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2)
형제의 축구-12화(12/251)
형제의 축구 12화
깨부수다
교체 사인을 알리고, JH 아카데미에서 공격수가 나오고 정우가 그 자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U-15 경기에서 이례적으로 초등학생이 투입되었다.
그래서 한창 성장기인 중학생들 사이에서 정우는 유난히 작고 왜소해 보였다.
작은 정우를 바라보며 상대편 수비수들이 비웃음을 머금을 정도로 말이다.
그건 상대편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작디작은 정우를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티키타카, 티키타카 하더니 메시 같은 애를 구했나 보네.”
메시라는 말에 부천 축구 교실 아이들의 시선이 감독을 향한다. 감독은 그런 자신의 선수들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실력 말고 키 말이다.”
“하하하.”
감독의 말에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소리가 워낙 컸기에 정우의 시선이 절로 그쪽을 향한다.
명백히 자신을 바라보고 비웃음을 흘리는 상대편을 바라보며 정우는 이를 악물었다.
정우는 남이 놀리는 것을 보면 참을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아이는 아니었다.
지기 싫어하고 무시받는 걸 누구보다도 못 참는 게 정우였다.
‘두고 보자.’
빠득, 이 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이를 악문 정우가 공격수 위치에서 주변을 훑었다.
공은 상대편에게 있었다.
자신은 무얼 해야 할까?
가만히 있어서는 자신에게 공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시간 동안 충분히 배워 왔다.
그래서 정우는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상대방 수비수들은 공을 향해 열심히 달려오는 정우를 비웃으며 공을 돌렸다.
중학생들인 그들의 눈에 정우는 누가 봐도 한참 어려 보였다.
공을 옆으로 돌린 센터 백 하나가 정우에게 말을 걸었다.
“야, 너 몇 살이냐?”
그 물음에 정우가 뚱한 얼굴로 말했다.
“열세 살.”
“뭐? 초등학생이 지금 경기에 뛰고 있는 거야?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뭐, 난 뛰면 안 되냐?”
자기보다 한참 키가 큰 상대에게 기가 죽을 법도 하건만 정우는 당돌하게 상대방을 도발했다. 상대편 센터 백이 눈에 불을 켜며 말했다.
“쪼그만 게,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죽고 싶어?”
어깃장을 놓는 상대를 바라보며 정우는 콧방귀를 뀌었다.
“나잇값을 해야 존댓말을 하지, 몇 살 차이 난다고…….”
“뭐?”
상대편 센터 백의 눈에 불똥이 튀는 순간.
뒤에선 윤석이 귀신같이 공을 빼고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센터 백과 말싸움을 하면서 그것을 본 정우의 눈이 빛났다.
순간 형제의 시선이 교차하고, 윤석은 뭐에 홀린 것처럼 공을 뻥 하고 찼다.
콰앙!
마치 하프라인 아래에서 중거리 슛을 때리듯 찬 공이 전방을 향해 빠르게 뻗어갔다.
윤석의 시선에는 보였다.
수비수의 뒤로 넓디넓은 공간을.
아무도 차지하지 않은 그 공간.
정우라면…….
윤석이 그리 생각하는 사이.
형의 기대를 어기지 않겠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며 이를 드러내는 수비수들을 지나쳐 정우가 앞으로 달려갔다.
“엇!”
수비수가 당황해 몸을 돌려 앞을 바라봤다.
달려 나가는 정우를 향해 팔을 뻗지만, 마치 신기루를 만지듯, 정우는 닿지 않았다.
전광석화!
짧은 거리에서 정우는 있는 힘껏 인조 잔디를 밟으며 가속했다.
그 가운데 조금 더 후방에 위치해 있던 센터 백이 먼저 공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센터 백이 정우보다 조금 더 빨리 공을 받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
이내 터져 나오는 탄성.
윤석의 힘 있는 슈팅에 센터 백의 발등을 맞은 공이 되려 정우가 있는 쪽으로 튕겨 나간 것이다.
