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31)
형제의 축구-131화(131/251)
형제의 축구 131화
사선을 넘어
24라운드.
상대는 샬케04였다.
2000년대 당시에는 매번 우승 경쟁을 하던 강팀이었고, 10-11 시즌 14위를 기록한 이후에도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던 이 팀은 차츰 그 순위가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지난 16-17시즌에는 강등 싸움까지 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번 시즌은 그보다 나은 8위권에 안착해 있지만, 과거의 명성은 이제 빛이 바랜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 역시 관록의 팀.
그 명성을 생각하면 지금 상태의 RB 라이프치히로서 상대하기 버거울 수도 있었다.
모두의 우려 속에서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었다.
팀의 분위기를 되돌리기 위해 핵심 선수들을 모두 투입한 이 경기.
그리고 승자는…….
-한정우! 골! 위기 속에 팀을 살리는 역전골입니다! 한정우가 오늘 2골을 넣어 주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4분이에요! 4분만 버티면 승리합니다!
-정말이지 라이프치히에게 샬케가 이렇게 어려운 팀이었나요? 라이프치히 고전하고 있습니다.
정우가 2골을 넣으며 팀을 살리고 있었다.
“후아, 정말이지 어렵구먼.”
어딘가 맞물리지 않는 톱니바퀴처럼 삐걱거리는 팀워크 속에서 오로지 개인 기량만으로 골을 만들어 낸 정우는 흐르는 땀을 스윽 닦아 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집중하자! 집중!]그 가운데 윤석은 목이 쉬도록 동료들을 독려하며 집중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런 윤석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인지 몰라도 경기는 지금의 스코어를 유지하면서 라이프치히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경기 종료됩니다! 하센휘틀로서는 한숨 돌릴 수 있는 순간이겠네요.
-다음 경기가 레버쿠젠이라는 점 빼고요.
-초반과 달리 기세를 올리면서 어느새 리그 5위에 안착한 그 레버쿠젠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해설들의 말대로 다가오는 25라운드도 결코 만만한 팀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레버쿠젠에는 정우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경쟁자들 중 하나인 치자리토가 있었다.
지난 시즌에는 다소 아쉬운 득점력을 보여 줬던 치자리토였지만 이번 시즌에는 24라운드 동안 16골을 넣으며 왕성한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 * *
-네, 25라운드 RB 라이프치히와 레버쿠젠의 경기가 펼쳐지려 하고 있습니다.
-RB 라이프치히는 잉골슈타트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고 포칼컵에 탈락하는 등 잠시 휘청이는 듯싶었습니다만, 다행스럽게도 샬케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팀을 수습하고 있는 중입니다. 분데스리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승점은 뒤를 바짝 추격해 온 도르트문트와 볼프스부르크와 동률이에요. 1경기라도 지면 치명적입니다.
-그게 오히려 라이프치히의 멘탈을 흔들고 있는 요인일 수도 있습니다.
-네, 그렇죠. 아, 치자리토 선수가 보입니다. 현재 득점 4위죠?
-그렇습니다. 아, 현재 득점 랭킹 1위의 선수가 또 보이네요. 한정우입니다. 지금 리그에서 21경기 22골을 넣어주면서 대활약을 보여 주고 있는 선수입니다. 그 뒤로 20골의 레반도프스키, 그리고 19골에 아우바메양 선수가 아슬아슬한 차이로 득점 레이스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경기 수보다 골 수가 더 많은 정우였지만, 정우는 그것에 만족할 수가 없었다.
이번 라운드가 끝나면 어느덧 남은 경기도 고작 9경기.
그토록 원하던 40골의 고지에서 멀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18골을 더 넣어야 하는데 9경기니까……. 적어도 경기당 2골을 넣어 줘야 한다는 소리네, 으으으으.”
정우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생각보다 40골의 고지는 어려울 듯 보였다.
“목표를 수정해야 하나?”
이미 20골 보너스는 타 놓은 당상이었지만, 30골 보너스도, 40골 보너스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허튼소리 그만하고 얼른 나갈 준비나 해.
그런 정우의 모습을 보고 윤석이 정우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지나간다.
“이 씨! 왁스 발라 놨는데 건드리면 어떻게 해!”
정우는 엉망이 된 머리를 매만지며 일렬로 선 동료들 사이에 끼어 들었다.
-시작된 경기, 라이프치히가 거세게 레버쿠젠을 몰아갑니다. 오늘 한윤석이 꽤나 거칠게 레버쿠젠의 중원을 압박하고 있네요.
-라르스 벤더는 과거의 기억 때문에 치를 털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올림픽 말씀하시는 거죠? 그때 한윤석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당시 독일 올림픽 대표팀은 한윤석 한 사람 때문에 아무런 수도 써 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라르스 벤더는 한윤석 공포증이 있을지도 몰라요. 형제가 모두 한윤석에게 당했거든요.
“우리 형 오늘 좀 거친데?”
