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96
094. 갈망 (4)
「스킬 ‘선혈의 구도자(B)’가 생성됩니다.」
실패작을 통해서 완성된 스킬의 등급은 생각보다도 꽤 높았다.
‘선혈의 구도자, 라…….’
바로 나는 상태창을 열어서 스킬 설명을 확인했다.
『스킬 – 선혈의 구도자(B)』
『숙련도 – 0%』
『기본 효과 – 생명체의 혈액에서 생명력, 체력, 마력을 추출할 수 있으며 강력한 혈액 지배 능력을 개화한다.』
『세부 효과 – 사용자의 신체에서 흘러나와서 소모되는 모든 혈액은 일정 시간마다 자동으로 조금씩 수복된다.』
“…….”
아까처럼 설명 문구에서 꼭 내가 죽인 생명체여야지만 생명력, 체력, 마력을 추출할 수 있다는 제약이 사라졌다.
심지어…….
‘혈액 지배 능력?’
흡사 뱀파이어라도 되듯 신기한 능력까지 추가되었으니 기대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부 효과로 추가된 혈액 수복 능력은 흡혈 백작의 낡은 연미복처럼 혈액을 소모해서 보호막을 생성하는 아이템과도 궁합이 좋았다.
물론 실제로는 그 수복 능력이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는 직접 그 수복 효율을 느낀 후에야 판단을 내릴 수 있겠지만.
‘뭐, 나쁘지는 않네.’
적어도 막대한 포인트를 쓴 보람은 있다고 해야 하나?
나는 바로 대기실의 회복 효과를 비활성화한 뒤에 바로 혈천마검으로 왼팔에 길다란 자상(刺傷)을 냈다.
「스킬 ‘잿빛 선혈’이 활성화됩니다.」
주르륵.
동시에 왼팔에서 피가 흐르고, 이어서 잿빛 선혈에 의해서 상처가 회복된다.
왼팔을 타고 흐르는 혈액을 본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정신을 집중했다.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그 순간이었다.
“오.”
스르륵.
순식간에 왼팔을 타고 흐르던 핏물이 중력을 거스르듯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그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혈액은 이내 왼팔을 타고 흐르다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
그 상태로 나는 흘러나온 혈액을 더 조종해 보며 이 능력에 대해서 감을 잡았고.
이내 혈액으로 뾰족한 칼날까지 형성하자 헛웃음을 흘리며 확신했다.
“이거, 진짜 사기 능력이네.”
이 능력이 내 신체에서 흘러나오게 된 혈액에 그치지 않고 다른 생명체의 혈액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어떨 것인가?
그 의문을 품으니 기분 좋은 오싹함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생명체의 혈액을 통해서 생명력, 체력, 마력을 추출할 수 있고 죽이지 않아도 혈액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다.
‘물론 제약이 있기야 하겠다만, 이만큼 좋은 능력은 또 없지.’
본래도 네크로맨시 덕분에 좋았던 대군전(大群戰)은 선혈의 구도자로 더 강해질 것이고.
취약점이라 부를 수 있는 일대일로 싸우는 과정은 이 능력을 통해서 좀 더 보완될 것이다.
혈액 수복 능력도 한 번 확인해 보니 장기전으로 갈 시 제법 쓸 만하다는 걸 깨달았다.
“간단하지만, 확실히 그래서 더 다루기도 쉽겠네.”
이제 선혈의 구도자는 나름대로 그 구성을 알 거 같았기에 다른 스킬로 눈을 돌렸다.
『스킬 – 과잉 성장(C-)』
『숙련도 – 없음』
『효과 – 체력 능력치에 비례해서 모든 체력 회복 능력 및 기본 보유 체력이 70% 상승한다.』
숙련도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쉬운 점이었지만, 그럭저럭 써먹을 수 있는 스킬이다.
‘체력 회복 능력 및 기본 보유 체력이 늘어나는 건 쓸 만하지.’
심지어 체력 능력치에 비례하여 적용되는 효과들이라서 더 그러했다.
