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04)
형제의 축구-104화(104/251)
형제의 축구 104화
기네스북
한정우의 1경기 5골의 기록은 세계를 강타했다.
그야말로 세계였다.
지금까지 기껏해야 독일, 혹은 한국과 다른 빅리그들의 스카우트들만이 조금씩 주목하던 한정우의 존재를 전 세계에서 알게 되는 일대 사건이었다.
이 기록이 변방의 축구 리그, 혹은 아마추어 경기라거나 약소국끼리의 A매치에서 나온 기록이라면 해외 토픽 정도에서나 나오며 잠깐 흥미를 주고 말았겠지만, 정우가 넣은 5골은 다르다.
우선 분데스리가는 유럽 축구 리그 랭킹에서 3위에 해당하는 빅리그였고, 상대는 지난 시즌 부진하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최근까지 챔피언스 리그에서 모습을 드러내던 분데스리가의 명문 팀인 묀헨글라드바흐였다.
절대 쉽지 않은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우는 후반전 최단 시간 해트트릭, 4골, 5골의 기록과 1경기 최단 시간 해트트릭, 4골, 5골의 기록과 최연소 5골의 기네스 기록을 갈아치웠다.
독일에선 정우의 대활약을 앞다투어 헤드라인으로 잡고 대서특필했다.
[한정우, 최단 시간 5골의 기록을 달성하다!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미로슬라프 클로제, 라다멜 팔카오, 리오넬 메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레반도프스키.
이 선수들은 2010년대에 들어서 리그와 국제 대회에서 5골을 기록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의 영원한 전설, 게르트 뮐러, 위르겐 클린스만까지.
전설로 남은 1경기 5골의 기록을 가진 위대한 사나이들보다 가장 빨리 5골을 집어넣은 사람이 탄생했다.
그 이름은 한정우.
프로리그 역대 최연소로 1경기 5골을 넣은 주인공이자 앞으로 깨질지 의문이 드는 전대미문의 8분 5골의 주인공의 이름이다.
그는 동양에서 건너온 차붐의 후계자…….]
……라는 기사가 한국에 번역되기까지 했다.
당연히 한국에서는 인터넷을 비롯한 모든 미디어 매체에서 난리가 났다.
인터넷에서는 한정우의 이름이 거론되는 게시물과 댓글들이 수두룩할 정도였다.
-1경기 5골. 최단 시간. 최연소.
-감독이 한정우는 도핑 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디스함.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미쳤다, 미쳤어. ㄷ
-독일 뉴스 기사 봤음? 호날두, 메시보다 빠른 사나이라고 함. ㅋㅋㅋㅋ 지린다. ㅋㅋ
-키야,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아시아 출신 선수들 중에서 유럽 가서 이 기록을 깰 선수가 나올까?
└아마 유럽에서도 불가능할지도 모름
-한씨 형제, 부천으로 돌아와라! 잘해 주께!
└미쳤다고 가겠냐? 얘들이? ㅋㅋㅋㅋ
-진짜 한국에서 이런 선수가 나오는구나, 박지석 이후로 암흑기라 생각했는데…
-한씨 형제가 국대 먹여 살린다. 진짜 16강이라도 진출하면 한씨 형제 덕분임.
-형은 막고 찔러 주고, 동생은 받아서 때려 넣음. 필살 패턴.
-부모가 궁금하다, 무슨 유전자를 줬길래 이런 형제를 낳은 거임? 형도 대단한데, 동생은 진짜 터지는 날은 미친듯이 털어 버리네. ㄷ
-이게 어린 시절 기복이라면, 기복이 없어지고 전성기가 찾아올 때 어떨지 개 궁금하네.
-이성우보다 못한 애라고 비웃던 새끼들 나와라, 난 다 기억한다. 뭐? 바르샤? 부천? 2부 리그가 어쩌고 저째? 지금 보면 씹넘사가 한정우임.
-지금 유럽 리그에서 뛰는 해외파 애들 중에서 얘들 만큼 해 주는 애들이 어디 있냐? ㅋㅋㅋ
└해외파 모두가 얘들만큼 해 준다면 우린 월드컵 우승임.
└ㅇㄱㄹㅇ
사람들의 관심이 자신들에게 쏠리고 있었고, 정우는 일일이 각종 사이트를 뒤져서 자신과 관련된 게시물과 댓글들을 살펴 읽었다.
온통 칭찬 일색인 그것들을 바라보는 정우의 입은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렇게 좋냐?”
소파 한쪽에서 경기 영상을 살펴보고 있던 윤석은 소파에 대자로 누워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가질 않는 동생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럼 당연히 좋지! 형 같으면 안 좋겠어?”
“그래, 네 맘 충분히 이해한다. 부럽다, 자식아.”
정우는 형의 말을 듣고 흐흐흐, 웃었다.
“이제 31골 남았다. 흐흐흐, 남은 경기가 30경기 남았으니 1경기당 1골씩 넣어만 줘도… 흐흐흐흐….”
