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23)
형제의 축구-123화(123/251)
형제의 축구 123화
초대
AS 모나코를 이기면서 RB 라이프치히가 꿈에 그리던 챔피언스 리그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C조의 경기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연이어 조별 예선이 진행되면서 16강 진출 팀의 윤곽이 점차 잡혀 나갔다.
사실 다른 조와 비교하면 나름대로 치열했던 C조를 제외한 다른 조에서는 빅클럽들이 그다운 면모를 보여 주면서 16강에 이름을 올렸던 것이다.
유럽, 나아가 세계에서도 그 명성이 드높은 빅클럽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16강이 된 것에 대해 RB 라이프치히의 연고지 팬들은 자부심을 느꼈다.
그건 라이프치히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작센주, 나아가서 과거 동독의 지역으로 분류되던 지역의 사람들이 라이프치히를 주목하고 응원하기 시작했다.
라이프치히가 바라 왔던 것들이 하나둘 이뤄져 가고 있었다.
게다가 동독 지역의 어린 소년들이 라이프치히의 입단을 문의해 오는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축구를 하기 위해서 많은 소년들이 서쪽 지역의 분데스리가 팀들의 문을 두드려 왔는데, 이제는 집과 먼 지역을 찾기보다 RB 라이프치히라는 가까운 지역의 명문 팀으로 가고자 하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지금의 젊은 선수들이 닦아 놓고 있는 길을 이어 갈 발판이 생겨났다.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나름대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 가는 와중에 어김없이 분데스리가 일정이 진행되었다.
16라운드의 상대는 도르트문트.
우승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이겨야 좋은 팀이었다.
현재 15라운드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RB 라이프치히는 승점 40점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도르트문트는 승점 6점 차이로 라이프치히를 따라 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 3위인 볼프스부르크가 도르트문트와 승점이 같은 상황에서 득실차 1점 차이로 도르트문트를 바짝 추격하고 있어서, 도르트문트의 입장에서는 이번 경기에서 질 수가 없었다. 패배 하나로 순위가 뒤집어져 4위까지 떨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결국 바이에른 뮌헨의 안첼로티 감독이 경질되었다.
중간 지점에 감독 물망에 오를 만 한 감독이 없어 고민을 거듭하던 바이에른 뮌헨은 안첼로티 체제는 가망이 없다 판단, 그 자리를 필립 코쿠로 대체했다.
지난 시즌 유로파 컵 우승과 리그 우승을 이루면서 에레디비지에에서 감독으로서 성공적인 시작을 알려 온 47세의 젊은 지도자는 시즌 초반 구단 프런트와 다툼 끝에 감독직에 사임하고 지금은 무직 상태에 있었다.
위기의 바이에른 뮌헨과 달리 승승장구하는 라이프치히와, 2위로 바짝 추격해온 도르트문트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결과는 1 대 0 패배.
AS 모나코와 전력을 다한 선수들은 체력이 미처 회복되지 못했고, 그 자리를 대체해 투입되었던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도르트문트를 감당하지 못했다.
도르트문트는 승점을 3점 차이로 좁힐 수 있었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같은 날 볼프스부르크가 마인츠를 상대로 3 대 0 대승을 거두면서 도르트문트에게서 2위 자리를 탈환하게 되었다.
한편 필립 코쿠의 관전 아래, 코치가 임시로 감독한 바이에른 뮌헨은 베르더 브레멘에게서 승리하면서, 결국 오늘 경기는 RB 라이프치히를 제외한 상위권 팀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17라운드,.
전반기 마지막 라운드가 펼쳐지고 있었다.
-도르트문트에게 비록 패하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라이프치히는 라이프치히입니다. 쾰른을 시종일관 압박하면서 2 대 0으로 경기를 리드하고 있어요.
-라이프치히의 경기를 보면 가끔 한국에서 온 형제가 경기의 시작과 끝을 모두 감당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오늘 각자 1골 1도움으로 형제가 모든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후반이 인저리 타임으로 접어드는 순간.
윤석이 길게 내준 공을 향해 로벤이 달려들어 골로 연결했다.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로벤이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웃음을 터뜨린다.
-아! 윤석이 하나의 어시스트를 더 기록합니다! 그리고 이대로 경기 끝나네요! 오늘 MOM을 형제 중에 누가 받게 되는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윤석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면서 MOM은 따 놓은 당상이 되었습니다!
-한정우의 입장에서는 아쉽겠네요.
해설들이 웃으며 그리 말하고 있었지만, 정우는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아자! 전반기 마무리!”