물론 과잉 성장도 선혈의 구도자처럼 합성에 실패하며 합성을 시도할 시 제법 좋은 능력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장 그렇게까지 더 포인트를 쓸 여력은 없지.’
아무리 내가 포인트를 풍족하게 쓸 수 있게 모아 뒀다고는 해도 더는 무리였다.
물론 또 따로 합성할 스킬이 존재하면 모를까, 제대로 된 스킬들도 아닌 것을 마구잡이로 섞게 되면 내가 곤란해진다.
이전에 한 번 마구잡이처럼 스킬을 섞었다가 계륵처럼 존재하는 스킬을 획득한 전적이 있다 보니 더 그랬다.
그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예 합성할 스킬이 없는 건 아니지.’
문득 나는 예전에 합성한 후에 방치해 둔 스킬인 ‘강인한 눈(E-)’을 떠올렸다.
스킬 랭크도 낮고, 그 효과도 변변찮아서 그대로 신경 쓰지 않게 된 능력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진실의 눈’이나 ‘심안’처럼 합성을 시도할 만한 능력이 꽤 손에 모여졌다.
“흠…….”
하지만 무작정 스킬을 합성하기에는 심안이나 진실의 눈은 그 가치가 상당했다.
심안은 이제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게 해 주고 진실의 눈은 거짓말을 통찰하고 정보를 볼 수 있게 해 준다.
‘도박이야.’
알고 있다.
이게 사실은 정말로 해서는 안 되는 도박 중의 도박이라는 것을.
그렇지만 나는 동시에 이 합성이 성공할 시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
그 고민을 이어 나가는 찰나에, 순간적으로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상점.”
바로 상점창을 연 나는 스킬 상점에 들어가서 판매되고 있는 스킬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킬 : 심안(F-)」
「가격 : 10,000포인트」
「설명 : 어쩌면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이게 진짜로 있네.”
곧 나는 심안이 판매되고 있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물론 등급이 생각보다 낮기는 한데…….’
남궁혁과의 일전에서 심안의 숙련도를 미친 듯이 올리며 그 사용법을 알아냈다.
F-급의 스킬이라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더 높은 등급의 스킬로 바로 성장시킬 자신이 있었다.
「고유 권능 ‘스킬 합성’이 활성화됩니다.」
바로 심안과 강인한 눈을 선택해서 합성했다.
물론 스킬 등급은 심안이 더 높으므로 강인한 눈은 스킬 합성의 중심에서 밀려났고.
그대로 심안이 스킬 합성의 중심이 된 채로 합성이 진행됐다.
「스킬 합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스킬 ‘마안(A-)’이 생성됩니다.」
강인한 눈, 그리고 심안이 사라지며 새롭게 눈에 마력이 깃들었다.
‘무슨 능력인지는 스킬 설명을 안 읽어 봐도 알겠네.’
기본적으로는 심안처럼 쓸 수 있지만, 마력 감지 능력이 급격히 향상됐다.
마력 회로에 의존하는 마력 감지보다 몇 단계는 더 높은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이대로 써도 심안 스킬의 상위 호환에 가까운 능력이지만, 한 발자국이 부족했다.
본능이 내게 악마처럼 속삭였다.
진실의 눈까지 합성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스킬이 탄생할 거라고.
그것도 내가 실망하지 않을, 아주 좋은 스킬이.
「스킬 ‘육감’이 크게 활성화됩니다.」
그 생각을 뒷받침하듯 육감까지 크게 활성화됐다는 문구까지 떠올랐다.
그에 나는 이어서 스킬 합성을 발동했고, 이내 스킬이 합성되었다.
「스킬 합성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스킬이 생성됩니다.」
그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이어서 생성된 스킬은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물이었다.
***
이내 나는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스킬 ‘화룡안(A+)’이 생성됩니다.」
화룡안(火龍眼).
그 거창한 명칭은 둘째치더라도 등급이 상당히 높았다.
현재 내가 지닌 스킬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들어설 수 있는 수준이다.
‘설마 이렇게까지 운이 좋게 잘 풀릴 줄이야.’
