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90
088. 창천검룡 (3)
비행(飛行).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쯤 한없이 넓은 창공을 날아다니기를 누구든 한 번쯤은 소망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로지 날개를 타고난 생물만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다.
그 사실을 나는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어렸을 즈음에 꽤 동경했다.
물론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을 꿈이란 것을 깨닫고 금방 미련을 버렸지만.
그러나―.
현재 나는 후천적으로 날개를 개화하여 도쿄의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탑의 대기실에서 한 번 써 봤던 능력이었으나 바깥에서 쓰는 느낌은 아예 달랐다.
대기실에서의 비행은 그저 정말로 날 수 있는가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 했을 뿐.
그때 느낀 감각은 단순히 마력이 많이 소비되고 날개를 많이 퍼덕이지 않아도 비행이 된다는 게 신기하다는 게 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도쿄의 상공을 날아다니는 것은 정말로 창공의 지배자가 된 거 같은 전능감이 몰려올 정도였다.
솔직히 말해서 곳곳에서 터지는 굉음과 함께 무너지는 건물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크게 소리를 내서 웃었을 것이다.
실제로도 나는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사람을 멋대로 데려와 놓고 왜 태평하게 웃고 있는 거예요……!”
그에 왼팔에 매달린 캐서린이 한껏 화를 내며 내게 뭐라고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현재 페널티도 없이 날뛰는 남궁혁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도전자다.
“웃은 건 실수입니다.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게 신기해서요.”
본격적으로 남궁혁과의 싸움이 시작될진대 캐서린을 빠트려 놓고 올 수는 없었다.
신주쿠구의 건물을 무차별적으로 붕괴시키기 시작한 남궁혁 탓에 설명할 틈도 주어지지 않았다.
물론 그 붕괴를 기다리다가 남궁혁과 싸울 수도 있었겠으나 목표는 남궁혁의 처치만이 아니라 도심을 보호하는 것도 있다.
그러니 더 기다릴 수도 없이 이렇게 직접 날개까지 펼쳐서 비행하고 있는 거고.
그 사실을 그녀도 알아챘는지 놓으라고 버둥거리던 아까랑은 다르게 꽤 얌전했다.
“진짜로……. 당신은 제정신이 아니에요. 분명히 어딘가 나사가 빠졌어. 그 상황에서 설명도 없이 날겠다는 사람이 어딨냐고요.”
물론 툴툴거리는 것은 여전했지만 그 정도는 당연히 들어줄 수 있었다.
나는 마력을 좀 더 날개에 쏟아부어서 속력을 올리며 캐서린의 말에 대답했다.
후우웅―!
“……도심이 파괴되는 상황에서 일일이 설명하고 날 수는 없었습니다.”
“……알고 있어요. 그냥 해 본 말이니 진지하게 대답하지 좀 마세요.”
캐서린은 질렸다는 듯 말하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서 나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예요.”
“어쩌기는요. 남궁혁한테 가야죠.”
“그게 아니라 전투 방침이요.”
“……?”
“없어요? 다른 사람은 다 버려두고 저만 데려왔잖아요.”
“그거야 당연히 캐서린 씨는 이 전투에서 빠트려놓을 수 없는 존재니까요.”
그러나 그녀는 답답하다는 듯 눈을 찌푸리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현재 저희 둘만 여기까지 왔고 나머지는 다 헬기에 있잖아요.”
“그거야 그렇죠.”
“그럼 당신이랑 저랑 같이 저 괴물의 틈을 만들어야 권능을 발동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전투 방침은 따로 없냐고 물어보신 겁니까?”
그제야 캐서린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이내 상념에 잠겼다.
그녀가 말했듯 최소한의 전투 방침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그런데 정말로 전투 방침 그런 거 하나도 없는데.’
나는 바로 전투 방침 같은 건 없고 그런 게 있지 않아도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왜냐하면―.
