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38)
형제의 축구-138화(138/251)
형제의 축구 138화
RB 라이프치히와 바르셀로나의 8강전은 종합 스코어 3 대 2로 바르셀로나가 4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상대는 세계 최강의 팀.
유수의 빅클럽들을 상대로 대량 득점을 선보이는 그런 괴물 같은 팀이었다.
하지만 라이프치히가 2차전 홈에서 보여 준 모습을 평가 절하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들은 바르셀로나를 효과적으로 잘 막았고, 2골이나 넣으면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었다.
경기 내용이야 어찌 되었든 RB 라이프치히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이며 역사상 처음으로 참가한 챔피언스 리그에서 8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내면서 마무리하게 되었다.
하센휘틀은 다음 시즌에서는 더 좋은 활약을 펼쳐 팀을 더 높은 곳에 올려 두겠다 다짐했고, 선수들도 분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2골이나 몰아넣으면서 MOM이 된 정우는 끝내 기자회견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코너킥 라인 밖에서 경기의 마지막을 지켜봐야 했던 이 어린 선수는 기자회견이 끝나가는 순간에도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끄어어어, 으헝헝.”
이렇게 분하고 아쉬운 패배는 처음이었던 정우였다.
“쿨쩍…….”
로커 룸에 남은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는 정우를 보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야, 그만 울어, 인마.] [그래, 이제 끝났다.] [흑, 그래, 끝났지…… 1골이 뭐라고…….]끝났다는 말에 정우의 눈에서 더욱더 많은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야, 끝이란 말 입에도 꺼내지 마!] [끄어어어어…….]그렇게 폭풍 눈물을 흘리는 정우를 바라보던 선수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윤석을 찾기 시작했다.
[윤석이 어디 갔어?] [저 코찔찔이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쟤 형밖에 없다.] [찾아!] [기자회견 간 사람을 어디서 찾아, 자식들아.]선수들은 샤워는커녕 유니폼도 채 벗지 못하고 로커 룸 밖을 나서려고 했다.
그런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클로제는 고개를 저으면서도 웃음을 흘렸다.
정우 본인은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슬퍼하고 있지만, 그 덕에 다른 선수들은 패배를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정우가 이들 대신에 혼자 다 슬퍼하는 것처럼.
[저 어린아이 같은 녀석이…….]그건 그거고.
한편으로는 감탄한다.
자신도 살아보면서 단 한 번도 넘어 보지 못했던…….
[챔피언스 리그 13골의 주인공이라니.]챔피언스 리그 13골.
말이 쉽게 보이지 아무나 할 수 있는 득점 수가 아니었다.
챔피언스 리그의 역사 속에서 13골의 고지를 넘은 선수라고 해 봤자 단 세 명밖에 없었다.
62년도 당시 AC밀란의 조제 알타피니, 호날두, 메시. 그 외에는 그 누구도 13골 이상을 넣어 본 적이 없었다. 정우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한 시즌에 자신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선수를 고작 세 명만 두는 그런 선수가 된 것이다.
[이제 고작 스무 살짜리가…… 남은 선수 생활 동안 얼마나 높이 올라가려는가.]클로제는 순수하게 한 축구인으로서 한 선수의 미래를 기대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한정우!”
기자회견을 끝내고 들어온 윤석이 엄한 표정으로 로커 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훌쩍, 형…….”
“야, 다 큰 녀석이 창피하게 그게 뭐냐.”
윤석은 정우에게 다가가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우 씨,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정우는 눈물을 쓰윽 닦았다.
“이겼지.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라. 종합적으로는 졌지만.”
“그거나 이거나.”
정우는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다가 뒤늦게 자신의 행태를 깨닫고는 스윽, 얼굴을 닦고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형제의 챔피언스 리그가 완전히 마무리되었다.
