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66)
형제의 축구-166화(166/251)
형제의 축구 166화
“아이고, 한국도 오랜만이구먼.”
할머니는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감회 어린 시선으로 고국의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아구구, 허리야. 할머니는 괜찮아?”
뒤에서 내린 정우가 할머니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 할머니는 나이가 무색하게 허리를 쭈욱 펴고서 말했다.
“아직 안 죽었다! 매일 타는 것두 아니고 한 번 타고 오는 긴데 뭐 힘들게 있다구. 비행기 타서 기분만 좋네!”
할머니의 말에 정우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할머니 정정하네. 천 살까지 사시겄어.”
“떽! 남들이 들으면 흉볼라! 그려도 우리 세아 시집가는 건 보고 죽어야지.”
“이왕이면 내 자식 결혼하고 고손주 볼 때까지는 사셔용.”
“어이구, 흉측스러버라. 그때까지 살믄 내가 사람이누, 요괴지.”
“말을 혀도……. 아무튼 얼른 가자.”
정우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공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정우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평일의 공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한정우 선수,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네…….”
사인을 거부할 이유가 없어 정우는 젊은 아가씨에게 사인을 해 주고 사진 촬영에 응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
한번 물꼬를 트자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 아이고!”
“한정우!”
“잘생겼어요!”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정우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부랴부랴 공항 경비원들이 몰려들어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정우는 미안한 표정으로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간신히 택시에 탈 수 있었다.
정우와 할머니가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주희의 집이었다.
“오랜만인디 많이 늙었을랑가.”
할머니는 오랜 시간동안 만나지 못했던 옛 친구의 젊은 시절 모습을 생각했다.
“그럼, 할머니를 생각하면 당연하지 않겠어?”
“글치…….”
“그래도 주희네 할머니는 몸도 많이 안 좋은디…… 할머니는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니 다행인 것 같아.”
“그것두 그려.”
몸이야 멀쩡한 곳 없이 아프고 쑤시긴 하지만 손주들 잘 둔 덕에 꾸준히 병원도 다니면서 관리하는 데다가 크게 병난 곳 없어 거동이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꽃다운 시절은 이미 머나먼 추억이 된 나이.
그래서 더욱더 그 시절의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이 어느새 주희의 집 근처에 도착하게 되었다. 택시에서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주희가 두 사람을 반긴다.
“할머니, 어서 오세요!”
주희가 환하게 웃으면서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네며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반겼다.
“그려, 잘 지냈누?”
“저야 뭐 항상 똑같죠. 할머니는요?”
“나야 뭐 못 지낼 게 있는감.”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히죽웃던 정우가 난데없이 뾰루퉁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말했다.
“두 사람만 너무 반가워하는 거 아니야? 나도 좀 반겨 주지?”
정우의 말에 주희가 정우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말했다.
“그래, 고생했어. 반갑네.”
“뭐야 그 옆구리 찔러서 절하는 것 같은 제스쳐는.”
“뭘 더 바래?”
“진짜 여친이라고 하나 있는 게 이리 쌀쌀맞아서야…….”
“어여 가자고. 복자 얼굴도 봐야지.”
“아, 그래요. 할머니, 가요!”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할머니의 말에 주희가 서둘러 할머니를 데리고 걸음을 옮겼다. 정우는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그런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복자가 딸은 잘 뒀나 보네. 좋은 집서 살어!”
제법 번듯한 집에 할머니가 감탄하며 말하자 주희가 쑥스러운 듯 말했다.
“어디 할머니 손주들만 할까요.”
“흘흘.”
그도 그랬다.
일약 스타가 된 형제만 하겠는가.
“우리 할머니가 손주들을 잘 두긴 했지.”
“자기 자랑은 딴 데 가서 하셔!”
“쳇.”
정우에게 면박을 주면서 주희가 대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현관 앞에서 서성이는 복자 할머니가 보였다. 복자 할머니는 정우의 할머니를 보자마자 반색을 한다.
“아이고, 정례야!”
“이게 누구여! 복자 아닌가?”
거동이 불편한 복자 할머니가 어설프게 계단을 내려오는 사이에 할머니가 성큼성큼 걸어가 복자 할머니에게 다가가 복자 할머니의 두 손을 잡았다.
“이게 얼마만이여?”
“그러게 이게 얼마만이고? 참말로 마이 늙었데이.”
“니는 그럼 안 늙었는가? 너도 주름이 자글자글혀!”
“헐헐, 세월이 어디 가겠노? 야속하게 달라붙는다 아이가.”
많이 늙은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세월의 야속함을 논하는 두 사람이었지만, 얼굴에는 반가움이 한가득이었다. 그야말로 몇십 년 만인가.
