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29)
형제의 축구-129화(129/251)
형제의 축구 129화
동점으로 전반을 마무리하긴 했지만, 펩의 기분이 결코 좋을 리가 없었다.
손쉽게 3골을 허용한 선수들을 질타하기 바빴다.
하지만 희망을 봤다.
라이프치히의 후방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나단 타와 리뒤거는 분명 뛰어난 수비수이긴 하지만, 아직 어린 탓인지 몰라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있었고, 아게로와 산체스는 그들보다 빠르고 노련했다.
수비적인 운영을 하다 역습을 노릴 생각을 하며 펩이 선수들을 내보냈다.
한편, 하센휘틀은 선수들에게 집중할 것을 당부하면서 독려했다.
맨시티와 싸움이 쉬우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아쉽긴 해도 지금 정도면 잘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내보낸 것이 실수였을까?
후반전에 들어서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쫓기듯이 경기를 풀어 가고 있었다.
반대로 전반전에 큰코다친 맨시티는 고도의 집중력을 선보였고, 한윤석에게 공이 가지 않는 선에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을 늪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맨시티가 약 올리듯 공을 가지고 점유율을 높이며 내주지 않자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조급하게 압박해 들어가며 전체적으로 라인을 올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타와 리뒤거가 하프라인을 넘어서고 있었다.
“음.”
윤석은 텅텅 빈 뒤 공간이 신경 쓰였다.
전술대로 움직이고 있었고 압박을 하고 있었지만, 맨시티가 공을 앞으로 전개하지 않고 후방에서만 공을 움직이는 것이 이상했다.
뒤늦게나마 라인을 내리려고 하는 순간.
귄도간이 전방을 향해 롱패스를 시도했다.
빠르게 뻗어나간 공이 단숨에 조나단 타와 리뒤거를 지나쳐 수비의 뒤 공간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타와 리뒤거가 분주하게 달려가는 사이, 아까와 같은 상황은 만들지 않겠다는 듯 굴라치도 미리 나와 공을 향해 달려갔다.
귄도간의 패스가 길었던 탓에 골라치가 먼저 공을 잡을 수 있었다.
굴라치가 공을 잡자 너 나 할 것 없이 타와 리뒤거의 속도가 줄어드는 가운데 오히려 맨시티의 공격진은 멈추지 않고 빠르게 달려 나갔다.
단숨에 자신의 앞으로 달려오는 맨시티의 공격진을 바라보며 굴라치가 다급하게 전방으로 공을 차 냈다.
가까스로 공을 전방으로 건네며 위기 아닌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지만, 브라보보다 굴라치가 이런 상황에 더욱더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게다가 급하게 차 낸 공은 어중간하게 떠올라 떨어져 내리는 바람에 페르난두가 어렵지 않게 가슴으로 받아서 공을 차지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라이프치히의 수비진영으로 맨시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페르난두가 빠르게 내려온 스털링에게 공을 밀어 주고, 스털링이 베르나르드를 피해 중앙으로 달려왔다.
-라이프치히 위험합니다! 계속 두들겨 맞네요! 스털링이 파고들면서 산체스와 아게로가 다시 수비 라인과 같은 선상에서 기회를 보고 있습니다!
그 순간 스털링의 옆으로 누군가가 파고 들어왔다.
스털링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는 절묘한 타이밍에 케이타가 태클을 해서 스털링의 공을 빼앗았다.
케이타는 본능적으로 윤석을 찾았다.
‘뒤에 있네.’
연신 벌어지는 공세에 윤석은 수비라인에 가까이 내려가 있었고 케이타의 선택지는 윤석이 아닌 오른쪽 측면에 로벤에게 향했다.
-로벤, 공 잡고서 클리쉬를 견제하다가 그대로 중앙으로 들어갑니다. 빨라요! 세월이 지나 기량이 저하될 법도 하지만 로벤의 속도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RB 라이프치히로 이적 오면서 젊은 선수들을 의식한 모양인지 불같이 화내는 장면이나 개인플레이로 팀플레이를 헤치는 일도 없어요! 오히려 저는 지금이 절정이라고 봅니다!
로벤은 주변을 훑었다.
자신을 바라보며 병아리같이 종알거리는 젊은 선수들이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로벤은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상황을 가늠했다.
자신이 그대로 슈팅해서 골을 넣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줄 것인가.
그사이 로벤이 중원 깊숙이 들어오자 클리쉬가 젤케를 견제하고 오타멘디가 좀 더 후방에, 그리고 스톤스가 저돌적으로 로벤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특별할 것 없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로벤의 눈에 유난히 정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로벤은 발등으로 공을 찍어 차올려 스톤스의 머리를 넘기는 패스를 정우에게 보냈다.
