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50)
형제의 축구-150화(150/251)
형제의 축구 150화
예열
월드컵이 진행되는 동안 이적 시장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월드컵이 종료되는 시점에도 마찬가지였다.
월드컵을 통해서 일약 스타로 자리 잡은 선수들을 데려가기 위해 혈안이 된 팀도 있었으며,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든 메우려는 팀, 그리고 더욱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전력을 강화하려는 팀까지 다양했다.
형제의 이적을 막은 RB 라이프치히는 당연하게도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가장 큰 목표는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마이스터 샬레를 한 번 더 들어 올리는 것이고, 8강에서 아쉽게 마무리된 챔피언스 리그를 더 높은 순위로 마무리 짓는 것도 목표로 삼았다.
자연스럽게 팀을 강화하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그 이전에 선수단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출전을 보장받지 못하면서 떠나는 선수들, 팀에서 제자리를 못 찾은 선수들을 방출하는 것까지.
대대적인 선수단 정리에 나선 것이다.
가장 먼저 이적을 준비한 것은 올리버 버크였다.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지난 시즌 고작 8번의 선발 출장을 보장받은 올리버 버트였기에, 팀을 떠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이어서 디에고 드미, 베르나르두가 팀을 떠났다.
불필요한 반칙으로 레드카드를 받은 전적이 있는 베르나르두는 하센휘틀에게 완전히 신뢰를 잃었고, 다음 시즌에는 자신의 자리가 없음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올리버 버크와 마찬가지로 줄어든 입지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카이저와 윌리 오반도 팀을 떠났으며, 이어서 일잔커도 팀을 떠나게 되었다. 중원과 수비진을 받쳐 주던 백업 요원들이 대거 이탈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몇몇 선수들이 떠난 가운데 RB 라이프치히는 부족한 포지션, 그리고 팀을 강하게 만들어 줄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들의 레이더망에 가장 먼저 오른 것은 역시 같은 리그의 선수들, 그리고 독일 국적의 선수들이었다.
레버쿠젠에서 떠오르는 재능으로 손꼽히며, 이번 독일 국가 대표 팀에서 맹활약한 벤야민 헨리취가 가장 먼저 물망에 올랐다.
윙백과 풀백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하며 게다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두루 활약할 수 있는 올해 20세의 어린 재능을 향해 RB 라이프치히의 러브콜이 이어졌고, 챔피언스 리그와 마이스터 샬레를 향한 열망이 큰 이 선수는 결국 라이프치히의 이적을 결심했다.
라이프치히는 무려 1천9백만 유로, 한화로 250억 정도 되는 거액의 이적료를 들여 이 선수를 영입했다.
출혈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RB 라이프치히의 지갑은 두꺼웠다.
그들은 이어서 지난 시즌 영입을 추진하다 실패했던 레온 고레츠카를 향해 러브 콜을 보냈다. 레온 고레츠카는 바이에른 뮌헨과 RB 라이프치히의 제안을 두고 고민하다 결국 바이에른 뮌헨을 선택했다.
아쉽게도 고레츠카를 놓친 라이프치히는 다른 선수들을 살펴야 했다. 중원의 백업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고, 윤석을 지원할 수비적인 롤의 미드필더로는 나비 케이타밖에 없었기에 보강이 반드시 필요했다.
고심 끝에 도르트문트에서 떠오르는, 다방면에서 활약이 가능한 마티아스 긴터에게 이적을 제안했다. 도르트문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을 떠날 리 없다고 생각한 것과 달리 의외로 손쉽게 마티아스 긴터는 라이프치히의 이적을 받아들였다.
1천7백만 유로, 한화로 220억에 달하는 이적료로 그를 데려오게 되었다.
이어서 비슷한 금액으로 호펜하임의 센터 백, 니클라스 쉴레를 영입했다.
독일에서 좋은 영입을 이어 간 뒤 해외에도 관심을 보였다.
포르투에서 지난 시즌 28경기 13골을 넣으며 포르투칼의 떠오르는 공격수 안드레 실바를, 레알 마드리드에서 결국 자리 잡지 못한 마르코 아센시오를 임대로 영입하게 되었다. 아센시오와 같은 경우에는 임대 종료 후 이적 조항까지 걸린 이적이었기 때문에 그의 활약에 따라서는 사실상 완전 이적이 되는 영입이었다.
헨라취, 긴터, 쉴레, 실바, 아센시오.
무려 다섯 명의 어리지만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RB 라이프치히는 또다시 분데스리가 이적 시장의 가장 핫한 팀이 되었다.
그 가운데 반드시 붙잡아 두고 싶던 선수들의 이탈도 일어났다.
