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1)
형제의 축구-11화(11/251)
형제의 축구 11화
장악하다
송진호는 필드 위로 향하려는 윤석의 뒤에서 윤석을 독려했다.
“잘할 수 있어. 공을 뺏는 것에 집중해라. 공을 잡으면 앞에 있는 같은 편 아이들한테 패스해 주면 되는 거야. 별거 없어.”
“네, 감독님.”
“그래, 그래. 잘해라, 긴장하지 말고.”
송진호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것을 느끼며 윤석은 가볍게 심호흡했다.
마침내 선수 교체 패널을 본 미드필더 라인에서 열심히 전방을 올라가려던 선수가 아쉬운 얼굴로 필드 밖을 향해 달려 나온다.
“고생했어요.”
윤석이 자신보다 한 살 더 많은 형을 향해 수고했다 말하고 있음에도 교체되어 나가는 아이는 윤석에게 알은체도 하지 않았다. 머리 하나는 작은 같은 팀 형을 내려다보던 윤석은 이내 시선을 돌려 필드로 향했다.
척척척.
인조 잔디를 밟고 보니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여기서 잘하면…….’
잘하게 된다면 앞으로 계속 뛰게 될 거다.
윤석에게는 단 한 번의 시합이 귀중한 경험이 되어 줄 거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고, 잘사는 부모를 둔 덕에 언제든지 축구를 할 수 있는 아이들과는 다르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자신은 언제 필드 위에 올라갈지 알 수 없다.
“감독님이 너무 올라가지 마래요! 간격 유지하래요!”
윤석은 최기웅의 말을 전달하고 자신의 위치에 섰다.
센터 백들의 앞.
미드필더 두 명의 뒤였다.
그 가운데 경기는 계속해서 지속되었다.
이번에도 상대방이 라인을 최대한으로 내리고 패스를 하면서 시간을 끌기 시작하자 JH 아카데미의 선수들이 조급함을 느끼며 점점 앞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간격을 유지하라는 전달 사항 때문에 수비 라인도 점차 따라 올라가자 윤석도 어쩔 수 없이 앞으로 전진하게 된다.
답답한 최기웅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어느 정도 라인이 올라간 것을 느낀 상대편이 공을 JH 아카데미 진영으로 차올린다.
어떻게 하지?
윤석의 눈이 공을 향했다가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본다.
자리를 지켜야 할까? 아니면 상대방 공격수에게 계속해서 공을 뺏기는 자신의 팀 센터 백들을 도와줘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순간, 윤석의 눈에 슬금슬금 빈 공간을 향해 움직이는 상대편의 또 다른 공격수가 눈에 들어왔다.
윤석은 본능처럼 그 선수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그 가운데 상대방의 장신 공격수는 수비수들을 짓누르면서 공이 떨어지는 것을 받아 내고 있었다. JH 아카데미의 센터 백들은 그의 힘 앞에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그가 공을 떨구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바보들.’
장신 공격수는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바라보며 JH 아카데미의 센터 백들을 비웃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떨어지는 공을 잽싸게 낚아채는 다리를 바라보며 네 번째 골을 띄워 올리는 순간.
쿠웅.
누군가가 나타나 공을 가져가려는 공격수와 몸을 붙여 밀어내고 공을 차지했다.
“헛……!”
바닥에 엎어진 작은 키의 공격수가 고개를 들며 헛바람을 삼켰다.
그의 시선 끝에는 거대한 덩치를 지닌 윤석이 무서운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옳지!”
그것을 바라본 최기웅와 송진호가 동시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힘으로 공을 빼앗은 윤석은 최기웅의 지시대로 전방에 있는 미드필더에게 공을 패스했다.
그것을 기점으로 JH 아카데미 선수들이 짧은 패스를 통해 차근차근 전방으로 향하고 가장 마지막에 공을 잡은 공격수가 골대를 향해 공을 찼다.
떵!
JH 아카데미의 공격은 공격수가 슈팅한 공이 골대를 때리면서 중단되었다.
다급하게 상대편 골키퍼가 공을 잡아 내고 전방을 향해 공을 차 냈다.
“이런!”
마무리가 아쉬워 최기웅이 주먹을 휘두르는 사이, 상대방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상대 팀의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자리를 잡고 공을 받을 준비를 했다.
“윽!”
그 순간 상대방 공격수의 얼굴이 구겨졌다.
지금까지 JH 아카데미 선수들을 상대로 느껴 볼 수 없던 힘이 자신을 밀어낸다.
마치 벽이 움직여 자신을 미는 것처럼 단단한 그 느낌에 공격수가 고개를 돌려 보았다.
“뭐 이런…….”
표정 없는 얼굴로 가뿐하게 자신을 밀어내는 윤석의 얼굴이 보였다.
그것도 자신의 시선 위로.
왠지 모를 위압감에 질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힘을 줘 윤석을 밀어내 보려 했다.
“흡.”
어림도 없었다.
마치 벽을 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윤석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흘끔, 공격수를 바라보고는 떨어지는 공을 낚아챘다.
