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41)
형제의 축구-141화(141/251)
형제의 축구 141화
로커 룸으로 돌아온 하센휘틀은 베르나르드를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그를 지나쳐 선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까지는 우리가 1점 앞서고 있다. 하지만 언제 경기가 뒤집힐지 모르는 상황은 되었지. 그렇다고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아라. 마이스터 샬레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간 팀은 아직까지 우리다. 그것만 생각하고 경기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도록 해라!] [네!]다소 들뜬 분위기에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하센휘틀은 새롭게 판을 짰다. 아무래도 수비수가 하나 줄었기 때문에 포메이션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
공격이 아쉽기는 하지만, 수비를 비워 둘 수 없었기 때문에 베르너를 빼고 디에고 드메를 베르나르드의 빈자리에 채울 수밖에 없었다.
-네, 후반전이 이제 막 시작될 것 같군요. 예상대로 공격수의 수를 줄이고 디에고 드메를 투입해 수비 라인을 유지하는 하센휘틀입니다.
-스코어야 1점 앞서고 있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한다면 수비 라인을 견고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죠. 어쩌면 오늘 애초부터 공격적인 성향의 베르나르드보다는 디에고 드메를 투입하는 게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들이 약점으로 부각되는 지금, 하센휘틀은 다음 시즌에 대해서 고민이 클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쪽에 대해서 보강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아직 시즌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이적 시장도 멀긴 했지만, 그런 예측이 가능할 것 같네요. 아, 이제 후반전 시작됩니다.
후반전은 라이프치히의 선축이었다.
라이프치히는 조급하지 않게 적당한 템포로 공을 돌리면서 전열을 가다듬었다.
도르트문트는 전반에 그렇게 뛴 것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뛰면서 라이프치히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기세를 잡은 만큼 남은 체력이라도 쥐어짜서 라이프치히에게서 추가 골, 역전 골을 넣으려는 것 같았다.
도르트문트의 거센 압박 속에서 라이프치히의 공은 어느새 수비 라인까지 내려가서 그들의 압박을 벗어나기에 급급했다.
-아, 도르트문트 굉장히 의욕적이에요. 그래요, 지금 기세라면 공만 빼앗으면 골로 연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르트문트 관중석에서 힘찬 응원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라이프치히가 어서 공을 빼앗기길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그 가운데 윤석은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해 줄 것 같냐?”
조나단 타에게서 공을 받은 윤석이 몸을 돌리며 앞을 바라봤다.
턴하는 순간 옆에 붙는 괴체를 한 팔로 밀어 내면서 윤석은 전방을 향해 공을 찼다.
뻥!
게헤이로와 바이글을 지난 공이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에 빈 공간으로 전달된다.
-베라르디가 공 잡습니다! 단숨에 중원의 압박을 벗겨 내는 한윤석의 레이저 같은 패스! 2선으로 내려왔던 베라르디에게 슈멜처가 막아서는데요!
-지금 라이프치히에게는 아주 불리한 상황입니다. 공격진이 한 명 빠지면서 도르트문트의 수비수들은 선수를 마크하는 데 여유가 생겼거든요.
베라르디는 상체 페인팅을 이용해 슈멜처를 피해서 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지만,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게 되었다.
바르트라와 소크라티스, 그리고 파슬락까지 수비 라인에서 머물고 있었고 그들 사이에 정우는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역습 상황인지라 분주하게 올라온 할릴로비치를 보고서 그에게 공을 연결해 준다.
할릴로비치가 공을 가지고 침투해 들어가자 파슬락이 그에게 달라붙었다. 옆에서 밀어붙이면서 파고들어 오는 파슬락과 힘겨운 몸싸움을 이어가던 할릴로비치를 향해 윤석이 소리쳤다.
[공 내놔!]어느새 후방에서 전방까지 올라온 윤석의 외침에 할릴로비치가 윤석에게 공을 밀어 준다.
“흡!”
공을 받는 순간 보이는 골대를 향한 길을 향해 윤석은 힘껏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콰앙!
위력적으로 뻗은 공을 향해 뷔르키가 움찔하며 팔을 뻗는다.
깡!
흔들리던 공이 그대로 솟아오르는 것을 보며 뷔르키의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 공은 지나치게 올라가 골대 상단을 때리고 골대 바깥으로 벗어나 버린다.
지이잉.
공에 얻어맞고 울리는 골대의 소리를 들으며 뷔르키가 마른 침을 삼켰고, 관중석도 일순간 조용해졌다.
그만큼 위력적인 슈팅이었다.
