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00)
형제의 축구-100화(100/251)
형제의 축구 100화
우레와 같은 라이프치히 관중의 함성 소리 속에서 슈투트가르트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분데스리가로 돌아온 그들은 RB 라이프치히가 비록 역사가 짧은 팀이라고 해도 자신들과 달리 우승을 노릴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지닌 팀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감독도 승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워낙 강팀이기에 지지 않는 싸움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2골을 헌납하게 되었다.
90분 내내 경기를 진행해도 넣지 못할 수도 있는 점수를 6분 만에 넣은 것이다.
이 점수를 따라잡기 위해서 남은 시간을 모두 투자해도 가능할까 싶었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많았다.
슈투트가르트의 감독은 수비보다는 공격할 것을 지시했다. 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에 따라 충실히 공격하기 위해 라인을 전진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RB 라이프치히와 부딪쳐 본 적이 없는 슈투트가르트의 선수들은 RB 라이프치히의 타이트한 압박을 버거워했다.
공간을 좁게 가져가면서도 왕성하게 움직이면서 사방에서 선수들이 압박해 들어오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템포가 어긋나면서 경기 자체가 엉망이 되어 가고 있었다.
RB 라이프치히는 구석 끝까지 몰아넣은 먹이를 서서히 조여 가기 시작했다.
수비 라인이 바짝 올라오면서 슈투트가르트의 2선을 중원과 함께 압박하기 시작했다. 좁은 공간에서 테로데는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공격수였고, 그건 2선의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공을 전개하지 못하자, 침머만에게 향하는 공이 많아졌고, 침머만마저 압박해 들어가자 이제는 수비 진영까지 공이 내려가 무의미하게 점유율만 가져가는 패스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RB 라이프치히의 공격진은 공격 방향을 자꾸만 그로스크로이츠가 있는 쪽으로 가져갔다. 한 방향으로만 공이 전개되면 수비가 더욱 수월해진다.
어느새 2선까지 올라온 중원의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슈투트가르트는 라이프치히의 기준으로 왼쪽에 갇혀 버렸다.
그 순간 정우가 바움가르틀과 무의미한 패스를 주고받는 그로스크로이츠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공을 낚아챘다.
그로스크로이츠가 당황하며 정우에게 달려가려는 순간 공은 이미 케이타에게 향해 있었다.
케이타가 공을 받는 사이 윤석이 2선 중앙으로 치고 올라갔다.
케이타는 자신의 앞에 있는 윤석에게 공을 패스했다.
윤석은 이를 악물고 전진했다.
바움가르틀과 카민스키가 윤석을 보고 사색이 되었다.
거대한 덩치에 표정을 굳힌 윤석의 모습은 흉신악살이었다.
폭군이라 불리게 된 그 위압감이 두 선수를 사로잡는 가운데 공격진들까지 정신 사납게 움직이니 어디를 막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아니, 막을 필요가 없었다.
젤케가 컷 아웃해 카민스키를 끌어내리는 순간.
2선에서 좀 더 올라오던 윤석은 그 공간을 향해 지체 없이 강력한 슈팅을 날린 것이다.
꽈앙!
천지를 뒤흔드는 천둥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공이 뻗어 나간다.
용이 지나가는 것처럼 난폭하게 꿈틀거리며 뻗어 나가는 공은 골키퍼가 질색하는 무회전 슈팅이었다.
회전하지 않은 공이 바람을 가르며 랭거락의 앞에서 마구 흔들리면서 그를 희롱했다. 랭거락은 흔들리는 공을 보며 다시 위치를 잡았지만, 그것을 비웃든 공이 또다시 흔들려 꺾이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제 골라인 앞이었다.
당황한 랭거락이 점프해 몸을 날리며 공을 향해 손을 가져간다.
그래선 안 되는 거였다.
