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37)
형제의 축구-137화(137/251)
형제의 축구 137화
-한정우의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추격의 빌미를 마련했습니다. 종합 스코어는 어느덧 3 대 1! 라이프치히가 과연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시작부터 레드불 아래나가 뜨겁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봐도 기가 막힌 프리킥이었습니다. 저 각도에서 저렇게 휘어 들어가는 킥이라니요! 베컴이 다시 돌아와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프리킥입니다!
레드불 아레나가 말 그대로 불타올랐다.
천하의 바르셀로나의 기세마저 죽이는 프리킥이었다.
“음?”
프리킥 골로 세리머니를 즐기던 정우는 순간 메시와 눈이 마주쳤다. 메시는 그 특유의 코주부 같은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정우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허.”
정우는 헛웃음을 흘렸다.
세계 최강의 사나이가 칭찬하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적으로서 저렇게 칭찬하고 나서는 게 한 수 아래 사람이 기특해서 그러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게 나쁘다.
저 웃음에서 흘러나오는 여유가 너네는 아직 안 된다는 승자의 여유 같았다.
“어디 언제까지 웃나 두고 보자.”
메시의 태도가 정우를 자극했다.
기분이 나쁘면서도 승부욕이 마구 불타오른다.
-경기가 다시 재개되고 있습니다.
-예상외 일격을 당했지만, 바르셀로나 아직 여유가 넘쳐흐릅니다. 반대로 RB 라이프치히는 비장한 표정으로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는 것 같네요.
-바르셀로나 다시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기회를 봅니다.
고속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패스 속에서 RB 라이프치히는 바르셀로나의 공을 빼앗기 위해 분주하게 압박해 들어갔다.
-정말 다른 나라의 팀을 칭찬하고 싶지 않지만, 저 패스는 정말 예술입니다. 마치 열한 명의 선수들이 살아 숨쉬는 것 같아요. 바르셀로나의 전술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이런 팀을 상대로 RB 라이프치히가 선전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합니다. MSN, 정말이지 신계의 선수들입니다. 저 선수들을 상대로 이번 경기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있는 라이프치히! 잘하고 있어요!
해설들의 말대로 라이프치히는 잘해 주고 있었다.
바르셀로나에게 공격의 기회를 주지 않고 오히려 수비 라인까지 밀려날 정도로 거센 압박을 가했다.
촤아악!
그 가운데 케이타의 태클이 라피냐에게 꽂혀 공을 가로챘다.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윤석이 공을 잡고서 곧 바로 베르나르드에게 공을 밀어 준다.
바르셀로나가 패스를 통해서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면, 라이프치히는 최단 시간에 전방으로 공을 이어 주는 것이 최선의 목표였다.
드리블로 무리하게 뚫어 가기보다 수비 전열을 가다듬지 못한 바르셀로나의 틈을 파고들기 위해서 다거의 원터치에 가까운 패스로 전방으로 공을 밀어 준다.
베르나르드 역시 마찬가지로 그대로 앞에 있는 사비처에게 공을 패스하고 자신도 앞으로 달려 나간다.
RB 라이프치히가 노도같이 바르셀로나의 수비 라인을 향해 밀고 들어간다.
베르나르드의 공을 받은 사비처는 알바가 길을 가로막자 시간을 지체하지 않기 위해 조금 아래로 내려온 베라르디에게 공을 패스했다. 베라르디의 앞에는 피케가 기다리고 있었다.
제치느냐, 아니면 또다시 패스하느냐.
기로에 선 가운데 정우가 기습적으로 마스체라노를 떼어 놓고 피케의 옆으로 파고들며 베라르디를 바라본다.
정우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베라르디는 본능처럼 그에게 공을 밀어 준다.
그 미세한 틈새를 파고드는 베라르디의 패스가 정우의 아웃풋에 닿았다.
-결정적 찬스!
해설이 흥분해서 외쳤다.
피케는 그런 정우를 향해 발을 뻗으려다가 멈칫한다, 정우의 매서운 프리킥이 뇌리에 남은 탓이었다. 그 찰나의 틈에 정우는 전력으로 달려 나갔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무서운 속도로 나아가는 정우를 바라보며 피케가 화들짝 놀라며 달려가지만 반 걸음 이상 차이가 난다 싶더니 어느새 한 걸음, 두 걸음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제 정우의 눈에는 바르셀로나의 골키퍼 슈테겐만이 남았다.