애초부터 바이에른 뮌헨을 목표로 삼았던 사비처가 결국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게 되었고, 한정우와 젤케, 베라르디 사이에서 출장이 줄어들다가 안드레 실바까지 영입되자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느낀 티모 베르너가 이적을 결심하고 리버풀로 떠나게 되었다.
이탈이 아쉬운 선수들이었지만, 그래도 지금의 스쿼드를 생각하면 큰 손실은 아니었다.
그들이 남기고 간 거액의 이적료도 남았으니 말이다.
빵빵한 지갑을 들고서 라이프치히는 지난 시즌 아쉬웠던 골키퍼를 보강하게 되었다.
조 하트.
토리노에서 임대되었다가, 다른 곳으로 이적이 링크되었으나 이적료 때문에 불발이 되면서 맨시티에서 한 시즌을 서브 골키퍼라는 치욕을 뒤집어쓰고 이를 박박 갈던 그를 데리고 오게 된 것이다.
EPL에 남기를 원했고, 마땅한 골키퍼가 없는 리버풀이 지난 시즌 불발로 끝난 이적을 다시 시도하며 그를 데려가려 했다. 하지만 리버풀이 제시할 수 없는 주급을, 이 선수를 고액의 주급으로라도 반드시 영입하겠다는 라이프치히가 제시하면서 판이 뒤집어졌다.
챔피언스 리그, 그리고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된 팀, 게다가 확실한 주전으로서 활약할 수 있는 팀이기에 조 하트의 고민은 크지 않았다.
골키퍼부터 시작해서 공격수까지.
여기에 추가적으로 유소년 팀과 잘츠부르크에서 선수들을 콜 업 해 백업 요원들을 보강하면서 RB 라이프치히는 탄탄한 스쿼드로 또다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더욱더 강해진 자신들의 위용을 비시즌 경기에서 과시했다.
뉴캐슬, 웨스트 브롬, 리버풀로 이어지는 EPL 팀과의 친선 경기에서 라이프치히는 손쉽게 3연승을 거둔 것이다.
[한윤석, 도움 해트트릭! 더욱더 강력해진 라이프치히의 듀란] [한정우, 리버풀을 상대로 2골 1어시스트, 이번 시즌은 또 다르다]-[신입생들과 환상적인 호흡, 그 중심에 듀란이 있다]
-[RB 라이프치히, 2연패를 향한 예열 완료]
독일 각종 매체에서 라이프치히를 주목했다.
신생 팀, 불청객이 아닌 당당한 우승 후보로서 말이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분데스리가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
그 가운데 월드컵 덕분에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선수들은 추가적으로 휴가를 떠나게 되었다. 형제도 그 대상이 되었다.
어디론가 여행을 가도 좋은 1주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형제는 집에서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여독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이보네의 산달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첫 애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흔히 아는 배가 남산만큼 불러오지 않았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배 속의 양수와 아기의 무게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무겁다. 이 시기 때문에 디스크가 오는 엄마가 있을 정도로 말이다.
아기 때문에 자유롭게 눕지도 못하고 먹는 것도 신경 써야 했으며, 아파도 약 같은 걸 함부로 먹을 수 없는 등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뿐이랴?
비행기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다.
기압 차이 때문에 양수가 터지고, 심하면 유산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초기에만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비행기를 탔다가 아이를 유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이보네를 두고 가족들이 어디로 갈 수가 없었다.
[아이고! 이보네, 이런 건 내가 할게! 이리 줘!]거실을 나서던 정우가 화들짝 놀라서 접시를 나르고 있는 이보네를 보고 접시를 빼앗아 들었다.
[괜찮은데, 이런 것 정도는…….]그녀의 말에 정우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래도 가급적 많이 움직이지 않는 게 좋지 않겠어? 아니, 무거운 것 들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이보네는 앉아서 쉬어. 형은, 형은 어디 간 겨?]정우가 호들갑을 떨자 이보네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너랑 똑같은 반응을 보이고 나 대신 할머니 심부름 나갔어.]이보네의 말에 정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부엌을 바라봤다.
고소한 들기름 냄새가 가득한 것을 보니…….
“할머니, 오늘도 미역국이야?”
“그랴, 미역국 먹여야지 않겠누.”
“어휴…….”
정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다며 할머니는 출산 전부터 미역국을 자주했다. 1주일에 두세 번은 미역국을 먹는 기분이었다. 싫지는 않았지만 자주 먹으니 물리는 기분이었다.
“한숨 쉴 시간 있으면 이거나 옮겨!”
“으응. 아? 이거 뭐야?”
정우는 미역국 옆에 음식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붉은 빛깔의 볶음 요리가 정우를 반기고 있었다.
“오징어 볶음이야?”
“구분도 못 하냐, 이눔아! 낙지볶음이여!”
“우왓, 낙지볶음!”