비록 팀은 리그 8강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윤석과 정우는 유럽 유수의 클럽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 * *
[한정우 13골, 아쉬운 챔피언스 리그 마무리.] [20세 어린 선수, 분데스리가의 역사로 남게 되다.] [기록 브레이커, 그의 활약은 어디까지?] [한윤석, 바르샤를 짓밟은 폭군!] [RB 라이프치히는 형제의 필드.]다음 날, 지역은 물론이고 독일 전역에 라이프치히의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비록 종합 스코어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독일의 홈에서 바르셀로나를 격파했고, 한정우는 13골이라는, 역대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 소속 선수로서 출전한 챔피언스 리그에서 한 시즌에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득점왕은 호날두가 정우와 동률의 13골을 넣고서 4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나 다를 바 없었지만 말이다.
바르셀로나와 아쉬운 경기도 잠시.
이제 남은 분데스리가 일정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제 고작 4경기를 둔 시점에서 단 1경기라도 패배하면 우승은 물 건너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단 1점의 승점 격차를 지키기 위해서 라이프치히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때였다.
그렇게 헤르타와 경기가 찾아왔다.
이번 시즌 지난 시즌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리그 강등 위기까지 겪고 있는 팀이었다.
[그런 팀이라고 해도 절대로 긴장을 풀지 마라. 잉골슈타트와의 경기를 다들 잊고 있지는 않겠지?]홈에서 헤르타 베를린을 맞이하는 하센휘틀은 선수들에게 지난 경기를 떠올리게 했다.
잉골슈타트.
지금의 RB 라이프치히라면 절대로 져서는 안 되는 경기에서 지게 되면서 지금 이 순간까지 왔다. 만약 그때 소중한 승점을 날려 버리지 않았더라면 이런 힘겨운 싸움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늘 또 그런 결과를 낳지 말기를 바란다. 이제는 절대로 져서는 안 돼.]그의 말에 선수들은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시작된 경기.
RB 라이프치히는 헤르타 베를린을 압도했다.
전반전, 젤케와 로벤이 골을 넣으면서 앞서가다 헤르타 베를린에게 1골을 헌납하긴 했지만, 후반전에는 베라르디가 골을 넣으면서 3 대 1로 압승을 거두게 되었다.
그 기세에 힘입은 라이프치히는 이어지는 32라운드에서 아우그스부르크를 맞이했는데, 이 경기에서도 마찬가지.
정우가 화려한 드리블과 프리킥을 앞세워 2골을 넣으며 경기를 지배하고 있었다.
-한정우! 대단합니다. 어느덧 리그 28경기에서 29골을 넣으면서 멋진 활약을 펼쳐 주고 있습니다! 괜히 챔피언스 리그에서 13골을 넣은 게 아니죠!
-이 선수의 나이가 고작 스무 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이런 선수를 라이프치히는 도대체 어떻게 알아보고 데려왔을까요?
정우는 30골의 고지를 코앞으로 남겨 두게 되었다.
“40골 넣을 수 있었는데…….”
본인 스스로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천하의 메시도, 호날두도, 그리고 이번에 발롱도르를 차지한 네이마르도 이 나이에 이 정도 리그에서 괴물 같은 활약을 하지는 못했다.
그것을 감안하면 한정우의 득점력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그런지 라이프치히의 경기를 관람하는 스카우터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 시즌 멋진 활약을 펼치며 보물 창고나 다름없어진 라이프치히의 젊은 선수들을 관찰하기 위해 온 것이긴 하지만, 누가 뭐래도 그들의 관찰 대상 1호는 누가 뭐래도 형제였다.
지금까지 윤석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면, 정우도 시즌이 후반으로 다다를 즈음부터 많은 팀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경기 끝납니다! 2 대 0, 한정우의 독무대였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되면 다음 경기에서 마이스터 샬레의 주인이 누가 될 것인지 결정되겠군요!
