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03)
형제의 축구-103화(103/251)
형제의 축구 103화
-네, 이제 후반전이 시작됩니다. 전반전 뮌헨글라드바흐의 선전으로 RB 라이프치히를 잘 막아 냈습니다만, 뮌헨글라드바흐 역시도 RB 라이프치히를 막는 데 급급했지 단 한 차례도 슈팅을 하지 못하면서 지루한 전반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관중도 꽤나 지루했을 거예요.
-그렇죠.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저는 한 선수의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보시면 RB 라이프치히가 원하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자 필드 위 선수들 모두가 조급해하고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어쩌면 단 한 번의 역습을 노리려고 했던 뮌헨글라드바흐가 원하던 장면일 수도 있었는데, 한윤석이 들어오고 나서 단숨에 분위기가 안정되었어요. 경기 플레이도 마찬가지구요. 그의 투입 이후에는 골이 안 들어가는 게 이상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렇죠. 명실 공히 RB 라이프치히의 핵심, 아니, 심장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아니죠, 듀란입니다. 라이프치히에서는 그를 듀란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필드 위에서 상대편마저 지배하는 폭군입니다.
-무시무시한 별명이네요. 아, 후반전에 라이프치히에서는 선수 교체가 있었습니다. 티모 베르너가 빠지고 한정우가 들어옵니다. 득점을 위한 교체라고 생각되네요.
-한정우, 지난 시즌에는 어린 선수답게 기복 있는 플레이를 보여 줬음에도 불구하고 11경기 10골이라는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을 보여 준 대단한 선수죠? 이번 시즌에는 3경기를 출장해서 4골을 넣으면서 팀의 주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활약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점차 안정을 찾아가면서 매 경기 골을 넣는 무서운 활약을 해 주고 있어요.
-현재까지는 득점 1위를 달리고 있죠?
-그렇습니다. 그 뒤를 레반도프스키와 치자리토가 1골 차이로 따라붙고 있습니다. 이제 막 시작이니 두고 봐야겠지만, 확실한 건 젊은 한정우가 3경기 4골을 넣었다는 겁니다.
잔디 냄새, 뮌헨글라드바흐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함성 소리, 그 와중에 작게 들려오는 라이프치히 팬들의 소리.
정우는 후반전이 되서야 필드 위에 설 수 있었다.
적당히 물기를 머금은 잔디가 푹신하면서도 스터드에 착 감기는 것이…….
“느낌이 좋은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컨디션이었지만, 적어도 기분만큼은 날아갈 것 같이 좋았다. 어서 공을 잡고 신나게 뛰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다린 공이 자신의 발 앞에 오는 순간.
정우는 두 눈을 매섭게 빛내면서도 공을 뒤로 돌리고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순간 정우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자신의 진영을 찾아가는 것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윤석이 공을 받고 그대로 수비 라인까지 롱패스를 보내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졌다.
정우는 수비와 일직선상에 놓이는 순간 이를 예측하기라도 한 듯 절묘하게 떨어지는 형의 패스를 보고 속도를 높였다.
아무리 정우를 견제하고 있어도 가속이 빠른 정우를 잡기가 어려운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베스터고르와 도밍게스는 자신들의 사이를 파고드는 정우를 보고서도 한 박자 늦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오웬처럼 빠르게……!’
그 짧은 시간에 정우는 로벤도 따라잡기 힘들던 그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두 걸음, 세 걸음.
정우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 두 선수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하는 순간.
얀 좀머가 앞으로 달려 나왔지만, 얀 좀머가 가리는 골대의 좁은 틈을 향해 정우는 왼발을 이용해 정확한 슈팅을 선보였다.
철썩!
“우와아아아아!”
뮌헨글라드바흐의 관중이 침묵하고, 작게만 들리던 라이프치히 원정 팬들의 함성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놀랍습니다! 후반 6초! 골이 터졌습니다. 맙소사!
-대단하네요! 이건 역대급 기록이에요! RB 라이프치히, 아니, 분데스리가 최단 시간 골로 기록될 골입니다!
-전 세계를 두고 보면 어떤가요?
-일단 월드컵의 기록보다도 앞선다고 볼 수 있고, 영국 아마추어 리그에서 2.5초 만에 넣은 골도 있습니다만, 프로 리그를 기준으로 한다면 프로 리그 최단 시간 골로 인정될 것 같습니다.