“들어가자, 밖에 춥데이.”
“그려, 들어가.”
두 사람이 먼저 안으로 들어가자 주희가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다 뒤 따라 가려했다. 그 순간 정우가 주희의 손목을 잡는다.
“왜?”
“들어가기 전에 할 게 있어서.”
“으응?”
주희가 의아한 얼굴을 하는 사이 정우가 다가가 주희의 입수에 살며시 키스하며 말했다.
“보고 싶었음.”
자기보다 나이도 두 살이나 어린 것이 이리 오글거리는 말을 하는데 닭살이 돋기보다는 심장이 두근거린다. 주희는 붉어진 얼굴을 하고서 정우를 바라보다 주위를 둘러보고 다시 정우를 보고서 다시 정우의 입술에 쪽 소리가 나도록 키스해주고는 말했다.
“나도.”
“헤헤.”
정우는 그제야 웃음을 흘리고 주희와 함께 현관으로 걸음을 옮긴다.
“야, 엄한 데 만지지 마! 변태 자식아!”
“누가 보면 진짜 엄한 데 만진 줄 알겠네. 내 여자 친구 허리 만지는 것도 죄냐?”
“응.”
“허, 참.”
정우는 또다시 툴툴거리면서 먼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런 정우를 보고 피식 웃음을 흘리며 주희가 안으로 따라 들어가니 거실에는 할머니 두 분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힘들었던 옛 시절임에도 이야기를 풀고 나니 그 모든 것들이 추억이 되어 두 사람을 즐겁게 했다.
“그나저나 인연도 참 인연 아이가? 니랑 내 손주가 이리 만나고 있으니 말이다.”
복자 할머니의 말에 할머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손주 놈이 그 짧은 사이에 네 손녀를 꼬실 줄 누가 알았겠누? 까불기나 할 줄 알지 영 숙맥 같은 줄 알았는디.”
주희와 정우가 들어오자마자 바뀐 이야기에 두 사람은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 두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복자 할머니가 말했다.
“맞데이, 이제 국수 좀 무 봐야 하는 거 아이가 우리? 언제 사돈 되나?”
“들어 보니 이번에 독일로 유학 온담서? 이참에 결혼 날짜 잡어?”
두 사람의 대화에 주희가 나섰다.
“할머니들, 저 아직 공부 안 끝나서 결혼할 생각 없는데요…….”
“웃기는 소리 하지 말래이! 정우 같은 아가 어디 또 있다꼬 결혼을 미루노? 그러다 정우가 딴 여자 만나 뿔믄 우짤래?”
“그래, 이참에 결혼할까?”
정우가 복자 할머니의 말에 힘입어 주희에게 말하자 주희는 정우를 흘겨보며 옆구리를 꼬집었다.
“아야! 아파!”
“아이고, 저 봐라, 저 봐. 내 손녀지만시로 저리 승질이 나쁘다 아이가. 천둥벌거숭이만치로. 저걸 정우 아이면 누가 데려가겠노?”
“왜 그려, 주희 정도면 참하니 좋지. 저눔이야말로 천둥벌거숭이라 주희 같이 강단 있는 아가 데리고 살아야 혀.”
두 사람의 말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두 사람은 결국 너 나 할 거 없이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는 여기 있을 테니 두 사람은 나가서 데이트라도 혀.”
그런 두 사람에게 할머니가 나가라 손짓하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복자 할머니도 고개를 끄덕이며 주희를 나가라 보챘다.
결국 쫓겨나듯 집으로 나온 두 사람은 멍하니 대문 앞에서 서게 되었다.
“우리 이제 뭐 할까?”
주희가 정우에게 물어보자 정우는 콧잔등을 찡긋거리며 생각에 잠겼다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날도 추운데 어디 따듯한데 들어가서 쉬었다 갈까? 대실인가 뭔가 그런 시스템이 한국에 정말 잘되어 있…… 아야!”
정우의 말을 듣던 주희가 정우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여간 어린 게 아주 머리에 음란 마귀만 잔뜩 들었지, 응?”
“그럼 어디가? 나 아무렇게나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힘들다고.”
“이스패치 같은 곳에 모텔 들어가는 거 걸리는 건 괜찮고?”
“여기 이스패치가 어딜 따라온다고…….”
“이미 너 극비 귀국한 거 인터넷에 벌써 떴거든?”
“허, 벌써?”
정우는 그녀의 말에 설마 하면서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확인했다. 그녀의 말대로 자신이 극비리에 한국으로 귀국한 것에 대한 뉴스 기사가 떠있었다. 정우가 어이없어 하자 그녀가 말했다.