윤석이 수많은 경기에서 적지 않은 골키퍼를 부상으로 몰아 갔던 패턴이었다. 손끝으로, 손가락으로 받아서는 안 되는 공이 윤석의 슈팅이었다.
그걸 간과한 랭거락의 손가락이 공에 닿는 순간 오히려 손이 뒤로 퉁겨지면서 짜릿한 고통을 느껴야 했고, 공은 손마저 뿌리치고 야속하게 골라인을 넘어서 그 안에서 골대를 때리며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골! 골골골! 전반 16분, 라이프치히가 세 번째 골을 만들어 냅니다. 한윤석의 강력한 캐논 슛!
-아, 잔인한 위력입니다! 여기서도 골대를 때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이었어요. 랭거락, 괜찮은가요? 분명 손끝으로 공을 막는 것 같았는데요?
-아, 그러네요. 랭거락 골키퍼, 쓰러진 채로 손을 부여잡습니다.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관중마저 놀라서 필드를 바라봤다.
노련한 골키퍼들이 많은 이곳에서 흔치 않은 광경이었다. 슈팅을 막다가 부상을 당하는 일 말이다.
-한윤석은 올림픽에서도 슈팅으로 골키퍼의 부상을 만들어낼 정도로 위력적인 슈팅을 자랑하는 선수입니다. 티모 호른의 팔마저 뿌리치고 골을 만들어 낸 슈팅인지라, 독일에서도 유명해서 몇몇 준비가 철저한 팀에서는 골키퍼에게 충분히 대비하도록 지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슈투트가르트는 그러지 못한 모양이네요.
-랭거락이 빠지고 옌스 그랄 선수가 들어갑니다. 랭거락과 기량 차이가 꽤 큰 선수로 알고 있는데요, 불안합니다. 슈투트가르트!
해설의 말대로였다.
골키퍼 교체는 슈투트가르트에게 악몽의 시작이었다.
전반 만에 단숨에 3골을 뽑아낸 라이프치히의 기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꺾여 버렸다.
전반에 의지를 잃어버린 슈투트가르트를 상대로 RB 라이프치히는 미친 듯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면서 슈투트가르트를 농락했다.
뒤늦은 수비수들의 필사적인 선전으로 세 번의 위기 상황을 넘겼다.
-전반전도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평소 열정적으로 라인 앞에 서서 선수들을 지휘하는 하센휘틀 감독도 여유롭게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이 팀 너무 강합니다.
-이 기세라면 다른 팀들은 지난 시즌보다도 더 RB 라이프치히를 경계해야 합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바움가르틀 선수의 패스 미스! 한윤석 선수가 또다시 침머만을 향하는 공을 가로챕니다! 기다렸다는 듯 골대로 진격하는 황소들!
공을 빼앗은 윤석은 전방을 바라봤다.
빠르게 침투하는 두 선수와 반대로 2선으로 내려오는 젤케에게 공을 패스했다.
벤제마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로 진화하던 젤케는 오늘 역습 상황에서 윤석이 후방에서 공을 가로챌 경우 2선으로 내려와 공격진의 플레이 메이커 역할로 빠른 역습을 할 수 있도록 짜여 있었다.
공을 받은 젤케는 빙글 돌면서 전방을 바라봤다.
그런 젤케를 막기 위해 위로 올라왔던 인수아가 중원으로 올라온 상황이었고, 오히려 그 덕분에 로벤에게 패스할 공간이 생겨났다.
오른쪽 측면 라인을 향해 젤케가 스루 패스를 찔러 넣었다.
카민스키의 근처에 있던 로벤은 공이 움직이는 순간 젤케가 노린 곳을 향해 달려 나갔다.
빠른 발로 공을 잡은 그는 카민스키가 자신에게 달려오자 그대로 돌진해 카민스키를 화려한 드리블로 제치고 중앙으로 공을 밀고 들어왔다.
정평이 나 있는 로벤의 필살기가 있었다.
