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05)
형제의 축구-105화(105/251)
형제의 축구 105화
첫 챔피언스 리그
유럽 챔피언스 리그.
부와 명예를 모두 다 안겨 줄 수 있는, 축구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꿈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대회가 바로 유럽 챔피언스 리그였다.
유럽, 아니, 나아가서 사실상 세계 최강의 팀을 가리는 이 대회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은 11회의 레알 마드리드였으며,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95골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수많은 팀들이 참가하지만 우승컵인 빅이어를 들어 올린 팀은 고작 스물두 개 팀밖에 없었고, 독일에서는 바이에른 뮌헨과 함부르크, 그리고 도르트문트만이 빅이어를 들어 올린 전적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선수들 중에서 이 영광스러운 대회에 출전해 본선까지 오른 선수는 단 열 명에 불과했으며, 열 경기 이상의 출장을 기록한 선수만 따진다면 고작 세 명뿐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빛이 나는 기록을 보유한 사람은 박지석이었고, 챔피언스 리그 본선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도 바로 그였다. 물론 그 기록은 손형민과 타이기록으로 보유하고 있었지만, 트로피까지 들어 올린 사람도 박지석, 그가 유일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선수들에게는 참여하는 것 자체가 힘든 길인 챔피언스 리그에 형제가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처녀 출장은 형제뿐만이 아니라 RB 라이프치히도 마찬가지였다.
분데스리가 2년차에 불과한 이 신생팀은 팀 내부에서도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것은 지역의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치르게 될 샤흐타르 도네츠크와 홈경기에 많은 관중이 몰려와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정말 경기장에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입니다. 잠시 후 열린 RB 라이프치히의 첫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온 홈 관중의 열기가 대단하네요.
-그렇습니다. 기대를 가져 볼 만하죠? 상대적으로 약팀으로 평가되는 샤흐타르 도네츠크를 상대로 RB 라이프치히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말입니다. 하지만 샤흐타르 도네츠크는 마냥 무시할 수 없는 팀입니다. 챔피언스 리그 단골 출장 팀인지라 경험도 풍부하고 선수단도 브라질 선수 용병들이 주전을 구성하고 있어 기술도 좋고 매우 빠른 팀입니다.
-하지만 샤흐타르 도네츠크의 사정이 그리 좋지는 않아요. 내전 때문에 팀 운영 자체가 고충을 겪고 있고, 팀 내부도 내전 때문에 불안을 겪고 있습니다.
-연고지가 아닌 다른 지역의 경기장을 빌려 홈경기를 치루는 판국이니 좋을 수가 없겠죠. 그래도 챔피언스 리그 플레이오프까지 치르고 조별 예선으로 올라왔습니다. 더 좋은 팀으로 이적할 수 있는 이번 기회에 좋은 인상을 보여 줄 생각만으로도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도네츠크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편입을 강력하게 원하는 지역의 중심이었다. 그로 인해서 내전 상태에 빠져들었고, 챔피언스 리그에서 악명이 높던 그들의 홈구장은 지금 친러시아 반군의 기지로 사용되고 있는 처지이고, 새로운 구단까지 창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 팀은 혼란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과거 헨리크 음키타리안, 에두아르도 다 실바, 페르난지뉴, 윌리안, 루이즈 아드리아누, 더글라스 코스타 같은 기라성 같은 선수들을 보유하며 명성을 날리던 과거를 생각하면 정말 초라하기 그지없는 지금의 상황이었지만, 지금도 기술 좋은 브라질 선수들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센휘틀도 이를 강조했다.
잠깐의 방심이 기술 좋고 빠른 이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다고 말이다.
본인 스스로도 절대 방심하지 않았고, 객관적으로 약팀이라고 하지만 최고의 전력을 구성했다.
-오늘의 라인업입니다. RB 라이프치히부터 보시죠.
FW 한정우, 베라르디.
