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18)
형제의 축구-118화(118/251)
형제의 축구 118화
아빠
바이에른 뮌헨이 또다시 RB 라이프치히에게 무릎을 꿇었다. 무려 5골을 헌납하면서 말이다.
물론 그들 역시 맹공을 펼쳐 3골이나 넣었지만, 독일 최고의 수비진을 보유한 그들에게 5골은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인해 안첼로티가 결국 바이에른 뮌헨의 사령탑에서 내려오는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아직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고 각종 매체에서 보도하기 시작했고, 그 사령탑 후보에는 투헬이나 클롭과 같은 독일에 정통한 감독들이 거론되고 있었다.
한편 뮌헨과 리그 경기에서 2경기 연속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정우의 이름은 독일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분데스리가 경기가 펼쳐진 이후의 평일, 독일의 축구 관련 사이트에서는 정우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었다.
-나는 뮌헨 팬인데 이 어린 선수가 무섭다.
└그럴 수밖에 😀
-매 경기마다 믿을 수 없는 득점력을 보여 줘! 우리는 이 선수를 영입해야 해.
└과연 RB 라이프치히에서 이 선수를 뮌헨에게 팔까? 도르트문트라면 팔겠지만. 라이프치히는 아니야. 금전적으로 아쉬울 게 없거든.
└맞아. 이 위력적인 선수를 경쟁 팀에 팔 리가 없지. 우리 영국이라면 몰라도.
└돈으로 모든 걸 사려고 하는 더러운 영국 새끼가 여기 있었네.
-리그에서도 득점 1위야. 2위와 6골이나 차이가 나고 있어. 어쩌면 우린 최연소 외국인 득점왕을 맞이하게 될지도 몰라.
-윗사람 말대로 될지도 모르는데, 정우는 기복이 있어. 어떻게 될지는 몰라. 적어도 1, 2년 뒤라면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어린 선수다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지. 나는 이번 시즌에도 득점왕은 레반도프스키라고 본다.
└그 기복에도 불구하고 11경기 15골.
└빌어먹을, 그렇게 보니 더 괴물같이 느껴지네.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차붐을 맞이하고 있는 거야.
└차붐, 추억의 이름이네.
-아무튼, 이 선수, 그리고 형까지 라이프치히의 심장과도 같아. 이들이 있다면 우리 RB 라이프치히가 우승하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돈으로 마이스터 샬레까지 사는 빌어먹을 세상.
└그렇지. 빌어먹을 뮌헨 새끼들. 돈으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어.
-분데스리가는 서독의 잔치였어, 이제 동독의 자리도 생겨야 하지. 나는 그들의 자금력도 나쁘지 않다고 봐. 단기간에 동독 지역 축구가 발전할 계기가 되어 줄 테니까.
독일의 반응은 꽤나 호의적이었다.
동양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데다가, 정우의 골은 하나하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좋은 멋진 골이었으니 말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런 선수.
정우는 스타플레이어로서 자리 잡아 가고 있었다.
그렇게 정우, 그리고 형제의 명성이 독일 전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할 즈음.
점차 다른 리그에서도 형제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스카우터들이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RB 라이프치히로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그로 인해서 지난번 거론된 라이프치히와 재계약이 지지부진해진 이유이기도 했다. 형제를 향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형제의 에이전트인 티스는 기존에 넣지 않았던 이적 허용 조항을 넣으려고 했고, 라이프치히는 이에 대해서 거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급료를 더 주는 한이 있더라도 라이프치히는 형제를 붙잡거나, 많은 금액으로 이적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고, 티스는 형제가 이적을 하더라도 함께할 수 있을 선의 금액으로 이적 허용 조항을 추가하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계약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 만큼 결단이 나겠지만, 아직까지는 구단 측과 에이전트 간에 재계약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었다.
그렇게 주변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가운데 정우와 윤석은 모처럼 둘이서 한가하게 산책을 나섰다.
“이제 슬슬 서늘해지는 것 같지?”
정우가 얇은 재킷의 지퍼를 여미며 말하자, 윤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다. 복순이 털을 괜히 깎았나 봐.”
털갈이를 해서 털이 흩날리기 시작해 끙끙거리면서 털을 밀었다. 덕분에 앙상한 몸을 자랑하는 복순이가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멍! 하고 형제를 바라보며 짖었다.
“그러게. 근데 이 자식 뭘 먹길래 이리 빨리 크는 거야.”
“하루가 다르지? 조금만 더 크면 이제 엄마 노릇도 하겠네.”
“복순이도 짝을 지어 줘야 하나?”
정우의 고민에 윤석은 머리를 긁적였다.
복순이 짝을 지어 주는 것까지는 좋은데…….
“강아지 낳으면 감당이나 되려나 모르겠다.”