정우가 공을 슈팅하려는 순간.
뻥!
누군가 한발 빠르게 정우의 공을 가로채 라인 밖으로 걷어내고 있었다.
-아, 마스체라노가 뒤로 빠져서 골대 바로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정우의 속도를 대비하고 있었다는 거죠!
-마스체라노의 태클이 매우 정확했습니다!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도 저런 과감한 태클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의 경험과 기술이 있다는 소리죠!
“와, 식빵.”
정우의 입에서 모처럼 거친 욕이 흘러나왔다.
아쉬움에 머리를 벅벅 긁은 정우는 위치를 잡았다. 그 와중에 마스체라노는 평균 신장이 큰 편인 라이프치히의 세트피스를 경계하고 코너킥 라인이 아닌 측면으로 공을 보낸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생각하고 해결한 것이다.
-스로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선수들 모두 준비하고 있습니다.
베르나르드가 라인 밖에서 공을 높이 들어 올린다.
사비처와 베라르디가 알바와 피케, 라피냐의 사이에서 움직이는 순간 베르나르드의 공이 사비처의 발 앞으로 떨어져 내린다.
뒤에서 피케가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가운데 사비처는 요령 좋게 버티고 베르나르드가 알바의 뒤에서 좋은 위치를 잡기를 기다렸다가 베르나르드에게 공을 연결했다.
이렇게 패스 한 번 해 주기도 힘들다.
사비처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다시 전방으로 분주하게 올라간다.
그 가운데 베르나르드는 마침내 이 선수에게 공을 패스한다.
RB 라이프치히의 폭군.
한윤석이 공을 잡았다.
그때는 몰라도, 지금은 다르다.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은 레드불 아레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듀란, 아니, 카이저라 불러 주는 그런 곳이었다.
윤석은 절대 이곳에서 캄프 누에서와 같은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 줄 생각이 없었다.
순간 뻥 뚫린 중원에서 부스케츠만이 남아 있는 가운데 윤석은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바르셀로나 황금 미드필더들 중에서 여전히 현역이라고 볼 수 있는 선수가 윤석을 맞이했다. 어린 시절부터 수도 없이 봐 왔던 선수였다.
이 선수를…….
-부스케츠 윤석에게 달려갑니다. 한윤석을 상대로 거리를 두고 타이밍을 재는 것 같은…… 아아앗!
거대한 몸이 순간 흔들린다 싶어 반응하는 순간 윤석이 순식간에 부스케츠를 지나쳐 간다. 균형을 잃으면서도 윤석에게 들러붙어 그를 막아서려고 했지만, 그런 어쭙잖은 견제로 윤석을 막을 수는 없었다.
-바르셀로나의 멋진 라 크로케타를 선보이며 부스케츠를 무너뜨리는 한윤석! 그대로 달려가나요?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이 어느새 전열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동경은 동경이고, 시합은 시합인 거다.
하지만 경기장 안에서 너무 큰 경외심을 가지고 스스로 위축되어 상대했지 않았나 싶다.
그래선 안 되는 거였는데 말이다.
자신도 엄연히 한 팀의 선수가 아니던가.
이제는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을 넘어서야 할 상대다.
‘너도 그러냐?’
윤석은 동생을 생각했다.
애초부터 그랬을 거다. 지난 경기에서부터 말이다.
그날 진 날 분해서 씩씩거리던 동생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기자, 형이 찔러 줄게.’
윤석은 힘껏 공을 찼다.
윤석의 힘이 그대로 실린 공.
동료들도 쉬이 잡지 못하는 무거운 공이었다.
굳이 한 사람을 뽑자면, 정우만이 받을 수 있는 그 공이 선수들의 틈 사이를 파고 들어간다.
정우가 마스체라노와 붙어서 그대로 달려가는 사이에 피케가 나서서 그 공을 차단하려 든다. 정우의 눈이 번뜩이는 순간.
퍽!
피케의 발이 닿는 순간 생각보다 무거운 공의 힘을 미처 막지 못하고 공이 튕겨 나간다.
심지어 보기와 다르게 힘껏 스핀을 먹은 공인지라 피케가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튕겨나갔는데 하필 그게 골대 쪽이었다.
이런 일이 종종 있기에 기회를 노리던 정우였지만, 이건 정말이지 절호의 기회였다.