기록을 깬 사나이.
한정우가 원정석을 향해 달려와 포효했다.
“HAN! HAN!”
그런 정우를 바라보며 팬들이 열광하며 그를 연호했다.
-한 선수가 투입되자마자 단숨에 경기 분위기를 바꿔 버립니다! RB 라이프치히는 후반부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네요!
-뮌헨글라드바흐, 위기입니다!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눈 뒤, 다시 경기가 시작되었다.
전광판은 아직도 1분을 넘어서지 않고 있었다.
뮌헨글라드바흐의 감독이 붉어진 얼굴로 선수들에게 뭐라 뭐라 독촉하는 게 들렸다. 선수들 역시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흥분하시긴.”
정우는 그런 상대 팀 감독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공격을 강요하고 있었다.
수비 균형이 깨지고 역습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으니 다급하게 공격을 지시한 것 같았지만, 기세는 RB 라이프치히에게 흐르고 있었다.
휘슬이 울리면서 뮌헨글라드바흐가 공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라이프치히가 해일처럼 뮌헨글라드바흐에게 짓쳐 들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들어오는 압박에 뮌헨글라드바흐는 수비 라인까지 공을 뒤로 돌렸다.
최전방의 세 공격수가 수비진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도밍게스가 가진 공을 향해 젤케가 전방에서, 정우가 왼쪽에서 압박하자 도밍게스는 부담스러워하며 니코 슐츠에게 공을 돌렸다.
니코 슐츠는 독일 측면 자원의 재능으로 꼽히는 선수였다.
이 어린 선수가 전방을 향해 달려가려는 순간 브란트가 그 앞을 가리고 뒤에서는 베라르디가 가로막는다.
그는 자연스럽게 빈 공간인 중원을 향해 뛰어갔다.
그래선 안 됐다.
윤석이 어느새 나타나 그를 짓눌렀다.
분위기로, 피지컬로, 그리고 실력으로.
윤석이 긴 다리를 쭉 뻗어 니코 슐츠에게서 공을 빼앗고는 가뿐하게 브란트에게 공을 밀어 줬다. 브란트는 니코 슐츠의 뒤를 지나 중원으로 파고들다 정우에게 공을 패스했다.
‘클로제, 당신 같은 연계.’
잠시 벤치에서 자신을 보는 클로제를 흘끔 바라본 정우는 욕심내서 들어가지 않고 다시 젤케에게 공을 패스하고 조금 더 위로 올라갔다.
다시 젤케의 공이 그를 향하자 정우는 베스터고르의 뒤를 지나도록 패스해 분주하게 올라온 베라르디에게 공을 연결했다.
그 순간 도밍게스가 필사적으로 베라르디의 앞을 향해 달려와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다.
베라르디 역시 욕심 내지 않고 공을 띄워 젤케에게 보냈고, 젤케는 베스터고르의 견제를 받으면서 그 뒤를 향해 들어오는 정우에게 공을 패스했다.
정우는 그대로 오른발의 퍼스트 터치를 슈팅으로 가져갔다.
뻥!
정우의 발에 감긴 공이 스핀을 잔뜩 머금고 크게 휘면서 골대의 사각지대로 파고 들어갔다.
“우와아아아아!”
다시 함성 소리와 함께 정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후, 후반 1분 30초! 한정우의 멀티 골!
-뛰어난 압박과 패스 게임이 지금의 골을 만들었습니다. 마치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환상적인 팀워크를 라이프치히가 보여 줍니다! 전반전의 그 선수들 맞나요?
정우를 유심히 바라보던 하센휘틀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오늘이 그날이군.]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클로제가 물었다.
[무슨 날이요?]하센휘틀은 정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한정우가 약 빤 날.] [네?]하센휘틀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그저 실실 웃었다.
이런 날 정우는 일을 내고 만다.
마치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인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했을 때처럼 말이다.
그게 어느 정도일지는 하센휘틀도 짐작할 수 없었다.
불과 1분 30초, 짧은 시간에 2골을 연달아 먹은 뮌헨글라드바흐는 정우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였으니 남은 시간 동안 계속해서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일 수도 있었다. 그는 치명적일 정도로 위협적인 선수였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선수들이 위협적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젤케와 베라르디는 각자의 나라를 대표하는 재능이었다.
뮌헨글라드바흐가 그것을 간과한 것이 치명적인 상황으로 연결되었다.
