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0)
형제의 축구-10화(10/251)
형제의 축구 10화
첫 경기
“할머니, 할머니!”
어두운 밤.
멀찍이서 리어카를 끌고 오는 할머니를 보고서 정우가 활짝 웃으며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그랴, 밥은 묵었냐?”
“으응, 감독님이 순대국 사 줬어!”
정우의 말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랴, 고맙기두 해라.”
여전히 운동을 시키는 게 마뜩치 않은 할머니였지만, 지금은 차라 잘되었다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나중에는 몰라도 지금 당장은 그 감독 나부랭이를 만난 덕에 애들이 자신이 먹일 때보다 더 잘 먹고 다녔으니 말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먹은 순대국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던 정우와, 옆에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군침을 삼키던 윤석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아른 거린다. 얼마나 속이 쓰리고 아프고, 슬프던지 손주들이 자는 틈에 홀로 눈물로 밤을 지새웠었다.
“나중에 뭐로 성공하든, 먹고 살든 감독한티는 백배, 천배로 갚아야 한다. 알았누?”
“으응!”
“그랴, 그래야 이 할미 손주지. 형은?”
“씻고 있어. 할머니는 진지 잡쉈어?”
“으응, 아니, 집서 밥 먹어야지.”
끼니를 거르는 게 일수였던 할머니였지만, 한번 쓰러진 이후부터는 하루 한 끼라도 꼭 끼니를 든든히 챙겨 먹었다. 아이들 먹일 걸 자신이 먹는다는 생각에 싫기는 했지만, 행여나 또 쓰러져 이 불쌍한 손주들을 두고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으응! 내가 상 차려 둘게!”
정우가 할머니를 뒤로하고 달려가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 막내 손주의 모습을 바라보며 할머니는 흐뭇하게 웃음 지었다.
요즘은 감독 덕분에 끼니를 잘 챙겨 먹어 아이들의 볼살이 더욱더 포동포동하게 올랐다. 할머니 입장에서 기꺼운 일이었다.
집으로 들어가 손주가 차려 준 밥상에 앉아 밥을 먹는 사이 정우가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입더니 할머니 앞에 나타났다.
“짠!”
“어이구, 그게 뭐여?”
“감독님이 주신 유니폼이야. 멋지지, 할머니?”
정우가 환한 얼굴로 말하며 이리저리 몸을 빙빙 돌리며 할머니에게 유니폼을 자랑한다.
JH 축구 아카데미에서 받은 유니폼으로 유니폼의 기본 디자인은 잉글랜드의 명문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이었다.
“이야, 우리 손주 참으로 이쁘네!”
할머니가 호호,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왜소하고 키가 작은 정우였지만, 친엄마를 닮아서 얼굴이 곱상하니 잘생겨 뭘 입어도 멋지기보다는 곱상하니 이뻤다.
“이 씨, 멋있다고 해 줘!”
“호호호. 멋있는 건 네 형이지.”
반대로 윤석이는 아버지를 닮아서 선이 굵은 남자의 그것이었다.
부모를 각각 닮아 잘생긴 손주들의 얼굴은 할머니의 또 다른 자랑이었다.
“저 옷 입고 내일 축구 시합해, 할머니.”
그사이 다 씻은 정우가 집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그러냐?”
“으응, 진짜 다른 팀이랑 시합하는 거야.”
윤석은 그리 말하면서 정우의 유니폼을 바라봤다.
“저게 영국에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이래. 그 있잖아, 박지석 선수가 뛰는 팀.”
“그랴? 이 할미가 그런 걸 어찌 알겠누. 잘하는 팀이여?”
“으응,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팀들 중 하나래요. 박지석 선수가 거기서 1년에 수십억은 받는대.”
“어이구, 그렇게나 많이?”
“응.”
윤석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열의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나도 커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갈 거야, 할머니. 수십억씩 연봉 받으면 할머니 집도 사 주고 옷도 사 주고 다 사 줄게요.”
“나도! 나도!”
형제의 말에 할머니는 그저 웃었다.
“그랴, 내 새끼들 그리 될 거고말고. 그래야지…….”
문득 추운 겨울에 얼어 죽은 자식 놈이 생각났다.
“못난 애비 대신 애비 평생소원도 들어주지.”
그래, 기억났다.
먼 옛날, 축구를 하면서 자신도 독일로 가서 차범군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될 거라며 포부를 자랑하던 아들의 모습이 말이다.