정우는 달리던 것을 멈추고 방향을 틀어 공이 떨어지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우웃!]마스체라노는 정우와 옆에 붙어 달리면서도 몇 걸음을 더 나서며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저 급제동과 방향 전환은 메시 뺨칠 정도였다.
경기 전 준비하면서 엔리케가 그렇게 강조하던 장면이었다.
속도는 메시 그 이상.
그 속도에서 메시와 맞먹는 방향 전환을 하는 빌어먹을 애송이.
그게 엔리케의 평가였다.
그래도 메시가 최고였다.
역사 속에 전례가 없는 저 괴물 같은 선수와 함께 훈련하고 호흡해 왔는데 이 선수를 놓쳐서야 되겠는가.
마스체라노는 다리에 무리가 갈 정도로 힘을 주어 간신히 멈춰 섰으면서도 침착하게 위치를 잡으며 떨어지는 공을 향해 막 발을 가져가면서 몸을 돌리는 정우의 예상 코스를 막아선다.
아까 내 공을 막은 자식.
정우는 더욱더 눈에 불을 켰다.
형이 모처럼 준 찬스였다.
마스체라노만 따돌리면 1 대 1 상황이 만들어질 절호의 기회.
……라고 이 자식도 생각하겠지?
정우는 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발을 휘둘렀다.
뻥!
[엇!]돌파를 시도할 거라는 예상을 뒤집는 발리 슈팅이 터져 나왔다.
그 상황에서 그렇게 슈팅한 것도 놀라운데 옆으로 곡선을 그리는 감아 차는 발리 슈팅이 골대 구석을 향해 뻗어나간다.
철썩!
-저 거리에서 발리 슛! 그리고 골로 이어집니다!
-저렇게 슈팅할 줄은 마스체라노도, 슈테겐도 몰랐을 겁니다!
-아, 이렇게 되면 1골만이 남습니다! 1골만 더 넣으면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가요!
-전반전은 마무리되고 있지만, 아직 후반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았어요, 라이프치히 최선을 다한다면…… 그러면……!
기적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절대로 이길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희망이 생기기 시작하는 라이프치히였다.
그렇게 바르셀로나를 잘 막고, 골을 넣으면서 훌륭하게 전반전이 마무리되었다.
하센휘틀은 로커 룸에서 선수들을 맞이하면서 열정적으로 말했다.
[그래, 좋아! 잘하고 있다! 잘하고 있어!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지금처럼만 하면 그 잘난 MSN도 막아 낼 수 있는 거야! 별거 없어, 그렇지 않나?]흥분한 하센휘틀을 바라보며 뒤에서 클로제가 웃음을 흘렸다.
지난 경기와 달리 이런 웃음이 허용될 정도로 팀 분위기는 좋았다.
“후…….”
그 가운데 자리에 앉은 정우는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너무 열심히 뛴 탓인지 다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아무리 정우라도 시즌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전반전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건 사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찌르면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강철 같은 근육의 사나이, 형밖에 없었다.
“45분 남았다, 45분.”
정우는 남은 후반을 생각하면서 다리를 툭툭 때렸다.
그때까지는 지금까지 단련된 이 다리가 버텨 주리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다시 후반전이 찾아왔다.
필드 위에서 윤석은 다시 집중력을 높였다.
말이 쉽지 수비수들을 지키면서 괴물들을 지켜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 선수들은 잠시라도 안심하거나 시선을 놓으면 그 찰나의 틈을 비집고 골을 만들어 내는 그런 선수들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후반전은 RB 라이프치히가 공을 가지고 시작된다.
윤석은 조금은 느린 탬포로 공을 돌리면서 상대방에게서 공을 빼앗기지 않고 전방으로 공을 보낼 틈을 노렸다.
후방을 지키며 자신의 주변을 배회하는 다섯 명의 선수들과 볼을 주고받으면서 바르셀로나를 유인하기 시작했다.
MSN이 분주히 움직이고 라키티치와 라피냐가, 그리고 그 뒤에는 부스케츠가 수비 라인과 간격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라인을 올리고 있었다.
-바르셀로나, 오늘은 지난번과 다릅니다. 라이프치히에게서 공을 뺏어 오는 것조차 어려운 느낌이 드네요.
-1골입니다. 1골만 더 넣어 주면 됩니다.
1골이라는 게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았다.
RB 라이프치히는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만, 바르셀로나는 틈을 쉬이 주지 않았다.