젤케가 2선까지 내려와 영리하게 크라머의 공을 가로채고는 베라르디에게 공을 밀어 줬다.
도밍게스와 슐츠 사이에 위치했던 베라르디는 도밍게스의 뒤로 공을 밀어 넣고 앞으로 파고들어 공을 잡고서 중원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도밍게스가 다급하게 그를 잡으려 했지만, 베라르디가 한발 더 빨랐다.
낮고 빠르게 뻗어 나가는 슈팅을 시도했다.
잔디를 스치듯 지나가는 공은 분명 막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미 2골을 먹은 얀 좀머는 이번만은 막겠다는 듯 필사적으로 뛰어가 발을 뻗었다.
퉁!
공이 튕겨서 얀 좀머의 코앞을 스쳐 지나간다.
얀 좀머는 손을 들어 그 공을 잡으려 들었다.
그때였다.
‘인자기같이 은밀하게!’
제대로 잡지 못할 거라고 판단하고 만일을 대비해 그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정우가 튕겨 나온 공을 보고 귀신같이 달려들었다.
가슴 위 높이에 공을 향해 정우는 폴짝 뛰어 머리를 가져갔다.
퉁! 툭, 데구루루.
정우의 머리를 맞은 공은 얀 좀머의 손을 피해 얀 좀머를 넘어서 골라인 안으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전반 3분 38초.
-해트트으으으리이이이익!
-한정우우우우우! 맙소사! 이럴 수가! 기가 막힌 위치 선정!
-닌자인 줄 알았습니다! 아무도 그가 저 위치에서 나타날 줄 아무도 몰랐어요!
해설이 비명을 질렀고, 라이프치히의 원정 팬들도 비명을 질렀다.
뮌헨글라드바흐의 관중조차 혀를 내두르며 박수를 칠 정도로 어마어마한 사건이 터졌다.
불과 3분 38초 만에 한 선수가 해트트릭을 달성한 것이다.
-놀랍습니다! 정말 말이 안 나오네요. 이것도 기존의 기록을 깬 어마어마한 해트트릭 아닌가요?
-맞습니다! 15-16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레반도프스키가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5골을 넣을 때 4분 만에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보다 22초 앞선 기록입니다! 분데스리가, 아니, 세계 최단 시간 해트트릭입니다! 한동안 깨질 것 같지 않던 어마어마한 대기록을 열아홉 살, 어린 한정우가 2년 만에 박살 냅니다!
-와하하, 이거 진짜 놀랍네요! 정말 저 선수가 19세 어린 선수가 맞습니까?
-괴물이죠! 괴물입니다! 이렇게 되면 모릅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오늘 레반도프스키의 최단 시간 4골, 5골의 기록도 한정우가 깰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번 시즌 첫 해트트릭이었다.
정우는 손가락 세 개를 꼽아 빙글 돌면서 자신이 해트트릭을 넣었다고 자랑했다.
“와하하하! 33골 남았다! 우하하하핫!”
정우의 말을 필드 위에서 유일하게 알아들은 윤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웃었다.
“그래, 자식아. 정말로 40골도 넣겠네.”
이 기세라면 정말 40골도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4경기 만에 7골을 넣었는데, 이번 시즌은 아직 30경기나 남았다. 챔피언스리그와 포칼컵까지 한다면 더 많은 경기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생은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이러다 내 몸값보다 더 비싸지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
윤석은 그리 말하면서 어느새 자신에게 달려오는 정우를 번쩍 안아 들었다.
-한정우가 해트트릭을 달성하고 자신의 형에게 달려가네요. 마치 어른이 아이를 안아 드는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이 다른 형제지만, 대단한 형제예요! 이 형제가 RB 라이프치히의 기둥입니다!
기뻐하는 형제를 바라보면서 하센휘틀이 클로제를 보며 말했다.
[말했지? 약 빤 날이라고.] [이제야 이해되네요. 평소 그의 실력을 생각해도 실력 이상의 미친 활약입니다.]클로제는 달뜬 얼굴로 그리 말했다.
분명 평소 그의 기량을 생각한다면 지금 같은 최단 기간 해트트릭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본이 없다면 이런 미친 날도 있을 수가 없었다.
말이 안 되는 실력의 선수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경기가 시작됩니다만, 4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3골을 헌납한 뮌헨글라드바흐의 분위기는 장례식장과 같은 분위기입니다. 선수들 끼리 아무런 대화도 없습니다. 감독도 어이가 없는 듯 라인 앞에 서서 아무 말 없이 필드를 바라볼 뿐입니다.
