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68)
형제의 축구-168화(168/251)
형제의 축구 168화
듀란의 분노
분데스리가의 연속 골 기록을 갈아치운 정우의 몸값은 미친 듯이 솟아오를 것으로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에 내놓아도 17경기 연속 골이라는 기록은 어마어마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기록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네이마르도 넘어서지 못한 대기록이었으며, 이보다 위에 있는 기록이라고 해 봤자 단 하나, 리오넬 메시의 21경기 연속 골밖에 없었다.
심지어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제이미 바디가 12경기 연속 골로 기네스북에 올랐으니, 정우의 17경기 연속 골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우의 기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어지는 18라운드 묀헨글라드바흐와 싸움에서 정우는 멀티 골을 넣으면서 자신이 보유한 17경기 연속 골 기록을 갱신했고, 19라운드 헤르타 베를린, 20라운드 호펜하임과 경기에서도 골을 넣으면서 20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다.
한국 나이로 스물두 살, 유럽에서는 생일이 지나지 않아 고작 20세에 불과한 어린 선수가 무서운 기록을 만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덧 분데스리가의 관심은 마르코 카이저에게 멀어지고 다시 정우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더욱더 무서운 것은 한정우에게 무려 열여섯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윤석이었다. 윤석은 이번 시즌 본인 스스로 만들어 낸 10골과 스물세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비록 정우의 연속 골 기록에 묻히긴 했지만, 윤석의 활약은 정우 그 이상이었다.
그가 매 경기마다 기록하는 가로채기와 태클, 그리고 수많은 패스와 패스 성공률, 그리고 위에 보여진 공격 포인트를 생각하면 33골의 정우도 대단하긴 하지만, 윤석이 팀에 공헌하는 부분은 정우의 골 그 이상이라고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정우보다 윤석이 더 괴물이고, 더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축구는 골로 말하는 스포츠였다.
애초부터 공격수가 미드필더나 수비수, 골키퍼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화려한 득점력의 공격수라면 더욱더 말이다.
그리고 정우는 그 화려함의 정점을 찍었다.
-골! 골! 골골골! 프랑크푸르트를 상대로 한정우가 득점을 성공합니다! 21경기 34골! 리오넬 메시가 보유한 한 시즌 최다 연속 골 기록에 정우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됩니다. 이 선수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단언컨대 분데스리가에서 게르트 뮐러 이후로 가장 위대한 공격수입니다.
-저는 매일 라이프치히의 경기를 기대합니다. 설레거든요! 한정우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선수들, 그리고 라이프치히라는 팀 자체도 사람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어느덧 리그 21연승이에요! 바이에른 뮌헨이 만들어 낸 19경기 연승을 라이프치히가 갱신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라이프치히의 역사는 자신의 팀에만 국한된 게 아닙니다! 분데스리가의 역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모두 하나같이 환하게 웃으며 정우를 축하하고 나섰다.
라이프치히는 그 기세를 몰아 PSV와 챔피언스 리그 16강 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스코어는 정우와 실바, 아센시오의 득점으로 3 대 1, 다음 2차전에서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손쉽게 8강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승승장구에서 약간의 불협화음이 시작되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바로 체력.
경기 내내 과할 정도의 활동량을 요구하는 라이프치히의 전술은 체력이 필수가 될 수밖에 없었고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체력을 요구하는 라이프치히의 전술은 후반기에 들어서면 약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라이프치히는 매 경기 선수들 절반이 바뀌는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핵심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경기에 선발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윤석과 정우가 있었다.
원래 괴물인 윤석이었지만, 월드컵까지 병행한 이후에 경기여서 그런지 점차 체력 저하를 보이고 있었고, 윤석이 이 정도인 만큼 정우는 더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워낙 무서운 기록과 스텟을 보여 줘서 매 경기 눈 딱 감고 선발로 출전시키고 있는 하센휘틀이었지만, 이쯤 되자 이들에게도 휴식을 줘야 하지 않나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들이 의지가 있어도 피로 누적은 심각한 부상을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래서 너희들에게 휴식을 좀 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하센휘틀은 따로 형제를 불러서 물었다.
