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09)
형제의 축구-109화(109/251)
형제의 축구 109화
유벤투스
유벤투스는 한때 세계 최고라 불리던 강팀이었다.
승부조작으로 인해 세리에B로도 추락하며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세리에A가 전체적으로 침체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에도 유일하다시피 경쟁력을 갖춘 강팀으로 분류되는 곳이기도 했다.
흔히들 비안코네리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이들은 한때 세계 최강의 리그로 불리던 세리에A에서 무려 32회의 우승을 거두며 가장 많은 우승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2회의 우승을 거둔 정통의 명문이었다.
그 32회의 우승 속에는 수많은 전설적인 선수들이 있었다.
로베르토 바조, 파비오 카펠로, 카모라네시, 안토니오 콘테, 에드가 다비즈, 파벨 네드베드, 플라티니, 트레제게, 지네딘 지단, 그리고 델 피에로까지.
아직도 많은 사람의 입에서 회자되는 전설적인 선수들이 유벤투스의 우승에 일조했다.
그리고 지금.
유벤투스는 세리에 A가 무너지고 분데스리가에게 마저 뒤지고 있는 가운데에도 여전히 강팀으로 남아 있었고, 누구보다도 화려한 커리어를 지닌 선수들로 구성되어 RB 라이프치히를 압도하고 있었다.
RB 라이프치히는 이번 경기에서도 지지 않고 이기는 경기를 하고자 했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원정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토리노로 떠나게 되었다.
그날 아침.
윤석은 평소처럼 일어난 시간이지만, 정우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멍하고 부스스한 얼굴로 각자의 방에서 나왔다.
“일어났냐?”
“응. 아함, 졸려.”
“세수 좀 하고 나와. 밥 먹어야지.”
“우우…… 밥. 일어나자마자 밥은 별론데.”
정우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방으로 걸어 들어가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를 했다.
그사이 윤석은 거실 TV를 켰다.
독일 뉴스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부엌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머니, 많이 차리실 필요 없어요. 아침부터 기름 냄새가 제법 나네요?”
윤석의 말과 동시에 부엌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응? 할머니는 목욕하고 계시는데?”
“아, 누나.”
부엌에는 할머니가 없었다.
앞치마를 두른 윤주희만이 있을 뿐이었다.
원래는 근처 숙박시설에서 머물면서 독일에 남은 볼일을 보려고 했는데, 굳이 돈 쓸 필요 없이 여기서 지내라는 할머니의 권유로 이곳에서 지내게 되었다.
방이 네 개, 원래는 서재로 사용하려다가 어느 순간 침대를 들이면서 게스트 룸이 된 곳에서 그녀가 머물게 되었고, 정우보다 세 살, 윤석이보다 두 살 많았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편하게 누나, 동생 하고 지내게 되었다.
“누나가 왜 부엌에 있어?”
“뭐, 나는 밥하면 안 되니? 할머니 힘드신데 좀 거들었지. 허리가 찌뿌둥하시다 그래서 욕탕에서 몸 좀 지지라고 했지. 따끈한 물에 담그고 있으면 개운하잖아. 나는 그렇거든. 이렇게 보면 나도 영락없는 한국인인데 말이지. 그지?”
그녀는 여전히 수다스러웠다.
외모는 자신의 여자 친구인 이보네와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서구적으로 생긴 이 혼혈 여인은 속은 그야말로 한국인 그 자체였다. 간혹 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식빵과 간단한 시리얼 같은 것을 먹거나 굶기도 하는 형제와 달리, 그녀는 아침을 꼭 챙겨 먹어야 했으며, 그 메뉴는 꼭 한식이어야 했다.
접근하기 쉬운 독일의 음식들마저도 그녀는 쌀밥과 김치가 없다면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을 정도였다.
“밥은 다 차렸누?”
주희의 수다가 계속되는 사이 할머니가 뜨거운 물에 오랫동안 몸에 담근 듯 홍조를 띤 보송보송한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 할머니.”
“그랴, 일어났나. 둘째는?”
“세수하고 나오라고 했어요.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서.”