“캐서린 씨는 공중에서 추락해도 제대로 착지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이 상공의 비행을 통해서 어떻게 남궁혁에게 최강의 공격을 퍼부을지는.
헬기에서 나왔을 즈음부터 이미 정해 둔 바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
“그거면 충분합니다. 다른 전투 방침은 없어도 되거든요.”
“아니, 진짜 이 인간이 나를 놀리나……!!”
“착지는 무슨 방식으로 하는 겁니까.”
“……스킬이요. 순수의 도약이라고 추락으로 입는 모든 피해가 면역이에요.”
“그거 정말 좋은 스킬이네요. 걱정할 거 없겠어요.”
캐서린은 화를 내다가도 단번에 물음이 건네지니 짜증을 멈추고 대답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내려서 그녀의 눈을 한 번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그녀에게 잠깐 일말의 안쓰러움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 그녀는 이 공중에서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착지해야 하기에.
“캐서린 씨.”
“……?”
“정말로 죄송한데 전투 방침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게 무슨…….”
“남궁혁한테 추락하는 동시에 날개로 들이받을 겁니다.”
“다, 당신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런 짓 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괜찮아요. 죽지는 않고 전신 골절에 팔다리 몇 개 분질러지는 정도겠죠.”
아무래도 지금껏 네크로맨시로 올려온 내구 수치가 있다 보니 쉽게는 안 죽는다.
머리나 심장만 다치지 않으면 그렇게까지 심각한 상황까지 가지 않을 것이다.
잿빛 선혈 스킬로 금방 통각도 차단되고 회복도 될 테니 그다지 걱정되지도 않고.
그러나 캐서린은 나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동공을 확장하며 입을 뻐끔거렸다.
“그, 그런 건……. 어째서 그렇게까지…….”
“글쎄요. 할 줄 아는 게 이런 거밖에 없어서요.”
한 번의 전투에도 목숨을 걸지 않으면 이길 수 없었다.
패배는 곧 죽음인 탑에서 나는 초반에는 목숨을 거는 거밖에 못 했다.
스스로의 생명까지 걸고 말도 안 되는 짓들을 해대야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건 여태까지 탑을 오르고 수많은 괴물이랑 싸우면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캐서린은 나를 마치 순고한 희생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바라보더니.
“진짜 정신이 나갔어.”
그 한마디를 짓씹듯 내뱉은 후 공허한 눈으로 아래를 직시했다.
그에 나는 구태여 뭐라고 해 주기 뭐해서 그냥 한마디만 했다.
“나중에 봅시다.”
실제로 직접 내가 살아 있는 꼴을 보고 나게 되면 상황을 이해할 것이다.
나는 왼팔에 데리고 있던 캐서린을 풀어놓으며 굉음이 들리는 중심지로 낙하했다.
현재 건물이 파괴되고 있는 중심지이므로 아마도 남궁혁은 이 아래에 바로 있을 것이다.
순식간에 추락하는 속력이 초월적으로 상승하며 곧 공기 저항이 온몸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상관없었다.
「암사(巖蛇)의 사령을 사용하여 마력을 보충합니다.」
「암사(巖蛇)의 사령을 사용하여 마력을 보충합…….」
「암사(巖蛇)의 사령을 사용하여 마력을 보…….」
10층 시련에서 획득하고 남은 모든 사령을 꾸역꾸역 마력으로 치환해서.
바로 밑바닥까지 긁어낸 마력을 다 보충하며 나는 극한까지 속도를 올렸고.
「연철의 펜던트(B) 전용 효과 ‘강철의 가호’가 활성화됩니다.」
「모든 물리적인 피해의 10%를 흡수하는 성질이 피부에 깃듭니다.」
오랜만에 연철의 펜던트로 물리적인 피해를 흡수하는 성질까지 활성화하며.
「흡혈 백작의 낡은 연미복(A-) 전용 효과로 혈액을 소모하여 보호막을 생성합니다.」
동시에 흡혈 백작의 낡은 연미복을 통해서 온몸에 꽤 좋은 보호막을 둘렀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강철의 날개로 머리를 감싸듯 둘러서 뇌를 보호했다.