-정신 차려야 합니다! 한정우가 또 일을 낼 수 있어요!
재개되는 경기에서 뮌헨글라드바흐는 다시 공을 돌리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지금 무너진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 젊은 선수들을 애송이 취급했을지 모를 뮌헨글라드바흐는 오히려 본인들이 RB 라이프치히에게 멘탈이 뒤흔들린 채로 어설픈 경기력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크라머가 공을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후방으로 지속적으로 백 패스를 하는 가운데 2선으로 내려온 정우가 홀린 듯 베스터고르에게 향하는 공을 가로챘다.
‘호나우두와 같은 파괴력…….’
그리고 공을 받기 위해 앞으로 나서던 베스터고르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정우의 다리가 교차하며 시저스 페인팅을 선보이며 베스터고르의 시선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베스터고르가 당황하는 사이 정우가 왼쪽으로 빠져나가려는 듯 몸을 왼쪽으로 기울였다.
시저스 페인팅에 현혹되지 않고 베스터고르는 정우의 왼쪽을 가로 막으려 몸을 움직였다.
베스터고르는 왼쪽으로 완전하게 기울어진 정우의 상체를 봤고, 그 상황에서 왼쪽으로 달려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우는 공의 앞을 휘젓던 왼발로 강하게 땅을 딛으면서 몸의 균형을 오른쪽으로 옮기며 오른발로 공을 끌고서 그대로 오른쪽으로 달려 나갔다.
말도 안 되는 균형 감각과 근력이 만들어 낸 상체 페인팅에 똑같이 몸을 한쪽으로 기울였던 베스터고르는 정우처럼 몸을 가누지 못하고 뒤늦게 앞으로 달려가는 정우를 바라만 봐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밍게스가 정우의 옆에 붙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정우의 최대 약점은 몸싸움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그건 정우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왜소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단단하지 못하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몸싸움은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버티다가 밀리는 척하며 상대방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멈춰 선다. 정우에게 몸을 기대던 도밍게스는 정우가 순간 멈춰서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서는 순간 어정쩡한 자세로 멈춰 서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리고 정우는 그런 도밍게스의 등 뒤로 공을 몰아갔다.
이 모든 게 짧은 시간에 이뤄진 일이었다.
별다른 개인기 없이, 단순하게 상체 페인팅과 드리블만으로 단숨에 2선에서 최전방의 수비수들을 제쳐버린 정우는 마지막으로 달려오는 니코 슐츠를 뱀과 같은 유려한 드리블로 피해 내면서 골대를 향해 골을 집어넣었다.
[……이제 더 놀랄 게 있나 싶습니다. 네 번째 골입니다! 후반 몇 분이죠? 맙소사, 5분 42초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이제는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동료들도, 적들도.
오늘 이 경기를 보러 온 관중도 말이다.
적어도 오늘 경기에서 축구의 신은 정우였다.
그가 만들어 내는 신화와 같은 오늘 함께하고 있음을 영광으로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설마하니 오늘 다 해 볼 줄은 몰랐네.”
정우는 4골을 넣고 좋아하다가 스스로도 실감이 나지 않아 볼을 꼬집어 보고 있었다.
“꿈은 아니구먼.”
그럼 이제 남은 것은…….
“판타지 스타.”
빛나는 재능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한 사람을 따라 해보는 일이었다.
하지만 판타지 스타의 연출은 의도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빛나는 재능과 순간의 센스가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와 같은 일을 하지 못할지라도…….
다섯 번째 골은 도전하고 싶었다.
“형, 공 받으면 나한테 좀 찔러 줘!”
“그만 넣고 나도 좀 밀어 줘, 인마.”
윤석이 정우에게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정우는 그런 윤석에게 투정을 부렸다.
“아씨! 32골이나 남았단 말야!”
“그놈의 40골은…….”
“알았지?”
“그래, 봐서!”
“꼭이야, 꼭!”
정우는 윤석에게 약속을 받아 내면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후반 초반에 정신없이 두들겨 맞은 뮌헨글라드바흐는 이제 아무런 의욕도 없어 보였다.
