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 Am I Cute? RAW novel - Chapter (436)
형아, 나 귀엽지? 형아, 나 귀엽지 외전-11화(436/500)
외전 11화 뒤풀이
어머니들도 뒤풀이를 생각해 뒀는지 가야 할 장소를 고르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실내 테마파크.
다양한 놀이기구들이 많고 시설마다 담당 직원이 있어서 아이들이 잘 돌아다닐 수 있다.
무엇보다도 어머니들이 편하게 애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나는 그저 어머니들의 의견을 따라서 흐름에 몸을 맡겼다.
이럴 때는 조용히 따라가는 게 최선이다.
시하랑 다른 아이들도 이미 테마파크라는 점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실내지만 시설이 어마어마하게 넓어서 다양한 즐길 거리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형아. 여기 엄청 커.”
“그러게.”
들어보니 새로 개장한 곳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만 가득해서 꿈과 희망이 있는 곳 같다.
승준이 시하를 부른다.
“시하야! 저기부터 가자!”
여러 기구가 있는 만큼 아이들의 다양한 취향이 반영된다.
승준이처럼 활발한 아이는 신나게 움직일 수 있는 걸 좋아한다.
시하 손을 잡고 같이 튜브 썰매장으로 향한다.
올라가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내려가는 스릴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오빠 같이 가!”
하나가 연주랑 손을 잡고 그 뒤를 따른다.
승준이에게 늘 틱틱거리면서 놀 때는 한마음으로 논다.
보통 뒤따르는 경향이 있다.
연주는 그냥 어찌 되었든 좋다는 반응이었다.
“형아. 잘 봐!”
시하는 그냥 내가 보고 있으면 되는 타입인 것 같다.
뭐지? 스트리머의 자질이 있는 걸까?
어릴 때부터 너튜브 영상을 올려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일개미 때 인기의 맛을 보았던가.
“잘 봐!”
“응. 그래. 보고 있어.”
어릴 때부터 쭉 봐왔으니 보는 거야 문제없다.
콕콕.
누군가 어깨를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돌아보니 삼촌이다.
“시혁아. 저기 안마 기계 있다던데 나 저기 좀 갔다 올게!”
저기요? 삼촌? 놀러 오셨습니까?
“여기 좋네. 부모님들이 쉴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네. 다녀오세요.”
“그래~”
남녀 따로 수면실이라고 있었는데 거기 안마기를 즐기러 가신다.
꼭 삼촌 같은 분이 있지. 애들은 엄마에게 맡기고 자기는 안마 기계에 몸을 맡기고.
그러다가 잠이 드는 거다.
역시 백수 삼촌은 차원이 다르구나. 놀러 와서도 쉴 구멍을 찾고 있어!
무인도에 던져 놓아도 나무 위에서 편하게 주무실 분이다.
“윤동아. 저거 타자!”
끄덕.
은우와 윤동은 유독 탈 것을 좋아했다.
오토바이랑 레이싱카 같은 거 말이다. 저런 놀이기구는 막 빠르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했다.
한두 바퀴 돌면 끝인데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랩과 춤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탈 것을 좋아하는 건가? 뭔가 저 나이에 저런 걸 타니까 비행 청소년 같은 느낌인데?
“좋아. 오늘은 여기를 깨는 거야.”
“종수야. 여기?”
“응.”
커다란 미로 정글짐.
1층에서부터 4층까지 있는데 딱 종수가 좋아할 스타일이다.
물론 재휘는 정글짐의 커다란 위용에 몸을 떨고 있었다.
재휘 스타일을 굳이 고르자면 정적인 놀이를 좋아한다.
레고라든지 물고기 낚시라든지 말이다. 혹은 게임도 좋아한다.
아까 올 때 게임기가 있는 쪽과 낚시놀이가 할 수 있는 쪽으로 시선이 간 것을 보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자기주장보다는 대세를 따르는 편이기 때문에 종수에게 끌려 다닌다.
“저기 재밌을 것 같지 않아?!”
“뭔가 무서운데…….”
“다 해 보는 거지. 내가 이런 미로 같은 건 잘해. 가자!”
그렇게 미로에 들어가며 재휘가 허우적거리는 걸 보는 것도 재밌었다.
“형아. 보고 있어?!”
“어, 어! 보고 있어!”
“안 보고 있었지?!”
“아니야. 보고 있었어.”
안 보고 있을 때 꼭 걸리더라.
뭔가 공부 그만하고 쉬고 있는데 엄마가 들어와서 그걸 본 느낌이다.
“또 미끄럼틀 타?”
“응!”
뭔가 미끄럼틀 종류가 참 다양하게 많았다.
화산도 여기에 마련되어 있었는데 분화구에 공이 튀어나온다.
공 하면 승준이 참을 수가 없지.
“형아. 로봇!”
“우와. 그러네?”
로봇도 탈 수 있었는데 직접 조종하는 거였다.