정우가 환하게 웃음 지었다. 곧바로 군침이 돌아 입안에 맴돈다.
그런 정우를 보며 할머니는 흘흘 웃음을 흘렸다.
낙지볶음은 정우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매일 미역국만 먹어서 그런지 입이 짧아지는 정우를 보고서 할머니가 낙지를 구해와 볶음을 한 것이었다.
“형도 낙지볶음은 사족을 못 쓰는디.”
정우는 콧노래를 부르며 접시를 나르기 시작했다.
단숨에 한 상 가득 맛있는 음식들이 차려졌다.
네 식구가 먹기에 조금 많은 양처럼 보였지만, 왕성한 형제의 식욕은 이 정도는 쉽게 먹어 치울 수 있었다.
식탁이 차려지기 무섭게 윤석이 심부름을 끝내고 집으로 들어왔다.
“할머니, 다녀왔어요.”
“그랴, 밥 묵자!”
할머니의 말을 따라 가족이 한 식탁에 자리 잡고 앉았다.
평소처럼 정신없이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형제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할머니는 이번에는 시선을 돌려 이보네를 바라보며 물었다.
“날짜가 정확히 언제라 했누?”
“아, 날짜?”
“그려.”
“어음, 애기, 10월 5일, 나와요.”
이보네는 어색하게나마 한국어를 구사하가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가족들이 온통 한국 사람들인 탓에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그려? 참말로 얼마 안 남았구먼.”
할머니는 흐뭇하게 웃었다.
살아서 이렇게 증손자까지 볼 줄이야.
꿈만 같은 나날이었고, 이렇게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에 감사하는 삶을 보내고 있었다.
“아, 이 할미 요 며칠 잠시 어디 좀 갔다 올 겨.”
“잉? 어디를?”
하루도 아니고 며칠씩이나 다녀온다는 말에 식구들의 시선이 할머니에게 쏠린다.
“별건 아니여, 거 예전에 알던 친구를 찾아서 말이여. 얼굴 함 보려고 그란다.”
“아아, 같이 갈까, 할머니?”
정우의 물음에 할머니는 손 사레를 쳤다.
“나 혼자 다닐 수 있는디, 뭘. 집이나 잘 지켜라, 이눔아.”
할머니의 말에 이번에는 윤석이 나섰다.
“그래, 정우랑 다녀오세요. 요즘 위험해서 혼자 보내기가 좀 그래요. 집이야 제가 보면 되는데요.”
“맞아! 형 있잖아. 할머니 혼자 어디를 가려고, 같이 가자!”
“괜찮은디……. 좀 쉬어야 하지 않겄누?”
할머니의 말에 정우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나는 방랑벽이 있는지 집에만 있으니 좀이 쑤셔. 이참에 가서 콧바람 좀 쐬고 오지 뭐.”
“그려도…….”
“다녀오세요, 정우랑. 정우야, 할머니 잘 모시고 다녀올 수 있지?”
윤석의 말에 정우가 입술을 비죽이 내밀고 툴툴거린다.
“내가 무슨 애야? 걱정하지 마!”
“아직 애지! 결혼도 안 간 눔이 어른인 척하기는.”
“아, 할무이!”
정우의 외침에 다른 가족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다음 날.
정우는 할머니와 함께 기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베를린.
주희의 아버지가 사는 곳이기도 했지만, 파독 간호사들이 가장 많이 머문 곳이기도 했다.
먼 길을 떠나는 할머니는 모처럼 멋지게 옷을 차려입고 떨리는 마음으로 손주와 함께 베를린을 향했다.
“할머니, 베를린이면 오늘 하루면 다녀올 수 있지 않아?”
“여 말고 다른 곳도 가 봐야 혀. 그리고 수십 년 만에 만난 친군디, 금방 집에 가자는 겨?”
“아, 그렇네. 헤헤, 이번에 보러 가는 할머니는 뭐 하시는 분이야?”
“나보다 어린디…… 가족들 때문에 여까지 왔지. 한국으로 돌아간 줄 알았는디, 여서 산다고 허네.”
“그렇구나…….”
정우는 수십 년이 지나도록 연락도 되지 않았던 친구를 찾아 나선 할머니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모르기 때문이었다.
10년도 안 되는, 어찌 보면 짧다고 할 수 있는 그 시간.
죽은 시체를 닦고, 병자의 똥오줌을 받으면서 고생이란 고생을 다 하던 간호사들.
이역만리 땅에서 가족들과 연락도 어려웠던 그 시절.
함께 파견 온 사람들이 가족이자 자매였고, 서로가 있었기에 고된 하루를 서로 풀어놓고 그나마 웃을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정우도 절로 고개를 끄덕였을 거다.
할머니는 지금 가족보다도 소중했던 벗을 찾아가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