정우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달려가 공을 낚아챘다.
불규칙하게 바운드되는 공을 아이 다루듯 부드럽게 다독여 앞으로 밀어내며 이제 막 균형을 잡아 가는 센터 백을 지나쳤다.
“흡!”
공을 놓친 센터 백이 다급하게 발을 뻗어 공을 건드린다.
공이 오른쪽으로 튕겨 나가는 순간.
정우는 오른발을 들어 공을 툭 차 다시 자신의 앞으로 밀어 넣었다.
놀란 수비수가 몸을 일으켜 뒤를 바라본다.
정우는 이미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가 골키퍼를 마주하고 있었다.
“뭐 이리 빨라!”
당황한 센터 백들이 버럭 소리치는 가운데 정우는 골키퍼를 바라봤다.
골키퍼 역시 1 대 1 찬스에서 공간을 없애기 위해 정우에게 마주 달려 나갔다.
거리를 좁혀 가는 골키퍼와 정우.
“침착해!”
그것을 지켜보던 송진호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 순간 정우의 눈은 골대를 향해 있었다.
덩치 큰 골키퍼 덕분에 골대의 빈 공간이 아주 좁게 느껴졌다.
정우는 차가운 얼굴로 골키퍼를 마주봤다.
이건 싸움이야.
정우는 생각했다.
자신의 가난을 욕하고, 비웃고, 괴롭히던 아이들을 마주할 때.
물러서기보다는 맞서 싸우며 매달 십수 번씩 주먹질을 하던 당돌한 꼬마, 정우는 싸우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차갑게 이성을 유지하곤 했다.
그래야 맞을 거 안 맞고, 때릴 거 때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어.
정우는 그리 생각하면서 자신의 발 앞에 굴러가고 있을 공을 향해 발을 가져갔다.
신문을 차서 현관 앞에 나르던 정우의 발등이 공을 차올렸다.
비좁은 골대가 현관문과 겹쳐 보였다.
‘신문에 비하면……!’
철썩!
공이 골키퍼를 넘어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정우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누워서 껌 먹기지!”
와아아아!
골이 들어가자 JH 아카데미 아이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형제가 달갑지 않은 그들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골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이야, 이 자식!”
“잘했어!”
형들이 정우에게 다가와 정우를 칭찬했다.
정우는 헤헤, 웃으면서 형을 바라봤다.
환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미는 윤석을 바라보며 정우도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스코어는 3 대 1.
정우의 골을 마지막으로 전반전이 마무리 되었다.
최기웅은 아이들을 불러 모으며 말했다.
“상황이 좋지 않지만, 분위기는 우리한테 넘어왔다. 다들 잘해 주고 있다. 패스가 끊어지지 않게 침착하게 하고, 무리수를 두지 말고.”
아이들에게 그리 설명한 뒤 한 명, 한 명에게 필요한 부분을 요구한 최기웅의 시선이 윤석을 향한다.
“잘해 주고 있다. 그런데 볼을 너무 오래 끌어. 선수들을 유인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오래 끌면 속도가 줄고 당연히 수비 라인이 단단해진다. 공격수에게 틈을 주려면 공을 받기 전에 선수들을 유인하고 공을 받는 순간에는 빠르게 움직여야 해. 알았지?”
“네.”
“정우는 잘해 주고 있어. 골도 좋지만, 열심히 뛰면서 패스는 안 해도 좋으니 계속 돌파하고 흔들어. 네 맘대로 마음껏 휘저어 봐.”
사실 정우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어려서 그런지 형과 달리 정우는 전술을 이해하는 데 둔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주입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최기웅은 정우에게 프리 롤을 부여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하면서.
“네, 감독님.”
최기웅의 지시가 끝나고 물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는 사이 어느새 후반전이 다가와 아이들이 우르르 필드 위로 올라섰다.
다시 필드 위에 올라선 정우의 두 눈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그런 정우를 향해 상대편 센터 백들이 눈에 불을 켜고 바라본다.
어린 아이한테 제대로 한 방 먹었다 생각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던 거다.