“그것도 그래. 근데 할머니는 내심 바라는 거 같더라. 증손주 보는 것만큼이나.”
정우의 말에 윤석이 당장 얼굴을 구겼다.
“결혼도 모자라 이제는 증손주까지 바라시냐?”
“으응. 요즘 외박해도 뭐라 안 하잖아. 그지?”
“내가 외박을 하면 몇 번이나 했다고, 크흠.”
윤석은 딴청을 부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런 형을 바라보며 정우는 비실 웃으며 형을 따라 걸었다.
밤이 찾아온 라이프치히 시내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형제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없었고, 형제를 귀찮게 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앞으로 저녁에 자주 나올까 봐. 밤이 되니 더 좋네.”
“그러게 말이여. 할머니도 모시고 나와야지.”
낮과는 또 다른 운치의 공원까지 걸음을 옮기던 형제는 공원에서 복순이가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풀어 두고 자리에 앉았다.
“형.”
“어, 왜.”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야?”
“무슨 소리야?”
정우는 발치에 있는 돌멩이를 툭하니 차올려 톡톡 트래핑하는 재주를 보이며 말했다.
“RB 라이프치히에 오래 있을 거냐고.”
“음…… 글쎄? 갑자기 그건 왜?”
정우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냥 갑자기 생각나더라고. 명문 클럽으로 이적해서 크게 성공하겠다고 한 거 말이야.”
“그랬지. 근데 우리도 충분히 명문 클럽 아니냐?”
정우는 트래핑하던 돌을 멀리 차면서 말했다.
“명문이긴 하지. 적어도 분데스리가에선.”
“근데?”
“난 더 큰 무대로 가고 싶어.”
“어쩐지 요 며칠 다른 리그 영상들을 찾아보더라니…….”
윤석의 말에 정우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당장 프리미어 리그만 해도 봐 봐! 펩이 있고, 무리뉴가 있고, 어느 팀이 우승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강팀이 많지? 얼마나 치열해? 여기는 좋은 팀은 많아도 리그를 치열하게 만들 정도로 강팀이 없잖아.”
분데스리가의 단점이었다.
자국에서 큰 사랑을 받으면서 정작 해외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않는 이유.
어쨌든 우승은 바이에른 뮌헨, 기껏해야 도르트문트 정도가 우승 경쟁에 참여하는 그런 구도였기 때문이다.
박진감 없는 리그 경쟁, 그리고 다른 리그에 비하면 몇 없는 스타 선수들.
솔직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가지기에 어려운 리그이기는 했다.
“그래서 너는 어디로 가고 싶은데?”
“음, 내 최종 목표는…….”
정우는 가만히 생각해 봤다.
수많은 빅클럽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빅클럽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들도 말이다.
“음, 맨체스터 시티?”
“응? 레알 마드리드 같은 팀이 아니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정우의 성향에 레알 마드리드가 딱 어울린다고 생각하던 윤석이 의외라는 듯이 바라보자 정우가 씨익 웃었다.
“돈이 많으니깐.”
“그래…… 내가 잊고 있었네. 돈 귀신이라는 거.”
“돈 귀신이라니, 이왕이면 돈 많아서 주급도 보너스도 많이 주는 팀에 가는 게 좋지. 그럼 형은? 형은 어디가 가고 싶은데?”
“나? 난…….”
윤석이 생각에 잠기려던 찰나.
윤석의 핸드폰이 울렸다.
“뭐야?”
“이보네.”
“쳇, 여친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정우가 툴툴거리는 사이에 윤석은 이보네의 전화를 받았다.
[어, 이보네.]-응, 나야.
이보네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윤석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평소와 다르게 어딘가 기운이 없어 보이는 그녀의 목소리가 이상해서였다.
[뭐야, 무슨 일 있어?]윤석의 물음에 이보네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적막감이 사로잡는데, 윤석은 불안감을 느꼈다. 무언가 심상치 않았다.
[이보네?]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다시 한번 불러본다.
-……어쩌지?
[뭐가? 무슨 일인데?]윤석이 다급하게 묻자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있잖아…….
[으응.]-임신했어.
쿵!
윤석은 머리에서 천둥이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착각했다.
그만큼 충격적인 말이었다.
[저, 정말이야?]-응…… 병원 가 봐야겠지만, 테스트기에는…….
[으음, 어, 음…… 지금 어디야? 집이야?]-응…….
[내가 갈게. 기다려.]윤석은 당장 전화를 끊고 정우를 바라봤다.
“왜? 무슨 일이래?”
형의 표정을 보고 심상치 않음을 느낀 정우가 물어 오자 윤석은 멍하니 말했다.
“야, 어쩌면 할머니 소원……. 이뤄 드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뭐?”
“일단…… 이보네한테 좀 갔다 올게. 복순이 데리고 집에 들어가. 알았지?”
