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57)
형제의 축구-157화(157/251)
형제의 축구 157화
-아스날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한정우의 발에서 펼쳐집니다.
-프리미어 리그의 거칠고 타이트한 플레이에도 한정우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함성 속에서 세리머니를 마친 정우와 라이프치히가 하프라인으로 돌아가 경기를 준비하는 사이 하센휘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이거지.]처음에는 필드의 상태를 보고 많이 걱정했다.
정우의 장점은 물론이고 이런 상황을 이용한 아스날이 어떤 수를 펼쳐 자신들을 공격할지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도 정우의 선제골로 다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당황한 것은 벵거였다.
[그 이상이라 이건가.]벵거는 이런 환경에서 정우가 쉬이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착각한 것이 있었으니 일본과 한국의 축구 환경이었다.
일본은 전반적으로 생활체육이 활발하게 발달되어 있고, 그것은 축구 역시 마찬가지여서 한국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벵거가 생각하는 온실 속에 화초, 그것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이었다.
한국은 최근에 학교와 연계하는 유소년 시스템이 생겨나고 인조 잔디, 혹은 천연 잔디에서 축구를 하며 엘리트의 길을 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일 뿐.
심지어 이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도 원정을 가게 되면 돌이 나뒹구는 흙으로 된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비가 오기라도 하면 갯벌이나 다름없는 진흙탕에서 축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것을 커버할 수 있는 기술을 유소년 시절부터 배워야 하는데, 한국은 체력을 통한 압박 축구로 4강이라는 기염을 토해 낸 이후로 대부분의 학교에서 지독할 정도로 체력 위주의 교육을 실시하기 때문에, 기술을 닦지 못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 요즘 들어서는 다시 기술과 기본기가 대두되면서 유소년 교육에 유행이 바뀌고 있었지만, 이들은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형성되고 있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각설하고 거친 콘크리트 위에서 공을 가지고 놀기 시작한 형제는 유난히 발목 힘이 강했고, 널리 보던 송진호의 교육을 통해 기본기와 기술도 매우 뛰어났다.
더욱이 타고난 발끝을 지닌 정우야 오죽하랴.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벵거는 전반 내내 날아다니며 오히려 아스날의 수비진을 혼란스럽게 하는 정우를 보며 난감해 해야 했다.
-한정우! 또 파고듭니다. 무스타피가 속절없이 정우를 놓치는군요! 체흐가 나갑니다!
촤아악!
무스타피가 따돌려지는 순간 절묘하게 나선 체흐가 물웅덩이에 얼굴을 처박으면서도 정우의 발 앞에 놓인 공을 차지했다.
정우는 아쉬움 하나 없이 체흐의 머리 위를 훌쩍 뛰어넘는다.
웅덩이에 얼굴을 쳐박은 체흐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깔끔하던 그의 유니폼이 흥건히 젖어 있다.
[날 더운데 시원하겠어.]정우는 그런 체흐의 옆을 지나가면서 체흐를 도발했다.
어설픈 영어지만, 못 알아들을 것도 아니었기에 체흐의 얼굴은 더욱 구겨진다.
-아스날이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한정우는 챔피언스 리그를 위해 태어난 선수인 것 같네요. 기복이 있던 지난 시즌에도 챔피언스 리그에서 13골을 넣어주면서 맹활약했던 선수가 바로 이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에 한정우는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리그에서 7경기 연속 골, 챔피언스 리그까지 한다면 10경기에서 연속 골을 넣는 미친 활약을 보여 주고 있어요! 이제 이 선수를 라이프치히에서 데려오기 위해서는 다른 팀에서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지불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해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스날이 간신히 공을 차지하고 앞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웅덩이가 있음에도 드리블보다는 콤팩트한 패스를 주로 구사하는 아스날은 어렵지 않게 공을 앞으로 전개할 수 있었다.
물웅덩이와 미끄러운 잔디는 라이프치히의 압박을 무디게 만들었다.
웅덩이에서 둥둥 떠 있다시피 하는 공을 어렵지 않게 패스로 연결하는 아스날의 선수들을 보며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아드리엔이 긴터를 피해 외질에게 공을 연결하려는 순간, 그 절묘한 타이밍에 기나긴 다리가 그 공을 낚아채고 있었다.
-한윤석!!
-듀란! 훌륭한 인터셉트!
윤석이 어느새 그 틈에 끼어들어 공을 빼앗고서는 공을 뺏기자마자 힘 있게 밀고 오는 아드리엔을 밀어 내며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흠!”