그것은 상대방 감독도 마찬가지.
“키만 메시인 줄 알았더니, 제법 빠르군.”
말이 제법이지 상당히 빠르다.
그 짧은 거리에 엄청난 가속도로 수비수들을 따돌려 버렸으니 말이다.
고작 단 한 번의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정우의 대해서 모든 것을 알 수 없었지만, 발 하나는 자기 팀 센터 백들이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 가운데 이번에는 JH 아카데미에서 공격을 전개해 나가기 시작했다.
공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정우가 열심히 움직이는 가운데 아까 처음 정우를 도발했던 센터 백이 이를 악물고 정우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상대 팀은 미드필더 라인과 수비 라인을 바짝 내리고 간격을 좁혀서 공간을 없앴다.
이렇게 깊숙이 걸어 잠근 가운데에도 상대방 공격수들은 최전방에 위치해 있으니 노골적으로 카운터를 노리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송진호는 전술 완성도는 확실히 JH 아카데미보다 부천 축구 교실이 뛰어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후방에서 이어 온 공을 받은 윤석은 주위를 둘러보며 혀를 찼다.
자신이 공을 잡고 있음에도 이번에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공격수 중 하나가 내려와 윤석을 압박해 버리는 바람에 전방에 위치한 미드필더들 모두에게 상대방 선수들이 마크를 하고 있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윤석아, 옆을 봐라!”
그 순간 최기웅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윤석은 상대편 공격수를 등진 상태로 옆을 바라봤다.
상대방이 올라오지 않자 풀백이 빠르게 전방으로 올라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풀백의 앞에는 아까와 달리 넓디넓은 공격로가 펼쳐져 있는 것도 보인다.
라인을 내리고 간격을 좁힌 덕분에 양 사이드에 공간이 생긴 것이다.
펑!
즉각 좌측으로 공을 보내자 좌측 풀백이 빠른 속도로 전방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꿈틀.
JH 아카데미가 측면 공간을 이용하자 순간 간격이 흔들리는 것이 윤석의 눈에 들어왔다.
JH 아카데미의 미드필더들도 중앙이 아닌 측면 쪽으로 빠져나가면서 풀백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였다. 간격이 넓어지고, 중앙에는 JH 아카데미의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다.
윤석은 본능적으로 그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움직였다.
그 가운데 측면으로 공격을 펼쳐 나가자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우측 라인의 선수들이 JH 아카데미를 막기 위해 간격을 벌리면서 이동하기 시작했고, 이 간격을 메우기 위해 부천 축구 교실 진영이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중앙으로 들어섰던 윤석은 좌측 풀백이 다시 자신에게 공을 전달하는 순간, 자신의 역할을 알 수 있었다.
우측.
JH 아카데미를 기준으로 상대편이 좌측으로 간격을 집중했으니, 여유 있게 공간이 만들어진 우측 라인으로 공을 보내는 것이었다.
단순한 패스였지만, 그 패스 하나로 넓게 뚫린 우측 라인이 빠르게 공을 가지고 전방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 이런 거구나.”
상대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윤석이 감을 잡는 사이.
우측 풀백에게서 공을 받은 오른쪽 윙 포워드가 공을 가지고 최전방까지 올라가면서 중앙을 바라봤다.
“작다, 작아도 너무 작다.”
윙 포워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중앙을 바라봤다.
중앙에는 정우가 센터 백들을 피하면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너무도 작아서 크로스를 올리기 힘들었다. 보나마나 몸싸움에 밀려서 공을 뺏기기 쉬운 상황.
“에라이!”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윙 포워드가 공을 차올렸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크로스를 올린 것인데, 빗맞는 바람에 공이 높게 올라가지 않고 선수들의 허리 높이 정도로 낮게 크로스가 올라가 버렸다.
게다가 제법 빠른 탓에 수비수들이 허리를 지나가는 공을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단숨에 정우에게까지 공이 날아왔다.