오늘은 그토록 외치던 40골도, 오늘 세운 공격 포인트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전반기 시즌이 마무리되고 선수단에게 주어지는 꿀 같은 휴식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삐익! 삐익! 삑!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과 동시에 한정우는 휴가 동안 무엇을 할지 생각에 잠겼다.
“일단 젤케와 함께 애들을 모아서 클럽에서 파티를 하는 거야. 그리고 음, 한 번도 해외여행을 해 본 적 없는데 가족들이랑 해외여행을…….”
[뭘 그렇게 중얼거리는 거야?]필드를 빠져나오면서 옆을 지나가던 로벤의 물음에 정우는 씨익 웃었다.
[휴가 때문에, 뭐 하고 놀까 생각하느라.]정우의 말에 로벤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상상만 해도 즐거운 그 기분을 알 것 같군.]로벤도 정우의 기분을 십분 이해했다. 로벤은 세계에서도 가장 살인적인 일정을 자랑하는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뛴 경험이 있었다.
독일은 이때 가장 한가하고 여유롭다. 하지만 반대로 프리미어 리그는 복싱데이라 불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살인적인 일정을 보내야 했다.
그러던 차에 분데스리가로 온 로벤은 이곳이 천국인 줄 알았다.
시즌 중반에 휴식을 취할 수 있다니.
얼마나 달콤한가.
문득 든 생각의 로벤이 그리 말하자 정우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가 이내 웃음 지었다.
[그런 초대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 맛있는 거 해 주는 거야?] [음, 특별히 원하는 음식이라도 있어?] [아니, 주는 대로 잘 먹어, 우리 형제는.] [그렇다면 기대해도 좋아.]그렇게 갑작스레 로벤과 약속을 잡은 정우는 형에게 달려갔다.
“형! 로벤이 가족끼리 밥 먹자는데, 형은 어때?”
주장 완장을 벗으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던 윤석이 정우를 바라봤다.
“그래? 나야 좋지. 이보네도 데리고 가도 될까?”
“당연히…… 그렇겠지? 그러고 보니 가장 중요한 일정을 깜박했네?”
이보네라는 말에 정우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러게. 이제 며칠 안 남았구나.”
한씨 가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을 상기하며 괜히 둘 다 들떠서 웃으면서 로커 룸으로 들어갔다.
* * *
RB 라이프치히는 분데스리가 1위로 전반기를 마무리하며 휴식 기간을 가지게 되었다.
전반기 동안 윤석은 16경기 6골 14도움이라는 미친 활약을 펼치며 득점 랭킹에서도 공동 7위, 도움에서 1위를 기록하는 대활약을 선보였고, 정우는 15경기 18골, 1도움으로 리그 득점 1위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이런 활약을 보여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온 국민의 관심은 매 경기마다 형제에게 쏠렸다.
국민적인, 그리고 라이프치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전반기를 마무리한 형제는 휴가가 시작되면서 형제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형제는 동시에 한국으로 가 자동차 연수 없이 면허 시험을 봐서 운전면허를 취득했고, 그동안 만나지 않았던 사람들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들이 제일 먼저 찾은 사람은 누가 뭐래도 이 사람이었다.
“이야, 오랜만이다. 잘하는 거 보니 보기 좋더라.”
집에서 형제의 인사를 받으면서 송진호는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헤헤, 우리가 좀 하죠, 감독님?”
송진호를 보면서 정우가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예전이나 다를 바 없이 장난기 가득한 정우의 모습을 보고서 송진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자식, 나이를 먹어도 그대로구나?”
“에이, 감독님, 나이를 먹으면 얼마나 더 먹었다고요. 근데…… 감독님은 못 본 사이에 세치가……?”
“아, 이거? 염색을 안 해서 그래, 염색을. 요즘 마누라가 타박이 심…….”
말을 하던 송진호는 부엌에서 무섭게 눈을 뜨는 와이프를 보고서 찔끔하고서 말을 멈췄다. 그사이 송진호의 와이프, 김미영 여사는 쟁반에 과일을 한가득 담고서 웃으며 형제에게 다가왔다.
“타지에서 고생이 참 많아.”
“헤헤, 그다지 나쁘지 않아요.”
“그래? 이참에 우리도 해외에서 지내 볼까, 여보?”
김 여사의 말에 송진호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어흠, 내가 팀을 두고 어디가.”
“그놈의 팀은, 우승이라도 하면 말이라도 안 해.”
“…….”
송진호는 말없이 과일을 입으로 가져갔다.