“그눔은 어찌 커갈수록 올빼미처럼 그런다냐. 흘흘, 주희 밥 차린 것 좀 봐라. 요리도 잘하네, 주희가.”
“별말씀을요. 이 정도야 기본이죠.”
그녀의 말에 윤석이 놀라워했다.
“이거 다 누나가 차린 거야?”
“그러엄!”
“이야, 요즘은 라면 끓일 줄 아는 사람들도 드문 세상이라는데.”
그런 윤석의 말에 주희는 웃으면서도 눈썹을 찌푸렸다.
“너는 가끔 보면 혼자 60년은 산 것 같이 구는 거 같아. 나보다 어리면서. 이 누나가 이래 봬도 자취 생활만 2년째거든? 할머니한테 요리 배워서 웬만한 한식은 다 할 줄 알아!”
“대단하네. 나는 그런 거 못하는데.”
윤석은 그리 말하면서 그녀가 차린 밥상을 바라봤다.
반찬이야 모두 할머니가 해 둔 것들이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명란젓을 넣은 계란찜과 보기에도 시원해 보이는 김치찌개, 가지 볶음과 처음 보는 것 같은 시금치 무침은 분명 그녀가 했으리라.
“맛있겠네.”
“얼른 먹어. 늦기 전에 가야 할 거 아냐?”
“으응, 가야지.”
“아으, 이제야 좀 정신 좀 차리겠네.”
그사이 정우가 다이닝 룸으로 들어왔다
“으으, 아침부터 부담스럽게 웬 김치찌개야. 된장찌개 먹지.”
“된장찌개?”
“그럼! 아침에는 된장찌개지!”
정우의 말에 윤석이 옆구리를 툭 하니 치면서 말했다.
“할머니가 한 게 아니라, 누나가 했대. 그냥 먹어.”
“뭐어? 누나가?”
정우가 질색하는 얼굴을 하자 주희가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요리하면 안 돼? 뭐 그리 질색이야?”
“누나 요리 잘해? 나 입 까다로워. 우리 할머니 음식 빼면 한식은 입에도 안 댄다고.”
“와, 이게 누나 무시하네? 일단, 먹어 보고 얘기해!”
“맛없음 쫓아낸다.”
“아, 먹어 보라고!”
주희에 엄포에 정우는 식탁 한편에 앉아서 수저를 들었다.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을 하고서 뚝배기에 아직도 보글보글 끓고 있는 김치찌개를 한 수저 떠 입으로 가져갔다. 주희는 기대감 서린 얼굴로 정우를 바라보며 정우가 맛 평가하기를 기다렸다.
“음…….”
“어때? 기가 막히지? 응? 내가 이 맛을 내려고 30분을 볶고 30분을 끓였어! 깊은 맛이 막막 느껴지지 않아?”
“아, 거 시끄럽네.”
정우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김치찌개를 입으로 가져갔다.
“뭐, 맛은 괜찮네. 우리 할머니만큼은 아니지만.”
“흘흘, 난 내가 한 거보다 난 거 같은디?”
“아니야, 깊은 맛이 안 나.”
“까탈스럽기는.”
주희는 정우를 흘겨보며 말했다.
TV에서나 보던 축구 선수와 함께 있는 게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윤석은 전생에 수도승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했고, 매사 재미가 없었다. 윤석의 하루 일과는 운동 외에는 여자 친구와 가벼운 데이트, 통화 정도가 다였다. 연애를 하는 게 신기할 정도랄까.
그 반면 정우는 그야말로 톡톡 튀는 사이다였다.
어디로 튈지도 모를 정도라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아주 사람을 밀고 당기고 요물이 따로 없었다.
곱상하니 잘생긴 외모값을 해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까다로울 때는 누구보다 까다로운 게 정우였다.
“다음에는 된장찌개 해 줘.”
“된장찌개?”
“응, 아침에는 김치찌개보다 된장찌개지. 두부 넣고.”
“그래, 알았어. 내가 조개로 시원하게 국물 내서 된장찌개 한번 끓여 줄게.”
그녀의 말에 정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 아줌마가 뭘 모르는구먼.”
“아, 줌, 마아?”