공도 금세 뺏겨서 RB 라이프치히가 공격을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고, 뮌헨글라드바흐는 그저 더 이상의 실점을 막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아, 한윤석에게 또 막힙니다! 뮌헨글라드바흐의 중원은 하파엘에게 제대로 된 패스조차 할 수 없네요! 그대로 한윤석 다후드를 피해 전방으로 롱패스!
“달라고 했으니, 준다.”
윤석은 가뿐하게 공을 찼지만, 공은 위력을 잃지 않고 전방으로 빠르게 뻗어 갔다.
정우가 공이 떨어질 위치를 잡는 사이 베스타고르와 얀취케가 정우의 옆에 바짝 붙었고, 도밍게스는 젤케가 다가오지 못하게 길목을 차단했으며, 슐츠는 베라르디를 경계했다.
공이 떨어지는 가운데 순간 정우는 자신을 지원해 옆에서 몸싸움을 하고 있는 할릴로비치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을 본 정우는 순간 ‘내가 굳이 공을 받아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공이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한 박자 빠르게 뛰어올랐다.
극도로 정우를 경계하던 베스터고르가 그런 정우에게 시선을 빼앗긴 채로 같이 뛰어올랐다.
[아직이야!]놀란 얀취케가 그리 외치자 그제야 베스터고르는 공이 한참 위에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정우는 베스터고르와 함께 착지하면서 그대로 횡으로 달려 나갔고, 베스터고르는 그런 정우를 악착같이 따라갔다. 그사이 얀취케의 앞으로 끼어든 할릴로비치가 얀취케를 등지고 버티며 가슴으로 공을 받고 땅으로 떨궈 그대로 정우에게 공을 패스했다.
뒤를 보며 공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본 정우가 갑자기 급제동해 멈춰 선다. 정우의 뒤에서 필사적으로 따라가던 베스터고르는 당황하며 허겁지겁 멈추며 정우에게 달려드는 순간.
정우는 뒤돌아 공을 튕겨 자신의 머리 위로 넘어가게 하고선 턴했다.
그렇게 황소처럼 돌진하던 베스터고르를 투우사의 그것마냥 멋지게 피해 낸 정우는 자신이 뒤로 넘겼던 공을 정면에서 맞이하면서 원 터치로 골대를 향해 공을 찼다.
공은 마치 곡사포처럼 높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마치 프리킥으로 찬 공처럼 골대 우측 상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 망을 흔드는 공을 바라보면서 정우도 놀라고 말았다.
“이게 들어가네?”
그냥 되는대로 때린 공이 그대로 골로 연결됐기 때문이었다.
얼떨결에 두 주먹을 들어 올리는 사이, 전광판을 확인한 관중이 하나같이 일어나 정우를 향해 기립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위대한 기록이 지금 이 순간 탄생한 것이다.
-후반 8분 12초. 한정우가 마침내 레반도프스키의 기록을 깨 버립니다! 5골을 넣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8분이었습니다! 최단 시간 5골!
-레반도프스키는 1골부터 5골까지 걸린 시간이 9분이었지, 후반 시작을 기점으로 하면 15분이 걸렸습니다. 정우는 후반 시작부터 골을 집어넣어 5골을 달성했습니다! 단숨에 두 가지 기록을 기네스북에 등재하게 되겠군요!
-어마어마한 기록입니다! 최연소 5골의 주인공이기도 하겠네요! 이 선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까? 말 그대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선수죠!
-네! 지금 우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선수를 두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하하하!
관중의 박수 속에서 정우는 오연하게 섰다.
그런 정우에게 동료들이 달려와 기쁨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 괴물 같은 자식!] [어떻게 한 거야?] [네가 어마어마한 기록을 깬 건 아냐?]동료의 말에 정우는 전광판을 바라봤다.
8분 12초에 멈춰 있는 전광판을 바라보면서 정우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기록은 깨라고 있는 거지!]위대한 기록을 깨 버린 선수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런 정우에게 힘입어 팀은 후반 내내 압도하면서 7 대 2라는 스코어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뮌헨글라드바흐는 또다시 대량 실점을 기록하면서 리그 최다 실점의 오욕을 뒤집어쓰게 되었고, 정우는 오늘 5골을 힘입어 4경기 9골로 득점 1위를 단단히 만들었다.
누군가는 1시즌 내내 넣지 못할 골을 고작 4경기에 넣어 버린 것이다.
형보다 아래에 놓여 있던 정우의 이름이 단숨에 분데스리가를 뒤흔드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