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77
076. 별종 (2)
어둠을 먹는 뱀이 스킬을 쓰는 순간에 나는 바로 지면을 박찼다.
김승훈이나 오춘석은 시야 축소 스킬 및 속박 스킬에 당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 자리에서 멀쩡히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 뿐이었다.
「스킬 ‘어둠의 장막’에 의해서 시야가 축소되기 시작합니다.」
「마력의 사용량에 비례하여 시야 또한 점점 더 축소됩니다.」
어둠을 먹는 뱀이 쓴 스킬?
그런 건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
마력을 쓸수록 시야가 축소된다는 스킬에 의해서 시야가 잠깐 축소되었지만…….
「스킬 ‘강제 돌파’가 활성화됩니다.」
「스킬 ‘항마력’이 활성화됩니다.」
이제까지 네크로맨시로 미친 것처럼 성장해 온 내게 시야 축소는 무의미했다.
순식간에 어둠으로 물들려고 했던 시야에 빛이 찾아오는 걸 보며 나는 씩 웃었다.
「스킬 ‘강제 돌파(D-)’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강제 돌파(D-)’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스킬 ‘마력 회로(D-)’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마력 회로(D-)’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스킬 ‘항마력(D-)’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항마력(D-)’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방금 어둠을 먹는 뱀이 쓴 스킬을 파훼하며 세 개의 스킬이 단숨에 성장했다.
과열된 마력 회로가 기맥(氣脈)을 넓히며 마력을 점점 더 빠르고 간결히 전달하는 게 느껴진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강제 돌파의 성장 및 항마력 성장으로 어둠을 먹는 뱀이 쓴 스킬을 뿌리치는 것도 좀 더 쉬워졌다.
이제 속박 계열의 스킬은 더 내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 사실을 확실히 깨닫자 등골을 타고 온몸으로 성장의 쾌감이 퍼져 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가슴의 한구석에서 작은 불씨처럼 다른 감정도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호승심(好勝心).
좀 더 강해지고 싶다는 근본적인 욕망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A급 던전에서도 악명이 높은 괴물을 눈앞에 두고 오히려 호승심을 느끼다니?
이쯤 되니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처럼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몸을 던지는 게 아니다.
누군가 시킨 게 아니라 이제는 내가 직접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서 불구덩이로 뛰어들고 있었다.
어둠을 먹는 뱀을 이기고 획득할 사령은 물론이고 기여도 시스템을 통해서 습득하게 될 추가적인 보상까지…….
오로지 강해지기 위해서 움직이는 이 행위에서 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예전에는 이 감정을 느끼고 내가 싸움에 중독되어 이성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강해지기 위해서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뛰어드는 건 지극히 정상이었다.
도전을 기피하고 안전한 승리만을 바라는 건 도태로 빠지는 지름길일 뿐.
목숨을 걸지 않는 한 내가 획득할 수 있는 건 딱 목숨을 걸지 않은 수준의 보상밖에 없다.
쉬운 길을 택하여 서서히 도전의 의지를 잃느니 차라리 어려운 길을 택해서 극한까지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는 게 나았다.
키에에에에엑―!
그 와중에 어둠을 먹는 뱀은 내가 ‘어둠의 장막’을 스스로 해제하고 달려오는 게 거슬렸는지 소리를 내질렀다.
물론 그 울음은 단순히 위협용으로 내지른 게 아니었다.
「스킬 ‘어둠의 시선’에 의해서 모든 능력치가 –3 하락합니다.」
「스킬 ‘항마력’에 의해서 모든 능력치 –3 하락의 효과가 해제됩니다.」
「스킬 ‘늪지의 손길’에 의해서 이동 속도가 –30% 하락합니다.」
「스킬 ‘강제 돌파’에 의해서 이동 속도 –30% 하락이 강제 해제됩니다.」
강제 돌파와 항마력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싸늘한 주검이 됐어도 할 말이 없을 지경.
A급 던전에서 출몰하는 악명 높은 보스 몬스터답게 미친 거 같은 속박 스킬들밖에 없었다.
심지어 원거리에서 대충 견제한답시고 발동한 스킬들이 이 수준이다.
그렇다는 건?
