…….’
이제는 죽어서 없으나 이전에 마주쳤던 이들이었다.
“아직 칼리안은 밝혀진 바가 없긴 한데……. 그들은 엘프, 요정, 수인 같은 이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뭐, 만나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들은 종족을 위주로 국가가 돌아간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나도 아는 것이 아예 없는 부류였다.
‘칼리안이라……?’
수인 같은 것이 있다고 하는 만큼 꽤 흥미도 동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세계의 사람들일 뿐이다.
그다지 크게 관심을 가질 것도 없는 만큼 곧 머릿속의 한구석으로 생각이 밀려났다.
“이 세계들 중에서 까다로운 것은 무림의 도전자입니다. 이들은 정사마(正邪魔)로 구분이 되는 세 단체로 이루어져 있는데……. 순서대로 무림맹, 흑사회, 천마신교로 구성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개인 역량이 뛰어난 이들이라고도 하고요.”
무림맹(武林盟).
‘백선학이 대원로라는 직책으로 있다고 했던 곳이네.’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썩 좋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잠깐 곰곰이 생각해 보던 나는 슬쩍 이성진에게 물음을 건넸다.
“혹시 무림계 도전자를 만나 본 적이 있습니까?”
만약에 만났더라면 무림계 도전자의 특징을 물어보려고 했지만…….
“아뇨, 아레스의 기사를 한 번 만난 걸 빼고는 이계의 도전자는 더 못 만났습니다.”
돌아온 것은 꽤 아쉬운 대답이었을 뿐이다.
그에 이성진에게 좀 더 물음을 건네 볼까 싶은 순간이었다.
「공용 구역에 입장했습니다.」
「모든 상태 이상이 회복되며 도전자 간의 싸움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런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나는 이내 상념에서 깨어났고…….
“아, 드디어 공용 구역에 도착했군요.”
성문의 뒤로 펼쳐진 큰 광장과 그곳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각각 인종도 다르고 국적도 다른 이들은 다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심지어 서로 대화하며 웃음기까지 머금은 채 걸어 다닌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방금까지 중국인 도전자들과 싸운 것이 거짓말 같았다.
어쩐지 다들 광기에 젖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웃고 있으니 어색함이 느껴졌다.
‘하긴, 도전자들도 다 사람이고 현대인이었지…….’
이제껏 시련의 험악함과 더불어서 악질 헌터들을 만나서 그걸 못 느꼈을 뿐이다.
“……그럼 이제 안내역은 여기까지인 것 같은데 어떠셨습니까?”
이내 나는 고개를 돌리곤 입을 열어서 이성진의 물음에 대꾸했다.
“꽤 좋았습니다. 많이 도움도 된 것 같고요.”
“하하, 그거 만족하셔서 다행이네요.”
이성진은 웃음을 머금은 채 이내 품을 뒤적였고…….
“변변찮지만 개인 명함입니다.”
이어서 그가 건넨 개인 명함을 받은 나는 눈매를 좁혔다.
“헌터 협회의 도전자 관리팀 팀장이셨군요.”
“하하, 부끄럽지만 그게 제 직책입니다.”
“혹시 저를 포섭하시려는 거면 죄송하지만…….”
“아뇨, 아뇨. 그런 게 아닙니다.”
“……?”
“저희 팀은 탑에 대해서 일종의 정보들도 수집하고 있거든요.”
“아, 예.”
“만약에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해 주시면 됩니다.”
즉, 의문이 생기면 그걸 해결해 주겠다는 뜻이다.
“알겠습니다. 물론 공짜일 리는 없을 테고 대가는 뭡니까?”
“돈이든 뭐든 좋겠지만……. 탑의 얘기들이 저희한테는 좋겠죠.”
“그래서 다른 세계에 대해서도 알고 계셨던 겁니까?”
“뭐, 그렇다고 해야겠죠. 협회에 보고해야 했으니까요.”
“일단은 나중에 연락하게 될 일이 생기면 뵙겠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성진은 빙긋 웃으며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저도 슬슬 경매장에 가 볼까 하는데…….”
“아, 그러시죠. 마침 저도 가 볼 곳이 생각났습니다.”
이제 공용 구역에 왔던 목적을 이룰 때였다.
“그거 잘 됐군요. 그런데 어디로 가 보실 생각입니까?”
그런 이성진의 물음에 나는 여기까지 오며 들리려고 생각했던 곳을 말했다.
“투기장입니다.”
다른 도전자들과 싸워서 보상을 얻어 낼 수 있는 만큼.
나도 이곳에서 다른 도전자들과 꽤 싸울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