“니들이 대신 하는 겨.”
문득 아이들이 노력해서 애비가 못다 한 꿈을 대신 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할머니였다.
“으응, 꼭…… 그럴게요.”
윤석이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조손지간의 밤이 깊어져 갔다.
* * *
아침 일찍 송진호가 아이들을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형제를 보며 송진호는 웃으며 아이들을 반겼다.
“그래, 잘들 잤냐?”
“네!”
“허허, 그래. 얼른 타라.”
뒷 자석에 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송진호는 뒤따라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아이들과 함께한 지도 어느덧 2개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얼음장 같은 추위도 점점 포근하게 바뀌어 갔고, 형제도 점점 축구를 제대로 알아가고 있었다.
“오늘 첫 시합인데, 기분이 어떠냐?”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다른 축구 교실과 시합을 가지게 되었다.
“음, 기대돼요!”
“얼른 뛰었으면 좋겠습니다.”
형제의 말에 송진호는 흐뭇하게 웃었다.
첫 시합이라 떨릴 만도 한데 오히려 아이들이 전의를 불태우니 그것조차도 예쁘게만 보이는 송진호였다.
“그래, 얼른 가자.”
송진호는 차를 몰아 부천 종합 운동장을 향했다.
오늘은 늘 뛰었던 축구 아카데미의 연습장이나, 대학 축구팀의 운동장이 아닌 부천 종합 운동장에 위치한 보조 축구 경기장에서 시합을 가지게 되었다.
“오셨어요, 형님.”
보조 경기장에 도착하니 먼저 와서 기다린 최기웅이 송진호에게 꾸벅 인사했다.
“그래, 최 감독. 다른 애들은 아직 안 왔나 봐?”
“하하, 뭐 학부모님들이 각자 데리고 온다고 해서 아직 몇 명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최기웅의 말에 송진호는 혀를 끌끌 찼다.
“거참, 함께 이동하면 좋은데 꼭 굳이 지들 차로 데리고들 오고 그래.”
“어쩝니까, 아직 학부모 등쌀이 심한 나이의 애들인데요.”
그리 말하면서 최기웅은 형제를 바라봤다.
처음 형제를 들일 때 참 말이 많았다. 듣도 보도 못한 애들이 갑자기 나타났는데 실력도 보통이 아니라는 말이 나오니 자기 자식이 뛸 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학부모 일부가 눈에 불을 켜고 따지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제를 본 최기웅은 송진호와 마찬가지로 그들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스스로를 개 눈, 똥 눈이라 말하고 다닐 정도로 선수 보는 눈이 없다고 하는 최기웅이라고 해도 워낙 남다른 형제의 재능을 못 알아볼 수가 없었던 거였다.
이 아이들을 보니 요원했던 U-15 유소년 클럽 대회 우승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어차피 돈 보고 축구 교실을 운영하는 게 아닌 최기웅은 과감하게 항의하는 학부모의 아이들을 포기했다. 최기웅이 형제를 포기하지 않자 자연스럽게 나간 것이다.
남은 아이들끼리도 마찰이 있긴 했지만…….
‘덩치값은 하더만.’
압도적인 덩치의 윤석의 주먹 아래 정리가 되기도 했고, 전국 대회 우승컵을 부르짖는 최기웅의 외침에 혹한 학부모들도 있어 좋게 넘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이 최기웅 일생일대의 U-15 대회 우승을 향한 첫 걸음이었다.
오늘 잘해야 아직도 불만이 잠재되어 있는 학부모들을 진정시키고 재능 있는 아이들을 이끌고 앞으로 일정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잘하자. 이겨야 한다, 오늘은. 알았지?”
“네.”
“넵!”
형제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으로 아카데미 내부에서 축구 시합을 가진 이래 형제는 나름대로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 아직 모르는 게 많았지만, 모르는 부분을 재능이 채워 줬기 때문이다.
“얼른 옷 갈아입고 준비해라.”
최기웅의 말에 형제가 고개를 끄덕이곤 옷을 갈아입었다.
붉은색 유니폼에는 생애 처음으로 형제가 받은 등 번호가 마킹되어 있었다.
17번과 18번이었다.
빈 등 번호 중에서 임의로 배정받은 거였지만, 형제의 생애 처음으로 받는 등 번호였다.
“후우, 잘할 수 있을까?”
경기가 점점 코앞으로 다가오자 윤석이 긴장된 얼굴로 중얼거렸다.
