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76
075. 별종 (1)
콰지지직―!
「신속의 장화(C+) 전용 효과로 순간 속력이 상승합니다.」
본격적으로 사냥을 시작한 시점부터는 일방적인 학살이 이어졌다.
「스킬 ‘광란의 검극(C+)’이 활성화됩니다.」
「도검류 공격 속도가 14% 상승합니다.」
「현재 스킬 중첩 진행도 – 7/10」
그렇지 않아도 각종 효과로 높아진 공격 속도를 광란의 검극 스킬을 통해서 또 한 번 공격 속도를 올리는 동시에.
「스킬 ‘은밀한 그림자의 걸음(C+)’이 활성화됩니다.」
「생명체의 그림자를 밟고 있는 상태입니다.」
「일시적으로 근력이 +3 상승합니다.」
일격에 죽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개체는 바로 배후로 돌아가서 그림자를 밟은 채 그대로 몸을 반으로 갈라서 죽였다.
「암사(巖蛇)의 사령을 흡수합니다.」
「숙련도가 0.07% 상승합니다.」
「암사(巖蛇)의 사령을 흡수합…….」
「숙련도가 0.07% 상승합…….」
「암사(巖蛇)의 사령을 흡…….」
「숙련도가 0.07% 상…….」
물론 이리저리 움직이는 와중에도 나는 곧바로 사령들을 흡수하는 걸 잊지 않았다.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서인 것도 있었지만, 다름이 아니라 이렇게 격하게 움직이고 있자니 마력도 그렇고 체력도 조금씩 소모되었기 때문이다.
그럴 만도 했다.
「권능 ‘검기상인劍氣傷人’의 활성화 시간이 6분 지났습니다.」
「마력 소모율이 12% 상승합니다.」
「권능 ‘검기상인劍氣傷人’의 활성화 시간이 7분 지났…….」
「마력 소모율이 14% 상승합…….」
「권능 ‘검기상인劍氣傷人’의 활성화 시간이 8분 지…….」
「마력 소모율이 16% 상…….」
검기(劍氣)의 권능은 강력한 만큼이나 마력 소모율이 쓰면 쓸수록 미친 듯 상승했고.
순식간에 소모되는 마력을 채우기 위해서는 보잘것없는 암사의 사령도 그대로 마력을 보충하는 식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의 상대는 물량이 많아서 상대하는 것이 까다로울 뿐이지 실제로 흡수해 봤자 별로 능력이 향상되지도 않을 터다.
그런 만큼 놈들의 사령을 그냥 마력을 보충시키는 것에 소모하는 건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암사(巖蛇)를 처치했습니다.」
「기여도를 1 획득합니다.」
이렇게 좀 더 기여도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고작 이런 괴수들을 흡수해 봤자 제대로 된 스킬은 습득하지도 못할 테고 능력치는 말할 것도 없이 상승하지 않을 테니.
그런 냉철한 판단은 곧장 결과로 이어지는 길을 만들었다.
「현재 도전자 한성윤의 기여도 순위는 2위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마법을 쓰며 대량 학살을 벌이고 있는 오춘석의 순위를 그대로 강탈한 것이다.
“아니, 무슨 마법을 쓰는 것보다도 사냥이 더 빠른데……!?”
그 사실을 오춘석도 눈치를 챘는지 그도 점점 급히 마력을 소모하며 암사들을 적극적으로 사냥했지만…….
「암사(巖蛇)의 사령을 사용하여 마력을 보충합니다.」
「암사(巖蛇)의 사령을 사용하여 체력을 보충합니다.」
체력과 마력은 무한한 것이 아니라 유한한 자원이다.
그리고 그런 자원을 바로 채울 수 있는 나는 유지력에 관해서는 오춘석보다도 몇 수는 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오춘석은 점점 사냥 속도가 느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치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며 학살극을 이어갈 수 있었다.
「업적 ‘일인군단(一人群團)’을 달성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그 덕분인지 모든 능력치도 +1 상승하는 업적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춘석이 점점 뒤처지는 와중에도 김승훈은 여전히 뇌전의 잔상을 남기며 미친 속도로 암사들의 머리통을 깨부수고 있었다.
펑! 펑! 펑!
흡사 폭탄이라도 터지는 것처럼 요란한 굉음이 여기저기에서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네크로맨시로 단련된 능력치들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청력을 상실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
그에 나는 소름이 돋으며 내심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천외천(天外天).
이제껏 경험했던 모든 것이 같잖게 느껴질 정도로 김승훈은 압도적인 강함을 드러냈다.
