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64)
형제의 축구-164화(164/251)
형제의 축구 164화
-마르코 카이저의 환상적인 골!
-아까 본인의 실수를 본인 스스로가 만회하는 골이었습니다.
-마르코 카이저는 본인의 플레이를 머릿속에 그리고 그것을 실현시키는 게 재미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의 플레이도 본인이 의도한 대로 흘러간 것일까요? 단 두 번의 터치로 골로 연결합니다!
[와아아아!]추격 골을 성공시키는 순간 도르트문트의 홈 팬들이 미친 듯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하센휘틀은 지금 이 순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껏해야 추격 골인데 벌써부터 다 이긴 것처럼 구는군.]하지만 어쩌면 하센휘틀이 그리고 라이프치히가 마르코 카이저를 너무 몰라서 그러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르코 카이저의 경기 영상을 살펴본다고 해 봤자 올해가 데뷔 시즌인지라 고작 12경기밖에 없었으며, 경기 영상만으로는 설명하지 못할 그런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다.
다시 시작되는 경기.
문득 생각해 보니 리그에서는 모처럼의 실점인지라, 조 하트가 머리를 북북 긁으면서 아쉬워하는 순간 경기 재개를 알리는 휘슬이 울려 퍼졌다.
라이프치히가 공을 잡고서 선공에 나섰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의 기세는 아까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추격 골을 넣고 동점의 기회를 바라보기 때문일까?
쉽게 공간을 내주지 않는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미드필더 라인이 공을 주고받는 사이, 보다 못 한 정우와 베라르디가 시선을 교환하다 베라르디가 2선 지역으로 내려온다.
공을 잡고 있던 포스베리가 즉각 베라르디에게 공을 패스하는 사이, 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게헤이루가 귀신같이 달려와 베라르드에게 향하는 공을 가로채간다.
-도르트문트 절묘한 인터셉트! 제대로 낚아챘습니다! 그대로 역습에 들어갑니다! 게헤이루, 로이스에게 로이스, 헥토르를 피해 중앙으로 들어가려는 듯하다가 그대로 측면에서 크로스! 아우바메양이 잡습니다! 아우바메양!
공을 잡은 아우바메양의 옆에는 리뒤거가 아우바메양의 주 발을 향해 몸을 들이밀고 있었다. 공을 왼쪽에 두고 공을 뺏기지 않기 위해 자리를 잡았지만 슈팅을 하기에는 왼발의 정확도가 부족한 상황.
[이리 줘!]그 순간 아우바메양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아우바메양은 믿음을 가지고 그쪽으로 공을 보냈다.
-카이저가 공 잡습니다!
카이저는 공을 잡으면서 바르게 주변을 훑었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조나단 타, 그 빈틈으로 파고들어 가는 로이스와 괴체.
카이저는 로이스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몸 역시도 그쪽으로 틀었다.
조나단 타가 그쪽으로 몸을 움직이는 순간.
카이저의 다리가 움직였다.
로이스가 있는 쪽도 골대를 향하는 곳도 아니었다.
로이스를 바라보는 쪽 그대로 왼발 안쪽으로 공을 때렸다.
놀랍게도 그 공은 큰 포물선을 그리면서 리뒤거와 아우바메양의 뒤쪽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기회를 노리고 있던 괴체가 마치 자석에 이끌리는 것처럼 그 공을 향해 달려갔다.
-괴체, 괴체 슈티이이잉!
펑!
조 하트가 몸을 쭉 뻗으면서도 이건 들어갔다 싶어 이를 악무는 순간.
운이 좋아 공은 골 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갔다.
[후우……!]조 하트가 그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안도는 절망이 되어 버렸다.
모두가 방심하는 그 사이에 미리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로이스가 움직여 빈 골대를 향해 발을 들이밀고 있었던 것이다.
철썩!
-로이스 고오오오오올! 동점 골이 나왔습니다!
-스코어는 2 대 2! 경기는 다시 원점이 되어 버립니다.
-카이저가 시발점이 되어 괴체, 괴체에 이어서 끝까지 이 상황을 지켜보던 로이스가 골을 만들어 냅니다.
-경기가 재미있게 돌아가네요!
로이스가 환호하는 사이에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이 환하게 웃으며 로이스에게 달려들었다.
시그널 이두나파크가 흔들리는 것 같은 거대한 함성 소리가 뒤덮였다.
[제길.]하센휘틀이 짜증스럽게 잔디를 걷어찬다. 잔디가 나풀거리는 사이, 그를 지켜보던 투헬이 알 듯 말 듯 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혼신의 힘을 다한 듯 2골을 서로 주고받은 양 팀은 전반전이 마무리 되도록 추가적인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그래도 기세를 타고 있는 것은 도르트문트였다.