-한윤석에겐 이게 있어요. 골키퍼마저 두렵게 만드는 괴물 같은 슈팅 말이죠! 비록 골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도르트문트를 기죽게 만드는 일격이었습니다!
-이 선수는 갈수록 대처하기 힘든 괴물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더 성장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보여 주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월드 클래스라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라이프치히를 지탱하는 듀란입니다!
지금과 같은 반격은 거칠게 밀어붙이는 도르트문트를 약간이라도 움츠러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공을 뺏기면 언제든지 이런 위협적인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을 인지한 것과 하지 못한 것의 차이는 컸다.
도르트문트는 역습을 견제하기 위해 조금은 더 신중하게 공격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과도하게 라인을 올리지 않으면서 라이프치히를 압박하니 아무래도 공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라이프치히도 도르트문트를 막는 게 좀 더 수월해졌다.
-바이글, 다시 로이스에게 로이스가 침투해 들어갑니다!
중앙의 윤석이 버티고 선 만큼 도르트문트는 지속적으로 측면을 공략했다.
로이스와 쉬를레가 버틴 도르트문트의 측면은 확실히 위협적이었다.
드메가 필사적으로 로이스를 따라 붙으면서 그를 방해했지만, 로이서는 전진하다 공을 접고 한 걸음 물러서는 것만으로 드메를 제치고는 중앙으로 파고 들어갔다.
괴체와 아우바메양이 페널티 에어리어 안을 휘저으면서 라이프치히의 골대 앞이 다시 위기상황에 놓였다.
-로이스 페널티 에어리어 대각선 위치에서 깊숙이 들어갑니다.
골대의 각이 열렸다 생각한 로이스가 슈팅 모션을 취한다. 케이타가 그것을 보고서 마크하던 괴체에게서 잠시 멀어지면서 로이스의 슈팅 코스를 차단하고 나섰는데, 그 타이밍에 맞춰 로이스가 다시 공을 접고 들어가 괴체를 향해 패스를 한다. 슈팅 모션으로 케이타를 속인 것이다.
-앗! 위기입니다!
공을 받은 괴체가 힘껏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두르는 순간.
뻥! 뻑!
괴체가 찬 공을 바로 앞에서 윤석이 나타나 허벅지로 막아 낸다.
아플 법도 하건만 윤석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튀어 오른 공을 머리로 쳐 내고 괴체를 지나쳐 떨어지는 공을 수습했다.
-이걸 또 막아 내는 한윤석!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는데, 이걸 막아 내요, 이걸!
공을 잡은 윤석은 흘끔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덧 후반전도 절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절반만 버티면 마이스터 샬레가 RB 라이프치히의 품으로 들어오는 거다.
희망을 품고서 윤석은 힘껏 앞으로 나아갔다.
윤석이 공을 뺏는 순간 어느 정도 라인을 유지하고 있던 도르트문트가 빠르게 뒤로 물러서고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그런 윤석의 눈에 일직선의 코스가 보인다.
선수들 틈에서 좁은 공간 사이에서 정우와 눈을 마주친 윤석은 힘껏 공을 찼다.
촤아아악!
공이 마치 레이저처럼 잔디를 가르며 쭈욱 뻗어간다.
게헤이로와 바이글의 사이를 지나친 공이 단숨에 정우에게 이어진다.
-와, 지금 이 순간 윤석은 마치 사비 알론소와 같은 패스를 선보이네요!
-대지를 가르는 패스! 그리고 그걸 정우가 받아 냅니다!
바르트라가 뒤로 바짝 붙어서 있는 것을 파악한 정우는 등진 채로 발등으로 공을 띄워 올리며 빙글 몸을 돌렸다.
정우의 몸에 가려졌던 공이 자신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것을 알아챈 바르트라가 뒤늦게 몸을 돌리는 사이 파슬락이 옆에서 끼어들어 정우의 공을 가로채려 한다.
정우는 발등을 가져가 한 번 더 공을 띄워 올리며 파슬락의 발을 피하고서는 또다시 다리를 놀려 자신의 머리 위로 공을 띄워 올리고 빙글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바르트라가 정우에게 힘껏 부딪쳐 온다.
정우가 휘청하며 앞으로 밀려나면서 공의 위치를 파악한다. 공은 근소한 차이로 자신의 옆으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정우는 그 공을 향해 어깨를 들이밀어 공을 자신의 앞으로 떨군다.