한 번도 스킬 합성이 실패하지 않은 덕분에 여기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스킬 – 화룡안(A+)』
『숙련도 – 0%』
『기본 효과 – 화룡(火龍)의 권능이 눈에 깃들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세부 효과 – 용안(龍眼)을 통해서 사물의 정보를 볼 수 있으며 상대의 거짓말을 판별하는 게 가능해진다.』
스킬 내용도 단점은 없고 장점만이 온전히 그대로 유지된 형태였다.
바뀐 거라고는 그저 화룡의 권능이 눈에 깃들었다는 것일 뿐이지 않을까.
‘화룡의 권능이라.’
여러모로 신기했지만, 바뀐 문구로만은 달라진 점을 알아내기 어려웠다.
‘그래도 달라진 점이나 나아진 점은 존재하겠지.’
등급이 이렇게까지 올랐으니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간에 장점을 있을 것이기에 나는 바로 화룡안을 활성화했다.
「스킬 ‘화룡안(A+)’이 활성화됩니다.」
다름이 아니라 사물의 정보를 파악하는, 진실의 눈에서 계승된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혹시라도 이 능력이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거나 그럴 수도 있기에 꼼꼼히 확인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또 뭐야……?”
곧 나는 화룡안의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라는 문구의 진의를 알 수 있었다.
「혈천마검(血天魔劍)」
이전에 김승준에게서 빼앗아서 현재는 내가 애용하는 검이 된 아이템에서.
「……검염(劍炎)의 경지까지 이른 사용자가 전용 효과, 혈기(血氣)를 최대까지 활성화할 시 진정한 능력이 개방됩니다.」
예전에는 볼 수 없던 문구가 드러난 것이다.
“…….”
직접 아이템을 확인하는 것보다는 쓸모가 없었던 능력이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아이템 성능까지 완벽하게 확인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문구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저 심안이랑 진실의 눈이 합쳐지며 살짝 강화된 정도겠거니 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쓸모 있는 스킬로 진화했을 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스킬이 아니라 직접 아이템 설명창을 열어 보니 더 확실해졌다.
‘아이템 설명창에서는 화룡안으로 볼 수 있는 문구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이어서 다른 아이템까지 싹 다 확인했다.
「흡혈 백작의 낡은 연미복」
숨겨진 문구는 여기저기에 존재했다.
「……혈액을 소모해서 보호막을 형성할 시 보호막의 단단함에 추가 보정이 가미된다.」
본래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잡지식도 있었고.
「신속의 장화」
심지어 별로 신경도 쓰지 않던 아이템에서도 새로운 문구가 발견됐다.
「……신발에 마력을 부여할 시, 순간 속력 상승의 지속 시간이 살짝 늘어난다.」
그것도 전투에서 사용할 시 조금씩은 도움이 될 내용이었다.
물론 그 이외의 아이템에서는 별다른 문구가 나오지 않았고 그다지 전투에 크게 도움이 된다거나 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
이것저것 화룡안을 통해서 살펴보던 나는 이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화룡안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상당히 좋으며 그 진가는 아직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음을.
제대로 쓰지도 않은 진실의 눈 스킬이 계승되며 이렇게까지 강화되었는데.
직접 전투에서 심안의 계승된 점을 확인해 보면 얼마나 그 효과가 강해져 있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나로서는 입꼬리를 올리지 않으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이것저것 생각하는 대신에 바로 명령어를 발동했다.
「11층 시련에 응하시겠습니까?」
다른 선택지 따위는 고려할 것도 없이 바로 그 물음에 수락을 눌렀고.
이내 대기실의 중앙에 나타난 포탈로 망설이지 않고 들어갔다.
「시련의 탑 11층에 입성합니다.」
「난이도 – 어려움」
「해당 시련의 주제는 ‘정신 증명’입니다.」
「도전자가 선택한 고행 끝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선혈의 구도자 그리고 화룡안이라는 새롭게 등장한 두 개의 스킬은.
곧 알기 싫어도 그 진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