어둠을 먹는 뱀이 근거리에서 쓰는 스킬들은 더 위협적으로 다가올 거라는 뜻이다.
‘굳이 그렇게 날뛰게 해 줄 필요는 어디에도 없지.’
「스킬 ‘바람의 은총’이 활성화됩니다.」
「모든 속도가 60% 상승합니다.」
「현재 스킬 중첩 진행도 – 6/7」
순식간에 바람의 은총이 거의 끝까지 활성화되며 나는 한줄기의 바람이 되었다.
파아앙!
주변에 있는 암사(巖蛇)들의 틈새 사이로 지나치며 바로 어둠을 먹는 뱀의 코앞까지 당도했고.
이어서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바닥을 박찬 후 놈의 아가리로 검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스킬 ‘섬전검기閃電劍氣’가 활성화됩니다.」
콰아아아아앙……!!
칼날에 맺힌 검기가 번개를 동반한 채 참격의 형태로 쏘아지며 큰 충격음을 형성했다.
그나마 검기를 사용한 탓에 놈도 어느 정도 충격을 받은 것일까?
검은 진흙으로 구성된 놈의 턱에 잔부스러기처럼 균열이 일어난 게 눈에 띄었다.
A급 괴수라 해도 사실상 검기에 속수무책인 건 다를 바가 없는 모양.
그러나 어둠을 먹는 뱀도 죽음의 위기를 느꼈는지 가만히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후우웅!
어둠을 먹는 뱀은 즉각 꼬리를 내게 휘두르며 주도권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그런 뻔한 공격에 당해 줄 정도로 약했다면 나는 여기에 서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꽈아아앙!
“큭…….”
바로 다리를 들어서 꼬리를 한 발로 막아 낸 나는 짜릿함을 느꼈다.
다른 것도 아니고 A급 괴수의 괴력이 담긴 공격을 한 발로 막아 내다니?
스킬을 쓴 게 아니라 통상 공격이라고는 해도 평범하지는 않다.
‘진짜 나도 더는 어디 가서 사람 취급은 못 받겠네.’
적어도 평범한 헌터의 기준을 진즉에 훌쩍 넘어선 거 같았다.
그때였다.
끼이이이익……!
뜬금없이 어둠을 먹는 뱀의 꼬리에서 기이한 파장이 일더니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
퉁!
그 기현상에 나는 바로 놈의 꼬리를 걷어찬 채 잠깐 뒤로 물러섰고…….
「권능 ‘어둠 공명’에 의해서 ‘상태 이상 : 광기’에 천천히 침식되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어둠을 먹는 뱀이 권능을 썼다는 메시지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권능이라니?
‘괴수도 권능을 쓸 수 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는데.’
스킬은 괴수도 쓸 수 있고 플레이어도 쓸 수 있다.
그러니 나도 여태까지 괴수들에게서 스킬을 흡수할 수 있었던 거고.
하지만 권능은 시련의 탑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는 도전자들이 관리자와 계약하며 습득하는 능력이다.
실제로 현실에서도 권능을 쓰는 괴수 같은 건 들어 본 적도 없었고 탑을 오르며 여러 번 싸워 본 나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둠을 먹는 뱀은 그런 상식을 무너뜨리며 권능을 썼다.
물론 어째서 이렇게 권능을 썼는지 정도야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역시나 시련의 탑이라고 해야 하나?
‘진짜 가지가지도 하네.’
어려움 난이도에 걸맞은 괴수를 내준답시고 또 괴수를 강화시킨 것이다.
이계의 도전자를 만났을 때부터 알아챘지만 군데군데 개복치처럼 뜬금없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요소가 잔뜩 있었다.
물론…….
「권능 ‘명경지수’에 의해서 ‘상태 이상 : 광기’가 해제됩니다.」
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요소에 미리 대비책을 마련해 둔 나도 정상은 아니었다.
상태 이상?
‘차라리 독을 들고 오면 모를까 이런 거에는 안 당해 주지.’
아무리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변수라지만 나는 평범한 도전자가 아니었다.
선구자의 자격으로 관리자와 계약까지 한 랭커였다.
겪어 보지 못했던 요소라도 얼마든지 상황에 맞게 타파할 수 있었다.
팟!
바로 명경지수의 권능을 통해서 상태 이상을 해제한 후.