윤석은 가볍게 심호흡하면서 공을 찼다.
뻐엉! 촤아악!
물살을 가르고 공이 대포처럼 앞으로 뻗어 나간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뻗어 나가는 공은 무스타피와 코시엘니 사이에 있던 정우의 발 앞에 정확하게 도착했다.
정우는 공을 발로 받자마자 뒤로 넘기고 몸을 빙글 돌린다.
그의 앞에는 허공으로 떠오른 공을 쳐다보는 두 수비수가 있었다.
정우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힘차게 나아갔다.
첨벙첨벙!
물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가운데 무스타피가 공을 향해 먼저 발을 가져간다.
미끌.
하지만 물을 머금은 공, 그리고 마찬가지로 흠뻑 젖은 무스타피의 축구화는 그 공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
어설프게 튕겨 조금 더 앞에 떨어지는 공을 향해 이번에는 정우가 발을 가져간다.
퉁!
물살을 가르며 정우가 발끝으로 공을 띄워 올리고 어설픈 자세를 하고 있는 무스타피를 가볍게 어깨로 밀어 내면서 코시엘니의 옆구리 사이로 공을 보낸다.
아무리 몸싸움이 약한 정우라고 하더라도 자세가 불안정한 무스타피였기에 형편없이 무릎을 꿇었고, 코시엘니는 물보라 사이에서 튀어 오른 공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가져가는 사이 정우가 힘차게 웅덩이를 밟았다.
촤악!
[우욱!]코시엘니는 순간 얼굴을 덮치는 물살에 눈을 감았고, 정우는 그 틈에 공을 앞으로 차 내며 자신도 앞으로 달려 나갔다.
[허!]그것을 바라보며 벵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당황하길 바랐는데, 아예 물을 이용해 아스날의 선수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사이 정우는 허겁지겁 달려 나오는 체흐의 머리를 넘기는 환상적인 루프 슛으로 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우우우우!”
에미리츠 스타디움의 홈팬들의 야유 소리와 함께 정우가 양팔을 활짝 들어 올렸다.
-스포르팅, 셀틱에 이어서 아스날에서도 골! 챔피언스 리그에서 한정우가 네 번째 골을 성공시킵니다!
-마르코 카이저, 그리고 수아레즈와 동률을 이루면서 골든부츠를 향한 득점 경쟁을 과열시키는 한정우!
챔피언스 리그 통산 17골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사나이가 포효하고 있었다.
그렇게 정우에게 2골을 먹은 아스날이 전전긍긍하는 사이에 전반전이 마무리되었다.
수비 시에 한윤석의 노련한 수비 조율도 문제였지만, 한정우의 득점도 문제였다.
그뿐이랴?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생각보다 다른 아스날의 선수들을 잘 커버하고 있었다.
압박이 평소보다 헐거웠을 뿐이지 그들은 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고 있었다.
[다들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대망신을 당할 생각인가?]벵거가 조용한 목소리로 선수단에게 물었다.
선수단은 대답이 없었다.
그런 선수들을 바라보고 한차례 열변을 토한 벵거는 구상한 전술을 선수들에게 전파했다.
-전반전은 한정우의 독무대였습니다. 아스날의 수비수들은 정우의 기발한 공격에 속절없이 골을 허락해야 했는데요, 후반전에는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해지는군요.
-벵거가 자신이 강조했던 관록이라는 것을 보여 줘야 할 때입니다.
벵거는 입술을 잘근 깨물면서 필드를 바라봤다.
한차례 잔소리를 들은 선수들은 전반전보다 독기를 품은 얼굴로 필드로 나서고 있었다.
원정 경기에서 우세를 점한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그 반면 태연한 표정이었다. 가끔 여유롭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기까지 한다.
-젊은 팀, RB 라이프치히인데요. 이제는 관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원정 경기, 그것도 빅클럽과 싸움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여유까지 보여 주고 있네요.
-쉽게 분위기에 휩싸이는 멘탈이 어린 선수들의 약점이라면 약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지금 이 팀의 어린 선수들은 경험이 풍부합니다. 당장 이적한 긴터와 아센시오와 같은 선수들도 레알 마드리드와 도르트문트라는 명문 팀에서 활약하면서 챔피언스 리그를 경험하기도 했고요, 기존의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라이프치히도 이제는 빅클럽이라고 불려도 무방합니다. 당장 그들이 쓰는 돈만 생각해도요.