옆과 뒤에서 자신을 귀찮게 하던 두 선수를 벗겨 내고 정우의 앞에는 골대를 향한 길이 열렸다. 정우는 공을 차 내며 힘껏 앞으로 달려 나갔다.
-저런 기술! 단순하게 발이 빠른 선수로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한정우의 또 다른 무기는 자유자재로 공을 다룰 줄 안다는 거죠!
-마치 호나우지뉴와 같군요!
-그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아아, 한정우 달려가는 가운데 베라르디까지 가세하고 뒤에서는 한윤석과 같은 미드필더들도 달려오고 있습니다!
파슬락과 바르트라가 다급하게 따라 달리는 사이 소크라티스와 슈멜처가 움직였다.
슈멜처가 베라르디를 견제하는 사이 소크라티스가 정우가 달려오는 코스를 막아섰다.
정우는 그런 소크라티스를 상대로 속도를 죽이지 않은 상태로 헛다리를 짚으며 나아갔지만, 소크라티스는 당황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면서 여전히 정우의 코스를 막아섰다.
그 순간 정우가 왼발로 공을 밀어내며 옆으로 빠져나가려는 모션을 취하자 소크라티스가 그쪽으로 살며시 발을 들이대면서도 몸은 뒤로 빼 만일을 대비했다.
‘역시!’
그 순간 터져 나오는 정우의 프리플랩.
정우가 라 크로케타와 프리플랩을 즐겨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서 버틴 것이다. 소크라티스는 가볍게 오른발을 축으로 버티며 왼발로 정우가 자신의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공을 향해 발을 뻗었다.
“……!”
그 순간 소크라티스의 눈이 크게 뜨인다.
정우의 오른발이 공을 밟더니 뒤로 빼면서 그대로 엘라시코를 응용해 공을 오른쪽으로 빼 버린 것이다.
프리플랩을 막아 내고 왼발로 공을 뺏으려 했던 소크라티스는 정우가 향하려는 오른쪽 방향을 향해 등을 돌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정우는 그런 소크라티스의 등 뒤로 유유히 빠져나가면서 골대를 향해 달려 나갔다.
-골키퍼와 1 대 1 상황!
소크라티스를 제치고 나니 남은 것은 뷔르키뿐이었다.
베라르디를 경계하던 슈멜처는 오히려 베라르디에게 코스를 차단당하고 묶인 상황.
정우만 침착하게 골을 넣는다면 도르트문트를 완전히 따돌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1골!’
정우는 차분하게 눈을 빛내며 달려오는 뷔르키를 맞이했다.
퉁!
가볍게 공을 감아 찬다.
뻗어나가는 공이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뷔르키의 옆을 스쳐 지나간다.
‘이건 들어간다.’
정우는 물론이고 그 상황을 지켜보는 모든 선수들이 그리 생각하는 순간.
뷔르키가 그대로 몸을 뒤로 날리면서 필사적으로 팔을 뻗는다.
턱!
-마, 맙소사!
모두의 눈이 부릅떠지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뷔르키가 뒤로 몸을 날리며 손끝으로 공을 쳐 내 공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쿵!
그대로 뷔르키는 잔디 위에 떨어지면서 충격을 받았지만, 공은 그의 필사적인 몸부림에 골대를 벗어났다.
-다행히 등으로 떨어져 충격이 덜 한 것 같지만, 스스로 위험을 자처하는 모험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런 동물적인 반사 신경과 판단력은 인정해줘야 합니다! 저걸 막아 낼 줄은 몰랐습니다!
-과연 바이덴펠러를 밀어내고 주전을 차지할 만한 역량을 보여 주네요!
코너킥을 준비하면서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이 뷔르키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민다.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선방이었다.
이걸 막지 못했다면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선방, 하지만 세트피스 상황입니다. 라이프치히는 오늘 2골 모두 코너킥을 시작으로 골을 넣은 만큼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한윤석이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클 겁니다.
도르트문트는 이번에도 한윤석을 철저하게 견제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조금의 자유라도 주어지면 공중을 장악하는 것은 무조건 그이기 때문이었다.
투헬은 필드 가까이 나와서 이를 지켜보면서 혀를 찼다.
[저거 아무리 봐도 사람이 아닌 것 같아, 터미네이터 이런 거 아닌가?]투헬의 농담 아닌 농담을 들은 벤치의 스태프들과 선수들이 어설프게 웃는 사이.
[뎀벨레, 카스트로 나가라.]투헬은 잠시 소강상태를 틈타 준비한 선수들을 내보냈다.