형제가 떠난 이후, 공격적으로 영입하며 K리그에서도 돌풍을 예고했지만, 형제의 빈자리를 완전히 채우지 못하고 부천은 리그 6위로 시즌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이제 막 K리그로 입성한 팀 치고는 매우 준수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형제를 통해 얻은 막대한 이적료를 투자하면서 얻은 결과치고는 좋다고 볼 수는 없었다.
“뭐, 그래도 아챔에서 8강까지 진출했으니 잘한 거지 뭐.”
그나마 아무런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던 부천이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8강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선보였다는 것은 아주 긍정적인 측면이었다.
“아, 역시 우리가 있어야 해. 그지, 형?”
“……말은. 그건 나중에 가서 결과를 보여 드리고 말씀드려야 하는 거야.”
윤석의 말에 송진호는 흐뭇하게 웃었다.
형제는 약속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래, 크게 성공해서 금의환향해라. 기량이 하락하니 뭐니 하면서 도망치듯 오면 나도 안 받아 줄 거야.”
“당연하죠.”
“그럼요. 아, 그리고…….”
윤석은 조용히 송진호 부부에게 봉투 하나를 건넸다.
“이게 뭐냐?”
“……열어 보세요.”
윤석이 쑥스러워하며 말하자 송진호는 내심 짐작 가는 게 있으면서도 모른 척 봉투 안의 내용물을 꺼내 봤다.
“청첩장이군.”
“어머, 우리 윤석이 이제 진짜 결혼하는구나. 조그마……하지는 않았지만, 한참 어릴 때 본 게 엊그제 같은데.”
김 여사는 윤석을 대견스럽게 바라봤다.
부부 사이에 딸이 하나 있었지만, 내심 아들이 있었으면 하던 김 여사에게 형제는 아들 대신이었다. 바른 심성에 효심이 깊던 형제가 그렇게 예뻤고, 살갑게 챙겨 주던 김 여사였다.
그런 자식 같은 아이가 이제 결혼을 한다니, 기분이 묘했다.
“근데 이거 독일에서 하는 거 아니냐?”
송진호의 물음에 이번에는 정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봉투 안에 다른 것도 있을 텐데요?”
“그러게.”
송진호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봉투 안에 남은 것들을 꺼내 봤다.
“이거 티켓이네?”
“네, 초대하는 건데 자비로 오라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비행기 티켓입니다. 사모님이랑 같이 오세요, 감독님.”
“허허, 이렇게까지 안 해도 당연히 갈 텐데.”
……라고 말하는 송진호에게 정우가 끼어들었다.
“그거 퍼스트 클래스예요! 엄청 편하게 오실 수 있어요!”
“흠, 그래? 가격이 장난이 아닐 텐데, 뭐 이런 걸 다…….”
퍼스트 클래스라는 말에 송진호 감독이 반색했고, 김 여사의 눈은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어휴, 너희들이 호강이란 호강은 다 시켜 주네. 우리 딸보다 낫네, 나아!”
“그럼! 유학 간다고 등골이나 빼먹는 애랑 어딜 비교해! 그리고 얘들도 내 자식이야, 자식!”
“어머, 누가 뭐래요? 우리 윤석이랑 정우는 내 가슴으로 품은 아이들이라고요. 그래, 이참에 사모님이란 듣기 싫은 소리하지 말고 편하게 어머니라고 불러. 좀 어렵나? 이모나 고모는 어떠니? 이 아줌마는 그래 줬으면 좋겠는데.”
김 여사의 은근한 말에 송진호도 입을 열었다.
“거, 가슴속에 품은 부모님이 있는데 그게 쉽겠소?”
“그런가요, 여보?”
형제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두 사람을 멀뚱히 바라보자 송진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냥…… 대부, 대모라 부르는 것 정도는 어떠냐?”
“어머, 그것도 괜찮네요.”
아주 오래전부터 부탁하고픈 거였다.
제자, 그 이전에 자식과도 같은 형제를 이런 식으로 품고자 했지만, 지난 과거 아픈 기억으로 가슴에 품은 부모를 함부로 대신할 수 없다는 생각에 쉬이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뭐…….”
윤석이 쉬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싫은 게 아니라 그 마음이 고마웠기 때문이다.
사실 송진호는 형제에게 있어서 아버지 대신이었다.
꿈을 미뤄주고, 키워 줬으며, 힘든 시절을 감싸 안아 준 고마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난데없이 정우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놈아 왜 우냐, 울기를.”
“그래, 우리가 너무 과한 부탁을 한 거니? 왜 울어.”
당황하는 송진호 부부 앞에서 정우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너무, 너무 고마워서요.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시는 게…….”
“……자식.”
송진호는 말없이 정우의 어깨를 다독여 줬다.
윤석과 정우는 송진호 감독과 더욱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