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6)
형제의 축구-16화(16/251)
형제의 축구 16화
첫 원정 경기에서 5 대 0 대승을 거둔 부천 유나이티드 유스 팀은 이어서 전북, 안양, 대전을 연달아 격파하면서 4연승과 동시에 이번 시즌 다크호스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원래 K리그 주니어 자체가 몇몇 정통의 강호를 제외하면 전력 차이가 크지 않아서 전년 시즌에 성공하지 못했던 팀이 다음 해 시즌에 우승을 하든가 상위권으로 랭크되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었지만, 부천은 이제 겨우 3년 차인 신생 팀이었다.
그런 신생 팀이 4연승을 기록했다. 그것도 네 경기 모두가 최소 3점 차 이상의 큰 점수차로 승리를 거두었으니 우연이나 요행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웠다.
그야말로 강팀.
그런 면모를 부천이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다.
팀이 연달아 승리하기 시작하니 부천의 연고지 팬들의 관심도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만년 꼴찌 팀, 그것은 성인 팀도 마찬가지여서 K리그 챔피언십에서 연달아 패배하면서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와중이었으니 일부 골수팬들은 차라리 K리그 주니어 경기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경기는 다섯 번째 경기는 수원.
지난 시즌 비록 8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지지난 시즌에는 A그룹에서 조1위를 거두며 최종 우승까지 일궈 낸 팀이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에 기세라면 수원도 해볼 만했다.
이번 시즌 수원 유스 팀은 1승 2무 1패로 시원찮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뤄진 수원 원정.
부천과 거리도 멀지 않아서 소수이긴 해도 부천의 팬들 몇명과 학부모들이 몰려들어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펜스 주변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와, 관중도 있네.”
오늘도 어김없이 선발 출전인지라 가볍게 몸을 풀고 있던 정우가 신기한 듯 말했다.
“부천 팬들이 골수팬들이 많아서 그래.”
정우의 옆에 한 아이가 입을 열었다.
정우와 동갑으로 최윤서라는 아이였는데, 준족의 발을 지니고 있어서 팀의 레프트 윙어로 2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해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쳐 이번 수원전에도 선발로 뛰게 된 녀석이었다.
정우와 같이 공격진을 이끌어야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정우와 친하게 지내고 있기도 했다.
“그러게 우리 경기인데도 유니폼 입고 온 사람이 있네.”
“으응, 저분들은 진짜 예전부터 주니어 경기까지 챙겨서 보는 부천 골수팬들이야. 구단 프론트나 선수들도 함부로 못 할 정도로 팀에 엄청 애정 쏟는 분들.”
정우가 의아한 얼굴로 윤서를 바라봤다.
“넌 어떻게 그리 잘 아냐?”
정우의 물음에 윤서가 씨익 웃으며 한쪽을 가리켰다.
젊고 예쁘장한 아가씨가 윤서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우리 누나가 그런 사람이거든.”
“와, 그러네. 너네 누나 예쁘다?”
“예쁘면 뭐하냐. 선머슴인 데다가 축구밖에 몰라서 지방 원정이니 이런 거 다 따라다니느라 부모님 속 좀 썩이고 있다. 오늘 학교도 땡땡이 치고 오는 거야.”
“대학생?”
“으응.”
“글쿠먼.”
정우는 윤서의 누나라는 사람을 바라봤다.
정우와 엇비슷한 키에, 뽀얀 피부에 예쁘장한 얼굴을 지니고 있어 쉬이 눈길이 가는 미인이었다.
남자치고는 곱상하게 생긴 윤서가 누굴 닮았나 했더니 자기 누나를 닮은 모양이었다.
“뭐 하냐, 들어가자.”
그사이 윤석이 두 사람에게 다가와 말했다.
“알았어, 형.”
“네, 주장.”
정우와 윤서는 총총 걸음으로 주장을 따라 필드로 들어갔다.
으레 그렇듯 선축과 골대 위치를 정하고 각자의 포지션에 서면서 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수원의 선수들은 제법 결연해 보였다.
내리 4연승을 하고 왔으니, 이제 꼴찌 팀이 아니라 만만치 않은 강팀으로 인식한 걸까?
“짜식들, 재미있겠네.”
정우는 씨익 웃음 지으며, 휘슬이 울리는 순간 앞으로 달려 나갔다.
수원의 선축이었다.
부천의 아이들은 열심히 뛰어야 했다.
공격수부터 수비수까지 모두가 압박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는데, 이는 게겐프레싱을 보고 영감을 받은 김 감독의 지시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서 정말 열심히 체력 훈련을 하고 정말 열심히 머리를 굴려야 했다.
수원이 부천을 기준으로 좌측으로 공을 운반하자 정우는 열심히 뛰어 공을 지친 수원의 라이트 풀백의 옆에 서서 중앙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했고, 그 앞을 레프트 윙어인 윤서가 막아섰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모든 패스 코스를 차단하면 자연스럽게 롱 볼로 경기를 풀어 나가려 한다.