-쉬를레와 괴체가 나가고 뎀벨레와 카스트로가 들어갑니다. 괴체는 너무 지쳤고, 쉬를레는 오늘 헥토르에게 막히면서 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었어요.
-아, 라이프치히에서도 선수 교체를 준비하네요.
도르트문트가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려 한다면, 라이프치히는 좀 더 수비적인 보강을 시도했다. 브란트가 빠지고 케이타가 그 자리로 들어가며 케이타의 자리에는 윌리 오반이 투입되었다.
-브란트가 빠지고 케이타가 그 자리에 들어가면서 두 명의 수비적인 미드필더를 기용하네요.
-윌리 오반은 이번 시즌 중요한 경기에서는 출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믿을 수 있는 수비수입니다. 라이프치히가 이번 공격 이후는 점수를 굳히는 쪽으로 전술을 바꾸려는 모양입니다.
선수들이 서둘러 움직여 교체가 단행되고, 베라르디가 코너 플래그 앞에 섰다.
주심의 휘슬과 동시에 베라르디가 코너킥을 찬다.
짧게 안쪽으로 휘어 들어가는 공이 윤석이 있는 쪽으로 떨어져 내린다.
윤석이 자신을 귀찮게 하는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을 밀어 내며 공을 향해 뛰어오르려는 순간, 소르라티스가 뒤에서 지켜보던 주심의 눈을 피해서 점프하는 척하면서 교묘하게 윤석을 밀었다.
“음!”
천하의 윤석이라고 해도 공중에서 뜬 상태에서 버틸 수는 없었다. 결국 그대로 균형을 잃고 소크라티스와 함께 떨어져 내린다. 그 틈에 뷔르키가 다급하게 펀칭으로 공을 걷어 낸다.
-아! 소크라티스 파울 아닌가요? 너무 노골적으로 윤석을 민 것 같은데요?
-주심은 이를 보지 못하고 그저 단순한 몸싸움으로 본 것 같습니다. 분명히 팔을 써서 윤석을 밀면서 점프했거든요?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주심에게 항의하려는데, 그러면 안 되죠! 도르트문트가 역습에 들어갑니다!
억울해도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순간 방심한 틈에 도르트문트는 공을 전방으로 차 내고 있었다.
막 투입된 카스트로가 그 공을 받고 몸을 돌리며 수비와 일직선으로 달려 나가는 아우바메양의 앞으로 공을 찔러 넣는다.
아우바메양이 멈칫하며 달리던 조나단 타를 벗겨 내고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공을 가로채며 하프라인을 넘어선다.
-라이프치히의 뒤를 지키던 유일한 선수 조나단 타를 무너뜨리는 아우바메양!
-아우바메양 달립니다! 아! 그런데……!
해설이 놀라 소리쳤다.
누군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마치 이런 순간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 속도는 그야말로 빛살과 같아서 거리가 있음에도 단숨에 아우바메양을 따라잡을 정도로 빨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인정받기 시작한 사나이.
-한정우!
-저 선수가!
타타타타탁.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무섭게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마치 술래잡기하듯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아우바메양을 향해 정우가 마침내 따라잡는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
‘조금만 더.’
정우는 허벅지가 터지도록 달렸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달려 본 적이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만큼 가지고 싶었다.
마이스터 샬레가.
“빌어먹을 접시이이!”
정우가 버럭 소리를 치면서 옆까지 아우바메양을 따라잡아 마침내 다리를 내밀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절묘한 타이밍에 발을 들이밀어 정확하게 공만 차 낸 뒤 정우는 아우바메양과 함께 잔디밭 위를 굴렀다.
“으윽!”
충돌과 함께 고통이 밀려 왔지만, 정우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공은?”
다행히 정우가 걷어 낸 공은 타이밍 좋게 나온 굴라치가 완전하게 전방으로 걷어 내고 있었다.
-도르트문트, 필살의 역습마저 라이프치히가 걷어 냅니다!
-한정우의 발이 막아 낸 골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와, 저 거리에서 아우바메양을 따라잡을 줄이야, 저런 발이라니!
-정말이지 인정해야 합니다! 한정우의 속도는 세계 최고예요! 번개입니다!
그 투지에 도르트문트의 관중들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경기는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해 후반전 막바지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박빙이었지만, 도르트문트의 공세를 막아 낸 라이프치히도 기세가 살아나면서 양 팀 모두 공수를 주고받으면서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어느덧 경기 막바지에 접어듭니다. 인저리 타임까지 계산한다면 대략적으로 6분여 남아 있는 상황.