주의도 인상을 찌푸렸다. 23년을 살면서 아줌마라는 소리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아, 아직은 아닌가?”
그리 말하며 정우가 히죽 웃는다.
가지런하게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정우의 모습은 귀엽다가도 묘하게 섹시하고 묘하게 예쁘다가도 숨 막히게 잘생겼다.
‘외모만 보면 딱 내 이상형인데…….’
요즘 드라마에서나 영화에서나 대세로 불리는 꽃미남 스타일을 좋아하는 주희에게 정우는 딱 이상형에 가까운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무튼, 조개라니, 조개! 된장찌개는 칼칼한 청양 고추랑, 진하게 차돌박이 듬뿍 넣어서 끓이는 게 최고지!”
성격은 정말 아니었지만…….
“시끄럽고 얼른 먹고 가시지!”
“그럴 거거든?”
정우는 그리 말하며 수저를 입으로 밀어 넣었다.
그 모습을 보는 윤석의 눈이 빛난다.
단숨에 아침을 해결한 정우가 미리 싸 둔 캐리어 가방을 꺼내 드는 사이, 먼저 준비한 윤석이 설거지를 하는 주희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누나는 언제 한국에 가?”
“응, 볼일 다 보거든.”
“음.”
무슨 볼일인지 몰라도 말 많은 주희는 정작 그 볼일에 대해서는 절대로 말하지 않고 함구하고 있었다. 할머니에게는 말한 것 같은데 할머니는 입이 무거운 사람인지라, 주희가 얘기하지 않자 굳이 자신이 입을 열지 않았다.
윤석도 굳이 알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입맛을 다시다가 물었다.
“그래? 제법 오래 걸리나 봐?”
“글쎄? 그것도 잘 모르겠어. 아무튼, 마음 같아서는 얼른 가고 싶지. 나는 딱 한국 체질인가 봐, 처음에만 좋고 영 아닌 거 같은 거 있지? 라면에 김치 먹고 싶더라.”
“라면 집에 있는데, 먹지 그랬어?”
“그래? 몰랐네. 에이, 그리고 사실 손님이 어떻게 마음대로 그런 거 해 먹어. 아무리 할머니랑 너희가 잘해 줘도 불편하지.”
윤석은 그 말에 피식 웃다가 말했다.
“편하게 생각해요. 정우도 누나가 제법 마음에 드는 것 같은데.”
설거지하던 주희의 손이 멈췄다. 그러고는 기이한 표정을 지으며 윤석을 바라봤다.
“그게…… 마음에 드는 행동이야?”
“정우는 친한 사람한테나 틱틱거리지, 오히려 안 친한 사람들한테 넉살 좋게 굴어.”
“와, 다 잡은 물고기한테 함부로 하는 거야? 그런 거 못된 습관인데. 여자한테 완전 나쁜 남자잖아?”
“하하하, 그래서 누나는 어떤데?”
윤석의 말에 주희는 눈을 게슴츠레 떴다.
“너 무슨 중매쟁이 같다?”
“아, 아니야. 둘이 하두 잘 놀길래.”
“둘이 뭘 그리 떠드는 거야. 가자, 형!”
“아아, 그래. 누나, 우리 없는 동안 할머니랑 복순이 좀 부탁할게.”
형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할머니는 서둘러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가져왔다.
“가기 전에 이거 하나씩 입에 물어!”
“악! 안 먹을 줄 알았는디!”
“이게 얼마짜린디! 꼭 챙겨 무야지! 얼른 묵어!”
정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할머니가 가져온 것을 바라봤다. 그건 다름 아닌 홍삼 절편. 어디서 구해 왔는지 매일 아침 입에다 물리는 게 영 고역이었다.
맛은 달긴 했지만, 그 특유의 냄새가 영 질색이었다.
그래도 버선발로 뛰어나와 절편을 챙기는 할머니를 생각해 마다치 않고 입으로 욱여넣으며 형제는 밖으로 나섰다.
“이탈리아 가면 파스타 먹어 봐야지.”
“파스타 처음 먹어 볼 때 생각난다. 포크 불편해서 젓가락 달라고 했었지.”