꿈에 부풀어 오른 정우를 바라보며 윤석은 진지하게 말했다.
“설마 오늘 같은 경기가 또 있겠냐? 방심하지 말고 집중해. 그래야 30골이든 40골이든 넣을 거 아니냐.”
“알아! 오늘까지만이야, 오늘까지만. 나 스스로 방심해서 내 계획을 망치는 것만큼 멍청한 일도 없지. 아무튼, 흐흐흐흐, 내가 승리자다, 흐흐흐흐.”
정우는 그리 말하며 음흉하게 웃었다.
그런 정우를 보고 피식 웃음을 흘리던 윤석은 우웅, 하고 핸드폰 진동이 울리자 반색을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으응, 자기야.]어느새 징그럽게시리 닭살 돋는 호칭으로 이보네를 부르는 형의 모습을 보며 정우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우웩, 징그럽게시리. 애칭은 나 없을 때 하라고.”
윤석은 정우의 말을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자신의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틈에 들려오는 애정 가득한 대화를 들으며 정우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구겨졌다.
쿵.
닫히는 형의 방문을 향해 쿠션을 집어 던지며 정우는 소파에 얼굴을 파묻었다.
“승리자는 얼어 죽을……! 나는 루저야, 으아앙.”
소리 내 우는 시늉을 하는 정우를 보고 잠자던 복순이가 화들짝 놀라 깨서는 정우에게 왕왕, 짖는다.
한쪽에서 빨래를 걷고 있던 할머니도 그런 정우의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대낮부터 X랄이여, X랄이. 으이구, 저건 언제 형만치로 크려고.”
“…….”
정우는 머쓱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누?”
할머니의 물음에 정우는 말했다.
“연애하러. 나도 그…… 뭐냐, 피앙세를 찾으러 갈 거임!”
“X랄병도 단디 도졌구만. 으이그, 쯧쯧.”
할머니는 한숨을 내쉬면서 빨래를 걷었다.
* * *
한편, 답답한 마음에 거리를 나선 정우는 멍하니 정면을 바라봤다.
“형은 이러고 있다가 썸 탔다는데, 나는 뭐냐.”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어도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바라보던 정우는 문득 자신이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모자를 벗었다.
“모자도 쓰고, 고개 숙이고 있어서 사람들이 못 알아봤나? 이러고 있으면 누군가는 사인받기 위해서라도 나한테 올 거야.”
그의 예상은 맞았다.
아무리 그가 서양인이 구분하기 힘든 동양인이라고 해도 RB 라이프치히에서 정우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특히 5골의 대기록을 달성한 다음 날이 아니던가.
모자를 벗고 가만히 앉아 있기를 5분.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왔다.
[한정우! 맞죠?]“음…….”
여자였다.
그것도 아주 귀엽고 예쁘게 생긴 여자아이.
정우는 침음을 흘리다가도 이내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맞다. 무슨 일이니?] [사인해 주세요! 사진도!]정우는 여자아이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다가와 딸과 정우를 핸드폰에 담았고, 큼지막하게 티셔츠에 사인까지 받아 갔다.
그게 시작이었다.
몇몇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정우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정우는 그런 사람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일일이 사진도 찍어주고 사인도 해 줬지만, 그들이 떠난 뒤에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여자 한 명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 겨!”
정우는 좌절했다.
“아…… 이러려고 축구 선수 했나, 자괴감 드네.”
분명히 젤케나 베르너는 독일에서도 충분히 먹힐 만한 외모라고 했건만, 학창시절 때까지만 해도 수도 없이 들어오던 고백과 달리 이곳에서 꼬이는 여자가 없었다.
아니, 사실 여자가 안 꼬이는 것은 아니다.
왁스를 노리는 여자들은 정말 많았다.
정우는 잘생긴 외모에다가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서 라이프치히의 클럽에서도 인기도가 높았다. 수많은 여자가 왁스가 되기 위해서라도 정우에게 대시하고 관심을 보였다.
정우도 그런 여자들을 마다치 않고 함께 놀고 춤췄지만, 사적으로 연락을 하는 일은 없었다. 깔끔하게 거기서 끝이었다.
자신의 진면목이 아닌 화려함만을 보고서 다가오는 여자는 아무래도 꺼려졌기 때문이었다.
여자에게 관심이 많고 노는 것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정우는 연애도 매우 신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에이, 나와도 재미도 없고.”
한참을 앉아 있던 정우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가 고팠다.
근데 오늘은 형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혼자 외식이라도 할 생각으로 식당가를 찾았다. 수많은 레스토랑이나 펍들을 바라보며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가볍게 햄버거라도 먹을 생각으로 들어갔던 정우는 단숨에 인상을 구겼다.
“너 뭐야?”
윤석이 놀란 얼굴로 정우를 바라봤다.
“형이야말로 뭐야?”
[정우 씨, 안녕?]놀란 정우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형을 바라보는 사이에 이보네가 뒤돌아서 정우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정우라는 말에 식당 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정우를 향한다.