-도르트문트는 갈수록 초조해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해요. RB 라이프치히는 급하게 밀어붙인다고 골을 넣을 수 있는 그런 팀이 아닙니다.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이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뛰면서 라이프치히를 향해 거센 공격을 시도했다. 로이스의 크로스가 반대쪽 측면의 넓은 공간으로 떨어지고 이를 뎀벨레가 받아 파고 들어가는 사이, 헥토르가 뎀벨레에게 붙으면서 힘껏 몸싸움을 벌인다.
헥토르를 이겨 내지 못한 뎀벨레는 멈춰서면서 그대로 지근거리에 있는 카스트로에게 공을 밀어 줬다.
실책이었다.
카스트로가 공을 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윤석이 바짝 다가와 카스트로를 밀어 내며 공을 낚아챈 것이다.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만큼 공을 가지고 시간을 끌 법도 하건만, 윤석의 눈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방을 향해 있었다.
마지막 공세라는 듯한 번에 밀려 들어온 도르트문트의 뒷공간이 넓게 펼쳐진 것을 본 것이다.
윤석이 그곳을 향해 힘껏 패스했다.
-라이프치히의 역습!
-서둘러 막아야 합니다! 이걸 막아 내야만 도르트문트는 마지막 공격을 시도해 볼 수 있어요!
다리가 덜덜 떨려 오기 시작하는 와중에도 정우는 또다시 달렸다.
형이 보낸 패스를 받기 위해서 말이다.
정말 필사적으로 달려 바르트라를 제치고 오른발을 들어 공을 받아 내는 순간, 몸을 지탱하던 왼다리의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혹사한 다리가 제 힘을 내지 못한 것이다.
‘나는 틀렸어……!’
왠지 바르셀로나전이 생각나면서 정우는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안 되면 다른 사람에게 밀어 주면 된다.
그리고 때마침 베라르디가 나란히 달려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정우는 넘어지면서도 그를 향해 패스를 밀어 줬다.
콰당!
[넣어라!]정우는 넘어지면서 버럭 소리쳤다.
정우의 외침을 들은 것일까?
아니, 본인 스스로가 간절했으리라.
베라르디는 소크라티스를 따돌리면서 달려 나오는 뷔르키의 머리를 넘기는 로빙슛을 시도했다.
뷔르키가 펄쩍 뛰어오르며 공을 막아 보려 했지만, 한 끗 차이로 뷔르키를 넘어선 공이 그대로 골대를 향해 굴러간다.
짧게 떨어지는 공이지만 뷔르키가 달려가기엔 늦었다. 뷔르키는 몸을 돌려 골대를 향해 튕겨 나가는 공을 바라보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아직 일렀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달려온 파슬락이 그 공을 따라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골일까요? 파슬락이 필사적으로 달려갑니다! 파슬락!
두 걸음.
아니, 단 한 걸음만이라도 따라잡는다면 공을 걷어 낼 수 있었다.
촤아악!
파슬락이 슬라이딩해서 공을 향해 다리를 뻗는다.
퉁!
파슬락의 발에 닿은 공.
그 행방은…….
-아아아…… 골! 골입니다! 파슬락과 함께 공이 골라인을 넘어서네요.
-간발의 차이로 공을 건드린 파슬락이 필드 위에 얼굴을 파묻네요.
-스코어는 3 대 1!
도르트문트는 처참한 표정으로 하프라인을 향해 걸어갔다.
가운데 공을 두고 휘슬을 기다린 순간, 주심이 경기 재개를 알리는 휘슬을 불자마자 또다시 휘슬을 입으로 가져갔다.
삐익! 삑익! 삑!
-경기 종료됩니다!
-치열한 공방 끝에 RB 라이프치히가 오늘 경기의 승자가 됩니다, 그리고……!
원정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벤치에 있던 감독과 스태프들, 그리고 선수들이 필드 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역대급으로 치열했던 17-18 분데스리가! 마이스터 샬레를 RB 라이프치히가 거머쥐게 됩니다!
승점 1점 차이를 4점으로 벌리며 남은 경기의 결과와 상관없이 라이프치히가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이었다.
2009년 창단 이래 단 8년 만에 공공의 적이었던 라이프치히가 서독만의 리그라 불리던 분데스리가의 왕좌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형, 우승이야!”
“그래……!”
정우의 환한 표정을 바라보며 윤석도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우는 그런 형을 바라보다가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빌어먹을 접시가 우리 거다!]마지막까지 우승의 행방을 알 수 없어 조마조마했던 시간을 생각하며 형제는 물론이고 모든 선수들이 환하게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