그 가운데 후반전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라이프치히가 공을 돌리며 서서히 앞으로 나가는 사이, 아스날은 정신없이 움직이면서 그들을 저지하려고 애썼다.
점차 현대적인 전술을 따라 전방 압박에도 상당히 능숙해지고 있는 아스날이었지만, 전술 베이스 자체가 압박을 중점으로 둔 라이프치히의 탈압박 능력은 만만치 않았다.
라이프치히의 공이 가뿐하게 실바에게 전달되었다.
실바는 무스타피와 코시엘니 사이에서 그들의 시야를 빼앗으면서 몬레알과 눈치싸움을 이기고 안으로 파고들어 오는 베라르디에게 공을 찔러 줬다.
하지만 실바의 조금 길었던 탓인지, 아니면 체흐가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인지 베라르디가 공을 향해 발을 내밀기도 전에 체흐가 나타나 공을 앞으로 차 냈다.
공이 허공을 가르고 단숨에 전방으로 뻗어 나가 라인을 올려 둔 라이프치히의 수비 뒤 공간을 향해 떨어져 내린다.
뒤늦게 라이프치히가 진영을 내리고 달려갔지만, 이를 대비하고 있던 이카르디가 한 수 빨랐다.
이카르디가 단숨에 공을 가로채면서 따라온 조나단 타가 달리던 것을 멈추고 이카르디를 막아서기도 전에 그를 가뿐하게 제치고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갔다.
-이카르디 슈티이잉!
에미리츠 스타디움의 팬들의 시선이 모두 골대를 향하는 순간.
조 하트가 펄쩍 뛰어오르면서 손끝으로 이카르디의 슈팅을 간신히 차단한다.
공이 코너킥 라인을 벗어나는 것을 보며 아까움의 탄성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절묘한 롱패스였습니다!
비록 추격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라이프치히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일격이었다.
가장 놀란 것은 조 하트였다.
사실 공이 워낙 미끄러워 하마터면 공을 놓칠 뻔했다. 게다가 물을 잔뜩 머금어 무거워진 공 덕분에 손가락이 얼얼하다. 가볍게 차 낸 공이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손가락 부상을 입을 뻔했다.
그사이 볼 보이를 통해 새롭게 공을 받은 외질이 코너킥을 준비하고, 코너킥을 찼다.
높이 솟아오른 윤석이 공을 거둬 내고 이번에는 라이프치히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몰려온 선수들이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면서 윤석이 헨라취에게, 헨라취가 아센시오에게 공을 전달했다.
공을 받은 아센시오가 카솔라와 몬레알의 사이에서 무스타피만 남아 있는 하프라인 너머로 달려가는 베라르디에게 공을 패스했다.
촤악!
절묘한 타이밍에 슈팅을 시도했지만, 웅덩이가 문제였다.
공을 때리는 타이밍에 물결이 치면서 공의 위치가 바뀌면서 베라르디가 의도하지 않은 슈팅이 체흐에게 향했다.
체흐는 어설프게 날아오는 공을 손쉽게 잡아 내고 코시엘니에게 곧바로 패스했다.
패스를 받은 코시엘니는 그 즉시 전방으로 멀리 공을 차 낸다.
프리미어 리그 특유의 킥앤러시가 시작되었다.
하프라인을 한참 넘어선 윤석을 지나 램지의 발 앞에 닿은 공은 헥토르가 마크하러 달려오기도 전에 곧바로 다시 이카르디에게 향했다.
-이카르디 공을 몰고 달려갑니다. 1 대 1 찬스! 슈팅하나요!
이카르디가 바짝 달려오는 조 하트를 바라보며 슈팅 모션을 취했다. 조하트가 멈춰서며 자세를 잡는 순간, 이카르디는 직접 슈팅하지 않고 공을 옆으로 밀어 줬고, 외질이 이를 받고서 빈 골대를 향해 공을 슈팅했다.
빈 골대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이건 골이다 싶은 순간.
헨라취가 몸을 날려 몸통으로 공을 막아 냈다.
충격이 보통이 아니었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헨라취는 웅덩이 속에서 몸을 일으키며 중앙으로 공을 보냈다.
외질의 머리를 넘어선 공이 긴터에게 연결되었다.
-골이나 다름없는 상황을 헨라취가 뒤집네요! 라이프치히의 신입생이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 줍니다!
-킥 앤 러시, 이런 필드 상황에서 프리미어 리그 특유의 전술을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골 운은 없는 것 같네요.