“헤헤, 그러게 형. 그때 알바가 우리 비웃던 거 생각나네. 그게 벌써 언제 적이야. 그때 이후로 내가 파스타랑 안 친했는데, 본고장이라니 먹어 봐야지, 한번. 맛없음 내가 평생 파스타랑 쌩깐다.”
“쌩깐다가 뭐야, 쌩깐다가.”
“아무튼.”
투닥거리면서 형제는 게르트가 모는 차를 타고 코타베그로 이동했다. 코타베그에서 선수단 전원이 합류한 뒤, 선수단이 동시에 토리노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유벤투스 스타디움.
비안코네리와 황소들의 싸움 날이 밝아 왔다.
* * *
-네, 여기는 유벤투스 스타디움입니다. 잠시 후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 C조, 유벤투스와 라이프치히의 경기가 있을 예정입니다. 유벤투스는 AS 모나코를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면서 4 대 0 대승을 거뒀고, 라이프치히는 약간 고전하기는 했지만 결국 샤흐타르를 상대로 3 대 1로 승리를 거두면서 각자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두 팀 모두 승리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을 겁니다. 유벤투스의 입장에서는 홈에서는 반드시 승리를 거둬 안정적으로 본선에 진출하길 바랄 테고, RB 라이프치히는 힘든 원정길에서 패배하지 않음으로써 가벼운 마음으로 홈경기를 준비하고자 할 겁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유벤투스, 무섭습니다. 지금까지 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으면서 연승 행진을 이어 가고 있는데, 공격진들이 무섭습니다. 만주키치도, 이과인도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지만, 올 시즌 프리시즌부터 무섭게 골을 뽑아내면서 포텐을 터뜨리기 시작한 파울로 디발라가 무섭습니다. 매 경기 골을 뽑아내고 있고, 최근에는 리그에서 2경기 연속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하기까지 했습니다. 라이프치히로서는 어려운 상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올 시즌 RB 라이프치히도 무섭다고 할 수 있죠. 라이프치히도 분데스리가에서 무패, 연승 행진을 이어 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 한정우의 득점력도 파울로 디발라 못지않습니다. 포칼컵을 제외하고 챔피언스 리그까지 8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고 있고, 최근에는 최단 시간 5골의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19세, 어린 선수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가공할 득점력이죠.
-아, 그렇네요. 그렇게 따지고 보면 양 팀 모두 무서운 팀임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유벤투스의 승리를 점치고 싶네요.
-어떤 점 때문에 그러시죠?
-아무래도 유벤투스는 챔피언스 리그 경험이 출중합니다. 지금의 선수들 모두가 경험이 많고 노련한 선수들이에요. 한때는 세계 최강의 팀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선수들이 RB 라이프치히, 이 젊은 팀에게 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결정적인 차이라고 볼 수 있네요. 경험이란 것은 때로는 실력을 압도하기도 하는 데다가, 유벤투스가 객관적으로 한 수 위 전력을 보유했다고 평가되고 있으니까 말이죠.
-그렇습니다. 한 5년 후면 모를까, 쓰읍, 글쎄요. 제가 보기에 RB 라이프치히는 아직 챔피언스 리그 무대에서 활약하기에는 너무나 젊고 어린 팀입니다.
경기가 시작되는 유벤투스 스타디움.
RB 라이프치히는 유벤투스의 위세를 느껴야 했다.
필드 위에서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 하나하나가 대단한 선수들뿐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하고, 세리에 A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 잡은 곤잘로 이과인.
메시의 후계자라 불리며 포텐을 터뜨리고 있는 파울로 디발라.
무적의 바르셀로나 시대에서 부동의 오른쪽 풀백으로 활약하던 다니엘 알베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황금기를 함께하며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패트릭 에브라.
유벤투스의 중원을 책임지는 황금의 미드필더, 마르키시오와 퍄니치, 케디라.
완벽한 수비력을 보여 주는 보누치와 키엘리니, 그리고 이탈리아의 신성 루가니.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선수.
유벤투스의 심장이자, 이탈리아의 심장.
향후에도 전설로 남을 위대한 골키퍼, 부폰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