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02)
형제의 축구-102화(102/251)
형제의 축구 102화
기록은 깨라고 있는 것
RB 라이프치히의 코타베그 훈련장은 여전히 개보수가 이뤄지고 있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팀, 그럼에도 돈이 많은 팀답게 명문 수준의 클럽 하우스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었다.
다만 불편한 게 있기는 했다.
“아오, 오늘따라 공사 소리가 왜 이리 시끄러워!”
정우는 짜증스럽게 외쳤다.
중요한 공사이기 때문에 당분간 공사장 소리가 시끄러워도 양해해 달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기는 했지만 선수들끼리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오늘의 공사는 유난히 시끄러웠다.
“무슨 공사를 하길래 이리도 시끄러운 거야.”
정우는 짜증스럽게 말하고는 공을 툭 하고 띄워 보냈다.
멀리 뻗어 나가는 공은 정확하게 로벤의 발끝에 닿아 있었다.
공을 잡은 로벤은 혀를 내둘렀다.
상대방이 공의 힘을 죽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노련한 패스였다.
그만큼 공을 다루는 센스가 소름 돋을 정도로 좋았다.
이 선수가 얼마나 발전할지 모르겠지만, 지금만으로도 호흡을 맞춰서 경기를 뛸 때마다 자신을 즐겁게 해 주고 있었다.
둘의 호흡이 절묘하게 맞아 가는 덕분에 RB 라이프치히는 3경기 중에서 2경기에서 4-3-3 포메이션을 가동하게 될 정도였고, 그 경기는 득점이 폭발했다.
아마 다음 상대 팀인 뮌헨글라드바흐와의 경기에서도 4-3-3 포메이션을 가용할 확률이 컸다. 이번 시즌 RB 라이프치히는 가능한 많은 득점을 넣기를 요구하고 있었다.
패배가 드물 정도로 막강한 팀인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지난 시즌 막판에 힘겨운 다툼을 해 왔던 도르트문트를 생각하면 득실차를 크게 벌려 놓는 것도 중요했다.
하지만 주전은 누구라고 장담하기 어려웠다.
3경기 연속으로 출전한 정우, 그리고 3경기에서 두 번을 출전한 로벤을 제외하고는 공격진은 계속해서 로테이션이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젤케와 베라르디, 베르너가 각각 기회를 부여받아 활약했고, 합이 맞아들어 가자 하센휘틀 감독은 그 특유의 무한 로테이션을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날 빼 버리면 어쩌지?”
로벤이 골을 넣는 것을 지켜보면서 정우는 걱정스럽게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벤치는 심심하다구.”
그것도 중요하지만.
“40골 넣으려면 매 경기가 중요하지.”
남은 36골을 넣으려면 결장은 치명적이다. 그 때문에 요즘은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유연성을 유지하려고 요가 수업까지 병행하고 있었다.
로벤이 강조한 것이기도 했다.
걸핏하면 부상을 당해 유리 몸이라는 오명은 듣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부상에서 다시 본래 기량을 그대로 보여 주는 사람은 아마 자신이 거의 유일하다고 자부하고 있는 게 로벤이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로벤처럼 기적 같은 회복력을 보여 주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도 허다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호나우두였다.
몇 번의 부상에서 복귀한 그였지만, 그는 복귀할 때마다 예전 같은 기량을 보여 주지 못했다.
특히 속도를 무기로 하는 정우에게 부상은 더욱더 치명적이다. 하체 쪽 부상이 그 속도를 갉아먹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속도를 잃어버린 스트라이커는 예전 같은 반짝이는 기량을 보여 주지 못한다.
[롱런하기 위해서는 속도가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그래서 정우를 가르치는 다른 사람, 클로제는 정우에게 스트라이커로서 자신의 노하우를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
물론 그 가르침의 기회는 모든 스트라이커에게 공평했지만, 특히 정우에게 강조했다.
속도를 잃을 수도 있는 정우가 그 이후 아무것도 아닌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하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 많은 것을 전수했다.
클로제는 오웬과 토레스와 같이 속도를 잃은 선수들의 말로가 비참하거나 빠른 은퇴로 이어지는 이유가, 가진 바 속도를 믿고, 그것을 단 하나의 무기로 활용해 오다 그것을 잃는 것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틀린 말은 결코 아니었다.
정우는 클로제의 말을 귀담아듣고 다른 무기를 갈고닦고자 했다.
오웬 같은 속도, 클로제 같은 연계, 인자기 같은 은밀함, 호나우두와 같은 파괴력, 델 피에로의 빛나는 순간을 모두 담는다.
쉽지 않은 일이긴 했지만, 정우는 하려고 했다.
“그래도 어렵다.”
정우는 그리 말하면서 흘끔 형을 바라봤다.
감독도, 코치들도, 동료들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유일한 선수.
그 스스로 갈고닦아 정상이 될 수 있는 그런 괴물이 자신의 형이었다.
패스면 패스, 몸싸움이면 몸싸움,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못하는 게 없었다.
랑닉 단장은 볼 때마다 못하는 게 있는지 의심스러운 선수라며 감탄하고 일부러 구경 오고는 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않은가.