-RB 라이프치히의 집중력이 무섭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계속되는 역습에도 집중력을 발휘해 훌륭한 수비를 보여 주고 있는 거죠. 무엇보다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겠습니까?
-현대 전술에서 고도의 전방 압박은 수비 뒤 공간을 넓게 비우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롱볼을 통해 공략하는 것이 해법이 맞겠지만, 라이프치히, 수도 없이 이런 상황을 겪어 온 만큼 쉽게 뒤 공간을 내주지 않고 있어요. 보시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하프라인을 넘는다고 해도 수비수 한 명과 풀백 한 명 정도는 반드시 하프라인 아래에서 역습을 대비하고 있어요. 수비 라인 모두가 공격수에 비해 발이 느리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역습에서도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효과는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공략한다면 아스날이 추격 골을 성공시킬 수 있을 거 같아요!
-글쎄요, 과연 라이프치히가 그것을 방관할까요?
아스날이 롱볼의 역습을 줄곧 시도하자 라이프치히가 라인을 내리고 윤석과 긴터가 하프라인에 자리 잡아 역습에 대비하기 시작했고, 아센시오가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로 올라가 삼각형 대형을 만들었다.
여기에 더불어 라이프치히는 아스날의 역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지공 상황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를 선택했다.
이미 2골이나 앞선 상황에서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벵거는 골치 아픈 듯 머리를 잠시 감싸 쥐었다.
과거와 달리 RB 라이프치히의 수비진은 구멍이 없었다.
독일 대표 팀에서도 줄곧 호흡을 맞춰온 세계 최강국의 포 백 라인을 뚫기란 쉽지 않았다. 쉴레는 귀찮을 정도로 외질을 따라다니면서 그의 패스를 방해했고, 램지와 카스티예호도 힘을 내지 못하면서 경기 주도권은 라이프치히가 독점하기 시작했다.
-관록으로 라이프치히를 위협한 아스날이지만, 그걸로 따라잡기에는 라이프치히의 수준이 높은 것 같네요, 라이프치히가 지금의 아스날보다 한 수 위입니다!
황혼의 감독, 벵거.
이제 은퇴를 의논해야 할 시기인 그는 문득 온몸에 힘이 다 빠져 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미련을 붙잡고 시작한 이번 시즌,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줬지만, 지금 이 순간 젊고 혈기가 넘치는 선수들에게 압도당하는 자신의 팀을 보면서 자신이 많이 늙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때는 수많은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구장 건설로 인한 부채의 압박 속에서도 항상 챔피언스 리그로 팀을 인도하던 이 명장은 이번 시즌 무력한 이적 시장을 보낸 것도 모자라, 기대를 모았던 어린 선수들 대부분이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나도 다 되었군.]만약 좀 더 제대로 설득해 지금 경기를 지배하는 정우와 윤석과 같은 선수를 데려왔다면 어떨까? 큰돈이 들더라도 말이다.
이런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성토하던 팀을 억지로 무시하고 여전히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키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몇 시즌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자신이 틀린, 아니, 뒤처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온다.
-정우에서 실바! 실바가 베라르디에게! 베라르디 슈티이이잉! 아, 코시엘니가 걷어 냅니다!
또 한 번 위협적인 상황을 모면한 가운데.
힘을 내 역습을 외치려던 벵거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한윤서어어어어억!
코시엘니가 걷어 낸 공을 향해 거인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려들고 있었다.
듀란이라고 했던가.
폭군이라는 다소 흉폭한 별명을 지닌 윤석이 그 별명 그대로의 모습으로 물살을 가르며 슈팅했다.
콰앙!
사방으로 비산하는 물보라를 헤치고 나아가는 공을 체흐는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워낙 빠른 슈팅이기도 했지만, 물을 잔뜩 머금은 무거운 공이 저런 무서운 속도로 뻗어 오니 막을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으음…….]벵거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침음을 흘렸다.
-라이프치히의 세 번째 골! 한윤석이 아스날에게 사형선고를 내립니다!
-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건 정말 추격의 의지마저 꺾어 버리는 무서운 슛이네요!
의욕적으로 필드 가까이 서 있던 벵거는 그대로 뒤돌아 벤치에 자리 잡았다.
경기를 포기한 듯 어두운 표정을 짓는 가운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어느새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자신의 선수들이 허탈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며 아르센 벵거는 마른세수를 하고서는 필드 가까이 다가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런 그의 시선에는 오늘 승리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며 웃고 있는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