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01)
형제의 축구-101화(101/251)
형제의 축구 101화
챔피언스 리그 조 추첨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한 RB 라이프치히는 기분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선수들 모두가 로커 룸에서 사진을 찍고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오늘의 승리를 팬들과 함께했다.
“이보네!”
구장을 빠져나오는 가운데 이보네가 윤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보네는 그 사슴 같은 눈을 웃음 지으며 윤석에게 달려왔다.
“웃, 형수네.”
정우는 다가오는 이보네를 보며 움찔했다.
정우는 이보네를 불편해했다. 그녀가 형수라서 그런 것도, 그렇다고 그녀의 성격이 문제도 아니었다. 그저 단 하나, 키가 크기 때문이었다.
주춤주춤 정우가 물러서는 사이 이보네는 훌쩍 뛰어올라 윤석에게 안겼다.
윤석은 그녀를 안아 들면서도 당황해 말했다.
[남들이 봐요.] [뭐 어때요? 우리가 불륜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그녀의 말에 윤석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것도 그러네요.]오오오.
그 순간 뒤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본 라이프치히의 동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야, 진짜 잘 어울리네.] [그래, 여자는 자고로 아담해야지.] [시끄러워!]윤석이 붉어진 얼굴로 그들에게 소리치자, 동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방금 전까지 필드 위에서 불같이 호령하던 윤석의 다른 모습이 웃음 코드였던 모양이다. 그들과 함께 형을 손가락질하며 웃던 정우는 윤석의 꿀밤을 맞아야 했다.
“아야! 왜 나만 때려!”
정우가 불만 가득 인상을 찌푸리자, 윤석은 주먹을 쥐면서 말했다.
[안 그래도 쟤들도 때릴까 고민 중이야.]윤석이 독일어로 강조해서 말하면서 동료들을 바라봤다.
[으음, 차를 어디 세워 뒀더라.] [오늘 저녁은 어때?] [아, 덥다. 샤워를 깜빡했네.]동료들이 우르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윤석은 다시 이보네를 바라봤다.
[오늘 경기 어땠어요?] [당신, 정말 멋지던데요?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요.] [하하…… 뭐, 제가 좀 과격하긴 하죠.]이보네는 그런 윤석의 말에 배시시 웃음을 흘렸다.
확실히 오늘 윤석은 그녀에게 다르게 다가왔다. 남자다웠고, 정말로 카리스마 넘치는 멋진 모습을 보여 줬다.
[아, MOM 축하해요.]그녀의 말에 정우가 옆에서 툴툴거렸다.
[이씨, 내가 MOM 할 수도 있었는데.] [오늘 정우 씨도 2골 축하해요. 대단하던데요?] [네? 아, 뭐. 후후후후, 제가 좀 대단하긴 합니다.]정우는 그리 말하며 어깨를 폈다.
[그만하고 집으로 들어가자. 할머니 기다리시겠다.] [할머니? 아마 주무시고 계실걸. 시간이 시간인지라. 나는 들어갈 테니 형은 데이트라도 좀 하고 와. 늦었어도 오늘 경기까지 찾아와 주셨는데.]정우의 말에 이보네가 윤석을 바라봤다. 윤석도 그녀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치명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그럴까?]윤석의 말에 정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까? 그럴까는 무슨, 얼른 가! 진짜 꼴 보기 싫어 죽겠네.]정우는 그리 말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어디 가?”
“어디 가긴 집에 가지! 형은 알아서 놀아! 나 신경 쓰지 말고.”
정우는 그리 말하면서 후다닥 사라져 버렸다. 그런 정우를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이보네가 윤석의 손을 잡았다.
[우리도 갈까요?] [아, 음, 그래야죠.]두 사람이 그 뒤 어디로 갔는지 무얼 했는지는 두 사람만이 알 일이었다.
* * *
개막전을 화려한 승리로 장식한 RB 라이프치히는 그 기세를 몰아갔다.