-모두가 카이저에게 홀린 것 같은 기분입니다. 계속해서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는 카이저! 단 한 번의 터치로 만들어 내는 패스가 꾸준히 공격진들에게 슈팅 찬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활동량이 적은 것 같은데 이상하리 만치 마르코 카이저가 기회를 만들어 냅니다.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홀린 듯 카이저를 계속해서 놓치고 있어요.
[다들 뭐 하고 있는 거야!]하센휘틀이 버럭 화를 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렇게 강조하고 경계하라고 일러 둔 마르코 카이저를 빈번히 놓치고 있었다.
마르코 카이저는 자신을 경계하는 선수들을 일일이 관찰이라도 하듯 단 한순간에 빈틈이라도 제공하면 절묘하게 그곳으로 파고들어 선수들을 따돌렸다.
강력한 피지컬도, 빠른 발도 필요 없었다.
그는 그런 존재였다.
그와 같은 선상에서 이를 지켜보던 윤석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 진짜 천재는 저 녀석일지도…….”
마치 상공에서 드론을 띄운 듯, 필드 곳곳에 CCTV를 틀어놓은 듯,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파악하고 행동한다.
육체적인 혜택을 어느 정도 보고 있는 윤석과 정우와 반해 그는 소프트웨어만으로 경기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윤석은 웃었다.
-전반전 종료됩니다! 박빙의 경기를 보여 준 양 팀 선수들이었습니다.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홀린 듯 로커 룸으로 들어갔다.
하센휘틀은 멍하니 들어오는 선수들을 보며 버럭 소리쳤다.
[정신들 차려라! 바보들도 아니고 아예 프리패스로 그냥 들여보내지 그러나?]다분히 카이저를 놓치고 바보짓을 한 선수들을 향한 질책이었다. 그런 하센휘틀의 호통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하센휘틀을 바라봤다.
[마치 뭐에 홀린 거 같습니다. 분명히 지켜보고 마크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보면 어느새 사라져 있었어요.]긴터의 말에 하센휘틀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제야 기억이 나네요. 저 자식…… 예전에 도르트문트 유스에 있을 당시에 연습 경기를 함께 뛴 적이 있어요.]이번 시즌 도르트문트에서 라이프치히로 넘어온 긴터는 성인 팀에서 공식적으로 그와 함께 경기를 펼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유스 팀에서 이따금씩 콜 업 되어 함께 훈련을 한 카이저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게 단 한 번인가, 두 번 정도뿐이어서 쉽사리 기억해 내지 못했던 거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도 신출귀몰한 녀석이었다.
[녀석이 유스 팀에서 별명이 뭔지 아십니까? NU입니다. 누.] [누우?]선수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정말 어울리는 별명이네.]윤석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Nu는 독일어로 찰나, 순간을 뜻하는 말이었다. In einem nu라고 말하면 우리나라 말로 ‘갑자기’, ‘순식간에’라는 뜻을 가지게 되는데 찰나의 순간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와 어울리는 별명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녀석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군.]하센휘틀은 그리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라이프치히의 스카우트 네트워크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골라 영입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독일의 유스 팀에서 이름 있는 어린 선수들에 대한 보고서는 없는 게 없다고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이저의 대한 정보는 지금까지 단 한 장도 존재하지 않았다.
[투헬이 그 녀석의 재능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냥 그저 그런 선수였으니까요.]긴터의 말에 하센휘틀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겉보기에는 신통치 않아 보이기도 했다. 경기 자체만 본다면 그냥 선수들이 바보같이 그를 놓치고, 보내 주는 것 같이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오히려 그렇게 보이다 보니 주목을 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피지컬이나 다리가 빠른 것도 아니니 말이다.
[아무튼 막아야 하는 것은 그 녀석인 셈이군.]하센휘틀의 말에 윤석이 손을 들어 말했다.
[그 녀석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주장이?]하센휘틀이 눈썹을 찌푸린다. 윤석은 공수 양면에서 팀의 중심이 되어 줘야 했기 때문에 한 사람을 전담 마크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윤석이 밝은 표정으로 저리 말하는 것을 보니 뭔가 한 수가 있는 것 같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센휘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하지.]이상한 존재, 카이저를 제외한다면 라이프치히의 전술은 괜찮았다. 번번이 그를 놓치지 않았다면 기세를 잡은 것은 도르트문트가 아니라 라이프치히였을 거다.
-양 팀 모두 다시 필드 위로 나섭니다. 후반전이 시작되려 하네요.