정우는 중원에서 거칠게 공을 뺏고 전방으로 들이닥치고 있는 윤석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평소와 다른 형의 모습이었지만, 레버쿠젠에겐 오히려 이게 먹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라르스 벤더는 유난히 윤석에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쾅!
모두가 언제 찔러 줄지 모르는 패스를 위해 움직이는 순간, 윤석이 기습적으로 벼락같은 슈팅을 시도했다.
철썩!
-중거리 슛! 이게 또 들어갑니다! 듀란의 철퇴가 내려집니다!
-절묘한 중거리 슈팅이었습니다!
RB 라이프치히는 윤석의 골로 앞서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집요할 정도로 라이프치히의 오른쪽 측면을 들쑤신 레버쿠젠은 기어코 동점 골을 터뜨리고 말았다. 측면에서 찔러 준 크로스를 치자리토가 완벽한 헤딩으로 골을 만들어 냈다.
-치-자-리토! 골입니다! 레버쿠젠의 동점!
RB 라이프치히의 약점이라 볼 수 있는 위치를 레버쿠젠이 제대로 건드린 것이다.
오른쪽 풀백인 베르나르드, 그리고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는 클로스터만은 모두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수비적인 부분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레버쿠젠은 베르나르드가 비운 자리, 혹은 베르나르드가 있어도 그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서 골을 만든 것이다.
동점을 만들고, 이어서 계속해서 이쪽을 공략하기 시작하자 리뒤거가 베르나르드를 지원하러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한 레버쿠젠은…….
-치자리토의 역전 골!
찔러 주는 스루패스를 받은 치자리토가 레버쿠젠을 역전으로 이끌었다.
-한윤석이 중원에서 힘을 내고 있지만, 측면이 무너지고 마네요. 베르나르드는 공수 전환은 물론이고 수비 훈련에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집요할 정도로 베르나르드를 공략한 레버쿠젠이 RB 라이프치히를 무너뜨리는 해법 하나를 제시하는 순간입니다!
-라이프치히, 이대로 무너지나요?
하센휘틀은 생각에 잠겼다. 과연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하지만 그의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오히려 필드 위 선수가 해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베르나르드에게 다가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던 한윤석.
경기가 다시 재개되고 레버쿠젠이 공을 가지고 가는 순간 또다시 집요할 정도로 우측으로 들어오는 레버쿠젠의 선수를 맞이해 베르나르드와 한윤석이 스위칭한 것이다.
-아, 한윤석이 우측을 막아섭니다! 중원에서만 활약하던 이 선수가 측면 수비에도 능통할까요? 한윤석이 이게 가능하다면 라이프치히는 약점을 보완하게 됩니다! 베르나르드는 중원에서 뛸 수 있는 선수인 만큼 두 선수의 스위칭으로 수비적인 부분을 보완할 수 있거든요!
윤석은 예상외로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측면에서 파고 들어오는 적의 진입을 연신 막아 내고는 기어이 공을 뺏어 내기까지 했다. 그리고 윤석은 측면 라인을 타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레버쿠젠의 공격을 막아 내고 나니 오히려 레버쿠젠의 측면이 텅텅 비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미친 듯이 질주하는 윤석을 보고 관중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쿵! 쾅!
측면 라인을 벽 삼아서 윤석은 왼쪽에서 밀고 들어오는 선수들을 가볍게 무시하면서 단숨에 전방까지 올라갔다.
미친 질주 후에 윤석의 선택은 레버쿠젠의 풀백을 무시하고 중앙으로 파고들어 가는 것이었다.
대각선으로 들어오는 윤석을 모두가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이, 윤석은 그대로 골대를 향해 또다시 강한 슈팅을 때렸다.
콰앙!
-고오오올인! 한윤석! 오늘 두 번째 중거리 슛을 성공시킵니다! 이번 시즌 벌써 10골을 넘어선 것 같은데요?
-어지간한 공격수들보다 뛰어난 득점력을 자랑합니다!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라이프치히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하센휘틀은 기뻐하며 한 선수를 바라봤다.
흔들리는 팀 속에서도 홀로 빛나며 팀을 지탱하는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
새삼스럽게 그에게 주장 완장을 전담케 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골을 넣고 포효하는 윤석을 향해 하센휘틀은 아낌없는 박수를 쳐 줬다.
하지만 오늘 윤석의 활약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후반 28분.
윤석이 중원에서 라르스 벤더의 공을 빼앗아 질주하다 절묘한 타이밍에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파고드는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다.
그것을 놓칠까 정우가 레버쿠젠의 수비수 하나를 흔들고는 그 옆으로 파고들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단숨에 공을 따라잡은 정우가 골대를 향해 공을 감아 찼다.
그리고 그 골은 오늘 경기의 결승 골이 되었다.
리그 스물세 번째 골!
정우가 득점 경쟁자들을 보라는 듯 자신의 등 번호를 가리킨다.
