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45)
형제의 축구-145화(145/251)
형제의 축구 145화
우루과이
[할머니, 이제 시작해요!]이보네의 외침에 부엌에서 무언가를 준비하던 할머니는 하던 일을 멈추고 거실로 나왔다.
[그려? 아이고, 우리 손자들이네!]TV에서 보이는 손자들의 모습에 할머니가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월드컵이 그, 축구에서 제일 큰 그 경기 맞지?] [네, 맞아요.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본다고 봐도 될 정도에요.] [어이구, 그런 곳에 대표로 다 나가고. 우리 손주들 출세했네. 코 질질 흘리면서 할머니 기다리던 게 엊그제 같은디.]할머니의 말에 이보네는 신기해하며 물었다.
[윤석, 어릴 때는 어땠어요?] [아범이야…… 어릴 때부터 재미가 없는 눔이었지. 너무 어른 같아서 걱정이 될 정도였어, 암.] [그랬어요?] [그랴, 근데 이눔이 다른 건 모르겄는디, 자존심이 보통이 아닌지라 지나 지 동생 놀리는 놈이 있으면 가만히 있지를 않았어. 지보다 몇 살은 더 먹은 눔들하고 싸움질하고 그랬지. 그눔 힘이 보통이여?] [사람이 순진해서 싸움도 안 한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 봐요?] [나이 먹어 덤빌 놈이 없으니 얌전한 게지. 지금도 축구할 때 보면 안 지려고 안간힘이지 않누.] [헤헤, 그건 또 그래요.]이보네는 따듯한 시선으로 TV를 바라봤다.
국가가 끝나고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윤석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보이는 정우.
정우는 그 어느때와 다르게 진중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럼 정우는요?] [정우? 저놈은 더하지. 쪼매만 녀석이 겁도 없어서는 사고도 많이 쳤어. 축구 안 했으면 깡패 됐을 눔이여.] [하하하, 정우다워요.] [그려, 그 어린놈들이 벌써 저리들 컸네.]할머니는 흐뭇한 표정으로 형제를 바라봤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다치지 않고 오기를 바랄 뿐이었다.
‘네 자식 눔들이 니보다 낫다. 국가 대표도 하구. 보고 있다면 잘 지켜 다오.’
하늘에 있을 아들에게 손주의 안녕을 빌며, 할머니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 * *
“이야, 자식들! 멋지네.”
송진호는 부천 유나이티드 숙소에서 선수들과 함께 월드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우다! 윤석이도 나오는데요?”
“그래, 나도 보고 있다, 자식아. 조용히 좀 해 봐라!”
송진호가 그리 외치는 사이 TV에서 두 사람의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윤석, 한정우 형제가 보이네요. 대단한 선수들이죠? 실질적인 팀의 대들보와 에이스입니다. 두 사람의 활약에 따라 월드컵 경기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어요.
-부천 유나이티드에 있을 당시에만 해도 이 형제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습니다만, 지금에 와서는 이 형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선수들로 거듭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형제를 물심양면으로 돌보고 키워 이런 선수로 성장시킨 송진호 감독님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어요.
이형표의 말이 나오자 선수들이 ‘오오.’ 하는 함성과 함께 송진호를 바라봤다.
“뭐, 뭐 이 자식들아. 경기나 봐라!”
“이야, 감독님, 완전히 뿌듯하시겠네.”
유현우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송진호는 드물게 붉어진 얼굴을 하고 머쓱해했지만, 속으로는 뿌듯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내 새끼들…… 자랑스럽다.’
꾀죄죄하니 순댓국도 처음 먹어 보던 그 어린 아이들…….
그 아이들이 이제는 월드컵 대표로서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잘해라!’
송진호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들을 응원했다.
* * *
국가를 제창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며 정우는 오른팔에 달린 태극 마크를 어루만졌다.
국가 대표는 이제 익숙하다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A매치에서 넣은 골들만 해도 어느덧 10골을 넘어서고 있는 정우였다. 하지만 무대가 다르니 새삼스럽게 어깨의 마크가 무겁게 느껴지고 있었다.