순간 높이 떠올랐던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정우의 앞에 떨어져 내린다.
오타멘디와 정우가 동시에 공에 달려들었고, 정우는 오타멘디가 다가오기 전에 훌쩍 뛰어오르며 자신의 허리 높이로 떨어져 내리는 공을 향해 발을 가져갔다.
그저 가뿐하게 발을 가져가고 가볍게 발목을 놀렸을 뿐이다.
고작 그것뿐인데 공은 절묘한 곡선을 그리며 골대의 안 옆 그물을 때리고 있었다.
철썩!
-오, 맙소사!
-절묘한 패스! 절묘한 슈팅입니다! 어메이징한 골이 방금 터져 나왔습니다!
-한정우의 원더 골!
“와아아아아!”
경기는 다시 RB 라이프치히가 앞서가는 상황이 되었다.
-스코어는 4 대 3! 오늘 하루 만에 무려 7골이 터져 나왔습니다! 공격수들이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수비수가 형편없다고 해야 합니까?
-글쎄요, 확실한 것은 지금 한정우가 메시와 호날두와 같은 7골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는 거죠!
-챔피언스 리그에서 이런 괴물 같은 소년이 얼마나 있을까요! 대단합니다, 한정우!
-한정우도 대단했지만, 로벤의 시야와 판단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단 하나의 패스로 맨시티의 수비진을 부쉈어요!
정우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는 사이, 다른 선수들도 환호하며 정우에게 달려들었다.
그 가운데 윤석만이 진지한 표정으로 선수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방심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기뻐할 때는 좀 기뻐하라고!]케이타가 글너 윤석의 어깨를 툭 치며 말하자 윤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기쁨이 방심이 돼서 3골이나 먹었지? 그치?] [하, 하, 하.]케이타가 머쓱해져 머리를 긁적이며 윤석에게 멀어져 갔다.
그 가운데 하센휘틀 역시 윤석과 같은 생각이었는지 크게 소리치며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이미 크게 데인 라이프치히의 선수들도 기쁨도 잠시 방심하지 않았다.
3골을 넣으면서 앞서가다 동점으로 따라잡힌 것만큼 등골이 서늘한 일도 없었다.
또다시 방심하진 않으리라.
그런 다짐을 가지고 다시 경기가 시작되었다.
라이프치히가 방심하지 않고 집중하며 맨시티의 득점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움직이려 한다면, 맨시티는 어떻게든 추가 득점을 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다.
하센휘틀이 땀으로 흥건한 손을 스윽 바지에 닦고 팔짱을 끼며 경기를 바라봤다.
애써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야말로 똥줄이 탔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역전이라도 당해 무릎을 꿇을까 겁이 났다.
이만큼 잘 싸워주고 있는데, 진다면 이 젊은 선수들의 멘탈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여기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선수들을 좀 더 수비적으로 나가게 해 추가 득점을 막아야 할까?
아니면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서야 할까?
큰 경기 앞에서 머리가 복잡해진다.
새삼스럽게 자신이 경험이 부족한 젊은 감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 흔들려서야 되겠나.]하지만 하센휘틀은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은 팀의 감독이었다.
어쨌든 자신의 책임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생각대로 선수들을 지휘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진다면 자신이 그 모든 것을 짊어지면 그만이다.
하센휘틀은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공격해! 물러서지 마라!]하센휘틀의 외침.
그 순간 윤석이 하센휘틀과 눈이 마주쳤다.
[공격?]윤석은 앞을 바라봤다.
산체스가 공을 받고 거침없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원한다면.]윤석은 산체스에게 과감하게 달려들었다.
산체스가 윤석을 마주하면서 공을 굴리며 그를 피해 가려고 했다.
하지만 산체스가 공을 몰고 몇 걸음을 옮길 때, 윤석은 단 한 걸음으로 산체스의 앞을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산체스 특유의 드리블 돌파를 시도할 즈음.
윤석의 다리가 정확하게 산체스의 앞에 있는 공을 가로채 가고 있었다.
-한윤석, 공을 가로챕니다! 이대로 갑니다!
윤석이 거침없이 공을 가지고 전진했다.
-듀란이 진격합니다!
윤석의 움직임과 동시에 다른 선수들 역시 빌드 업해서 들어갔다.
맨시티가 거칠게 달려들며 윤석에게서 공을 빼앗으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은 것은 똑같았다. 손쉽게 귄도간을 바보로 만들면서 코앞으로 다가온 페르난두를 피해 로벤에게 패스했다.
페르난두를 피해 앞으로 전진하는 순간 로벤이 다시 윤석에게 공을 밀어 준다.
윤석은 라인을 올리면서 점차 주도권을 가져갔다.