“우리나라는 이런 나라라고. 너 돌아다니다 사람들이 너 봤다고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리기라도 하면 그거 보고 귀신같이 기자들이 몰려들걸?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해시 태그 좋아하는지 알아?”
“으음…… 어째? 위장이라도 할까?”
주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목도리 같은 걸로 얼굴 가리는 게 좋을 것 같긴 하다. 목도리 집에 있는데 가지고 나올까?”
“으응, 마스크 같은 거 있음 마스크도. 그리고 대실 들어갈…… 미안, 안 그럴게.”
얄밉다는 듯 쳐다보고 들어가는 주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정우는 그저 웃었다.
* * *
“우?”
나른하게 햇살이 비치는 오후.
잠들었던 세아가 눈을 번쩍 떴다.
“우우?”
아직 옹알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세아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기 캐리어에서 잠들었던 세아는 힘겨워 연습한 고갯짓을 열심히 하며 익숙한 할머니와 삼촌의 집을 둘러봤다.
세아의 두 눈에 복순이의 자식들이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이 보인다.
“우! 우!”
세아가 복순이 2세들을 향해 손을 내밀며 괴상한 소리를 낸다.
한참 열심히 놀던 복순이 2세들의 시선이 어느 순간 세아를 향한다.
왕!
복순이 2세 중에 가장 큰 복일이가 세아에게 짧게 짖는다. 마치 너도 같이 놀자는 듯 말이다. 그러다 세아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안 복일이가 세아에게 다가갔다.
“꺄하!”
세아가 다가오는 복일이를 보고서 웃었다.
헥헥.
복일이는 세아에게 다가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세아의 손이 복일이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복슬한 털 느낌이 좋았는지 세아는 더 크게 웃음 지었다.
왕!
복일이가 다른 형제들을 부르자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이 우르르, 세아에게 다가간다.
세아의 두 눈에는 온통 개판이 펼쳐졌다.
“꺄하!”
세아는 강아지들의 모습에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이 복순이 2세의 눈에도 귀엽게 보였는지 어땠는지는 몰라도 강아지들이 세아의 주위에서 마구 뛰어다니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툭! 왈!
복삼이가 사복이에게 달려드는 바람에 사복이가 아기 캐리어를 치면서 캐리어가 앞으로 기우뚱하고 쓰러지려 하자 복일이가 기겁을 하고 몸을 들이밀어 쓰러지는 것을 막아 낸다.
큰일이 날 뻔한 것을 어찌 알았는지 용하긴 하지만, 강아지들은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 세아랑 놀아 주고 있었니?]그사이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이보네가 나타나 복순이 2세들을 보고 웃었다. 복순이 2세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해맑은 표정으로 이보네를 바라봤다.
[기특해라, 간식이라도 줘야겠네.]이보네는 웃으며 강아지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사이에 정우의 방에서 복순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운이 없는 모습이었다.
[너희 엄마 왜 저러니?]끼잉, 낑.
복순이는 앓는 소리를 내면서 현관문을 앞발로 긁기 시작했다.
다른 방에서 나와 그것을 본 윤석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할머니랑 정우가 없어서 그러네.] [어머, 그런가?] [응, 그립나 봐. 복순아, 이리 와.]왈!
윤석이 부르자 복순이가 달려왔다. 윤석은 그런 복순이의 머리를 큼지막한 손으로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할머니랑 네 아빠 조만간 올 테니까, 조금만 참자. 괜찮지?”
끼잉.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듯 우울한 목소리를 내는 복순이를 보며 윤석은 웃음을 흘렸다.
[그나저나 이 자식은 할머니 잘 모시고 갔나 모르겠네.]모처럼 한국으로 떠난 할머니를 생각하며 윤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님, 어머님은?] [요 앞 산책 나갔어.] [으음.]할머니와 정우가 없는 사이, 이보네의 부모님이 긴 휴가를 받고서 같이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도 얘들 데리고 산책 나갈까?] [그럴까? 괜찮겠어?] [정우도 하는데 뭐.]윤석은 별거 없다는 듯 강아지들의 목줄을 들고 왔다.
복순이 2세와 복순이가 신나서 꼬리를 흔드는 것을 보며 세아가 또 즐거워 웃음을 터뜨린다.
정우와 할머니가 없는 독일에서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독일로 돌아온 정우와 할머니, 그리고 독일 유학을 결정하고 독일로 온 주희와 이보네 가족까지 해서 모두가 다 같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
그리고 찾아온 새해.
한국 사람들은 한 살씩 먹는 이쯤에 형제는 슬슬 아침 운동을 병행하면서 다가올 훈련과 후반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분데스리가 후반기가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