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87
…….
이내 팽자문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리는 광경을 보며 그들은 눈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탑의 도전자가 아니라 평범한 타국의 헌터다 보니 언어가 해석되지 않았다.
탑에 있을 적에는 누구든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으나 도전자가 아니다 보니 서로 언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남궁혁은 그 말이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다. 너는 본 공자의 말을 들을 놈이 아닌 거 같군.
개별적으로 언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라도 지닌 것일까?
팽자문이 뭐라고 떠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적대적이란 사실은 알아챈 모양.
그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허리춤에 찬 곡도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고.
―어차피 본 공자도 바로 목적을 성취할 수 있을 거라 여기지는 않았다.
남궁혁은 말을 끝내는 동시에 칼을 뽑았고 그 찰나에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쩌어어어어엉―!
그의 주변에 있던 건물들이 일제히 아무런 전조도 없이 베이며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여유롭게 남궁혁에게 다가가던 팽자문이 기겁하며 뒤로 주춤거렸다.
―하찮다. 고작 그런 실력으로 본 공자에게 덤볐다는 걸 수치로 여겨라.
그 말을 끝으로 팽자문이 악에 받친 소리를 내지르며 남궁혁에게 달려들었고.
그 이후에는 정말로 초월적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팽자문은 사력을 다해서 주먹을 휘두르며 남궁혁과 부딪혔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서로 일합(一合)을 겨룰 때마다 땅이 갈라지고 공기가 터져 나가는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입는 건 팽자문이었다.
오히려 남궁혁은 팽자문의 모든 공격을 흘려내는 동시에 온몸을 난도질하며 점점 데미지를 축적시켰고.
고작 몇 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바로 승패가 갈렸다.
―권기(拳氣)도 다루지 못하는 것치고는 제법 볼만했으니 만족하며 죽거라.
쩌어억!
팽자문의 몸이 반으로 쩍 갈라지며 피와 내장을 쏟아내는 순간.
아예 관심도 없다는 듯 남궁혁은 쓰러지는 팽자문을 등지고 칼집에 무기를 도로 넣었다.
완패(完敗).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결과에 회의실 내부의 도전자들이 경악하는 찰나였다.
―더 시간을 낭비하게끔 만든다면 이 도시는 더 끔찍한 꼴을 볼 것이다.
남궁혁은 허공에 떠오른 드론을 바라보며 냉엄하게 중얼거리더니 이내 칼을 도로 뽑았고.
치지직―!
그 이후로 드론은 아무것도 담지 못한 채 치직거리는 검은 화면을 띄웠다.
“…….”
강하다.
‘단순히 신체 능력이 높다거나 그런 수준이 아니야.’
당장 남궁혁과 싸운 팽자문도 그렇게 약한 헌터가 아니다.
내가 팽자문과 싸운다고 할 시 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그런 실력자를 몇 분도 되지 않아서 죽였다, 라.’
괴물 중의 괴물이라고 해도 좋을 무력에 내가 헛웃음을 짓는 사이에.
“계층 난입의 페널티가 없는 이계의 도전자에 대해서 보셨습니까?”
스크린에 띄워져 있던 동영상을 바라보던 이성진은 회의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이게 바로 현실입니다. 시련의 탑은 절대로 경쟁 장소가 아닙니다.”
이성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냉철하게 말을 이어갔다.
“숨기고 있는 정보는 모두 공개하고 이런 사태가 두 번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그제야 회의실 내부에 있던 도전자는 이성진의 의도를 파악했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정보 공개를 꺼리는 상위권 도전자에게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면 다 공개하라는 뜻.
굳이 결산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는 도전자만을 모아 둔 게 아니었다.
회의실 내부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자 이성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 일본 헌터 협회의 지원 요청은 스스로 가겠다고 하는 분만 보내겠습니다.”
그 말에 회의실 내에 있는 도전자들의 안색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S급 헌터도 맥없이 죽는 사지로 내몰리는 것이 아닐까 했는데 스스로의 선택으로 결정된다니?
현재 이들에게 있어서 이만큼 좋은 소식은 따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으실 분들은 정보라도 공개해 주십시오.”
물론 그 선택은 아예 공짜가 아니라는 듯 이성진은 확실히 못을 박아두었다.
일본 헌터 협회의 지원을 무시하겠다면 따로 정보를 내놓아야 한다고.
그렇지만 도전자 대부분은 이제 그 사실에 반발할 생각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건 이하연도 마찬가지인지 그녀는 방긋 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내게 들이밀더니 이내 귓속말로 작게 속삭였다.
“생각보다 상황이 좋아요. 이 정도면 충분히 차출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녀도 상위권 도전자로 뽑혔는지라 꽤 불안했던 거 같았지만…….
이하연의 생각이랑은 다르게 나는 오히려 불만감이 차올랐다.
남궁혁이 강하다고는 해도 김승훈이랑 오춘석이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도 둘은 승산이 아예 없다고 판단하지 않았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희박하지만 이길 가능성이 존재하고 최소한 치명상을 입히기는 가능할 거 같았다.
‘별로 눈에 띄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 없나.’
결국에는 할 수 없이 나는 눈에 띌 것을 각오하며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손을 들었고.
“저는 일본 헌터 협회의 요청에 따라서 도쿄의 신주쿠구로 가겠습니다.”
회의실에 앉아 있던 도전자는 물론이고 이성진까지 나를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응시했다.
나를 향하는 모든 눈빛은 일제히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설마 진짜 스스로 사지(死地)로 걸어가는 미친 새끼가 있을 줄은 몰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