애국심? 그런 것들은 사실 없다.
이 나라가 자신에게 해 준 것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 어린 시절 힘겹게 고생하면서 이 자리에 온 것은 자신의 노력이 바탕이지만, 할머니의 헌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라가 그 자리를 대신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극 마크가 무거운 이유?
단 한 번의 실수가 수많은 질타로 이어질 태극 마크였다. 잘하면 잘하는 만큼 더 큰 기대가 주어지는 것도 태극 마크였고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할머니는 이를 지켜보며 노심초사할 것이다.
그런 것들이 태극 마크에 담겨 정우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리고 등 번호.
HAN JeongWoo
10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생소한 등 번호가 자신의 등에 마킹되어 있었다.
명실공히 대표 팀의 에이스임을 알리는 등 번호였다.
나라를 대표하는 에이스.
한국의 수많은 축구 선수들이, 유소년들이 바라 마지않는 그 번호를 자신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에이스라면 에이스답게.”
정우는 입술을 앙다물고서는 마음을 다졌다.
멋진 활약으로 자신이 이 번호와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선수들이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네,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됩니다. 대한민국 대표 팀이 우루과이와 멋진 일전을 펼치길 기대합니다.
시작된 경기 속에서 선수들은 각자의 위치를 잡으며 선축으로 공을 돌리는 우루과이를 바라봤다.
우루과이는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수비라인 앞을 지키는 곤잘레스와 토레이라, 베치노가 공을 주고받으며 한국의 중원을 끌어 올리는 순간 라미레즈가 기선용과 한윤석의 뒤로 파고들면서 기다렸다는 듯 베치노가 라미레즈에게 공을 패스했다.
두 선수에게 보호받던 수비진 사이에 카바니와 수아레즈를 보며 달려가던 라미레즈는 카바니가 좀 더 아래로 내려오면서 김영건을 끌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김영건의 뒤 공간을 노리는 패스를 찔러 넣었다.
카바니만을 의식하고 움직이던 김영건이 아차 싶어 고개를 돌려 뒤를 보는 순간, 들어오는 공을 수아레즈가 파고들면서 자신의 발 앞에 두고 달려가고 있었다.
-아, 이러면 곤란하죠!
이형표가 비명을 지르듯 외치는 사이.
홍전호가 다급하게 수아레즈를 따라 달리면서 수아레즈를 마크하려 했지만, 수아레즈는 급제동과 방향 전환을 통해 홍전호의 뒤로 파고들면서 단숨에 그를 따돌리고서 페널티 에어리어 깊숙이 침투하고 있었다.
단숨에 골키퍼와 1 대 1 상황.
수아레즈는 가볍게 공을 찼다.
별 동작 없이 매끄럽게 이어진 슈팅은 김성규를 피해 휘어서 들어갔다.
퉁! 데구르르르.
바닥에 한 번 바운드된 그대로 튕겨나가 골라인을 넘어서는 공을 보며 김성규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사이.
주심은 골을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아, 이렇게 손쉽게…….
-단순한 유인에 이렇게 넘어가면 곤란합니다. 고교 팀에서도 이런 수비를 보여 주지 않아요!
이형표가 서슬 퍼렇게 외쳤다.
역대 최강이라 평가될 정도의 중원과 공격진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었지만, 수비수들은 역대 최악이라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우루과이는 대한민국의 중원과 공격진을 두려워해 수비적인 위치에 세 명의 미드필더를 두기까지 하면서도 공격에 대해서는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 그대로 원하는 골을 고작 2분 만에 만들어 낸 수아레즈가 환하게 웃으며 양팔을 벌리고 달리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아, 너무 올라왔네.”
기선용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무 올라간 것보다는…… 간격 문제가 아닌가요?”
윤석의 말에 기선용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게 어디 하루 이틀인 줄 아냐?”
“음…….”