MF 사비처, 한윤석, 케이타, 로벤.
DF 헥토르, 조나단 타, 리뒤거, 클로스터만.
GK 굴라치, 이상입니다. 이번 시즌 4-3-3 포메이션으로 재미를 보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들의 주력 포메이션인 4-4-2를 들고 나왔습니다. 한정우, 베라르디, 사비처, 로벤 모두가 발이 빠른 선수들인지라 빠른 역습을 기대해 볼 만하겠네요. 이어서 샤흐타르 도네츠크입니다.
FW 에두아르두 다 실바, 레오나르도 우조아.
MF 베르나르드, 오나지, 스테파넨코, 에딘 비슈카.
DF 라키츠키, 크리우초우, 오르데츠, 다리요 스르나.
GK 안드리 퍄토우, 이상입니다. 많은 전력 누수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경쟁력 있는 라인업이네요. 에두아르두 다 실바, 일명 두두가 공격진에 건재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팀의 가장 위협적인 선수는 스르나 선수죠. 크로아티아와 샤흐타르 최고의 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제 예전 같은 기량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지만, 한때는 클럽 커리어와 달리 세계적인 명성과 실력을 보유한 선수입니다. 세월이 지나도 그의 발끝은 여전합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충분히 골을 만들 수 있는 무서운 프리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설이 열심히 라인업을 설명하고, 라이프치히의 관중이 응원가를 부르는 사이, 선수들이 필드로 입장했다.
정우는 필드 안으로 들어서며 경기장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홈경기라 그런지 실감이 안 나네.]정우의 뒤에 있던 사비처가 물었다.
[뭐가?] [오늘 경기가 챔피언스 리그라는 게.] [음…… 상대편 유니폼만 봐도 실감이 나지 않아? 나는 그런데.] [그런가? 하긴 색다르긴 하다, 저 사람들.]정우는 낯선 선수들을 바라보며 그리 말하고 가볍게 발목을 털었다.
[오늘도 40골을 향해 달려가 보실까!]정우의 말에 선수들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것들이 웃어? 1경기 5골도 못 넣어 본 자식들이!]정우의 외침에 다들 시선을 외면하는 가운데 케이타가 우우, 야유를 부리며 말했다.
[그건 우연이지!] [우연은 얼어 죽을! 죽었어, 오늘도 골 넣는다, 두고 봐라.] [못 넣으면?] [밥 산다!] [오, 그래? 그럼 네가 골을 넣으면 밥 사지.] [좋네. 두고 봐라.]케이타의 도발에 내기까지 한 정우는 전의를 불태웠다.
한윤석은 그런 정우를 보고서 케이타에게 말했다.
[저 자식 내기에 강한데, 괜찮겠어?] [까짓 밥쯤이야. 넣어서 이기면 좋은 거지 뭐.]그런 케이타를 보고 웃던 윤석은 주심이 주장을 부르자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 경기도 그가 주장 완장을 차고 있었다.
동전의 양면을 골라 골대의 위치와 선축을 정한 뒤, 각자의 위치로 향한다.
골대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홈 관중이 거대한 플래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람과 홈팬들의 손에 흩날리는 플래카드는 황소 두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유난히 축구 사랑이 큰 독일이었다.
그것은 RB 라이프치히도 다를 바가 없어서 홈팬들은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경기를 응원하며 샤흐타르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경기 전 기자회견장에서도 하센휘틀이 이를 언급하며 레드불 아레나가 새로운 지옥의 원정길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생각 외로 샤흐타르 도네츠크의 선수들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내전까지 겪는 불안한 곳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는 팀이어서 그런 것일까?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오히려 홈 팀의 라이프치히 선수들이 정신없어 보였다.
다소 들뜬 선수들을 바라보며 로벤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들 촌놈같이 왜 그래! 진정 좀 하지들그래.]버럭 소리를 치고 걸어가는 로벤을 바라보며 선수들이 서로를 바라본다. 그런 선수들을 바라보며 정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진짜 촌놈들 같네. 홈에서 쪽팔리게.]정우의 말에 선수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정우를 바라봤다.
