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4)
형제의 축구-14화(14/251)
형제의 축구 14화
돌풍
2014년도 K리그 주니어 후반기에 형제는 선수로 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수 등록이 가능한 시기를 간발의 차이로 벗어난 시점에 입단하게 되었기 때문에 경기를 출전할 자격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허무하게 반년을 보낸 것 같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형제는 경기는 나서지 못해도 모든 훈련에 참여해 부천에 적응해 갔다.
그 가운데 부천 유나이티드 U-18은 1무 19패로 단 한 번의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게 되었다.
지난 13년도 시즌 처음으로 U-18이 탄생했을 때는 1승이라도 거둔 것에 비한다면 초라한 성적이었다.
그렇다고 김태웅 감독이 경질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김태웅도 시즌 후반기부터 팀에 들어와 팀을 만들어 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라하게 14년 시즌을 보낸 뒤, 형제는 한 살씩 나이를 먹게 되었고, 다가오는 15년에는 선수로 뛸 수 있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형제를 주목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형제는 물론이고 부천이라는 팀 자체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고 보는 게 맞았다. 창단 이래 연속 꼴찌, 창단 이래 단 1승을 거둔 팀을 주목하는 곳은 아무 곳도 없었다.
이번 시즌에도 마찬가지로 모든 팀들이 부천을 승리의 희생양, 꼴찌 확정 팀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저기 성남 자식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다.”
탄천변 축구장에서 반대편에 앉아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성남의 유스 팀 선수들을 바라보며 김태웅 감독이 선수들에게 말했다.
“지들도 못하면서 우리를 더 못하는 팀으로 판단하고 아주 만만하게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자존심 상하지 않냐?”
김 감독이 그리 말하자 아이들은 웃음을 흘렸다.
“웃을 일이 아니야. 화를 내야지, 자식들아!”
김 감독은 마뜩찮은 표정으로 혀를 차고는 성남의 선수들을 바라봤다.
모 기업이 구단을 놓게 되면서 올해부터 시민 구단으로 거듭나게 된 성남은 강력했던 과거의 모습을 잃었다고 해도 무방했고, 팀 내부가 정리되지 않아 복잡한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눈에 부천은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머금던 상대 팀 감독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빠득.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면서 다시 선수들을 바라본다.
“다들 자신의 역할 잃어버리지 말고, 박살 내 버려. 우리가 어떤 팀으로 바뀌었는지 보여 주라고.”
김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 경기에 선발된 아이들이 필드로 들어갔다.
경기를 앞두고 심판이 선수들을 불러 모은 거다.
“잘하자!”
윤석이 아이들을 불러 모아 외쳤다.
“그래, 분위기 좋고!”
김 감독은 아이들의 모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윤석은 지난 시즌 중반에 와서 경기조차 함께 뛰지 못했지만, 축구 실력도 좋았고, 큰 덩치에다가 어른스러운 모습 때문인지 알게 모르게 선수단을 장악하더니 아이들 모두가 자신을 따르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이번 시즌, 새로운 주장을 뽑을 때 아이들의 만장일치 추천으로 주장이 되었다.
그 덕에 지금 윤석의 팔에는 주장 완장이 차여 있었다.
그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김 감독은 상대편 선수단을 바라봤다.
“주 감독님, 아무리 제가 주 감독님보다 한참 후배고 우리 애들이 약체라고 평가받긴 해도…….”
윤석에서 이번에는 정우를 바라본다.
김 감독이 스산하게 웃었다.
“만만히 보다가는 큰 코 다칠 겁니다.”
한편, 이제는 익숙한 인조 잔디의 필드를 밟으면서 형제는 대화를 나눴다.
“늘 생각하는 건데, 형. JH 때보다 촌스러운 것 같지 않아, 이 유니폼?”
하얀색 옷깃에 붉은색 바탕의 부천 유니폼을 바라보며 정우가 윤석에게 말을 걸었다. 윤석은 흘끔 자신의 유니폼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글쎄, 나는 거기서 거기인 거 같은데.”
“역시 형의 패션 감각은…….”
“뭐, 자식아. 난 등 번호가 마음에 들어서 다 좋다.”
윤석의 등에는 자신의 이름과 함께 등 번호 8번이 마킹되어 있었다.
“8번이 마음에 들어?”
“당연하지.”
“흐음.”
정우의 등 번호는 9번이었다.
내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따라 7번을 원했던 정우는 9번이라는 번호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7번은 이미 3학년 선배가 달고 있었고, 에이스 번호라고 할 수 있는 등 번호 중에서 남은 등 번호는 9번뿐이었다.
“뭐, 스트라이커니까. 나도 만족해야 하나.”
등 번호 8번, 9번이 나란히 서 있자 반대편 선수들이 웃음을 흘렸다.
“키 차이 봐라.”
“큰 사람 옆에 있으니 더 작아 보이네.”
귀가 밝은 정우의 귀에도 성남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와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안 그래도 키는 정우의 컴플렉스가 되어 가고 있었다.
키가 190센티미터나 되는 형과 달리 그의 키는 이제 겨우 168센티미터로 형이랑 거의 20센티미터나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아직 고등학생이니 170센티미터는 넘으리라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따지면 형은 그사이에 몇 센티는 더 클 것이다.
“그 키 좀 나 좀 주지 그랬어.”