기선용은 분명 수비적인 롤에서 국한된 미드필더는 아니었지만, 대한민국 대표 팀에서는 공격적으로 나서는 일이 드물고, 오히려 수비 라인에서 머무는 일이 더 많았다.
워낙 맞지 않는 수비 라인인지라 지키기 위해 그리 된 것이지만 그로 인해서 수비와 공격진 사이에서 공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게 어려워 혼자 고군분투하던 그였다.
“그래도 네가 있으니 다행이지.”
그런 그의 역할을 공유해 줄 수 있는 사람.
윤석의 등장은 대표 팀 내에서 기선용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둘 중 하나만이라도 수비 라인을 지켜 낼 수 있다면 한 사람은 중원에서 공을 연결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과 같이 그들의 뒤 공간을 지나치게 많이 벌려 놓는 수비진은…….
“간격에 대한 개념을 중국에서 잊어버리고 왔나.”
기선용이 짜증스럽게 투덜거리면서도 선수들을 독려했다.
어쨌든 그는 대표 팀의 주장이었고,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간격 너무 벌리지 말고 따라와 주라!”
기선용의 말에 홍전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되면 역습은 어떻게 막으라고?”
“그렇게 내려가도 어차피 뚫리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 니들끼리 저 괴물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기선용의 말에 홍전호는 인상을 찌푸렸다.
“하아…….”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윤석은 뒤에서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수비진은 자신들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고,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내가 내려갈 테니, 윤석이 내가 좀 더 위로 올라가서 공격적으로 나가자.”
홍전호와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눈 뒤 기선용이 윤석에게 말했다.
“네, 형.”
윤석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어느새 경기는 다시 재개되었다.
한편 앞에서 공을 잡은 정우는 앞을 바라보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먹으면 먹은 만큼 골을 넣으라고 했던가.”
RB 라이프치히와 달리 스틀링켈은 압박과 연계보다 정우의 득점력을 극대화하는 길을 선택했다.
프리 롤에 가까운 역할을 부여하면서 정우에게 요구한 것은 단 하나, 골이었다.
“골든슈즈 한번 노려 볼까?”
정우는 씨익 웃었다.
월드컵 득점왕에게 수여되는 상.
대한민국에서는 이 상을 받은 사람이 당연히 없었다.
야심을 드러내며 정우는 공을 구자천에게 넘기고 앞으로 뛰어나갔다. 구자천의 공은 곧 바로 윤석에게 이어졌는데, 윤석은 정우가 공을 넘기자마자 빠르게 달려 나가는 것을 보고 눈을 빛냈다.
정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부천에서, 그리고 라이프치히에서 수차례 만들어 낸 상황.
윤석은 공을 간수한 채로 정우가 최전방으로 올라가길 기다렸다가 이내 전방을 향해 힘껏 공을 찼다.
빠르게 나아가는 공을 향해 정우가 움직였다.
AT 마드리드 소속의 센터백 히메네스와 고딘은 달려오는 정우를 의식하며 공의 위치를 파악하면서 한 사람은 정우에게 바짝 달라붙었고, 한 사람은 거리를 두고 정우의 정면에 섰다. 그리고 수비진과 가까운 간격을 유지한 알바로 곤잘레스까지 내려오면서 정우를 압박해 들어갔다.
“이익!”
요령있게 기다렸다가 타이밍을 맞춰 달라붙는 히메네스 때문에 정우는 속도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멈춰서야 했고, 그 틈에 떨어지는 공을 고딘이 거둬서 곤잘레스에게 밀어 줬다.
정우는 혀를 내둘렀다.
“와, 쉽지 않네.”
이걸 막아 냈다는 건 상대방이 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조사했다는 거다.
그리고 같은 팀, 그것도 이번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최소 실점을 기록한 AT 마드리드에서 호흡을 맞춰 온 두 사람은 어렵지 않게 정우를 마크해 낼 수 있었다.
손쉽게 막힌 속공에 기가 죽을 법도 하건만, 정우는 오히려 눈을 빛냈다.
“원래 어려울수록 골을 넣을 때 더 짜릿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