베르더 브레멘과 원정 경기에서 젤케의 1골, 정우의 1골로 승점 3점을 챙겼으며, 이어서 홈에서 프라이부르크를 맞이해 정우의 1골과 로벤의 2골로 승점을 챙기면서 단숨에 승점 3점을 챙기게 되었다.
윤석은 두 경기에서 각각 일곱 번, 아홉 번의 태클과 2회, 4회의 인터셉트를 통해 상대 팀의 공격을 완전하게 저지하고 두 번의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면서 자신이 라이프치히의 핵심임을 증명해 냈다.
성공적인 출발이었고, 압도적인 기세였다.
나란히 3연승을 차지하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와 비교해 봐도 RB 라이프치히가 보여 주는 모습이 더 압도적으로 느껴질 정도였고, 기록만으로 봐도 라이프치히가 단 한 번의 실점도 없어 득실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 다크호스이자 돌풍의 핵이었던 RB 라이프치히는 이번 시즌에는 명실공히 우승을 노리는 강팀이 되었다.
그 가운데 유난히 승승장구하고 있는 형제는 RB 라이프치히의 상징이 되어 가고 있었다.
당장 정우만 해도 3경기 4골로 팀 내에서도 그리고 리그에서도 득점 1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윤석은 분데스리가 선수 랭킹 1위에 랭크될 정도로 모든 기록에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형제의 활약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 초반, 유럽파 한국인들은 모두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것과 반대로 형제는 형제끼리 MOM을 다툴 정도로 활약하니 그럴 법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주간 베스트 11으로 형제가 세 번 연속으로 뽑히는 기염까지 보였으니 더욱더 그러했다.
형제는 의식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형제는 대한민국, 그리고 국가 대표 팀에서 핵심 에이스 선수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분데스리가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사이,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이 시작되었다.
유럽, 나아가 전 세계에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그런 날이었다.
세계적인 축구 명사들이 모이고, 추첨이 시작되었다.
형제는 집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는 어디랑 싸우게 될까?”
정우가 긴장된 얼굴로 TV를 바라보며 말하자 윤석이 말했다.
“이왕이면 죽음의 조는 아니면 좋겠지.”
“죽음의 조라…… 형은 제일 피하고 싶은 팀이 어디야?”
“아무래도 바르셀로나 아니겠냐.”
윤석의 말에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르셀로나는 정우도 잘 알고 있었다.
여전히 최강의 트리오로 불리는 MSN이 버티고 있는 괴물 팀이 아니던가. 감독이 굳이 필요 없다고 불릴 정도의 그런 팀이었다.
“그러게 나도 바르셀로나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기대대로 바르셀로나는 피했다. 그렇다고 좋아할 수도 없었다.
RB 라이프치히는 C조가 되었는데 C조의 톱시드 팀은…….
“유벤투스네.”
“유벤투스군…….”
정우는 그러려니 했지만, 윤석은 인상을 찌푸렸다.
독일에게 리그 순위가 밀리긴 했지만, 이탈리아 세리에A는 정통이 있는 리그였고, 유벤투스는 스러져 가는 세리에A와 달리 여전히 홀로 빛나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팀이었다. 챔피언스리그에 익숙한 팀이었고 지지난 시즌 준우승, 지난 시즌은 4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해 낸 무서운 팀이었다. 챔피언스리그의 경험이 전무한 RB 라이프치히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대일 수밖에 없었다.
“으음…….”
세 번째 시드가 하나둘 나온다.
3시드를 받은 팀들이라고 하지만 만만하게 볼 수 있는 팀이 몇 없었다. 제발 그래도 약한 팀이 뽑히길 기다리는 사이…….
“저 팀이 어디야?”
“모나코 몰라, 모나코?”
세 번째 팀은 모나코였다.
그리고 네 번째 팀은 샤흐타르 도네츠크.
변방 원정 팀의 무덤으로 손꼽히는 팀 중 하나였다.
전력으로 보자면 RB 라이프치히가 더욱 뛰어난 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팀은 챔피언스리그에 노련하고, 특히 홈팀의 관중은 더욱더 노련했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되어 멘탈이 쉬이 흔들릴 수 있는 RB 라이프치히의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팀이 될 수 있었다.