-이번 시즌 본인이 분데스리가 최고의 공격수임을 과시하는 것 같습니다! 등번호 9번! RB의 블리치입니다!
정우의 골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득점 없이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도르트문트와 볼프스부르크는 패배 없이 끈질기게 라이프치히와 승점 동률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경기 동안 세 팀 중 어떤 팀이 우승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
바이에른 뮌헨이 아니라 모처럼 다른 팀의 우승 경쟁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물론 이 세 팀의 뒤를 바이에른 뮌헨이 무섭게 추격하고 있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이미 바이에른 뮌헨이 우승을 확정짓고 2위 다툼을 하던 것보다는 보기 좋았다.
그 가운데 RB 라이프치히는 16강 2차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5 대 3으로 앞서가는 가운데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인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펼쳐지게 되었다.
* * *
-이티하드 스타디움입니다! 잠시 후 맨체스터 시티와 RB 라이프치히의 2차전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2점이 뒤지고 있는 가운데 맨시티는 오늘 경기에서 최소 2 대 0으로 승리해야만 8강전 진출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쉬운 상황은 아니지만 맨시티는 오늘 경기에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과연 어떤 팀이 활짝 웃는 그런 경기가 될지 기대됩니다.
-네, 오늘 경기 이전에 이미 AT 마드리드, 파리 SG, 바르셀로나, 맨유, 레알 마드리드가 8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이 파리 SG를 상대로 탈락한 것을 제외하고는 큰 이변이 없었던 지난 경기였습니다. 과연 RB 라이프치히는 맨시티를 꺾고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8강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인지!
16강 2차전을 맞이해서 펩은 잘 활용하지 않던 4-4-2 포메이션을 들고 왔다.
하센휘틀은 경기를 코 앞에 둔 지금에 와서도 불안한 마음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지난 1차전에서 지고서도 자신만만하게 웃던 펩의 웃음은 그를 불안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센휘틀에게 과르디올라는 불가능한 상황도 결국 뒤집고 승리할 수 있는 불세출의 명장 정도로 비춰지고 있었다.
잉골슈타트를 간신히 승격시키며 감독계의 루키로 떠오르던 자신과 달리 펩은 이미 세계 정상에서 트로피를 휩쓸고 심지어 트레블을 달성했던 괴물 같은 감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화려하면서도 체계적으로 돌아가던 전술은 뜻하는 바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하센휘틀을 감탄시키고는 했다.
그런 사람이 과연 어떤 것을 준비했을까?
그 답은 경기가 시작되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펩은 여전히 점유율을 중시했지만 수비와 미드필더, 공격수의 간격을 좁혔다가도 그 사이에 한윤석이 있다면 공간을 넓혀서 경기를 풀어갔다.
그리고 짧은 패스가 아닌 롱패스나 다이렉트 패스를 이용해 한윤석을 피하고 한윤석이 다가올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빠른 템포로 패스를 이어 나갔다.
공간을 넓히면서 한윤석이 공을 만질 수 없도록 철저히 고립시키고 수비 지원도 어렵게 만든 것이다.
한윤석은 넓은 공간에서 공을 쫓느라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마치 술래잡기를 하는 술래 같았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공은 한윤석이 조금이라도 다가가면 다른 쪽으로 이동해 한윤석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펩의 전술이 묻어 나오고 있었지만, 맨시티는 롱볼에도 익숙했다. 미드필더든, 수비수든 빈 공간을 향해 찔러 주면 공격수들은 부지런히 움직여 공을 가로채 RB 라이프치히의 골대를 향해 진격했다.
아게로가 선취 골을 넣는다.
그리고 전반 21분, 산체스가 추가 골을 넣으면서 맨시티는 단숨에 그들이 원하던 스코어를 만들 수 있었다.
골을 넣는 과정도 기가 막혔지만, 수비를 하는 과정도 좋았다.
맨시티는 RB 라이프치히를 상대로 맨마킹을 시도했다.
단 한 사람.
한윤석을 제외하고 말이다.
한윤석의 공을 받을 사람들을 아예 차단하면서 한윤석이 공을 몰고 가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공간을 좁혀 들며 단숨에 여러 명의 사람이 한윤석을 몰아붙이면서 그의 공을 빼앗아 갔다.
그 순간의 리스크가 컸지만, 수비라인에서 열 명에 선수들이 모두 내려와 있다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었다.
텐백과 역습, 그리고 한윤석을 따돌리는 방법으로 효과를 보자 맨시티의 기세가 올라갔다.
자연스럽게 탈락 위기에 놓인 RB 라이프치히는 거칠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대단한 선수, 그리고 대단한 팀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공략법이 존재하는 법이다.
무엇보다 레버쿠젠에게 영감을 받은 듯 맨시티는 RB 라이프치히의 라인을 잔뜩 올리게 두었다가 집요하리만치 라이프치히의 오른쪽을 공략했다.
추가 골이 나와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 계속해서 연출되면서 하센휘틀은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