형의 말을 들은 정우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잘해야지. 맨유 가고 싶다며, 형.”
“으응, 그렇지.”
“가자, 꼭. 우리 둘이 같이.”
정우의 말에 윤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흘렸다.
주목받지 않는 불모지와 같은 한국 유소년 축구계에서…….
형제의 축구가 시작되었다.
* * *
U-15는 그보다 아래 단계라고 볼 수 있는 U-12와 달리 성인 축구에 준해 열한 명이서 축구를 하게 된다.
시간은 전, 후반 35분씩으로 성인 축구와 비교하면 10분씩 시간이 짧긴 하지만 본격적으로 축구다운 축구를 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었다.
JH 축구 아카데미의 오늘 상대는 부천 축구 교실.
여러 곳 생긴 축구 교실 중에서 유일하게 부천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부천 지역에서는 그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이었고, JH 아카데미 중등부 팀에서는 단 한 번도 이겨 본 전적이 없는 강팀이었다.
이번 경기는 봄에 찾아오는 경기도 지역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를 앞두고, 부천 축구 교실이 연습 상대로 JH 축구 아카데미를 지목해서 열리게 된 경기였다.
“다들 알다시피 부천 축구 교실은 강하다. 그런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할 거야. 우리도 이번에는 전국 대회, 아니, 하다못해 지역 대회라도 우승해 봐야 할 거 아니냐. 오늘은 그 시작이 되는 거다. 알았지?”
최기웅이 결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선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감독님!”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자 최기웅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들의 어깨를 두들겼다.
선발로 출전하는 아이들이 그렇게 필드 위로 들어섰다.
“후우.”
최기웅은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심호흡하고는 벤치로 돌아왔다.
폴리카보네이트 지붕 아래 자리 잡은 플라스틱 재질의 벤치에는 송진호와 몇몇 아이들, 그리고 형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쩝.”
내심 형제를 선발로 내세우고 싶었던 최기웅이지만,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학부모들의 눈치에 아이들을 선발로 보내지 못했다.
오늘 찾아온 학부모들은 최기웅의 선수들 중에서 주전으로 뛰는 아이들의 부모가 많았다. 유입이 쉽지 않은 만큼 적어도 주전만큼은 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거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아직 형제는 자신의 축구에 녹아들지 않았다.
최기웅이 추구하는 축구는 패스를 통한 점유율 축구.
흔히들 말하는 티키타카 전술이었다.
현대 축구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티키타카, 그리고 라마시아의 훈련 시스템을 나름대로 준비하려고 하는 것이다.
티키타카는 오랜 훈련과 전술 이해도를 통해서 빛을 발휘하는 만큼 이제 막 축구를 입문한 것이나 다름없는 형제에게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삐익, 삐익!
그 가운데 선축과 골대 위치를 정하고 휘슬이 울려 퍼졌다.
경기장을 바라보니 부천 축구 교실이 공을 가지고서 라인을 최대한 아래로 내려놓고 공을 전개하고 있었다.
“저 지긋지긋한 ‘뻥축구’ 같으니라고.”
최기웅은 그런 상대방을 보고 혀를 찼다.
부천 축구 교실의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올해 나이가 쉰이 넘어가는 양반이었는데, 그는 고전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선수비, 후역습.
이 패턴은 강팀을 만나든, 약팀을 만나든 변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이 연습 경기 자체가 수비를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 준비한 것인 만큼 그들은 철저히 수비 축구로 경기를 풀어 나갈 것이다.
“쩝…….”
JH 아카데미는 패스를 통해서 이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남아 있었다.
팀의 주포가 없었다.
패스의 끝, 골을 만들어 줄 공격수가 마땅히 없었던 것이다.
문득 송진호를 바라보게 된다.
송진호가 했던 말이 생각난 것이다.
패스만 죽어라 하고 골을 넣지 못하면 그건 티키타카가 아니라 일본 축구라고 했던가?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 가운데 자신의 선수들이 부천 축구 교실 선수들의 수비 축구에 휘말려 점점 라인을 올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이고, 올라가지 마라, 얘들아!”
최기웅이 버럭 소리쳤다.
역습을 대비하기 위해서 간격을 그렇게 강조했는데 결국 휘말려서 전체적으로 라인이 너무 깊이 올라가 버렸다. 게다가 미드필더 라인은 더욱더 높이 올라가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의 공간이 지나치게 넓어졌다.
펑!