자신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형제의 입지는 이제 그가 마음대로 함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정우는 기록 경신이라는 매 경기마다 중요한 의미가 주어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했다.
[음, 저야 상관없습니다. 팀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면요.]윤석은 하센휘틀의 휴식 권유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런 형을 흘끔 본 정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 저도 힘들긴 한데……. 1경기만 더 선발로 나가면 안 될까요?]정우가 조심스레 물어 오자 하센휘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나는 자네가 그리 말할 줄 알았네.]1경기만 더 뛰어서 골을 넣는다면 한동안 아무도 깨지 못할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욕심이 없다면 그건 공격수가 아니리라.
[그렇다면 그렇게 하게. 단, 골을 넣는 즉시 교체일세. 전반 내내 활약이 없다면 그것도 마찬가지. 불만 없겠지?] [그럼요. 그렇게만 배려해 주시는 게 어디인데요. 감사합니다.] [윤석도 전반전까지는 뛰어 주게. 이왕 뛰는 거 형제가 역사를 함깨하는 것도 좋겠지.] [알겠습니다.]형제의 든든한 모습을 바라보며 하센휘틀은 흐뭇하게 웃으며 두 사람을 내보냈다.
그렇게 함부르크와의 경기가 찾아왔다.
* * *
티스가 모처럼 함부르크의 볼크스파크 스타디움을 찾았다. 자신의 고향 팀과 경기인지라 형제를 핑계로 모처럼 분데스리가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로커 룸 앞에서 형제를 바라보면서 티스가 씁쓸하게 웃었다.
“머리는 너희들을 응원하지만 마음은 함부르크를 응원하고 있어. 내 심정…… 이해하지?”
티스의 말에 형제가 크게 웃었다.
“이해하죠, 이해하고말고요. 아직도 함부르크가 강등되고 나서 폭음하던 티스를 잊지 못하고 있슴다.”
“그건 정말이지…… 충격이었어. 우리 함부르크가 강등이라니, 한 번도 없던 일이었거든. 아무튼, 다치지 말고 적당히 하게, 적당히.”
“적당히는…… 22경기 연속 골 넣으면 생각해 볼게요.”
정우는 그리 웃으면서 먼저 로커 룸으로 들어갔다. 윤석은 그런 정우를 흘끔 바라보다가 티스를 보고 물었다.
“그쪽에서는 아직 접촉이 없어요?”
“아, 거기? 글쎄…… 아직 이야기는 없더군. 겨울 시장은 끝났고, 아무래도 여름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말이야.”
“그래요? 으음…….”
“꼭 그 팀에 가야 하는 건 아니지?”
“그쪽에서 우리 형제를 모두 원한다면 모를까, 아니라면 갈 생각 없어요. 아직까지는 같이 뛰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서요. 가족도 있고…….”
“그래, 알았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자네들을 동시에 원하는 팀도 충분히 많으니까.”
“알겠어요.”
윤석은 티스와 일별하고 로커 룸으로 들어왔다.
로커 룸에서 하센휘틀은 전술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고 이어서 자신감 가득한 자신의 선수들을 보며 외쳤다.
[자, 나가서 오늘도 이겨라! 이겨서 와라.] [오오!] [가자!]기세등등한 선수들이 자신 있게 로커 룸을 나섰다.
-여기는 볼크스파크 스타디움! 함부르크와 RB 라이프치히의 경기가 펼쳐지는 곳입니다. 선수들이 필드 위에 나서고 있습니다.
-오늘 RB 라이프치히는 평소처럼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지난 경기에 나서지 않은 선수들이 선발로 나서고 있습니다. 단, 형제를 제외하고 말이죠.
-팀의 심장과도 같습니다. 경기를 지배하는 한윤석, 득점을 만들어 내는 한정우가 빠진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드네요.
-하지만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월드컵 이후부터 쉬지 않고 달려온 형제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체력이 좋다고 해도 이번 시즌 일정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부상도 우려가 되고요. 하센휘틀이 너무 무리하게 형제를 운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네요.