정우는 그들을 외면하고서 태연하게 스트레칭하고 있었다.
[저 자식은 뭐 저리 무덤덤한 거야.] [미친놈이라서 그래.]선수들끼리 수군거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주심이 휘슬을 입가로 가져간다.
그제야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정신을 차리고 전방을 바라봤다.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선축인 샤흐타르가 공을 돌리기 시작했고, RB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그들을 압박하기 위해 움직였다.
RB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매우 적극적이었고, 의욕이 넘쳐흘렀다.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거칠게 압박해 들어가자 샤흐타르 도네츠크의 선수들은 일순 당황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플레이를 지켜 가고 있었다.
그들이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거칠지만 섬세함이 부족했다.
침착하게 지켜보기만 하면 지금 라이프치히의 압박은 허점이 가득했다. 그저 거칠 뿐이었다.
그리고 이런 거친 플레이를 브라질 출신의 영악한 용병들이 가만히 지켜볼 리가 없었다.
샤흐타르 도네츠크는 압박을 맞이해 적극적으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RB 라이프치히는 잘 압박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드리블 돌파와 절묘한 패스가 어우러져 샤흐타르는 꾸준히 앞으로 전진해 들어가고 있었다.
윤석은 이를 간파하고 버럭 소리쳤다.
[구멍투성이잖아! 주변을 좀 봐!]하지만 흥분한 선수들의 귀에는 윤석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여전히 엉성하고 거친 압박이 들어가는 가운데 결국 사단이 나고 말았다.
클로스터만을 제치고 빠르게 들어오는 베르나르드를 향해 리뒤거가 길을 막고 버티며 충돌하고 말았다.
삐익!
기다렸다는 듯 주심이 휘슬을 불며 달려왔다.
리뒤거는 고의가 아니라는 듯 억울하다 어필했지만, 주심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리뒤거에게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아, 옐로카드입니다. 너무 대놓고 길을 막아섰어요, 베르나르드, 충격이 커 보입니다.
-라이프치히의 선수들 다소 들떠 보입니다. 너무 거칠게 플레이하고 있는데, 하센휘틀이 의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매우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다그치고 있는 하센휘틀! 오늘의 주장인 한윤석이 달려와 리뒤거를 나무라는 모습도 보입니다.
윤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리뒤거를 바라보며 말했다.
[불필요한 행동이었어.] [알아, 미안해. 정말 나도 의도한 게 아니었어.] [조심하도록 해, 옐로카드라 잘못하면…….] [후우…….]수비수에게 옐로카드는 치명적이었다.
필요할 때 반칙을 사용할 수 없으며, 적극적으로 수비를 하기도 어려워진다. 그리고 이런 생각 때문에 심리적인 압박을 받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플레이 자체가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 샤흐타르에서는 스르나가 프리킥을 준비하고 있었다.
스르나의 최고의 무기는 바로 킥이었다. 프리킥부터 날카로운 크로스까지 정확도와 위력을 자랑하며 혹자는 스르나가 큰 무대에서 활약했다면 시대를 풍미한 프리킥의 스페셜리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었을 거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하센휘틀도 이를 가장 주의하며 페널티에어리어 근처에서 반칙으로 프리킥을 주지 않도록 당부했는데 리뒤거가 이를 어기고 만 것이다.
수비벽을 만들고, 모두가 긴장 가득한 시선으로 스르나를 바라보는 가운데 마침내 스르나가 휘슬 소리와 함께 움직였다.
뻥!
공이 채찍처럼 휘어서 빠르게 골대를 향해 뻗어갔다.
굴라치는 전력을 다해 뛰어올라 공을 막으려고 했지만, 야신존이라 불리는 골대의 사각지대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막지 못했다.