부천은 이를 노렸다.
대부분의 롱 볼은 그 정확도가 매우 떨어진다.
공간을 노리고 패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전방 롱 볼은 패스를 하는 사람이 패스를 받는 사람을 배려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패스를 받는 사람이 패스를 하는 사람이 보내는 위치로 스스로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불필요한 패스가 되어 버린다.
피지컬이 강한 선수들이 많다면 이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도 모르지만…….
“어억!”
지금같이 몸싸움 경합도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수원의 미드필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중앙에는 현 고교 축구에서 그 누구도 감히 비벼 보지 못할 압도적인 피지컬을 지닌 괴물, 윤석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패스가 되어 버린다.
그저 상대방 선수에게 공을 주는 그런 패스.
윤석이 빠르게 작년 주장이었던 지운에게서 라이트 윙어 자리를 물려받은 정교에게 공을 패스했다.
우측 라인에서부터 공격이 전개되는 거다.
단숨에 모든 라인이 올라가면서 공격이 시작되었다.
“음.”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게 눈에 보이자 윤석은 침음을 흘렸다.
수원의 수비 라인이 바짝 내려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애초부터 라인이 올라오지 않았다. 공격을 위해 앞으로 전진한 것은 수비 라인 바로 앞에 위치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뿐이었다.
게다가 그들 역시도 부천이 공을 잡는 순간 원래 위치보다 더 내려와 수비 라인을 도와 단단하게 수비벽을 형성하고 있었다.
부천을 상대로 대부분의 팀들은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지난 상대 팀을 부천이 압도적인 점수 차로 이겼다고 해도 꼴찌 팀인 부천이 운이 좋아 기세를 탔다고만 치부했지, 부천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큰 점수 차의 성과를 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비 라인이 올라가게 되고 그 틈을 노린 부천은 정우의 빠른 발을 이용한 역습 축구로 상대방을 부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원은 그렇지 않았다.
부천보다 더 철저하게 수비적인 축구를 들고 나온 것이다.
윤석만큼이나 김 감독도 얼굴을 굳히고 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단히 준비하고 나왔나 보군.”
여섯 명이서 수비 라인을 바짝 내리고 지키고 서 있는다면 역습은 어렵다. 더욱이 그 수비 라인 중앙에서 싸워야 하는 정우에게는 더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다. 빠른 발을 살리지 못하고 고립되기 때문이었다.
수원은 맞불 작전으로보다 공격적으로 나가던 다른 팀들과 달리 부천을 수비나, 공격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강팀으로 인정하고 부천 전술의 핵심인 역습을 묶어 버린 것이다.
“이리 되면 뭘로…….”
김 감독의 얼굴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그사이에 별다른 공격을 펼쳐 보지 못하고 정교가 공을 뺏겨 상대방의 공격이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역습을 위해 바짝 올린 수비 라인의 뒤로 침투하면서 수원이 예리한 역습을 시도하고 있었다.
수원의 공격 핵심은 측면 윙어들이었다.
둘 다 정우만큼은 아니더라도 부천의 측면 자원들보다 빨랐고, 공간을 침투해 중원으로 들어오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와아아!”
“제길…….”
결국 역습을 허용한 것이 골로 연결되었다.
“어쩌지?”
김 감독은 인상을 쓴 채로 선수들을 바라봤다.
사실 이렇게 공격이 막힐 날이 올 줄은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한 가지 전술을 밀고 왔던 이유는 단 하나.
부천의 얇디얇은 선수층.
그로 인해 내세울 수 있는 비수가 단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가운데 다시 시작된 경기에서 수원은 작정한 듯 수비적으로 일관했다. 침대 축구가 나오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수원은 이번에 지게 되면 2연패를 당하게 된다, 게다가 상대는 작년에 압도적인 점수 차로 가지고 논 바 있는 20경기 무승의 부천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지게 된다면 멘탈이 크게 휘둘려 팀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연패를 지속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승리가 더욱 간절했다.
이제 막 본격적으로 감독의 길을 들어선 김 감독은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당황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도 정우는 공을 받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수원의 선수들도 분주해진다.
부천이 지난 4연승 동안 90%가 넘는 골이 모두 정우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수원의 입장에서 어떻게든 정우를 막아야 했다.
정우의 주력을 견제하기 위해서 두 명의 센터 백이 정우와 거리를 유지한 채 계속해서 앞을 막아서고 있었고,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하나는 노골적으로 정우를 맨 마크 하며 따라다니고 있었다.