그 가운데 정우는 좀 더 경계가 강해진 마스체라노와 피케의 사이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이 없어도 이런 움직임으로 수비수들의 혼을 빼놓고 있는 거였다. 그건 베라르디도 마찬가지였다.
그 틈에 사비처와 포스베리가 중앙으로 파고들어 오기 시작했다.
헥토르와 베르나르드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공격수가 단숨에 네 명이 되는 순간.
윤석이 공을 사비처에게 밀어 주었다.
바르셀로나의 진영이 사비처 쪽으로 치우치는 순간 사비처는 반대편 빈 공간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포스베리가 로베르토의 뒤로 빠져들어 가면서 공을 받았고, 라인이 정비되지 않은 바르셀로나의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으로 채찍 같은 크로스를 보냈다.
정우는 공을 받을 것처럼 움직였고 마스체라노가 그런 정우의 길을 막아선다.
그 순간 빠른 크로스는 피케와 베라르디의 몫이 되었다.
베라르디가 피케의 뒤에서 점프하면서 피케에게 무게를 실어 피케가 높이 뛰어오르지 못하게 막으며 공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퉁!
한쪽으로 순식간에 떨어져 내리는 공을 향해 슈테겐이 몸을 움직이는 순간, 언제 있었던 것인지 사비처가 베라르디가 떨궈준 공을 향해 슈팅하고 있었다.
철썩!
-아아아앗! RB 라이프치히의 세 번째 골!
-아, 아닙니다. 오프사이드에요. 베라르디에게 크로스를 올리기 전에 사비처가 오프사이드 라인을 넘어선 뒤였습니다. 간발의 차이였는데, 주심이 정확하게 잡아냈습니다.
-RB 라이프치히로서는 아쉬운 상황이네요.
절호의 기회를 놓친 RB 라이프치히의 선수들 모두가 아쉬움을 표했지만, 경기는 야속하게 흘러갔다.
후반전이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RB 라이프치히, 바르셀로나 두 팀 모두가 유효 슈팅조차 거두지 못한 채로 지루한 공방이 이어져 갔다.
그 상황 속에서 라이프치히의 거친 압박이 익숙해진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기세가 바르셀로나로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시간도 거의 막바지에 들어섰다.
-라이프치히, 분위기가 안 좋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뭔가 하나를 더 보여 줘야 할 때입니다. 바르셀로나가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뒤늦게 발동이 걸린 것 같은 분위기죠? 반전의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하센휘틀도 점점 기세를 잡아 가는 바르셀로나에게 위기를 느끼고 필드 가까이 서서 외쳤다.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가자! 지나치게 수비적이야!]하센휘틀은 지금의 상황이 RB 라이프치히가 너무 수비적으로 운영하면서 상대가 적응하고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 판단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고, 지금은 지금의 기세를 뒤집기 위해서 공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초조한 얼굴로 전광판을 바라보니 시간도 얼마 없었다.
한 번의 공세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짧은 시간에 1골을 추가하지 못한다면 RB 라이프치히의 챔피언스 리그는 오늘 마무리된다.
아무도 그걸 원하지 않았다.
한윤석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다소 무리하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오늘 경기를 끝까지 뛰고 있는 라피냐와 라키티치는 한윤석을 상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윤석은 수비 라인을 지키는 부스케츠를 유인해 공격진에게 공을 이어 줄 생각이었다.
부스케츠와 마주한 윤석은 포스베리에게 공을 패스하고서 부스케츠가 수비 라인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자신도 최전방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 상황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공을 잡았던 포스베리는 페널티 에어리어 쪽을 바라봤다.
각자의 선수들에게 수비수들이 지키고 있는 가운데, 정우가 기습적으로 컷 아웃해 왼쪽으로 빠져나간다.
포스베리와 로베르토가 안으로 들어오면서 아무도 없는 빈 공간이었다.
-한정우, 공 이어받습니다!
컷 아웃한 정우에게 마스체라노가 길을 가로막았다.
크로스를 올리려고 곧바로 움직이려는 순간 마스체라노가 발을 들었고, 정우는 그를 피해 낮게 중앙으로 공을 찔러 넣었다.
크로스보다는 발밑으로 오는 패스가 더 익숙한 베라르디를 위한 선택이었다.
공을 잡은 베라르디를 바라보며 정우가 중앙으로 파고드는 사이.