“게다가 여자 친구까지…….”
크, 형이지만 완벽한 위너였다.
“두고 봐, 나도 그렇게 될 거야!”
정우는 그리 생각했다.
“응? 뭐라고?”
멀찍이서 정우의 한국어로 뭐라 말하는 것을 들은 윤석이 정우에게 다가와 물었다. 정우는 입술을 비죽이며 말했다.
“비밀이야!”
“비밀은 무슨…… 자꾸 투정 부릴래?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에!”
“투정 아니거든요!”
정우는 그리 말하고 휙 하니 로벤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런 정우를 바라보며 윤석은 혀를 찼다.
“이눔의 자식 언제 어른이 되려나.”
본인이 비정상적으로 어른스럽다고는 생각 안 해 보는 윤석이었다.
그래도 형제와 동료들이 착실히 훈련을 따르는 가운데 다음 일정이 찾아왔다.
상대는 뮌헨글라드바흐.
06-07시즌 강등당했다가 다음 시즌 승격해 분데스리가로 돌아왔던 이 팀은 세 시즌 동안 힘겨운 순위 싸움을 해 오다가 파란의 11-12시즌을 기점으로 챔피언스리그 단골 진출 팀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지난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중하위권에서 강등권 위기까지 겪더니 이번 시즌은 출발부터 좋지 못했다. 지금까지 펼쳐진 3경기에서 2라운드 볼프스부르크에게 2 대 0으로 패배한 것을 제외하면 1라운드 바이에른 뮌헨에게 3 대 0 패배, 3라운드에서는 호펜하임에게 5 대 1로 큰 점수 차로 패배하며 수비적으로 문제를 보였다.
RB 라이프치히는 이번 경기에서 이를 노리고 지속적인 공격으로 뮌헨글라드바흐를 압도할 생각이었다.
-분데스리가 제4라운드! 보루시아 뮌헨글라드바흐와 RB 라이프치히의 대결이 잠시 후 펼쳐집니다! 뮌헨글라드바흐가 RB 라이프치히를 맞이하게 되었는데요. 글쎄요, 이번 경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되네요. 뮌헨글라드바흐가 대량 실점 경기를 하는 동안 RB 라이프치히는 파죽지세로 3연승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거든요?
-이번 시즌의 RB 라이프치히는 강력한 우승후보입니다.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도 무시할 수 없는 스쿼드, 대단한 실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네, 그럼 각 팀의 라인업을 확인해 볼까요? 먼저 뮌헨글라드바흐입니다.
FW 하파엘.
MF 안드레 한, 마흐무드 다후드, 라르스 슈틴들, 트라오레, 크리스토프 크라머.
DF 니코 슐츠, 알바로 도밍게스, 야닉 베스터고르, 토니 얀취케.
GK 얀 좀머.
입니다. 이번 시즌 주전 선수들이 모두 선발 출장했습니다. 사실 이들은 과거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하던 당시에도 존재하던 선수들이에요. 이 선수들이 도대체 왜 과거와 같은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는지 이해 못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수비적으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어요. 전방위 압박이 강한 팀에게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RB 라이프치히는 최전방에서부터 압박이 매우 강한 팀입니다. 신경 써야 할 겁니다.
-네, 그렇죠. 라이프치히의 최대 강점이 바로 압박이죠. 그럼 이어서 RB 라이프치히의 라인업을 보고 가시겠습니다.
FW 베르너, 젤케, 베라르디.
MF 할릴로비치, 케이타, 브란트.
DF 할스텐베르그, 윌리 오반, 리뒤거, 클로스터만.
GK 굴라치.
오늘도 RB 라이프치히는 4-3-3 포메이션을 가동합니다. 아, 대부분의 선수들이 지난 경기에서 나오지 않았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핵심으로 판단되는 한윤석이나 한정우도 보이지 않네요. 챔피언스리그를 대비하는 건가요?]
-아니죠. RB 라이프치히의 매력은 전원 로테이션이 된다는 겁니다. 중요 경기에 대비하는 것도 목적이 있긴 하겠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거의 모든 선수들의 라인업이 매 경기마다 바뀔 정도로 타이트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돌릴 겁니다.
-그것도 그렇군요. 하긴 오늘 라인업 대부분이 지난 시즌 RB 라이프치히를 3위로 올린 주역들인 만큼 크게 걱정이 되지 않긴 합니다만, 베라르디의 압박 능력은 다소 걱정이 되네요.
-그렇게 보면 율리안 브란트도 마찬가지죠. 레버쿠젠에서 윙어, 혹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던 선수가 오늘 중앙 미드필드 위치에서 뛰게 됩니다. 발이 빠르고 기술이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미드필드 위치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 줄지는……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선수들이 필드 위에 서는 것을 보며 벤치에 앉은 정우는 입술을 삐죽였다.
오늘 경기에도 출전하고 싶었지만, 결국 그게 되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도 세 개 대회를 모두 수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한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내보낼 수도 없겠다 생각하면 이해가 되었다.
거기다가 다음 경기는 사흘 후였고 까다로운 상대인 샤흐타르를 상대해야 했다.