그 순간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고, 샤흐타르에서는 기쁨의 세리머니를 나눴다.
-스르나의 치명적인 프리킥! 라이프치히가 홈에서 선제골을 허용합니다.
-스르나의 킥력은 죽지 않았군요. 훌륭합니다.
하센휘틀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어 보이려 했지만 얼굴과 귀가 잔뜩 붉어져 있었다. 화가 난 상태였다. 그렇게 주의하라고 했음에도 지켜지지 않았고 그 탓에 골을 먹었으니 좋을 리가 없었다.
홈에서, 그것도 샤흐타르에게서 패배를 당하면 치명적이다.
하센휘틀은 라인 가까이에 선 클로스터만에게 선수단 전체적으로 공격적으로 나갈 것을 주문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거친 플레이는 자제하도록 당부했다.
클로스터만은 자신이 이 사실을 전달하기보다 윤석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다.
윤석은 알겠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선수들에게 침착하라 말하고 케이타에게 다가갔다.
[내가 좀 더 공격적으로 올라갈 테니까 조금 아래로 내려가서 역습에 대비해 줘.] [알았어, 그렇게 할게.] [부탁해.]윤석은 그리 말하면서 측면을 바라봤다.
믿을 사람은 로벤이었다.
뮌헨에서는 선수단 내부에서 자주 충돌을 일으켰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이곳에서는 그리 하지 않았다. 일선에서 물러나 뒤에서 지켜보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무엇보다 실력과 경험은 이 팀에서 누구보다 앞서 있었다.
챔피언스 리그가 누구보다 익숙한 그는 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풀어가고 있었다.
다만 그게 좀 더 아쉬웠다.
함께 호흡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선수단을 위로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로벤!]그런 생각을 담아 로벤을 부르니 로벤이 윤석을 바라본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 좀 가르쳐 줘, 우리들한테.]로벤에게 말하자 로벤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이미 충분히 잘해 주고 있잖나, 네가.]로벤은 그리 말하면서 말없이 걸음을 옮겼다.
윤석은 입맛을 다셨지만, 로벤은 웃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 소리 하고, 선수들을 독려하고 싶었지만, 3주장인 윤석을 중심으로 선수단은 기강이 잘 잡혀 있는 편이었다. 굳이 자신이 나설 필요까지 없었다. 윤석이 이미 선수들을 독려하고 질책하면서 분위기를 바꾸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사이 다시 시작된 경기에서 RB 라이프치히는 분주하게 공을 돌리기 시작했다.
윤석은 그 속에서 템포를 느리게 가져가면서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고 흥분을 가라앉히기를 기다렸다.
그 가운데 선제골을 넣은 샤흐타르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수비적으로 움직이면서 라이프치히를 수렁으로 빠뜨리려 노력했다.
좀 더 깊이, 빠져서 나오지 못하도록.
윤석이 통제를 하려 했지만, 라이프치히 선수들은 그런 샤흐타르의 수렁 속에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경기가 어느덧 30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만, 라이프치히는 샤흐타르의 수비진을 제대로 뚫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습니다. 샤흐타르의 수비가 보통이 아니네요.
-RB 라이프치히가 갈수록 조급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신경질적이네요. 좋지 못합니다. 역시 챔피언스 리그에서 경험이 있고 없고 차이가 큰 걸까요? 분데스리가에서 보여 준 위력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해설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석이 공을 잡았다.
윤석은 지금 상황을 타파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골을 넣는 것.
나비 케이타에게 완전하게 후방을 맡겨버리고 윤석은 2선까지 올라가기 시작했다. 2선 중앙에서 적극적으로 공을 돌리기 시작했다.
샤흐타르는 팀의 중심이 윤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윤석에게서 공을 뺏는 순간 라이프치히를 상대로 가장 효과적인 역습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수비 라인은 윤석이 있고 없고 차이가 컸다.