윤석이 공을 잡는 순간 공격수가 발을 들이밀고, 상대편 미드필더 둘이 윤석에게 다가왔다.
“욱!”
상대방의 팔이 불쾌할 정도로 자신의 몸을 밀고 들어온다. 윤석은 반칙이 아닌가 싶어 심판을 바라봤지만, 휘슬을 불지 않는 것을 보니 팔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이 반칙은 아닌 모양이었다.
발로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팔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축구는 발로 하는 게 맞지만, 이를 위해선 상체와 팔을 이용한 몸싸움도 중요한 것이다.
자신을 뒤로 밀기 위해 들어오는 팔 앞으로 윤석도 팔을 들이밀었다.
“컥!”
윤석의 팔 근육이 꿈틀거리며 상대방의 가슴을 짓누른다.
힘에 밀린 공격수가 뒤로 밀려나는 순간.
그 상태로 윤석은 앞에서 다가오는 상대방 미드필더를 바라봤다.
여기서 패스해야 하나?
그리 생각하며 전방을 바라봤다.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과 그 위를 분주하게 달리는 선수들의 한눈에 들어왔다.
‘넓다.’
윤석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눈앞의 두 미드필더마저 치워 내면 더 넓은 필드가 자신을 반길 것 같았다.
그래서 윤석은 움직였다.
더 넓은 공간을 보기 위해.
더 많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윤석은 한 대의 전차가 되었다.
단단하고 거대한 덩치를 바탕으로 상대방 선수들을 밀어내며, 깨진 콘크리트 길 위에서 공을 가지고 놀던 그 발로 상대방을 밀어냈다.
쑤욱.
조금 더 힘을 줘 팔을 벌리니 공간이 생겨나 그 틈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갔다.
“우욱.”
상대방의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을 확인할 틈이 없었다.
예상대로 더 넓은 공간이 자신을 반기고 있었다.
아무런 장애물 없이 경기장 전방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미드필더들을 뒤로 밀어내니 여유롭게 자신들만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같은 팀 동료들이 눈에 들어왔다.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윤석은 어서 제 일을 하라는 듯, 그들을 향해 공을 패스했다.
그것을 지켜본 최기웅은 물론이고 송진호까지 감탄했다.
“저거, 저거, 축구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놈이 할 수 있는 플레이입니까?”
워낙 피지컬이 좋은 데다가 발놀림이 좋아서 수비적인 재능을 보이던 윤석이었다.
그런데 이 위치에 두고 보니 탈압박 능력에 스스로 미끼가 되어 공간을 만들고 경기를 풀어 나가는 모습까지 보여 주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아이가 말이다.
“마치 어른하고 애들이 몸싸움하는 거 같네.”
“아.”
그사이 최기웅이 또다시 안타까움에 탄성을 터뜨린다.
시선을 돌려 보니 이번에도 수비진을 뚫고도 골을 놓친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상대의 역습은 허용치 않았다.
점차 윤석이 수비진을 지키며 중원을 장악해 나가고 있었다.
개인 기량이 또래 아이들보다 몇 수 위임을 자랑하듯 상대방 선수들을 달고서 계속해서 움직인다. 어떻게든 공을 뺏으려는 상대편은 그런 윤석에게 붙을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중원에서 다른 미드필더의 공간이 넓어지게 되면서 패스가 원활해진다.
이 좋은 흐름을 유지하려면…….
최기웅은 흘끔 시간을 바라봤다.
아직 시간은 8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전반전에 1골이라도 넣어 그 분위기를 가지고 후반전을 시작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문득 최기웅의 시선이 정우를 향한다.
운동신경과 축구 센스 하나만큼은 형보다 훨씬 뛰어난 정우.
게다가 발까지 빠르다.
지금 자신의 팀에는 없는 것.
원래는 유소년 축구에서 더욱더 도드라지고 필요한 것인데 전술과 팀플레이를 중요시해서 애써 무시하던 부분.
“정우야.”
“네?”
“네가 가서 제네 팀 수비수들 좀 깨부숴야겠다.”
이른바 크랙.
개인 기량을 통해 상대 팀 수비수의 균열을 만들어 줄 선수가 필요했다.
최기웅은 정우를 교체 카드로 사용했다.
서둘러 옷을 벗고서 가볍게 제자리 뜀을 하면서 2분 동안 몸을 덥힌 정우가 마침내 외투를 벗고 유니폼만 입은 채로 라인 앞에 섰다.
정우는 할머니가 사 준 축구화를 신고서 스코어보드를 바라봤다.
누르스름한 스코어보드는 3 대 0을 가리키고 있었다.
성인 축구라면 이미 역전의 가능성도 찾기 힘든 큰 점수 차였다. 야구처럼 홈런이 있는 것도 아닌 바에야 1골, 1골 추격해도 남은 시간 안에 동점을 만들기 어려운 점수 차.
“부수라고?”
정우는 웃었다.
“까짓 거!”
박살을 내서 이 경기의 주인공이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