정우는 그때를 대비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뛰지 못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 와중에 RB 라이프치히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라이프치히는 라인을 올리면서 공격을 주도해 나가고자 했고, 이에 대항하는 뮌헨글라드바흐는 라인을 최대한 내리고 간격을 좁히면서 라이프치히가 공간을 가져가는 것을 막았다. 촘촘한 공간에서 패스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라이프치히와 뮌헨글라드바흐의 지루한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뮌헨글라드바흐는 지나칠 정도로 수비적인 롤을 수행했으며, 라이프치히는 그 상황에서 뮌헨글라드바흐의 틈을 노리고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반도 어느덧 20분이 흘러가고 있는데 양 팀 모두 지루한 공방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뮌헨글라드바흐가 텐백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수비적인 부분을 신경 쓰는 가운데 RB 라이프치히는 그 틈을 노리는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뮌헨글라드바흐는 지금 충실히 수비적인 롤을 소화하고 있을 뿐입니다. 뮌헨글라드바흐는 지난 경기들의 대량 실점이 굉장히 신경 쓰였던 모양입니다. 반대로 RB 라이프치히, 아, 지공 상황에서 이런 미진한 모습을 보여 주네요. 전방 세 선수의 속도나 중원 선수들의 개인 기술은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어 줄 플레이 메이커가 없는 느낌이랄까요? 과도하게 많은 크랙은 팀 전술을 무너뜨릴 뿐이죠.
-그리고 이런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니 선수들이 조급해하는 게 보입니다. 분명 하센휘틀 감독은 압도하고 공격해서 많은 득점을 내라고 주문했을 겁니다. 그걸 지키지 못하니 조급해질 수밖에요.
-어린 선수들의 단점입니다. 금방 흔들리고 금방 급해지고 금방 과격해집니다.
해설들의 말대로였다.
그리고 자신이 요구하는 것들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자 하센휘틀의 표정도 그리 밝지 않았다. 대량 득점을 강조하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다.
[그런데 멘탈이 흔들리면 어쩌자는 거냐?]이런 부분을 조율해 주길 바라며 출전한 부주장 윌리 오반은 오히려 어린 선수들보다 더 조급해 보였다. 경기 시작 때부터 그러했다. 아마 리뒤거와 조나단 타가 중심이 되어 가는 수비진에서 자신의 입지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이대로 가다간 잔뜩 웅크려 기회를 노리는 뮌헨글라드바흐가 단숨에 비수를 꽂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센휘틀은 마음을 굳히고 뒤를 돌아봤다.
[윤석!] [예.] [서둘러 준비해라. 교체다.] [……알겠습니다.]한윤석은 그대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거대한 그의 몸이 일어나는 순간 카메라가 벤치를 비춘다.
[아, 한윤석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센휘틀 감독은 지금의 문제를 바로 잡고자 하는 것 같네요.] [사흘 후 챔피언스리그를 생각하면 한윤석을 아껴 두고 싶겠지만, RB 라이프치히는 챔피언스리그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리그 우승을 위해서라면 오늘 같은 경기에서 절대로 패배하지 말아야 하거든요. 다소 들뜬 팀 분위기를 생각하면 한윤석의 출전이 최선일 겁니다.]잠시 후 나비 케이타가 들어오며 한윤석에게 손을 내민다.
[고생했어.] [아니야, 미안하다.]서로 손뼉을 마주친 뒤, 윤석은 필드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순간 선수들이 모두 윤석을 바라본다.
윤석은 묵묵히 필드 안으로 들어왔다.
감독의 별다른 지시도 없었고, 본인도 선수들에게 다른 것을 주문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나비 케이타가 자리 잡고 있던 자리에 섰다.
고개를 돌려 그 위치만 봐도 윤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촤악!
-한윤석! 들어오자마자 하나의 태클을 성공시킵니다! 저 거대한 덩치가 절묘하게 뒤에서 나타나 공만 낚아채는 모습은 예술에 가깝습니다! 지난 시즌보다도 월등한 태클을 보여 주고 있는 한윤석!
윤석은 들어오자마자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공을 가진 그가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하자 본격적인 RB 라이프치히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페널티에어리어 가까이 올라간 윤석이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쾅!
천둥이 울리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뻗어 나간 공이 골대를 강하게 때리고 튕겨 나온다.
비록 골은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뮌헨글라드바흐의 입장에서 간담이 서늘해지는 상황이었다. 튕겨 나온 공을 향해 뮌헨글라드바흐의 선수들이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막아선다.
뮌헨글라드바흐는 승리가 아니라 실점하지 않는 경기를 하기 위해 목숨을 건 것 같았다.
뮌헨글라드바흐가 간신히 공을 걷어 내고, 조급해졌던 RB 라이프치히의 분위기가 다소 수습되는 것 같았지만, 반전을 위한 파격적인 득점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하센휘틀의 시선이 정우를 향했다.
[전 준비됐습니다요.]독일어가 늘면서 까불거리기 시작하는 정우가 알아서 딱하니 입을 열자 하센휘틀은 웃음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