[휘이익! 정우!] [우리들의 정우!] [그러고보니 듀란도 있네!] [너희들이 최고야!]단숨에 식당이 시끌벅적해졌다.
정우는 인상을 구기려다가 참고서 사람들에게 두 손을 들어 화답하고는 형을 잠시 바라봤다가 다급하게 식당을 빠져나왔다.
“휴, 커플에게 염장질당할 뻔했어.”
정우는 그리 말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형이 나왔으면 할머니 혼자 있겠네.”
정우는 할머니가 혼자 있을 거란 생각에 서둘러 집을 향해 갔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칙칙칙칙, 압력밥솥 소리와 함께 식욕을 자극하는 밥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할무이, 나왔어!”
“그랴, 밥 묵어!”
할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정우에게 밥 먹으라 얘기한다.
윤석이 없어 정우와 할머니만 먹는 단촐한 식사였지만, 식탁 위에 자리 잡은 다섯 개의 반찬 중에서 세 개는 정우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특히 가운데 자리 잡은 된장찌개는 정우가 제일 좋아하는 거였다.
“할무이, 독일 사람도 된장찌개를 잘 만들까?”
“무신 소리여, 뜬금없이.”
“나는 된장찌개 잘하는 여자랑 결혼하고 싶어.”
“글씨…… 파독 간호사나 광부 손자라면 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디?”
할머니의 말에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여자 있었음 좋겠다.”
“그냥 한국 여자랑 결혼혀.”
“한국 여자는 기가 세서 싫어!”
“그건 또 어디서 들은 이야기랴? 내 인터넷 같은 거 그만하라고 했지!”
“……이야, 두부 맛있다! 독일에서 두부도 먹고! 맛나네!”
정우는 할머니의 말에 말을 돌렸다.
사실 한국인이나 서양인이나 상관없었다.
정우의 이상형은 단 하나, 된장찌개를 잘 끓여 주는 여자였다.
물론 그런 여자를 찾으려면 한국이 가망성이 클지 모르지만…… 사실 한국에 가는 게 쉽지 않은 정우였다. 시즌 중에 한국을 가더라도 태극마크만이 그를 기다릴 뿐이었다.
정우는 우울해졌지만, 그러려니 했다.
생각해보면 자신의 나이 이제 불과 스무 살, 은퇴가 늦더라도 30대 중반이니 요즘 한국에서 늦게 결혼하는 것을 생각하면 은퇴해도 늦은 나이가 아니었다.
은퇴 후에 여자를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을 대신해서 할머니를 모실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잉?”
“아, 아니야, 할무이. 얼른 드셔!”
“그랴, 불고기 먹어! 좋아하지 않누.”
“당연하지! 된장찌개 다음으로 불고기가 좋아.”
정우는 그리 말하며 불고기와 불고기 국물을 밥 위에 부었다.
정말 정우가 된장찌개 다음으로 좋아하는 요리였다.
달콤한 그 맛에 정신없이 한 그릇, 두 그릇 비운 정우는 부른 배를 만지며 슬그머니 물러났다.
“맛있누?”
정우가 잘 먹으니 할머니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빈 그릇들을 싱크대로 옮겼다.
“내비 둬! 할미가 할 테니 께.”
“아니야, 할머니. 하는 것도 없는데 내가 해야지.”
“어이구, 다 컸네, 다 컸어! 장가가도 되겄네!”
“그지? 헤헤.”
정우는 웃음을 흘리며 설거지를 시작했다.
“할무이, 내가 꼭 된장찌개 잘 끓이는 여자 만날게.”
“된장찌개고 나발이고, 기름진 거는 뜨신 물에 설거지해야지!”
“으응.”
정우는 할머니의 말에 웃음을 흘렸다.
사실 된장찌개를 잘 끓이는 여자를 바라는 이유는 하나였다.
하루빨리 그런 여자를 만나서 할머니가 요리하면서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그런 정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설거지하는 정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할머니는 흐뭇하게 웃었다.
띠띠딕, 철컥.
“다녀왔습니다.”
정우가 열심히 설거지하는 사이에 윤석이가 들어왔다.
“우째 이리 일찍 들어오누?”
“네? 그냥 저녁 먹고 들어온다고 했잖아요.”
“쯧쯧, 다음 날 들어와도 되는디.”
“내일도 훈련해야 하는데요. 다음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요.”
“그려?”
그의 말대로 내일모레면 곧바로 경기였다.
레드불 아레나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챔피언스 리그 조별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기지 않으면 나중이 힘들어지거든요.”
“흘흘, 이 할미가 그런 걸 알겠누.”
상대는 샤흐타르 도네츠크.
윤석의 말대로 이번에 이기지 못한다면 쉽지 않은 나중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벤투스와 AS 모나코, 그리고 샤흐타르 도네츠크의 원정 경기 모두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좀 더 이보네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컨디션을 위해서라도 충분한 휴식이 필요했다.
그렇게 형제의 첫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