-전반전 서로 2골을 주고받으면서 흥미로운 경기를 펼쳤는데요, 오늘 결국 웃게 되는 팀이 어디일지 기대됩니다.
필드로 들어서면서 카이저는 다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관중석을 바라봤다.
노란색 유니폼들을 입고서 물결처럼 일렁이는 관중들.
[뭘 그렇게 봐, 집중해라.]다시금 들려오는 로이스의 목소리에 카이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불과 몇 년 전에 부모님과 함께 저 자리에 한 사람으로 있었어.] [그래? 이제 필드에 섰으니 부모님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겠네.] [아마도……. 지켜보고 계신다면.] [응?]카이저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그저 웃었다.
그렇게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시작된 후반전에서 윤석은 카이저의 옆에 자리 잡았다. 거대한 그림자가 자신에게 드리워지자 카이저의 시선이 윤석을 향했다.
[진짜 크네.] [큰 사람 처음 보나?]카이저의 혼잣말에 답변하면서 윤석은 웃었다.
[응. 처음 봐.] [그래? 그거 영광이군.] [으응?]알 수 없는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라이프치히에게 공격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럼 이만.]윤석이 카이저를 뒤로 하고 전방으로 달려 나갔다.
라이프치히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긴터가 가지고 있던 공을 측면 아센시오에게 공을 보냈다.
아센시오가 측면에서 그대로 사선으로 페널티에어리어 지역으로 공을 찔러 넣었다. 베라르디가 머리를 들이밀었지만, 그보다 더 높은 위치로 뛰어오른 훔멜스가 공을 따내고 소크라티스에게 밀어 줬다.
소크라티스가 공을 수습하기 위해 발을 들이미는 순간 정우가 한발 더 빨리 발을 내밀어 공을 가로채 갔다.
[이 자식이!]소크라티스가 거칠게 말하며 정우에게 달라붙으려는 순간 이제 막 균형을 잡아 가는 와중인지라 무리해서 그와 몸싸움을 벌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정우가 공을 옆으로 밀어 줬다.
베라르디가 이를 잡으려 움직였지만, 그보다 한발 더 빠르게 훔멜스가 공을 낚아채 전방으로 공을 걷어찬다.
“아깝네.”
정우가 혀를 차는 사이, 중원을 지나 라이프치히의 수비 라인 바로 앞쪽에 떨어지는 공을 향해 양 팀의 선수들이 몰려들었다.
가장 먼저 공을 건드린 사람은 조나단 타였다.
조나단 타가 떨궈준 공을 리뒤거가 앞으로 밀어 주는 순간 이번에는 괴체가 그 공을 가로채며 주변을 살폈다.
그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던 윤석은 흘끔 카이저를 바라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윤석의 시선이 돌아가는 순간 카이저는 눈을 빛내며 앞으로 달려 나가 괴체에게 외쳤다.
[이리 줘!]그의 외침과 동시에 괴체가 카이저에게 공을 보낸다.
발 앞에 공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큼지막한 무언가가 카이저의 앞으로 쑤욱 들어온다.
[한윤석!]카이저가 화들짝 놀라는 사이, 카이저를 등진 윤석은 공을 잡고서 앞으로 달려 나가며 웃었다.
“하하하.”
상대방이 한눈을 파는 순간을 노린다면 오히려 역발상으로 일부러 한눈을 팔아 주는 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윤석은 앞으로 달려 나갔다.
처음으로 이런 상황을 맞이한 카이저가 당황해서 윤석을 따라 달리다 윤석에게 몸을 들이밀었다.
자신이 빼앗긴 공을 자신이 어떻게든 수습하려는 그 모습에 윤석은 한 번 더 웃었다.
“아직은 어리네.”
[뭐라는 거야?]들어 본 적 없는 말로 중얼거리는 윤석에게 카이저가 인상을 찌푸리며 발을 내미려는 순간 윤석이 팔을 벌렸다.
[우욱!]카이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무리 온갖 힘을 내도 버틸 수 없는 어마어마한 팔 힘이었다. 이런 힘이라니!
점차 카이저의 몸이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버티지 못하고 카이저가 무릎을 꿇었다.
힘으로 카이저를 굴복시킨 윤석은 유유히 앞으로 나서다 뻥! 하고 낮고 멀리 뻗어가는 롱패스를 시도했다.
-사비 알론소를 연상시키는 롱패스! 이걸…… 한정우가 받습니다! 형제 특유의 필살 패턴인데요! 또다시 해트트릭을 기록할까요, 한정우!
정우에게 골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후반에는 위치를 바꿔 정우를 마크하던 바르트라가 정우에게 달려들었다. 정우는 그런 바르트라를 상대로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그 순간 정우가 바르트라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고석의 라 크로케타.