마치 먹이를 눈앞에 둔 맹수를 보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오함마 같은 무기를 들고도 저렇게 민첩한 움직임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모든 공격이 어중간한 도전자는 죽기 직전까지 몰릴 수준의 위력일진대 빠르기까지 하다니.
‘진짜 저게 같은 사람인지도 의심스러울 지경이네.’
심지어 나는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사령을 소모해 가면서까지 이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인데…….
지금 김승훈은 그런 것도 없이 아예 순수한 본인의 능력만으로 저렇게 미친 사냥 실력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공적 기여 순위」
「1위, 김승훈(196)」
「2위, 한성윤(147)」
「3위, 오춘석(122)」
어느 정도까지는 따라잡았지만, 이제는 아예 격차가 안 좁혀진다.
기여도의 수치를 높인다고 한들 김승훈의 기여도 또한 내가 올린 만큼 쭉 올라가는 상황.
벌써 기여도를 저렇게까지 모았음에도 김승훈은 지치지 않고 나와의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다.
인정할 것은 이제 인정해야 할 시점이다.
‘이대로 쭉 물량 승부를 이어가면 내가 질 수밖에 없어.’
아예 출발선이 다른 상태로 진행되는 경쟁이었다.
내가 아무리 극한까지 힘을 끌어낸다고 해도 이 상황에서는 기여도를 역전시킬 수 없다.
그래, 그게 당연한 거겠지.
결산 순위는 절대적인 증표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전투력을 뜻하는 지표였다.
그런 결산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이를 내가 물량 승부에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유일한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유지력에서 밀리는 이상에는 더 앞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스템은 이 특수 과제의 기여도가 개체마다 강함에 따라서 다르게 부여된다고 했지.’
실제로도 좀 더 몸집이 큰 암사들은 어느 정도 추가적인 기여도를 부여했다.
그 사실을 나는 뇌리에 상기시키며 단 한 순간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10층 시련에서 제일 강한 괴물이 나타나는 시점을.
바로…….
「10층 스테이지 안에 있는 괴수 중 절반이 제거되었습니다.」
「보스 몬스터 ‘어둠을 먹는 뱀’이 출현합니다.」
이 10층 시련의 돌파 조건인 보스 몬스터의 출현을 말이다.
“이제야 좀 이겨 볼 수 있을 것 같아졌네.”
드디어 역전의 빛이 내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
지면에서 솟아나는 흙의 뱀들을 모조리 터뜨려 죽이는 와중에도 김승훈은 꾸준히 한성윤의 움직임을 관측했다.
여력이 남아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순수히 믿을 수가 없는 광경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콰지직―!
순간적으로 김승훈도 흠칫할 정도의 스피드로 암사들이 한성윤의 검에 무참히 학살당한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작은 뱀들은 일격에 몇 마리가 죽고 큰 뱀들은 배후를 잡히는 동시에 검에 반으로 쩍 갈라진 채 죽음을 맞이한다.
심지어 어느 정도까지는 검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공격 속도가 올라가기까지.
그 광경을 지켜보며 김승훈은 놀라움을 느끼는 동시에 작게 경악했다.
‘저런 괴물이 원래는 헌터가 아니었던 일반인이었다니…….’
설마하니 일반인 중에 저렇게 미친 괴물이 숨어 있을 줄은 그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순수 기량도 꽤 높을진대 스킬까지도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많고 그 위력도 발군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지력이 아예 차원이 다르군.’
그렇게 스킬을 써 댔는데도 지친 기색은커녕 입꼬리를 슬쩍 올린 채 싸우고 있었다.
지금의 한성윤은 아까의 냉철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칼을 든 포식자처럼 느껴졌다.
별종(別種).
김승훈이 본 한성윤은 딱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도전자였다.
물론 아직은 김승훈을 따라오기에는 좀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본래 김승훈은 한국 헌터 업계에서도 최상위권에 자리한 헌터 중 한 명이었다.
탑에 들어오며 가졌던 힘을 대부분 잃었다고 한들 그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 김승훈을 따라올 기미를 보인다는 것 자체가 아예 잠재력이 다르다는 뜻.
‘탑이 나타나니 이런 괴물도 생기는군.’
무슨 버러지 같은 놈들만 드글드글 늘어나는가 싶었는데 의외였다.
김승준 혹은 그것보다 못한 놈들이 헌터랍시고 점점 더 많아지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던 김승훈이었지만…….
‘한성윤은 아예 그런 놈들과는 격이 다른 도전자다.’