그리고―.
꽈아아아아아아앙!
이어서 고막이 터질 거 같은 굉음과 함께 나는 지상에 추락했다.
***
남궁세가(南宮世家).
현재 무림에서 오대세가 중 으뜸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성세가 큰 가문이며.
동시에 모든 무인이 존경하는 검존(劍尊)이 전대 가주로 있는 거대 세력이었다.
그러나…….
―설마하니 남궁세가의 소가주로 태어난 놈이 둔재일 줄이야. 이를 어쩔꼬.
그 위세 높은 남궁세가에서 태어난 남궁혁은 도리어 그 위세 탓에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가 여섯 살이 되는 해에 남궁혁은 자신의 부친에게서 재능이 없는 둔재라고 욕을 먹었다.
둔재(鈍才).
오로지 무공의 자질로만 사람의 가치가 정해지는 시대에.
남궁혁이 부친에게 들은 평가는 그저 처참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는 몸이 허약했고 다른 아이들이랑은 다르게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 그를 보며 남궁혁의 부친은 그가 열 살이 될 때까지도 자식을 멸시했다.
―고작 이 정도의 수준에서 무공의 상승이 막히는 것이냐?
한때 부친은 이게 정말로 자신의 피를 이은 혈육이 맞는 것이냐며 모친을 핍박했고.
그럴 때마다 남궁혁은 공허한 눈빛으로 부친과 모친의 설전을 그저 웅크려서 들어야만 했다.
이제 몇 년이 지나지 않아서 후기지수로 활약해야 할 자식의 꼴이 어째서 이 모양이냐고.
남궁혁의 부친은 나날이 그렇게 그를 핍박하며 험악하게 대했지만…….
그는 절대로 무공에 대해서 자질이 없고 다른 아이들보다 뒤떨어진 게 아니었다.
―왜 다들 검의 소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남궁혁은 선천적으로 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다.
정말로 검이 말하는 게 아니라 그저 검이 울리는 소리를 들을 뿐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남궁혁은 검의 소리로 무공을 배우고 있었다.
어디로 검을 휘둘러야 하고 어디로 검을 그어야지 적이 절단되는지.
혹은 어디로 검을 내세워야 적의 공격을 흘리고 그대로 반격까지 이어지는지.
그는 그 모든 것을 검이 내뿜는 소리를 통해서 알아낼 수 있었다.
천재(天才).
하늘이 내렸다고 해도 모자랄 재능을 남궁혁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남궁혁의 재능은 무공의 초식만이 전부라 여기는 부친에게는 소용없었다.
―정해진 동작도 따라 하지 못하는 열등한 자식에게는 관심이 없다.
열 살이 되는 해에 그는 아예 열등한 자식으로 낙인을 찍힌 채 짐짝으로 여겨졌다.
―정해진 동작을 따라 하기 이전에 검의 길을 개척하는군. 진정한 천재로다.
남궁세가의 전대 가주이자 당대 검존으로 불리는 그의 조부와 마주치기 전까지는.
그 순간부터 남궁혁은 그저 정해진 동작도 따라 하지 못하는 열등한 자식에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천부적인 자질을 지닌 검의 기재로 그의 조부에게 길러졌다.
남궁혁의 조부는 그저 정해진 초식을 따라서 무공을 배우는 게 아니라고 하며 그를 존중했다.
아니, 그것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궁혁이 지닌 재능을 존중한 것이다.
가히 폭력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그의 재능 그 자체를.
그 결과는 간단했다.
―열세 살의 나이에 검기(劍氣)라……. 내가 어릴 적보다 성취가 더 높구나.
남궁혁은 불현듯 찾아온 깨달음과 동시에 검기상인(劍氣傷人)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가 본격적으로 무공을 배우게 된 지 단 삼 년 만에 이루어 낸 성취였다.