컨디션이 좋으면 알고도 못 막는다는 그것은 이미 정우가 첫 골을 만들 때 보여 줬던 거였다.
훌륭한 제자가 자신과 비슷한 패턴의 골을 넣는 것을 보고 자극받은 듯, 로벤이 중앙으로 들어오다가 골대를 향해 공을 감아 찼다.
수비수들의 도움으로 실점을 면하고 있던 옌스 그랄은 결국 자신의 기량을 넘어서는 그 슈팅을 막아 내지 못하고 RB 라이프치히의 네 번째 골을 헌납했다.
-RB 라이프치히가 전반전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네요. 후반전에 체력을 낭비하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슈투트가르트, 이 정도 경기력이면 다시 2부 리그로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RB 라이프치히가 강하기도 하지만, 슈투트가르트는 그런 강팀을 상대로 아무런 준비도 제대로 해 오지 않았습니다. 2부 리그에서 승격을 노리던 그대로 한심한 경기를 펼쳐 주고 있습니다.
-원정석 관중도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전반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비우는 관중도 보이네요. 분데스리가에서는 흔치 않은 광경인데, 그럴 법합니다! 화가 날 겁니다! 스코어도 문제지만, 경기 자체가 태만한 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거든요!
해설의 독설은 어쩔 수 없었다.
RB 라이프치히가 잘해 주고 있기도 했지만, 치열한 분데스리가에서 보여 주는 슈투트가르트의 모습은 41년이나 분데스리가에 남았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그때로 돌아갈 의욕도 없어 보였다. 그런 상대를 RB 라이프치히가 짓밟고 있었다.
하센휘틀은 이쯤 되자 오늘 경기로 RB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방심하고 나태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였다.
전반전이 종료되고 하센휘틀은 선수들을 불러 모아 이야기했다.
[오늘 우리가 잘해 주고 있고, 그만큼 우리가 강한 팀이기도 하지만, 슈투트가르트가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이유도 있다. 그리고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니지만, 설령 오늘 이긴다 하더라도 그건 무조건 우리가 잘해서라고 볼 수 없다. 앞으로 많은 일정이 남았으니, 시작부터 긴장을 푸는 일은 없도록 해라!]하센휘틀은 강조 또 강조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훈육하던 하센휘틀이 빠져나가자 한윤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왕 앞서가는 거, 후반에 더 많이 넣어서 슈투트가르트가 약해서 이기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강하다는 걸 보여 주자. 정신적으로나 실력으로나.]윤석의 말에 선수들이 모두 윤석을 바라본다.
그 가운데 정우가 말했다.
[38골을 남은 시즌 동안 넣으려면 오늘 골을 많이 넣어 두는 게 좋겠지.] [38골은 뭐야?] [저 자식 이번 시즌 목표가 40골이란다.] [미친 거 아니냐?] [원래 미친놈이긴 했지.]선수들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간식을 챙겨 먹고 유니폼을 다시 갈아입는 사이, 어느새 후반전이 찾아왔다.
하센휘틀은 후반도 그대로 선수들을 투입했다.
슈투트가르트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를 포기했거나, 지금 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준 모양이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RB 라이프치히가 슈투트가르트를 압도했고, 슈투트가르트는 윤석 때문에 공을 앞으로 전개조차 하지 못했다.
윤석은 경기 내내 할릴로비치와 나비 케이타를 부르며 그들과 협동했다.
윤석의 지시대로 움직이면 신기할 정도로 슈투트가르트가 윤석이 의도한대로 움직이면서 공격을 전개하지 못했다.
-한윤석, 경기를 지휘하는 모습이 마치 카이저와도 같습니다. 선수들이 군말 없이 따라 주고 있어요. 그런데 또 그게 기가 막히게 슈투트가르트의 공격로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 순간 나비 케이타와 할릴로비치가 그의 신하라고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한국에서 한윤석의 별명은 폭군입니다. 독일에게 충격을 선사할 당시에 묘사된 모습도 폭군이었죠. 경기를 자기 마음대로 지배하는 그 모습은 폭군이라고 해도 어색할 게 없어 보이네요.