베라르디는 피케가 힘 있게 몸싸움을 걸어오느라 슈팅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베라르디!]정우는 그의 이름을 외치며 속도를 올렸다. 뒤에서 마스체라노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남은 힘을 모두 쥐어짠 달리기였다.
베라르디는 노마크나 다름없어진 정우를 향해 다시 공을 밀어 줬다.
“이런……!”
피케의 방해로 베라르디의 자세가 흐트러져 힘을 제대로 싣지 못한 탓에 약간 짧게 들어오는 공을 바라보며 정우는 이를 악물었다.
슈테겐이 달려오는 것도 보였고, 뒤에는 마스체라노가 옆에는 부스케츠가 어느새 가세하려 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잡기만 하면 골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 더욱더 이를 악물고 달린 정우의 발끝에 마침내 공이 걸렸다.
하지만 걸린 것은 공뿐만이 아니었다.
언제 누구의 슈팅 때문이지 몰라도 잔디가 패여 있는 바람에 다른 쪽 발이 걸리면서 균형을 잃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정우는 공을 향한 집념을 놓치지 않았다.
넘어지는 그대로 왼발을 휘두른다.
펑!
그리고 때려진 공.
골대를 향해 뻗어가는 공을 향해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
정우도 잔디에 넘어져 충격을 받으면서도 시선은 공을 향해 있었다.
“아…….”
우우우우.
간신히 때린 슈팅이었건만.
부정확하게 때려진 공은 슈테겐을 지나쳤지만, 골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골대를 때리고 코너킥 라인으로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아! 아쉽습니다! 필사적으로 공을 향해 달려가 슈팅했지만, 자세가 좋지 못했어요. 잔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넘어지면서 부정확한 슈팅을 했거든요?
-한정우로서는 정말 아까운 순간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절대로 골을 놓치지 않은 선수였는데요……!
-그렇다고 그를 욕할 수는 없습니다. 한정우가 빠르기 때문에 가능했던 슈팅이었어요!
그래, 아직 끝은 아니야.
코너킥이 남았잖아.
형이나 다른 선수들이 가세하면 코너킥으로 골을…….
정우는 그리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 순간 다리에 짜르르한 고통이 일어나며 정우가 일어서는 것을 방해했다.
전력을 다한 달리기 탓에 근육 경련이 온 것이었다.
결국 정우는 그 상태로 코너킥 라인 바깥으로 나가 있어야 했다. 원래 세트 피스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는 선수도 아니었고, 경련이 있는 선수를 수습할 정도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발 넣어라, 제발.”
정우는 코너킥을 준비하는 동료들을 앉은 채로 바라보면서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오늘 축구의 여신은 RB 라이프치히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신중하게 차올린 사비처의 코너킥이 윤석과 다소 거리가 먼 곳에 떨어졌고, 조나단 타가 필사적으로 머리를 들이미는 사이, 슈테겐이 한발 더 빠르게 주먹을 내지르며 공을 쳐 냈다.
삑! 삐익! 삐이익!
그와 동시에 주심은 야속하게 휘슬을 불었다.
-아…… 경기 끝납니다. RB 라이프치히, 오늘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2 대 0으로 승리했지만, 종합 스코어 3 대 2로 바르셀로나가 4강에 진출하게 됩니다.
-비록 바르셀로나가 이기긴 했지만, 오늘 경기만큼은 바르셀로나를 RB 라이프치히가 압도했어요. MSN 라인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멋진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그대로 앉은 자리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정우는 필드 위에 얼굴을 묻었다.
“제기랄!”
좀만 더 빨랐더라면.
잔디에 이레귤러만 없었다면.
자신의 슈팅이 정확했다면.
어쩌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분한 마음에 정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건 비단 정우뿐만이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던 선수들 모두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철옹성같이 냉정하던 윤석도 붉어진 눈을 하고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RB 라이프치히의 그런 모습에 오늘 경기를 찾아온 관중들이 기립 박수를 했다.
-졌지만, 잘 싸운 8강전이었습니다. RB 라이프치히, 바르셀로나의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다음 챔피언스 리그에서 이 팀은 무서운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리라 생각되네요.
-오늘 멋진 경기를 펼친 RB 라이프치히 선수들에게 관중들이 기립 박수를 보냅니다.
17-18 챔피언스 리그 8강전.
RB 라이프치히의 챔피언스 리그는 그렇게 8강에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