-그래도 지금까지 별다른 부상 없이 매 시즌을 소화하는 형제가 아니겠습니까?
-부상이 없는 것만으로도 이미 선수로서 훌륭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겨울이지만 필드는 여전히 뜨거웠다.
함부르크의 관중들도, 그리고 원정석을 차지하고 있는 RB 라이프치히의 팬들도 열심히 자신의 틈을 응원하고 있었다.
나란히 악수를 나누고 선축과 위치를 정하고 머지않아 경기가 시작되었다.
이번 시즌 승격해서 다시 분데스리가로 돌아온 함부르크는 이번 시즌에는 리그 12위로 중위권에서 안정적으로 리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도 라이프치히 특유의 막대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하는 압박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선축으로 공을 전방으로 연결하고자 했지만 라이프치히의 압박에 쉬이 앞으로 공을 내놓지 못하고 뒤에서 의미 없는 패스로 시간을 가져가고 있었다.
그 가운데 정우는 전반부터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평소라면 체력 안배를 생각해서라도 어느 정도 감안하고 움직일 정우였지만, 오늘은 시간이 없었다. 골을 넣어도 교체지만, 전반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면 그래도 교체였다.
‘어차피 전반만 뛸 거라면 골이라도 넣고 교체되는 게 좋지.’
정우는 그리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빠르게 달려드는 정우는 상대방에게 확실히 위협적이었다. 수비의 패스를 어긋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그래서일까?
함부르크의 수비수가 다가오는 정우와 부딪치면서 신경질적으로 정우를 밀쳤다.
“뭐야?”
정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상대를 바라봤는데 상대는 이미 정우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예민한 자식인가…….”
정우는 그리 중얼거리며 다시 경기에 열중했다.
그사이 함부르크의 공은 어느덧 라이프치히의 차지가 되었고, 윤석의 패스가 사선으로 뻗어나가 우측의 브란트에게 향했다. 공을 받은 브란트는 다시 사선으로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라이프치히의 공격진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베라르디가 컷아웃해서 수비수 하나를 끌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브란트의 패스가 그 자리로 향한다.
기다렸다는 정우는 그 공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뒤에 위치했던 아까의 그 수비수가 기다렸다는 듯, 막 공을 잡은 정우의 앞을 막아섰다.
정우는 그대로 상체를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수비수가 그것을 보고 움찔했지만, 쉽게 속아 넘어갈 것 같지 않자 정우는 이번에 오른발을 움직여 공을 바깥으로 밀어 냈다.
완전히 오른쪽으로 빠져나갈 것 같은 그 모습에 수비수가 몸을 움직이는 순간, 정우의 오른 발이 공을 스쳐 지나가 다시 안쪽으로 끌어들인다.
절묘한 프리플랩에 수비수가 움찔했지만, 이미 몸이 원래 공이 향하던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수비수는 다급하게 정우가 빠져나가려는 쪽으로 발을 쭉 뻗는데, 그 틈을 노리고 정우는 수비수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흘려보내고 자신은 유유히 수비수를 비켜 나가 골대를 향해 공을 슈팅하고 있었다.
-아, 아깝습니다! 골키퍼의 손에 잡히는 공! 절묘하게 수비수를 제쳤지만, 이번에는 슈팅이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절묘한 개인기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알까기’를 당한 수비수의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붉어져 있었다. 흥분한 그를 보고 정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지나가는데 수비수가 그것을 보고선 벌떡 일어나 정우에게 다가간다.
[웃어? 비웃는 거냐?] [뭐, 어쩌라고.]정우는 뚱한 표정으로 일부러 수비수를 상대하면서 그를 자극했다. 흥분한 선수는 쉬이 실수하게 마련, 일종의 심리전이었다.