그 찰나에 남궁혁은 처음으로 그 한순간 자유로움이란 것을 느꼈다.
창천(蒼天).
푸른 검기가 일렁이는 자태는 흡사 하늘의 흐름을 닮아서 자유로이 흘렀다.
그러나 그래 봤자 고작 사람을 기(氣)로 상처 입힐 수 있는 수준이 되었을 뿐.
남궁혁은 그 사실에 크게 실망했으나 조부는 그의 실망을 곧 기대로 바꾸었다.
―무공은 오로지 인간을 죽이기 위해서 존재하는 길이 아니라 초월로 가는 길이다.
검존은 남궁혁이 발현한 검기가 그저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님을 알려 주었다.
끝없는 자기 단련을 통해서 신과도 같은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게 바로 무공이고.
현재 남궁혁이 다다른 경지는 그 길의 초입이나 다름없다고까지 아낌없이 알려 줬다.
―본래 기(氣)란 건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세계에 존재하는 법칙이다.
미시세계(微視世界).
아예 관측할 수가 없을 정도로 작은 세계의 기(氣)라는 존재를 신체에 응집한 후.
바로 거시세계(巨視世界)라는 관측 가능 영역까지 끌고 와서 현실의 법칙을 비튼다.
―그 시작점이 바로 검기(劍氣)다.
강철도 두부처럼 꿰뚫을 수 있도록 현실의 법칙을 뒤트는 게 검기(劍氣)의 정체였다.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
「시련의 탑이 무림 차원의 적합자를 선별합니다.」
남궁혁은 소문처럼 들어오던 시련의 탑에 소환되었고.
그 누구보다도 탑을 빠르게 오르며 마침내 20층까지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고작 열일곱 살의 나이에 이룩한 믿기지 않는 위업(偉業)이었지만…….
―어째서 세상에는 이렇게 시시한 놈들만 있는지 모르겠군.
오히려 남궁혁은 그 탓에 권태감에 빠진 채 탑을 오르지 않고 적당히 시간만 보냈다.
그러던 와중에 그는 ‘계층 난입’이라는 재밌는 요소가 탑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이후부터는 결투를 일으켜도 분란이 일어나지 않을 군소 차원의 도전자들과 싸웠다.
그 과정에서 남궁혁은 탑을 오르며 느끼기 시작한 권태감이 서서히 회복됨을 느꼈다.
오랜만에 식었던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제대로 탑에 등록된 것도 아닌 차원의 도전자는 약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배움이 존재했고 남궁혁은 점점 더 강해졌다.
그 때문에 남궁혁은 탑도 제대로 오르지 않고 군소 차원의 도전자만을 학살했다.
무림맹 대원로 백선학을 살해했다는 흉수도 알아보니 군소 차원에 소속된 도전자였고.
남궁혁은 망설이지 않고 그 도전자랑 싸우기 위해서 군소 차원까지 이동해서 혈겁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언가 이상했다.
“…….”
도쿄의 신주쿠구에 널린 건물들을 부수던 남궁혁은 울컥 입에서 피를 쏟았다.
“쿨럭…….”
다름이 아니라 방금 상공에서 추락한 정체불명의 물체에 의해서 그는 꽤 충격을 입었다.
신체 내부의 장기들이 꽤 손상을 입었고 온몸에 흐르는 내공 또한 크게 그 흐름이 흐트러졌다.
그 와중에도 남궁혁은 눈을 똑바로 뜬 채 그가 부수던 건물의 잔해에 처박힌 것을 바라보았다.
방금 상공에서 추락한 그것은 날개로 스스로를 감싼 형상에서 스멀스멀 그 형상이 복구되더니 이내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붉은색의 낡은 연미복을 입은 사내는 건물의 잔해에서 비틀거리며 나오더니.
이내 입안에 고였던 핏물을 퉤 뱉으며 질렸다는 듯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진짜 하늘에서 추락하는 건 두 번은 못 해 먹을 짓이네.”
바로 한성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