평균 7회 이상의 태클 수를 보여 주면서 적의 공격을 매번 차단하는 윤석이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라이프치히의 수비진이 약하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윤석이 없으면 그만큼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지 않는가.
하지만 그들도 간과한 것이 있었다.
누구나 쉽게 윤석이 공을 잡고 2선으로 올라왔을 때 윤석을 막아 내고 공을 가로챌 수 있었다면 라이프치히가 분데스리가에서 더 많은 실점을 기록했으리란 것을 말이다.
-한윤석, 전진합니다!
공을 가진 윤석은 샤흐타르의 미드필더인 스테파넨코와 오나지의 압박을 가볍게 벗겨 냈다.
드리블하면서 우악스럽게 전진하는 그를 향해 스테파넨코와 오나지가 몸싸움을 시도하고 발을 들이밀어도 소용없었다.
발길질이나 다름없는 태클에도 윤석은 눈썹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공을 지키고 우악스럽게 전진한다.
-듀란이 진군합니다! 이럴 때 한윤석은 말 그대로 억지로라도 골을 만들어 내는데요! 그를 막아야 합니다!
윤석이 심상치 않자 상황을 지켜보던 라이트 풀백, 라키츠키가 중원에 가담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윤석의 눈이 빛났다.
라키츠키가 중원으로 가담해 들어오는 순간 그 뒤에 있던 로벤이 전방으로 올라가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윤석은 그런 로벤의 앞으로 롱패스를 뿌렸다.
라키츠키가 아차 싶어 몸을 돌려 공을 향해 쫓가나는 사이, 로벤이 빠르게 전진하고 있었고, 라키츠키가 로벤을 마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크라우초우는 자신이 로벤이 오기 전에 공을 걷어 낼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움직였다.
로벤은 크라우초우까지 자신에게 다가오자 더욱더 속도를 냈다.
전력을 다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로벤은 그런 척했을 뿐, 그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당황한 크라우초우가 서둘러 달려왔지만, 그는 로벤의 속도를 따라잡을 정도로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니었다.
공을 잡은 로벤은 그대로 낮게 뻗어 가는 패스를 크라우초우의 옆으로 보냈다.
스쳐 지나가는 공을 보면서 크라우초우가 발을 뻗었지만, 공은 이미 그를 지나가 그의 빈자리에서 노마크로 움직이던 베라르디의 발에 닿아 있었다.
베라르디는 몸을 돌리며 골대를 향해 나아갔다.
정우는 그런 베라르디를 보고 잽싸게 움직였다. 오르데츠는 정우 때문에 쉬이 베라르디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위치에서 움직이던 중이라 베라르디를 마크하지 못했다. 그사이 골키퍼인 퍄토우가 베라르디를 막기 위해서 앞으로 달려 나왔다.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골을 넣지 못하며 고전하던 베라르디는 절대로 지금의 찬스를 놓칠 수 없었다.
만약 놓친다면 더 이상 자신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줄어들거나 없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며 퍄토우가 가리고 있는 골대의 좁은 틈으로 침착하게 슈팅했다.
-고오오오올! 베라르디의 동점 골!
-챔피언스 리그에서 베라르디가 RB 라이프치히에서 첫 골을 터뜨립니다! 윤석과 로벤, 그리고 베라르디가 만들어 낸 절묘한 득점입니다!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기쁜 표정으로 베라르디에게 모여들었다.
[좋아, 집중하자, 지킬 필요 없어! 우리 목표는 공격 또 공격이라고 해 두자!]윤석의 외침에 정우가 벤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안 그래도 감독님도 그러라고 소리치고 있어!] [공격!]사비처는 웃으며 공격이라 외쳤다.
멘탈이 갈대와도 같은 이 젊은 팀은 상황에 따라 조급해하고 불안해하기도 하지만, 기세가 오르면 또 오르는 대로 무서워지는 팀이기도 했다.
그 순간이 지금 찾아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