비교적 왜소한 체구에 빠른 속도, 빠른 드리블이 가능한 정우가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개인기에 바르트라는 속절없이 정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한정우! 그대로 달려갑니다! 훔멜스가 뒤늦게 달려 나오는데요!
훔멜스가 정우가 달려오는 길목으로 달려가다 정우를 마주하는 순간 태클을 시도했다.
촤아아악!
슬라이딩 태클이 잔디를 가르고 정우의 발 앞에 공을 향해 뻗어온다. 정우는 볼을 옆으로 굴려 그 태클을 피하면서 자유로워진 베라르디에게 공을 보냈다.
공을 받은 베라르디는 그대로 사선으로 파고들어 골대를 향해 달려갔다.
뷔르키가 그런 베라르디를 향해 달려 나왔다.
간격이 좁아 뷔르키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
베라르디는 오른쪽으로 공을 밀어줬다.
파슬락을 달고서 달려온 아센시오가 그 자리에 있었다.
퉁!
-아센시오 슈티…… 골!
아센시오가 파슬락이 바짝 붙기 전에 공을 받는 그대로 슈팅해 빈 골대를 뒤흔들었다.
-라이프치히가 역습을 통해서 환상적인 골을 만들어 냅니다!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 낸 골! 역시 라이프치히!
다시 점수 차를 벌린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그 가운데 카이저의 시선은 윤석을 향하고 있었다.
윤석은 그런 카이저의 시선을 느끼고 훗 하고 웃음을 흘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윤석은 카이저를 전담 마크하면서 그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마치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처럼, 카이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모두 읽히고 간파당하는 놀라운 체험을 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또다시 공을 뺏기고 윤석이 빼앗은 공을 터치라인 밖으로 보내며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카이저가 진지한 얼굴로 윤석에게 물었다.
[뭐가?] [내가 뭘 할 건지 다 아는 것 같다. 어떻게 한 거야?]그의 물음에 윤석은 웃었다.
[마법?] [……농담하지 마라.]카이저가 윤석의 농담에 인상을 찌푸리자 윤석은 그저 웃으며 카이저의 시선을 외면했다.
신기막측한 카이저가 막히기 시작하자 도르트문트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라이프치히에게 경기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그리고…….
삐익, 삐익, 삐이이익!
주심의 종료 휘슬과 동시에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도르트문트 조차도 라이프치히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13연승의 라이프치히! 그리고 13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압도적인 득점 1위를 차지한 한정우!
-오늘의 숨은 공헌은 한정우가 아니라 한윤석입니다. 후반전에서부터 카이저를 가지고 놀았어요. 경험의 차이인가요, 아니면 한윤석이 워낙 대단한 선수이기 때문일까요? 어린 카이저는 처음으로 높디높은 벽을 맞이하면서 후반전을 무기력하게 보내야 했습니다.
승리한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시그날 이두나파크에서 원정 온 팬들에게 인사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오늘 누구보다도 승리하길 원했던 홈 팬들은 그 장면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경기장을 나가야 했다.
[제대로 알려 줘. 도대체 어떻게 날 막은 거지?]그 가운데 카이저는 집요하게 마르코 카이저에게 다가가 물었다.
윤석은 그런 카이저가 귀엽다는 듯 그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면서 말했다.
[그건…… 좀 더 크면 알려 주마. 아니, 다음 시합이 있을 때까지 고민해 봐. 그때 나를 이기면 가르쳐 주지.]윤석은 그리 말하면서 카이저에게 유니폼을 건넸다.
자신이 입으면 헐렁하다 못해 이불이라 생각될 정도로 큰 윤석의 유니폼을 받으며 카이저는 자신의 유니폼도 벗으며 윤석에게 건넸다.
아직 의문이 풀리지 않았지만, 카이저는 윤석이야말로 최고의 선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형, 어떻게 막은 거야?”
“글쎄? 경험 부족이랄까? 심리전에는 약하더라고.”
“고작 그게 다야?”
정우가 의아한 듯 물어오자 윤석은 웃었다.
“너는 약아 가지고 이런 심리전이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어. 카이저는 그런 타입이지. 너무 정직한 녀석이랄까? 조금만 속이면 그대로 속아 넘어가고, 행동 자체가 유심히 보면 다 간파되는 녀석이랄까?”
“내가 약다니? 나보다 순수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사람들은 모를 겨, 형이야말로 제대로 약은 사람이라는 걸.”
정우의 말에 윤석은 정우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시끄러, 자식아.”
“아…… 아파!”
티격태격하는 형제를 카이저는 멍하니 바라봤다.
그 시선에는 왠지 모르게 부러움이 묻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