“무슨 일인데 그래?”
“갔다 와서 이야기할게!”
“뭐여.”
정우가 뚱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윤석은 서둘러 달려가기 시작했다. 공원에서 이보네의 집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윤석의 발걸음이 다급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정우는 궁금한 마음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복순이를 바라보고 복순이를 안아 들었다.
“아우, 무겁다. 많이도 컸지, 우리 복순이.”
멍!
“그래, 자식아. 그나저나 이 누나는 한국 가서 왜 이리 연락이 없는 거야?”
문득 주희가 생각난다.
“내가 연락해야 하나, 역시…….”
정우는 그리 말하며 말없이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잠금 화면을 풀고 메신저 어플을 켜니 변함이 없는 프로필 사진이 자리 잡고 있었다. 환하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음…….”
정우는 용기를 내서 채팅창을 켜본다.
“으음, 아니야…… 역시 좀 더 기다려 보자.”
하지만 결국에 아무런 메시지도 보내지 못하고 어플을 닫……지 못했다.
“으악! 보이스 톡!”
실수로 보이스 톡을 눌러 버린 정우는 다급하게 보이스 톡을 취소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정우의 얼굴이 구겨지는 가운데, 보이스 톡 취소 메시지 옆에 자리 잡은 숫자 1이 사라진다. 읽었다는 소리.
정우가 사색이 되어 가는 순간.
-뭐야?
그녀가 답장을 보내 왔다.
“…….”
정우는 말없이 그녀의 메시지를 바라봤다.
* * *
“헉헉…….”
한참을 달려온 윤석은 숨을 몰아쉬면서 발걸음을 멈췄다.
낡은 현관문을 바라보며 심호흡하던 윤석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들겼다.
똑똑.
[누구세요?]현관문 너머 이보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보네!]끼익. 철컥.
문이 열리자 어딘지 서글퍼 보이는 이보네의 얼굴이 보인다. 윤석은 현관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이보네를 안았다.
[괜찮아?]무슨 말을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간신히 한마디를 건네자 이보네가 울음을 터뜨렸다.
[으아아앙!]마치 어린아이처럼 서글프게 말이다.
[괘, 괜찮아? 미안해.] [네가 뭐가 미안해! 이 나쁜 자식! 흑흑.]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이보네는 굉장히 서러워하고 있었다. 윤석은 그런 이보네를 말없이 안고서 다독일 수밖에 없었다.
[조심했어야 하는데…… 미안해, 미안.] [뭐가 미안해, 바보야!]이보네는 그런 윤석에게 버럭 소리쳤다. 윤석은 그런 이보네를 보고서 더 당황해서 말했다.
[미, 미안.] [어휴, 진짜!]이보네는 한숨을 내쉬었다.
윤석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자신도 조심하지 않았으니 할 말은 없었다.
그렇다고 아이가 생긴 것이 싫은 것도 아니었다.
아이는 축복받은 존재니까.
근데 이상하게 서럽다.
그리고 묘한 두려움이 들어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 아이를 가졌다는 것.
사실 큰 문제는 없을지 모른다. 독일은 낙태를 허용한 국가였다. 3개월 이내에 낙태를 원하면 성상담을 의무적으로 듣기만 하면 낙태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 아이가 이대로 사라지길 바라지 않았다. 문제는 눈앞의 사람.
과연 이 남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부담스러워 하며…….
[일단은 앉자. 울지 마, 아이한테 안 좋겠다.]그 가운데 윤석이 그녀를 현관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면서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
훌쩍임을 멈추고 이보네가 자신을 바라보자 윤석은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보네.] [으응…….] [독일이 혼전 임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 우리나라에서는 이럴 때 상대방의 의견을 물어보거든. 그래서 말인데…….] […….]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그러는 너는?]오히려 이보네가 물어 오자, 윤석은 진심을 담아서 진지하게 말했다.
[솔직하게 말할게.] [응.] [나는 이보네가 괜찮다면…… 아이를 낳자고 하고 싶어. 그러니까…… 으음, 동거나 이런 게 아니라. 한국은 아이를 가지면…… 그…… 결혼을 하거든.] [그러니까…….]이보네가 입을 여는 순간, 윤석이 이보네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
[결혼하자.]윤석의 말에 이보네는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이보네의 시선에 윤석은 당황해서 말했다.
[그, 뭐, 답변을 지금 달라는 건 아니고, 그러니까…… 으음, 뭐…… 너만 좋다면…… 나는…….]평소 그 순박한 표정과 모습에 이보네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게 뭐야. 남자가 단호해야지!] [그, 그렇지? 하하…….] [좋아……. 그런데 있잖아, 자신 있어?] [뭘?] [우리 아빠 만나 봐야 하지 않겠어?] [아…… 아버님…….]윤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