나는 바로 잠깐 벌렸던 거리를 재빨리 좁히며 어둠을 먹는 뱀에게 달려들었다.
꽤 신중한 일격이었는지 어둠을 먹는 뱀은 눈에 띄게 당황했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어둠을 먹는 뱀도 내가 스스로의 목숨에 큰 위협이 된다는 걸 알아챈 것일까?
놈은 더 디버프 계열의 스킬로 간을 보는 행위도 없이 바로 공격에 나섰다.
아까랑은 아예 기세부터가 달라 한눈에 보기에도 전력을 다한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예상은 다음 순간에 어둠을 먹는 뱀이 본격적인 공격을 가하며 현실로 전환됐다.
콰아아아아―!
거대한 아가리를 쩍 벌리더니 이내 토해 내듯 검은 광선을 내뿜은 것이다.
물론…….
「스킬 ‘반격의 방패’가 활성화됩니다.」
“오히려 이러면 나야 좋지.”
그 파괴적인 광선을 보고도 나는 당황하지 않고 바로 스킬을 발동했다.
한 번 더 참격을 날려서 아예 광선을 내뿜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은 건 그만큼 놈이 쓰는 기술을 내가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짙게 들었기 때문이다.
콰콰콰콰콰쾅―!
검은 광선이 반격의 방패를 두드리며 큰 충격을 줬지만 버티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충격을 버티느라 마력이 80% 가까이 소모되기는 했지만…….
「암사(巖蛇)의 사령을 사용하여 마력을 보충합니다.」
그마저도 흡수해 둔 사령을 통해서 마력을 보충하니 곧바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키이이잉…….
검은 광선의 위력이 줄어드는 찰나에 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충전 완료.」
「스킬 ‘반격의 방패’가 누적된 피해량을 반사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이제 반격을 개시해도 된다는 메시지였다.
나는 반격의 방패를 왼손의 손바닥에 올려둔 채 바로 어둠을 먹는 뱀의 배후로 돌아갔다.
물론 그걸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으려는 건지 주변에 있는 괴수들이 전부 몰려들었지만…….
「스킬 ‘반격의 방패’가 누적된 피해량을 한 번에 방출합니다.」
꽈아아아아앙!
왼손의 방패에서 방출된 검은 광선에 의해서 주변으로 몰려들던 잡스러운 괴수는 다 정리됐다.
그 와중에도 어둠을 먹는 뱀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위력이 꽤 컸던 스킬을 써서 반동이라도 온 것일까?
무려 암사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때까지도 놈은 제대로 된 움직임을 선보이지 못했다.
그 틈을 타서 나는 놈의 그림자를 밟은 채 바로 섬전검기를 활성화시키며 검을 내찔렀다.
「스킬 ‘은밀한 그림자의 걸음(C+)’이 활성화됩니다.」
「생명체의 그림자를 밟고 있는 상태입니다.」
「일시적으로 근력이 +3 상승합니다.」
일단 그림자를 밟고 있다는 점에서 근력이 +3 상승하고.
「스킬 ‘질풍검(C+)’이 활성화됩니다.」
「스킬 ‘질풍검(C+)’에 의하여 칼날에 바람 속성이 부여됩니다.」
검을 내찌르는 공격에 질풍검까지 발동하여 칼날에 바람까지 섞였다.
이어서 내가 검을 그대로 내찔렀을 때는 한줄기의 풍뢰(風雷)가 쏘아졌고.
퍼어엉!
찌르기를 통해서 쏘아진 참격이 어둠을 먹는 뱀의 등에 닿았을 때는 아예 상반신의 중앙이 뻥 뚫린 상태였다.
「어둠을 먹는 뱀을 처치했습니다.」
「기여도를 산정합니다…….」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어둠을 먹는 뱀을 사냥했습니다.」
「도전자 한성윤은 보스 몬스터 사냥에 대해서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정 완료.」
「기여도를 278 획득합니다.」
깔끔한 마무리.
「……특수 과제, ‘공적 기여’가 종료됩니다.」
「……도전자 한성윤은 기여도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시련이 끝난 후 도전자 한성윤에게 추가적인 보상이 정산됩니다.」
그리고 더불어서 깔끔한 역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