그런데 시하가 몸이 작아서인지 혼자 탈 수 없어서 함께 타서 조종했다.
신나는 노래가 나오며 움직이는 로봇에 시하가 눈을 반짝인다.
“우와! 우와!”
나도 꽤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이런 로봇을 조종하는 건 나도 처음이니까.
“오빠. 이제 저기 가자. 저기!”
하나가 승준의 옷을 잡고 한 곳을 가리켰다.
역할 체험파크.
소꿉놀이 좋아하는 하나답다고 생각한다.
***
시하는 삼촌을 찾아갔다.
놀고 있었을 때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놀고 나니까 주변에 삼촌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삼촌!”
삼촌이 안마 의자에 앉아서 편안하게 잠에 빠져 있다.
시하는 안마 의자의 강도를 최대로 높였다.
삼촌에게 장난 당한 것을 갚아줄 때가 왔다.
이 기회는 놓칠 수가 없었다.
덜컹덜컹.
안마 의자가 출력을 높인다.
“어억!”
잘 자고 있던 삼촌이 아픔에 눈을 떴다.
“어어억.”
시하는 괴로워하는 삼촌을 보며 웃었다.
삼촌이 허리를 들어 안마 의자의 강도를 약으로 맞췄다.
“삼촌. 일어났어?”
“깨우는 방법이 아주 악랄하네. 시하야. 이거 감당되겠어?”
“삼촌. 무슨 소리야?”
“모르는 척하지 말고. 이거 네가 그랬잖아.”
“아니야. 나 왔을 때 이미 이렇게 되어 있었는데?”
“어허. 삼촌이 딱 보면 알지. 너 거짓말하는지 안 하는지.”
“삼촌 거짓말.”
“진짜야. 삼촌이 어?! 이런 거 전문이라고.”
“정말?”
“그럼.”
“그럼 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지 알려줘.”
“어?! 너 말할 때 눈이 아주 흔들리고 호흡도 일정하지 않아.”
“그럼 눈감고 거짓말하면 안 걸려?”
“그건 아니지. 아무튼! 너 왜 이렇게 깨운 거야. 어휴. 등이 아프네.”
“나는 안 했다니까.”
“이걸 안 걸리네.”
삼촌이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찼다.
시하는 유도신문에 걸리지 않았다. 이미 하도 많이 걸려봐서 이런 거에는 손쉽게 걸려들지 않는다.
“삼촌. 이제 같이 놀자.”
“그냥 친구들이랑 놀면 되잖아.”
“아니야. 삼촌이 있어야 해.”
“난 왜?”
“꼭 필요해.”
“어휴. 애들이랑 놀아주기 힘드네.”
“삼촌. 내가 삼촌이랑 놀아주는 거야. 삼촌 여기에 돈 내고 왔는데 이대로 자기만 하면 아깝잖아. 그치?”
“아니. 난 만족스러운데?”
“나중에 밤에 안 자다가 형아한테 혼나지 말고 빨리 와.”
“아니. 안 혼나거든?”
삼촌은 슬쩍 시혁을 본다.
다행히 대화를 듣지는 않고 살며시 웃으며 폰으로 톡을 보내고 있다.
분명 여자 친구인 서수현과 이야기 하고 있는 거겠지.
“저기 시하야.”
“응?”
“너희 형아도 밤에 늦게까지 안 자거든?”
“아닌데. 형아는 나랑 맨날 같이 일찍 자는데?”
“쯧쯧. 어린 게 뭘 알겠어.”
“???”
시하는 어찌 되었든 삼촌을 깨운 것에 성공했다.
곧장 친구들이 있는 역할 체험파크로 갔다.
마트, 병원, 뷰티 살롱, 교실, 경찰서 등이 있었다.
“야. 이시하. 빨리 와.”
종수가 재촉했다.
다들 경찰서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삼촌이 뭐가 뭔지 싶어서 두리번거렸다.
“삼촌. 이제 여기 들어가.”
“여기 철장 아니야?”
“맞아. 삼촌은 잡혀 들어갔어.”
“대체 왜?”
“그건 이제 경찰이 말할 거야.”
“경찰이 누군데?”
“종수!”
종수가 어디서 얻은 파일을 들고 있었다.
“자자. 아저씨. 조용히 하세요. 조용히! 묻는 말에만 대답해!”
“나 그렇게 시끄럽게 안 했는데?”
종수는 어디서 본 게 있는지 파일로 책상을 탕탕 친다.
“자. 이름.”
“이시하.”
“아니잖아. 그 이름!”
“맞는데요.”
“외국인인데 한국 이름이 있어?”
“한국 이름이 이시하입니다.”
“확인해 봤는데 이화상이라는 이름이던데?”
“그걸 네가 어떻게?”
옆에서 시하가 말했다.
“삼촌. 내가 알려줬어. 삼촌 한국 이름.”