RB 라이프치히는 빠른 역습의 팀이었지만, 지공 상황에서도 결코 맨시티에 뒤처지지 않는 점유율 싸움을 해 나갈 수 있었다.
바로 윤석 하나 덕분에.
윤석에게는 압박이 소용없었다.
경이적인 볼 간수 능력만으로 그는 이미 축구계에서 사기적인 존재였다.
물론 그가 무조건적으로 공을 간수하고 탈압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타이밍에 맞춰 공을 뺏는 방법이 있었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패스를 시도할 때 주변의 선수들을 압박해 공을 뺏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정신없이 움직이면서 맨시티의 정신을 흔들고 있었는데, 매일 강도 높은 활동량을 강요받는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인지라 전반과 다를 바 없는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는데 반해, 맨시티 선수들의 움직임은 많이 둔해진 탓이었다.
과르디올라는 그런 선수들을 보고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브뤼네를 진첸코와 교체하고, 아게로를 가브리엘 제수스로 대체했다. 그리고 중원에 페르난두를 대신해 페르난지뉴를 투입하며 과감하게 세 명의 선수들을 교체하며 마지막 남은 시간에 동점을 놀렸다.
[우리라고 가만히 있을 수 없지.]그것을 지켜본 하센휘틀 역시 선수 교체를 지시했다.
젤케를 대신해서 베라르디, 그리고 로벤을 대신해 사비처를 투입해 활력을 돋궜다.
그렇게 맞불을 놓은 양 팀이었지만, 맨시티의 선수 교체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한윤석은 여전히 공을 소유하고 선수들을 지휘하며 맨시티에게 공을 내주지 않았다.
세 명이 교체되었다고 해도 높은 압박에 지친 일곱 명의 필드 선수들은 라이프치히의 빠르고 왕성한 활동력의 패턴을 따라잡지 못하며 점점 수렁에 빠졌다.
-시간이 이대로 흘러갑니다. 후반도 어느덧 1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네요.
-맨시티가 이대로 무너지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프치히로서는 마냥 웃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2차전에서 맨시티는 단 1점만 앞서가도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8강에 진출하게 됩니다. 오늘 라이프치히는 너무 많은 골을 허용했어요.
하센휘틀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공격적으로 나가길 지시한 것이고, 윤석은 그런 하센휘틀의 지시를 따라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점차 라인을 올리면서 맨시티의 수비진 앞까지 올라간 순간.
정우가 컷 아웃해 밖으로 움직이면서 스톤스를 유인해 내고, 로벤이 들어오면서 오타멘디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그리고 베라르디가 좀 더 자유로워졌다.
윤석은 이제 막 들어와 의욕적으로 움직이는 그를 믿어 보기로 했다.
윤석이 오테멘디와 베라르디의 사이를 파고드는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다.
그와 동시에 베라르디가 자세를 잡고 옆을 스쳐 지나가는 공을 쫓았다.
오타멘디는 베라르디가 공을 잡았음에도 온전히 베라르디에게 집중할 수 없었다.
가담이 늦는 클리쉬나 베예린이 야속할 정도로 상대 공격진들은 위협적이었다.
그리고 스루패스를 잡은 베라르디는 브라보가 막기 힘든 위치로 절묘하게 슈팅했다.
철썩!
-라이프치히의 추가 득점! 맨시티가 무너집니다, 남은 시간은 5분도 되지 않는데, 이건 치명적이죠!
-동점을 노리던 과르디올라 감독으로서는 아쉬운 순간이겠네요!
-오늘 라이프치히는 모두의 생각과 달리 맨시티를 상대로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과르디올라는 기세를 타고 추가 득점을 노릴지도 모르는 라이프치히를 상대로 더 이상의 공격을 포기했다.
이제 남은 것은 2차전.
최소한 2점차 승리를 거둬야만 승리할 수 있는 좋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알 것도 같군.]과르디올라는 직접 그들을 맞이하면서 2차전에 대한 구상을 끝낼 수 있었다.
강한 팀이고, 좋은 팀이지만, 약점은 분명히 있었다.
-경기…… 끝납니다! 종합 스코어 5 대 3! 라이프치히가 홈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2차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경기, 양 팀 총합 8골이나 터진 매우 재미있는 경기였습니다! 물론 감독에게는 피곤한 경기였겠지만요.
휘슬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과르디올라가 하센휘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뵙죠.]그리 말하고 악수와 함께 물러나는 과르디올라를 바라보면서 하센휘틀은 이상하게도 그들이 패배했음에도 크게 개의치 않고 오히려 자신만만하다는 느낌을 받아야 했다.
[뭐…… 기분 탓이겠지.]작은 불안이었지만, 하센휘틀은 워낙 대단한 감독이기에 자신이 스스로 불안해하는 것뿐이라고 애써 웃어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