“뭐 하나 쉬운 게 없구먼.”
윤성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리 말했다.
“그 정도야?”
“까다롭지, 우리한테는 특히.”
“그렇게 강해?”
윤석은 그 말에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전력으로 따지면 당연히 우리 팀이 강하지. 강할 거야.”
“그럼 뭐가 문제야?”
“심리적인 문제랄까?”
“에이, 그런 거면 뭔 상관이야. 어떻게든 때려 부수면 그만이지!”
정우가 호기롭게 외치자 윤석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정우라면 저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오히려 호승심을 불태울 사람이었다. 하지만 팀원 모두가 그렇다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수많은 관중의 야유 속에서 심리적으로 힘들어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노련한 선수들에게 넘어가 흥분하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지 못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아무튼, 쉽지 않아.”
“그래, 쉽지 않지. 오늘.”
“오늘? 아…….”
윤석의 표정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보네가 집으로 정식으로 초대받은 날이었다.
할머니의 등살에 결국 이보네를 초대한 것인데, 의외로 이보네는 흔쾌히 승낙하며 오겠다고 했지만, 윤석은 할머니에게 처음으로 보여 주는 여자 친구인지라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정우는 형의 표정을 보고 싱글벙글 웃었다.
흘끔 주방을 바라보니 할머니는 일찍부터 음식을 준비하고 이제는 상을 차리고 있었다.
“나는 할머니나 도와 드려야겠당!”
정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도 윤석은 쉬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핸드폰을 열어 이보네에게 문자를 보낸다.
[어디쯤이에요?] [이제 10분? 15분? 정도면 도착해요.] [아, 진짜?]벌떡.
그제야 윤석이 일어났다.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의 얼굴을 살폈다.
수염도 없고 멀끔한 얼굴을 확인한 윤석은 방으로 들어가 동생이 사 준 향수를 몸에 뿌렸다. 이보네가 좋은 냄새라고 평가했던 향수였다.
“근데 이 자식은 이런 걸 어찌 안 거지?”
연애 경험이 전무한 정우가 여자가 좋아할 법한 향수를 어찌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뒤에서 호박씨를 까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음.”
일단은 추레한 트레이닝복을 벗어 버리고 멀끔하게 청바지에 셔츠를 챙겨 입었다.
방 안의 상태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윤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흠잡을 게 없겠지?”
띵동.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초인종 소리가 들려온다.
벌컥!
“와, 왔다!”
윤석이 긴장된 목소리로 외치자 할머니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 그리 호들갑이여!”
“그러니까, 할무이.”
오늘따라 정우가 얄미워 정우를 흘겨보던 윤석은 초인종 소리가 다시 들리자 부랴부랴 현관으로 뛰어갔다. 그런 윤석을 보고 정우와 할머니가 웃음 지었다.
“형, 진짜 웃기다, 그지, 할무이?”
“덩치값도 못 하니 저거 어쩌누. 애처가 되겄어, 흘흘.”
할머니의 웃음 너머에서 윤석은 경직된 표정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 앞에서 이보네가 환하게 웃음 짓고 있었다.
[이보네!]윤석이 반갑게 여자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좋은 집이네요? 라이프치히에서 제일 비싼 집 아니에요?] [아, 뭐, 구단에서 해 준 거라서…….] [그래요? 구단이 윤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것 같네요. 아, 정우 씨도.] [하하하, 들어오세요.]윤석을 따라 안으로 들어오며 이보네는 음식 냄새를 맡고서 말했다.
[맛있는 냄새가 나요.] [할머니가 이보네가 온다고 음식을 준비하셨어요.] [어머, 힘드셨을 텐데.]그리 말하는 사이 할머니가 주방에서 나왔다.