심지어 수원의 2선 선수들도 내려와 부천의 미드필더들을 가로막고 있으니 측면 선수들도 쉬이 중앙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그렇다고 키가 작은 정우를 향해 크로스를 올릴 수 없으니 이렇다 할 공격을 하지 못하는 암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정우는 홀로 불타올랐다.
지는 것은 싫지만,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지는 것은 더욱 싫었다.
정우가 보다 못해 측면 라인 가까이 빠져서 공을 받아 들었다.
경기는 열한 명이 하는 것이지만, 때때로 단 한 명의 선수가 경기의 판도를 뒤집는 경우가 있다.
지금 그런 상황이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중앙은 네 명의 선수들이 정우를 경계하고 있었지만, 측면에는 단 하나의 풀백이 정우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후방에 윙어가 그런 풀백을 지원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는 게 보였고, 정교가 정우를 보조하기 위해 함께 올라오고 있었다.
그 순간 정우는 눈앞의 풀백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상대편 풀백은 달려오는 정우와 거리를 좁혔다.
정우는 풀백과 거리가 좁혀져 오는 가운데에도 속도를 죽이지 않았다.
짧은 거리에서 빠르게 가속해 다가오는 정우의 모습에 오히려 풀백이 위축되었다. 작은 체구가 돌진하는 게 마치 멧돼지를 연상케 할 정도로 빨랐기 때문이다.
“미쳤나?”
수원의 풀백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우는 그대로 들이받을 듯한 기세였다.
그래, 해보자.
이를 악물고 호기롭게 버티려는 순간, 어느새 풀백의 코앞까지 다다른 정우는 순간 왼 발목에 힘을 주었다.
발목부터 종아리, 허벅지까지 단숨에 힘이 들어간다.
정우는 이를 악물고 왼발에 힘을 주면서 오른발을 들어 공을 오른쪽 대각선 위치로 밀어 넣었다.
퉁.
미끄러져 가는 공을 바라보며 정우는 풀백의 등 뒤로 지나쳐 공을 따라 잡았다.
한 명.
정우는 속으로 되뇌며 다시 앞을 봤다.
이번에는 센터 백이 정우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가로막은 센터 백을 바라보며 정우는 공을 왼쪽으로 툭하니 밀어 넣으며 이번에는 왼쪽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정우의 움직임을 보고 그쪽을 향해 센터 백이 몸을 트는 순간.
정우의 왼발이 움직이며 센터 백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흘려 넣는다.
센터 백의 시야에서 공이 사라졌다.
당황한 센터 백이 정우가 아닌 땅을 바라보는 순간.
정우는 유유히 센터 백을 피해 공을 따라갔다.
두 명.
굴러가는 공을 향해 또 다른 센터 백이 나타나 발을 뻗는다.
정우는 센터 백보다 먼저 발을 뻗었다.
퉁!
발등으로 공을 띄워 오른쪽으로 보낸다.
빈자리에 발을 들이민 센터 백은 그 땅을 힘 있게 밟고서 몸을 틀어 오른쪽으로 향하는 공을 향해 몸을 들이밀었다.
정우는 그 몸을 피해 발끝으로 공을 건드렸다.
공이 다시 왼쪽으로 움직였다.
센터 백은 다시 땅을 짚고서 이를 악물고 다른 쪽 다리를 들었다.
뚜둑.
급격한 움직임에 땅을 짚은 발목에서 묘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화끈하니 발목에서부터 불이 치솟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우와아아!
주변에서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우의 왼발이 센터 백의 발을 피해 공을 다리 밑으로 밀어내면서 오른발로 벌려진 센터 백의 다리 사이로 공을 슈팅한 것이다.
철썩!
그 공은 낮고 빠르게 그리고 놀랍도록 정확하게 골대의 왼쪽 구석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우와아악!”
정우가 포효했다.
와아아아!
이 순간 몇 안 되는 관중들은 열광했고, 경기장 안에 선수들과 관계자들 모두가 벙한 얼굴로 정우를 바라봤다.
빠른 속도와 그 속도를 죽이지 않은 채로 급격한 방향 전환.
그리고 우아한 볼 트래핑을 통한 골인.
메시같이 파고들었고, 베르캄프같이 골을 넣었다.
김 감독은 새삼스럽게 정우의 최대 장기를 떠올렸다.
깨진 골목길에서도 화려한 드리블을 자랑하던 아이.
신문을 발로 배달하던 신기에 가까운 금발을 지닌 아이.
스승이나 다름없는 송진호가 늘 입에 달고 다니던 이야기였다.
“저거 진짜 크면 일내겠는데?”
벌써부터 정우의 가슴에 태극 마크를 달고 필드는 누비는 모습이 떠오를 지경이었다.
그 가운데 자신의 힘으로만 골을 만들어 낸 정우는 수원 수비진들을 바라보며 유유히 걸었다.
봤냐?
까불지 마라.
정우는 눈빛으로 수원의 선수들에게 그리 말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