정우의 기준으로 명치 높이 정도로 다가오는 공을 바라보며 정우는 망설이지 않고 발을 들었다.
“야!”
뒤에서 그것을 본 같은 팀 미드필더가 버럭 소리쳤다.
저렇게 하면 공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공을 주기 십상이야! 하고 생각하는 순간.
정우가 발의 옆면으로 공을 받더니 공을 밀면서 빙그르 돌았다.
공의 힘을 죽이면서 공의 방향 그대로 몸을 틀어 상대방의 센터 백을 중심으로 공과 함께 몸을 돌린 것이다.
순식간에 앞이 뚫렸다.
이미 힘이 죽은 공을 아래로 끌고 가면서 정우는 그대로 다른 발을 이용해 공을 뚫려 버린 전방으로 차고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공을 쳐 내기 위해서 몸의 균형을 한쪽으로 몰아버린 탓에 따라잡기 어려운 센터 백을 뒤로 하고 다른 센터 백이 가까이 있던 덕분에 잽싸게 정우를 향해 따라 붙었지만, 정우는 좌측 대각선으로 공을 몰아 그 센터 백마저 따돌리고는 다시 방향 전환을 통해 골대를 향해 우측 대각선 방향으로 공을 몰아갔다.
철썩!
그 순간 골키퍼가 뒤늦게 달려 나왔지만, 정우의 발에서 공은 이미 떠나가 골 망을 가른 뒤였다.
“우웃!”
그것을 본 송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엄청난 볼 컨트롤과 속도, 그리고 방향 전환을 정우가 보여 준 것이다.
“저거 베르캄프가 환생했답니까?”
최기웅도 놀란 얼굴로 형들 틈에서 환호하는 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순간 보여 준 볼 컨트롤 능력이 마치 베르캄프를 연상시킨 것이다.
“그러게나 말이다!”
송진호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리 답하면서 자신의 무릎을 잡았다.
흥분과 전율에 무릎이 떨렸다.
“역시.”
자신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녀석은 타고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정우가 놀라운 볼 컨트롤과 속도로 2골을 만들어 내자 상대방 센터 백이 정우에게 휘둘리기 시작한 것이다.
얘를 놓치면 따라잡을 수 없다.
얘를 놓치면 골이다.
그런 압박감 때문에 수비 라인이 붕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틈을 노리고 윙 포워드가 골을 추가하면서 후반 24분 동점 골이 터져 나왔다.
정우를 따라 시선이 옮겨진 센터 백의 뒤를 노리고 파고 들어가 만들어 낸 동점 골이었다.
“역전하자!”
JH 아카데미가 기세가 올라 그리 외치며 환호하는 가운데 상대방은 기세를 잃고서 멘탈이 흔들리고 있었다.
부천 축구 교실의 감독은 인상을 찌푸렸다.
성인 선수와 다르게 기세가 밀리기 시작하면 어린 선수들은 그것을 회복하는 게 어렵다.
그 가운데 정우는 공을 잡는 족족 좁은 공간에서도 이리저리 미꾸라지처럼 피해 다니면서 드리블하며 선수들을 유린했다.
마치 안전 콘을 상대로 드리블을 연습하듯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우의 속도는 줄지 않았다.
짧은 거리에도 최대의 속력을 낼 수 있는데다가 방향 전환도 자유롭다.
콘크리트 길 위에서 단련된 발목이 그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졌군, 졌어.”
닳고 닳은 유소년 축구계의 감독은 직감적으로 자신의 팀이 패배할 것이라 예상했다.
“진짜 메시였구먼, 허.”
저 작은 아이가 어린 아이들의 축구 판에는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메시나 다를 바 없었다.
쾅!
그 가운데 정우의 움직임으로 벌려진 중앙을 두고 뒤에서 대기하던 윤석이 무시무시한 중거리 슛으로 추가 득점에 성공하면서 결국 경기는 3 대 4로 JH 아카데미의 역전승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오늘은 처음으로 정식 경기에 출전한 형제가 처음으로 승리를 만끽한 경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