그것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부천 축구 교실에서 수비 라인까지 내려간 공을 전방을 향해 뻥하니 차올렸다.
다급하게 미드필더들이 내려가는 가운데, 빈 공을 보고서 중앙 수비 하나가 서둘러 앞으로 달려 나간다.
“음.”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송진호의 얼굴이 굳는다.
상대방 공격수가 JH 아카데미의 수비수와 붙었는데 나름대로 수비수보다 공격수의 체구가 더욱더 탄탄하고 장신이었다.
그리고 수비수보다 훨씬 노련했다.
수비수의 어깨를 짓누르다시피 하면서 뛰어올라 공을 수비수의 뒤로 떨군다.
기다렸다는 듯이 옆에 있던 또 다른 상대편 공격수가 덩치 큰 공격수가 흘려 준 공을 받아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미 뻥 뚫려 버린 빈 공간을 아주 잽싸게 파고들었다.
“어휴…….”
최기웅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전반 7분 만에 상대방의 선취골이 터졌다.
그리고 연이어 11분, 14분에 2골이 연달아 터지면서 경기는 순식간에 3 대 0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최기웅의 얼굴이 굳어지는 가운데.
어지간해선 자신의 팀이 아니기 때문에 간섭하지 않으려고 했던 송진호가 입을 열었다.
“최 감독, 아무래도 수비수 앞에 미드필더를 하나 더 둬야 하지 않겠어?”
상대방은 뻥축구라며 욕먹는 팀이긴 해도 그 뻥축구도 수준이 남다르면 킥 앤 러시의 훌륭한 전술이 되는 법이다. 적들은 매우 훌륭하게 킥 앤 러시의 전술을 운용하며 아직 전술 이해도가 높지 못해 간격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최기웅의 팀을 유린하고 있었다.
송진호는 아마 상대 팀 감독이 어쭙잖게 티키타카를 따라하려는 최기웅을 비웃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격진과 수비진을 이어 줄 중간고리가 최기웅의 팀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에요, 수비형 미드필더 뒀습니다. 근데…….”
답답한 얼굴로 최기웅의 시선이 미드필더 라인 가운데 선수를 바라본다.
“공격 본능이 너무 뛰어나서 지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가려고 하는 것뿐이지.”
나름대로 실력도 있고 센스도 뛰어나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 둔 녀석이, 감독의 말을 듣지 않고 공격하기 위해 자꾸만 위로 올라가다 보니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거다.
“허허.”
아이의 공명심이라고 해야 하나.
골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특유의 발상이 최기웅이 나름대로 어렵게 세워 둔 전술을 무너뜨리고 있었던 거다.
“으음.”
최기웅은 뒤를 바라봤다.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면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필요 없다.
그렇다고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 둘 정도로 뛰어난 것도 아닌 어중간한 선수인 바에야.
벤치를 달구고 있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최기웅의 시선이 문득 한 아이에게 멈춰 선다.
“윤석아.”
최기웅이 조용히 윤석을 불렀다.
“네, 감독님.”
“준비해라.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들어가 보자.”
“제가요?”
윤석이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가리켰다.
지금까지 윤석이 연습했던 위치는 수비수였기 때문이다.
윤석의 덩치와 제공권, 그리고 수준급의 볼 트래핑 능력을 본 송진호는 수비수 출신인 만큼 윤석에게 수비수가 적합하다 생각하고 수비수로서 자신의 경험과 기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윤석은 지난 훈련 동안 그 외에 포지션에는 단 한 번도 뛰어 본 적이 없었다.
“걱정할 거 없다. 역할은 똑같다고 볼 수 있어. 다만 수비수 앞에서 수비를 하는 거야. 수비수를 지켜 주는 거지, 윤석이가. 그리고 공을 뺏으면 그대로 공을 앞으로 보내 주면 되는 거야. 할 수 있겠지?”
수원이 계속해서 JH 아카데미의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의 공간을 이용해 공격을 이어 나갈 수 있는 것은 그 사이에서 제공권을 꽉 잡고서 있는 상대방 타깃형 스트라이커 때문이었다.
몸싸움도 잘하고, 피지컬도 상당히 좋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녀석이 들어간다면?
그런 기대감으로 최기웅이 윤석을 바라보자, 이내 윤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생 처음 뛰어 보는 포지션이라고 해도 어쨌든 시합에 나갈 수 있는 거다.
“하겠습니다.”
“그래, 준비해.”
그렇게 형이 먼저 필드 위에 오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