“내가 주고 싶어도 줄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얼른 네 자리로 가기나 해.”
“알았어, 쳇.”
정우는 투덜거리면서 자신의 위치에 섰다. 마주하는 선수들도 자신보다는 훨씬 컸다. 마뜩치 않은 표정으로 혀를 차면서 정우는 하프라인 중앙에 섰다.
부천의 선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내 들려오는 휘슬.
정우는 공을 뒤로 돌리면서 앞으로 천천히 달려 나갔다.
수비 라인에 서서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가운데 상대방 센터 백이 다가와 정우에게 말을 걸었다.
“그 키로 스트라이커 할 수 있겠냐?”
정우의 시선이 센터 백을 향했다. 형만큼은 아니었지만, 180센티미터는 되어 보였다.
“키로 축구 하냐?”
정우의 가시 돋은 말에 센터 백은 빙글 웃음을 흘렸다.
“키가 작은 것보다는 낫지.”
“X랄.”
정우의 말에 센터 백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욕하냐?”
“경기 중에 나이 따지고 앉아 있네.”
정우가 성남의 센터 백과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후방까지 내려간 공은 삼각 패스를 통해서 계속해서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었다.
부천은 무리해서 공을 전방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했고, 성남은 이런 부천의 공을 뺏어 공격적으로 밀어 붙이기 위해 라인을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처럼 공을 뺏어 올 수 없었다.
압박이 가해지고, 공이 뺏길 것만 같은 상황이 오면 부천은 어김없이 공을 중앙으로 보냈다.
그리고 중앙에는…….
윤석이 있었다.
윤석은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운 위압감을 가지고 있었다.
또래 아이들보다 한참은 큰 키와 덩치가 감히 몸싸움을 걸기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다.
윤석은 그런 자신의 장점을 이용해 패스를 원활하게 돌리고 있었다.
후방과 측면으로 볼을 돌리면서 성남의 선수들이 더욱더 라인을 끌어 올리기를 기다렸다.
그 가운데도 영악하게 전방으로는 공을 보내지 않으면서 성남의 압박이 완벽한 것처럼 연기했다. 성남은 공격으로 전개하지 않는 부천을 보고서 방심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성공적으로 게임을 운영하고 있다고 확신하며 공격의 기회만을 엿보던 그 순간.
다시 공을 받은 윤석의 눈에 센터 백들 가운데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정우의 모습이 보였다.
콰앙!
그 순간 윤석이 힘껏 전방을 향해 공을 찼다.
강력한 슈팅이 허공을 가르며 수비와 골키퍼 사이의 넓은 공간을 향해 뻗어 나갔다.
센터 백이 다급하게 몸을 돌려 뒤로 향하는 순간.
“엇!”
인조 잔디의 고무 칩을 사방으로 튀기면서 성남 센터 백 사이를 누군가가 빠르게 지나쳐 간다.
공이 자신에게 오기를 기다렸던 정우였다.
다급하게 성남의 센터 백들이 정우를 따라갔지만, 이미 정우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를 내고 있었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국내 신기록을 비공식으로나마 갱신할 정도로 빠른 발을 지니고 있었던 정우는 고교생이 된 지금은 프로 선수들도 따라잡기 힘든 속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골키퍼!”
다급하게 성남의 센터 백이 골키퍼를 불렀다.
자신들이 따라잡기 어렵다면 공이 떨어질 예상 지점과 가장 가까운 골키퍼가 나서서 처리해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성남의 골키퍼 역시 그것을 생각하고 다급하게 페널티에어리어를 벗어나 공을 향해 달려갔다.
“우웃……!”
골키퍼의 눈에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정우의 모습이 보였다.
작게만 보이던 정우가 마치 성난 황소와도 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골키퍼는 황급하게 공을 걷어 내기 위해 떨어져 내리는 공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텅!
윤석이 강력하게 차 낸 공은 한참을 날아왔음에도 만만치 않은 힘을 지니고 있어 공에 머리를 들이민 골키퍼는 충격에 눈앞에 번쩍 불똥이 튀는 기분이었다.
“야, 정신 차려!”
그래도 공은 치웠다고 안심하려는 찰나, 센터 백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앞을 바라봤다.
공이 없었다.
다급한 눈으로 옆을 바라봤다.
옆으로 떨어져 바운드되는 공으로 발을 가져가는 정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아!”
골키퍼가 다급하게 몸을 돌려 정우에게 다가가는 순간 정우는 가볍게 볼을 앞으로 차 내며 골키퍼를 지나쳤다.
순간 정우의 앞에는 그 어떤 선수도 없이 초록빛 인조 잔디와 넓디넓은 골대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드넓은 공간을 조금 더 달린 뒤 정우는 빈 골대를 향해 공을 집어넣고서 몸을 돌려 유유히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왔다.
이 정도 골은 세리머니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아.”
그래도 자신에게 시비를 걸었던 센터 백에게는 한마디 해야지.
정우는 비웃음을 잔뜩 머금고 입을 열었다.
“그렇게 느린 발로 축구할 수 있겠냐?”
센터 백을 마주 보면서 정우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리고 너랑 나랑 동갑이다. 키 작다고 무슨 초딩 보듯하네, 발도 느린 게.”
이미 선수의 인적 사항은 김 감독을 통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둔 정우는 시큰둥하게 말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 정우를 바라보는 상대편 센터 백의 표정이 엉망으로 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