평소와 같은 몸뻬 차림은 아니었다. 오히려 독일의 노인들과 흡사한 단정한 차림이었다. 옷 하나에 행동도, 기품도 달라지는 형제의 할머니가 이보네를 반겼다.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부인.] [참 이쁜 아가씨네.] [부인, 독일어가 너무 유창하셔요.] [그랴?] [음, 윤석보다 더 좋은 발음을 가지고 계시네요.]윤석은 그녀의 말에 얼굴을 붉혔다.
과거에 한참 독일에서 지내 온 할머니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더 유창한 독일어를 자랑하고 계셨다. 이제는 한인들뿐만 아니라 독일인 친구들을 사귈 정도로 말이다.
왕! 왕!
그사이 낯선 여인을 보고 복순이가 냉큼 달려와 짖는다.
몇 개월 사이에 복순이는 덩치가 제법 커졌지만, 아직은 귀여운 곰돌이 같은 느낌의 강아지였다.
[어머, 귀여운 강아지네요.] [네, 할머니가 데려오신 강아지인데 귀엽죠?]이보네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자 복순이가 이보네의 손 냄새를 맡는다. 어딘지 모르게 능숙한 이보네의 모습에 윤석이 물었다.
[이보네도 집에서 개를 키우나 봐요?] [네, 고향에 어려서부터 키운 강아지가 있어요.] [그렇군요.] [그만들 하고 이리 와 앉어!]그 두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할머니가 말하며 식탁으로 안내했다.
식탁 위에는 불고기와 갈비, 잡채, 각종 전들이 차려져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독일 음식들도 차려져 있었는데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부인, 솜씨가 너무 좋으신 거 같아요. 보기만 해도…… 와…….]이보네가 놀란 눈으로 그리 말하자 할머니는 뿌듯해했다.
[별로 차린 것도 없는디, 얼른 앉아요.]할머니의 말에 정우가 끼어든다.
[차린 게 없기는, 아침부터 이거 준비하느라 난리도 아니었…… 아야!]이보네의 앞에 민망해진 할머니가 정우의 옆구리를 꼬집자 정우가 아픈 소리를 낸다. 그게 더욱더 민망해진 할머니는 흠흠, 헛기침을 하면서 먼저 자리에 앉았다.
[들어요. 먹으면서 이야기혀.]할머니는 무심한 척하면서도 이보네가 먹는 것을 지켜봤다.
이보네는 먹는 것에 있어서 가리는 게 없었다. 오히려 낯선 음식들을 먼저 먹어 보면서 입맛에 맞지 않으면 물러서더라도 불편한 티도 내지 않았다. 힘들게 음식을 준비한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낯을 가리는 성격은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연신 할머니에게 이런 것 저런 것 물어보면서 한국, 아니, 정확하게 이해하면 윤석의 집을 이해하고자 했다.
할머니는 이보네가 요즘 세상에 없는 참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이런 여인과 결혼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우와, 이거 진짜 맛있다.”
그 와중에 옆에서 정우가 우적우적 무언가를 잔뜩 먹는 모습을 보니 또다시 걱정이 되었다.
이 험난한 세상 자신이 없으면 둘 다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있어야 할 텐데, 정우는 하는 짓부터 너무 어려서 아이같이 느껴져 결혼은커녕 연애도 상상이 되질 않았다. 형이라도 이 아이를 잘 챙겨 주길 바랄 뿐이었다.
“할무이도 많이 잡숴!”
정우도 할머니의 밥그릇에 먹기 좋은 반찬을 올려놓았다.
그런 할머니와 정우를 보며 이보네는 웃음 지었다.
각박한 유럽, 특히 이혼률이 너무 높아 가정이 온전치 않은 삭막한 독일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윤석도 좋았지만, 이런 우애가 좋은 가정이 너무 좋게만 보이는 이보네였다.
[맛있어요?] [할머니가 음식을 너무 잘하시네요.] [우리 할머니가 요리를 잘하시긴 해요. 많이 먹어요.]자상하게 자신을 챙겨 주는 윤석을 바라보면서 이보네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 남자라면……’
미래를 맡겨도 되지 않을까?
……라는,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그런 생각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