-도르트문트와 라이프치히의 승점이 고작 1점 차이이기 때문에 양 팀이 무승부를 내거나, 라이프치히가 패배할 경우 경우의 수가 생기겠지만, 만약 라이프치히가 이기게 된다면 마지막 1경기를 남겨 둔 채로 라이프치히가 마이스터 샬레를 들어 올리게 됩니다.
마이스터 샬레.
분데스리가의 챔피언만이 들어 올릴 수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접시를 쟁취하게 위한 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라이프치히나 도르트문트나 챔피언스 리그 8강에서 좌절한 상황이었고, 이번 시즌 들어 올릴 수 있는 우승컵은 리그 최강을 입증하는 마이스터 샬레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양 팀 모두 다가올 33라운드에 전력을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특히 이번 경기는 의미가 남다르다.
지금까지 서부권, 흔히 말해 과거 서독 지역만의 잔치와도 같았던 분데스리가에서 동부권의 라이프치히가 대권에 도전하게 되면서 동서를 아우르는 모두의 축제가 된 것이다.
한때 실질적인 구단주인 레드불과 이에 유입되는 막대한 자금력 때문에 질타를 받았던 라이프치히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정한 독일인들의 화합의 축제로서 모두의 응원과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만큼 라이프치히는 막바지 훈련에 열을 올렸다.
하센휘틀은 지친 선수들이 리그 막바지에 들어서는 지금, 리그 초반과 같이 왕성한 활동량으로 압박을 가하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라이프치히 특유의 전술이 지금에 와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도르트문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전술적으로 비슷한 면이 많은 두 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다양한 패턴의 전술을 생각하고 있었다.
* * *
“후우, 빡세네.”
그렇게 한 차례 훈련을 끝낸 뒤, 형제는 지친 발걸음으로 샤워실로 향했다.
“확실히 후반이 되니까 힘들긴 하다. 그지, 형?”
정우의 물음에 윤석은 묵묵히 샤워기의 물을 틀고 머리에 찬물을 뒤집어쓴다.
“아, 차거! 좀 떨어져서 하지? 형 때문에 나한테 찬물이 다 튀잖아!”
한바탕 뛴 후에는 찬물을 한차례 뒤집어쓰는 것을 즐기는 형과 달리 정우는 찬물이라면 질색인 사람이었다. 형에게서 한 걸음 물러나 샤워기를 틀면서 정우가 투덜거린다.
“이 정도로 힘들다고 하면 다른 리그에 가서는 어쩌려고 그러냐?”
형의 말에 정우는 입술을 비죽였다.
하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분데스리가는 다른 리그들과 비해서 중간에 휴식기를 가지는 만큼 타 리그보다는 체력적 부담이 적었다. 특히 분데스리가 휴식을 취할 때 정반대로 토가 나올 정도로 살인적인 일정, 이른바 박싱데이를 자랑하는 프리미어 리그를 생각하면 이 정도로 힘들어해서는 안 될 일이기 도했다.
“체력 훈련도 꾸준히 하고 있다, 뭐.”
정우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그런 정우를 보며 윤석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긴 라이프치히는 매 경기마다 살인적인 활동량을 자랑하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윤석도 요즘 들어서 몸이 무겁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강철 같은 자신이라고 해도 이리 힘든데 정우라고 다르겠는가.
“이제 1경기면 끝이나 다름없어. 막바지니까 쥐어짜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자고.”
형의 말에 정우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스터 샬레 들어 올리면 부천에서 우승한 것보다 짜릿할까?”
형제의 커리어 첫 우승 트로피인 K리그 챔피언십의 트로피를 떠올려 본다. 그리고 FA컵 우승컵까지.
“엄청나지 않을까?”
“그지? 돈도 엄청날 거야.”
“그놈의 돈은.”
윤석은 정우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어떻게 된 것이 조그마한 게 돈 타령뿐이다.
“아무튼…… 잘하자.”
“응.”
17-18 분데스리가.
모처럼 가장 치열했던 리그는 서서히 그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