“아무리 그래도 그 이름은 아니지!”
“잘했지?”
“이게 잘했다는 표정으로 보이냐?”
시하가 뿌듯한 얼굴을 했다.
삼촌을 놀리는 데 성공한 만족감이 가득했다.
“자. 자. 조용. 조용. 나이.”
“18살이요.”
삼촌은 뻔뻔했다.
종수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얼굴이 18살이 아니잖아요!”
“외국인이라 빨리 늙어 보여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 늙었잖아요!”
“야! 나 아직 젊어!”
삼촌이 발끈했다. 한창 민감할 나이였다. 한 살이라도 더 먹는 걸 신경 쓰고 있었으니까.
“아. 아무튼 18살이야. 나 미성년자니까 이제 보내줘.”
“나이는 60살.”
“야! 그건 아니다!”
삼촌이 항의했지만 이미 60살 외국인으로 기록됐다.
“근데 무슨 일로 잡혔는데?”
“너무도 많이 사랑한 죄로 잡혔어요.”
“그거 노래 아니야? 종수 너 옛날 노래 좀 아네?”
“널 너무도 많이 사랑한 죄로 잡혔어요.”
“근데 그걸로 못 잡아.”
옆에 있던 연주가 가죽옷을 입고 나타났다.
“미안하지만 그걸로 잡힌 거예요. 너무 사랑하면 집착이 되니까.”
“응?”
“데이트 폭력. 당신은 그걸로 잡힌 거예요.”
“오호.”
삼촌이 제법이라는 듯이 연주를 보았다.
연주가 그런 반응에 어깨를 으쓱했다. 요즘 드라마를 열심히 보아서 나온 생각이었다.
“그거면 잡혀 올 만하지.”
하나가 나왔다.
“제 스토커예요. 그걸로 잡혀 왔어요.”
“응?”
“전 아이돌이에요.”
“대체 범죄가 몇 개야?”
그때 시하가 삼촌 옆에 섰다.
“삼촌! 또 사고 쳤지?!”
“어어?”
“어휴. 대체 몇 번이나 잡혀 들어가는 거야. 내가 얼마나 여기 자주 오는 줄 알아? 인제 그만 오고 싶다고.”
“거의 뭐 내가 밥 먹듯이 왔나 보네.”
시하도 뭔가 본 게 있는 듯 삼촌에게 이런 대사를 건넸다.
아무래도 삼촌이 드라마를 하도 많이 봐서 시하 역시 영향을 받았나 보다.
그런데 그다음 대사는 생각나지 않는지 머뭇거렸다.
“아!”
“아, 뭐?”
“삼촌 이제 모기징역이야.”
“모기징역은 뭐야? 모기 되는 거냐? 무기징역이겠지.”
“아! 그거!”
“뭔 줄 알고 말하는 거야?”
“몰라!”
시하는 당당했다.
삼촌은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렸다.
이런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이랑 경찰서에서 역할 놀이를 해야 한다니.
연기라는 게 뭔지 보여줘야겠다.
삼촌이 쾅 하고 책상을 치고 일어났다.
“마!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내가 임마! 느그 서장이랑 으잉! 밥도 묵고! 으잉! 사우나도 가고! 다 했어! 임마!”
승준이 말했다.
“사커는요?”
“어? 뭐? 크흠. 사커도 했어!”
시하가 말했다.
“그거 다 형아랑 한 거 아니야?”
삼촌은 생각했다.
‘아니. 갑자기 현실 들이밀기 있냐?’
***
아이들과 참 열심히 놀았다.
여기는 식당도 있어서 다 같이 떠들썩하게 먹었다.
졸업식 날이라서 슬프기보다는 그냥 다 같이 모여서 논 것 같다.
실제로 다 같은 학교라서 헤어진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기껏해야 선생님들을 자주 못 만난다는 것뿐이다.
하긴 만나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니까.
그래도 새로운 학교를 가고 새로운 선생님들을 만나면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일상이 달라지는 지점.
그게 졸업이다.
“우리 다 같은 반이면 좋겠다!”
밥을 다 먹고 디저트를 먹고 있을 때쯤에 시하가 한 말이었다.
다른 아이들도 시하의 말에 동의했다.
그 잘난 종수도 시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시하랑 늘 투덕거린 것 같았는데 역시 떨어지려니 섭섭함이 있나 보다.
“어? 시하랑 떨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승준이 말했다.
“와. 종수 실망이네.”
“아니! 뭐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거지. 하하하!”
“앞으로 우리는 적이다!”
“그거 한번 말했다고 적이냐!”
시하가 말했다.
“종수 혼자 떨어지면 재밌겠다.”
“야! 이시하!”
과연 이 애들이 어떤 반이 될지 궁금하다.
그래도 사립초등학교니까 반이 적은 걸 고려하면 충분히 한 반에 모일 가능성도 있었다.
전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 사람만 덩그러니 떨어지지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