이번만큼은 탑이 나타나며 형성된 이로운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에 김승훈이 내심 한성윤에게 점점 더 강한 흥미를 갖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10층 스테이지 안에 있는 괴수 중 절반이 제거되었습니다.」
「보스 몬스터 ‘어둠을 먹는 뱀’이 출현합니다.」
“……!?”
뜬금없이 그런 메시지가 떠오르며 급격히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흡사 지진이라도 난 것 같은 진동에 김승훈은 당황하는 대신에 바로 상황을 눈치챘다.
벌써 보스 몬스터가 등장할 수 있을 만큼 시련이 진행된 것이다.
그 사실을 완벽히 받아들였을 즈음에는 이미 들판의 중앙에 거대한 암사(巖蛇)가 흙으로 된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어둠을 먹는 뱀.
들판 계열의 A급 던전에서 종종 등장하던 괴물 중의 괴물이라 할 수 있는 던전 보스가 당장 눈앞에 구현되었다.
‘보스 몬스터가 이렇게까지 강한 놈으로 나온다고……?’
어둠을 먹는 뱀은 A급 던전에서도 악명이 높은 고위 괴수였다.
용을 연상하게 만드는 거대한 몸집도 그렇지만 놈이 가진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시야가 좁아지는 스킬이 문제였다.
다른 것도 아니라 시야를 봉쇄하는 능력인 만큼 상대법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아예 대처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항마력 혹은 그에 비견되는 수준 높은 저항 스킬로 시야 축소를 돌파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항마력의 수준도 그렇고 그에 비견되는 저항 스킬도 현재 김승훈이 가진 것보다 더 수준이 높아야 했다.
왜?
어둠의 장막은 A급 스킬이며 그만큼 놀라운 스킬 판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훈의 B+급 항마력 스킬로는 A급 스킬의 판정을 이겨 내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
‘서두르지 않으면 협동이고 뭐고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겠군.’
심지어 현재 이 자리에는 그만이 아니라 다른 도전자도 둘이나 있었다.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 아래에 김승훈이 땅을 박찼다.
그러나…….
키에에에에에―――!
「스킬 ‘어둠의 장막’에 의해서 시야가 축소되기 시작합니다.」
「마력의 사용량에 비례하여 시야 또한 점점 더 축소됩니다.」
어둠을 먹는 뱀이 곧바로 특수 스킬을 발동하는 찰나에 김승훈은 움직임을 멈췄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움직임에 마력이 실리고 있는 만큼 마력 사용량이 늘어나며 시야가 축소된다.
그러니 김승훈도 당장은 마력 사용을 멈춘 채 어둠을 먹는 뱀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바로 항마력 스킬이 발동되며 시야 축소가 그나마 느려졌지만…….
‘이제부터는 시야가 아니라 초감각으로 전투를 이어가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다지 전황(戰況)이 나아졌다고는 볼 수 없었다.
현재 오춘석은 마력 사용량이 많아서 그런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듯 당황하고 있었고.
한성윤 또한 가만히 서서 어둠을 먹는 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즉, 다들 이러한 종류의 적에게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는 뜻.
좀 더 항마력이 높았다면 아예 어둠의 장막처럼 같잖은 스킬에 압박받지 않을 수 있었으나 헛된 생각이었다.
현재 김승훈은 탑에 들어오며 그 엄청났던 항마력을 다 잃은 상태였다.
물론 탑을 오르며 반복 전투 끝에 B급의 항마력을 습득하긴 했으나 그걸로도 A급 판정의 스킬을 이겨 내기에는 부족했다.
김승훈은 이를 뿌득 갈며 온몸에 있는 마력을 점점 강하게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파지직……!!
시야가 아예 보이지 않게 되기 전에 최대한 어둠을 먹는 뱀에게 데미지를 누적하고.
그 뒤에 초감각으로 죽기 직전까지 몰리는 한이 있더라도 홀로 어둠의 뱀을 감당한다.
예전부터 괴수를 사냥하는 것은 헌터의 의무였다.
그건 어떤 상황에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자잘한 괴수들은 모두 오춘석과 한성윤에게 맡기고 이 무식한 괴물만큼은 스스로 끝내는 것.
그게 김승훈이 생각하는 현 상황에서의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김승훈의 계획은 그가 뇌전의 마력을 끌어올리는 찰나에 산산조각이 났다.
꽈아앙―!
“……!?”
다름이 아니라 김승훈보다 더 빠르게 지면을 박찬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태껏 김승훈이 시련을 진행하는 내내 감탄했던 도전자.
한성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