누군가에겐 폭군이라 불릴지 몰라도.
한 여자에겐 아니었다.
이보네는 오늘 한윤석의 다른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녀만 만나면 어쩔 줄 몰라 하며 바보가 되어 버리는 그녀의 남자친구는 필드 위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있었다.
열정적이고 활동적인 데다가 카리스마가 넘치는 마초적인 느낌, 그야말로 남자다움이 물씬 풍기는 그런 모습이었다.
[대단하네.]저게 과연 그 순박한 윤석인가 싶을 정도였다.
나쁘진 않았다.
자신의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남자다운 모습이 더욱더 그를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한윤석 최고!]자신도 모르게 이보네가 버럭 소리쳤다.
그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이보네의 외침을 듣고는 모두가 이보네를 바라봤다. 이보네가 쑥스러워하는 사이, 라이프치히의 팬들은 와하하,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를 따라 한윤석 최고라 외쳤다.
-관중석에서 한윤석 최고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네요. 네, 그는 최고입니다. 이런 안정적인 미드필더는 본 적이 없어요.
-관중석의 외침에 부응하나요? 한윤석, 전방을 향해 공을 가지고 전진합니다!
침머만이 윤석에게 몸싸움을 시도하다 볼품없이 넘어졌다.
그런 침머만을 뒤로한 채 윤석은 공을 가지고 그대로 전진했다.
4-1-4-1의 포메이션에서 침머만이 무너지는 순간 수비 라인의 앞에는 광활한 공간이 생겨났기에 윤석은 여유롭게 그 공간을 이용해 전진하고 있었다.
뒤늦게 그로스크로이츠에게 공간을 맡기고 올라온 바움가르틀이 윤석의 앞을 가로막지만 윤석은 그런 바움가르틀을 상대로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개인기를 보여 줬다.
라 크로케타로 바움가르틀의 무게중심을 무너뜨리고 그 옆을 스쳐 지나가면서 억지로 자신을 붙잡으려는 그를 완전히 무릎 꿇리고 전진했다.
수비수 하나가 무너지자 슈투트가르트의 수비 진영은 RB 라이프치히의 공격수들로 포화 상태가 되었다.
누군가에게 공을 줘도 골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에서 윤석은 그대로 또다시 공을 몰고 갔다.
카민스키와 그로스크로이츠, 인수아가 다른 선수들을 상대하느라 자신을 완벽하게 견제할 수 없는 사이에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섰고, 뒤늦게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카민스키를 팔로 막아 내면서도 윤석은 태연하게 슈팅했다.
랭거락의 상태를 눈으로 목도한 옌스 그랄은 윤석의 슈팅을 두려워하며 제대로 막지조차 못했다.
철썩!
-슈투트가르트의 선수들, RB 라이프치히의 폭군에게 정복됩니다! 팀의 다섯 번째 골!
한윤석이 자신의 두 번째 골을 넣고 포효하는 사이, 젤케와 정우가 달려오더니 장난스럽게 그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황제 앞에 기사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RB 라이프치히의 황제가 그의 기사들에게 경배받네요!
-아시아에서 건너온 젊은 황제가 분대스리가를 정복하려 합니다! 오늘은 그 선전포고의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설들은 흥분해서 한윤석을 황제, 폭군이라고 연신 불렀다.
오늘 경기를 기점으로 그것은 윤석의 별명이 되어 RB 라이프치히의 듀란(폭군)이란 호칭을 얻었다.
적어도 오늘 경기만 두고 보자면 그 호칭이 분데스리가 전체에 불릴 날이 머지않아 보였다.
오늘 RB라이프치히는 형제의 각각 2골과 로벤의 1골로 5 대 0으로 슈투트가르트를 무릎 꿇리며 개막전을 성황리에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