[이 새끼가…….] [이봐, 그만해!]그것을 지켜보던 다른 수비수가 그를 말리면서 말싸움은 마무리되었지만, 수비수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정우는 그런 상대를 보고 어깨를 으쓱이면서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함부르크가 공을 제대로 소유하지 못하고 미드필더 라인에서 윤석에게 공을 빼앗긴 것이다. 윤석은 미드필더와 수비수의 가까운 간격을 파악하고 공을 띄워 수비수의 뒤 공간을 노리고 공을 패스했다.
그 패스에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한 것은 역시 정우였다.
정우는 여전히 흥분해 자신을 바라보는 수비수를 따돌리며 그 공을 향해 달려 나갔다.
-한정우 파고듭니다! 빨라요! 공을 따라잡습니다.
공을 따라잡긴 했지만 문제는 위치가 너무 애매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골키퍼는 간격을 좁히며 다가오고 있었고 뒤에도 수비수가 열심히 따라오고 있었다. 가슴으로 트래핑해서 공을 때리거나, 공이 아래로 떨어지길 기다리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우는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펑!
-시저스 킥!
-골이이인! 환상적인 시저스 킥!
22경기 연속 골.
메시마저 뛰어넘게 되는 위대한 순간.
정우는 털썩, 필드 위에 쓰러지면서도 환하게 웃음 지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맹렬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촤아악, 퍼억!
촉촉한 잔디를 가르고 뻗어 온 슬라이딩 태클이 정우의 머리 쪽을 강타하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맙소사!
심한 경우 상대방에 다리도 부러뜨리는 게 바로 태클이었다.
그 태클을 뒤통수에 얻어맞은 정우는 그대로 볼품없이 나뒹굴었다.
[이 새끼, 무슨 짓이야!]근처에 있던 베라르디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정우에게 살인 태클을 먹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수비수의 멱살을 잡았다.
수비수는 억울하다는 듯 손을 들어 올리고 있었지만, 그가 이미 잔뜩 흥분하고 있었던 것을 아는 선수들은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미친 새끼가……!]화가 치밀어 오른 베라르디가 그를 밀어붙이는 사이 함부르크의 선수들이 달려와 베라르디와 수비수를 떼어 놓는다.
그사이 다른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다급하게 정우에게 달려가며 팀 닥터를 불렀다.
정우는 귀 부분을 태클로 맞은 듯 피를 철철 흘리며 기절해 있었다.
-아아, 이런 있을 수 없는 비매너 행위가 오늘 같은 경기에서 나오다니요……!
-이건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페어플레이를 해도 모자라는 경기에서 저런 살인 행위나 다름없는 짓이라니요! 분데스리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지금 펼쳐지고 있습니다. 비신사적인 행위에요! 살인미수입니다!
해설들도 흥분해서 부르짖었고, 라이프치히의 팬들도 야유를 던지기 시작했다.
수비수는 그 와중에도 억울하다는 듯 자신에게 다가오는 주심에게 고의가 아니었음을 어필하고 있었다.
그렇게 난장판이 된 가운데.
누군가가 달려 나왔다.
“비켜.”
시리도록 차가운 목소리에 함부르크 선수들에게 가로막혀 수비수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화를 내던 베라르디가 흠칫 놀라 옆을 바라봤다.
시선을 한참 올려다보니 그곳에는…….
[유, 윤석……!]살벌한 표정을 한 윤석이 수비수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주심도 뒤늦게 그것을 보고 윤석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차갑게 읊조리는 그 목소리에 억울해하던 수비수마저 겁을 먹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는 사이, 이성이 돌아온 베라르디가 외쳤다.
[윤석이를 막아!] [말려!]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수비수에게 다가가는 윤석에게 달라붙었다.
경기하다 한 번 화를 낸 적은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지금 윤석은 이성을 잃고 있었다.
차갑게 타오르는 윤석을 라이프치히 대부분의 선수들이 달려와 막아서고 나서야 윤석의 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윤석! 정신 차려라! 동생부터 살펴야지!]케이타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동생을 찾았다.
팀 닥터가 정우를 돌보고 있었다.
[어때요?] [으음, 다행히 머리나 목을 심각하게 다친 건 아닌 거 같은데……. 외상은 귀가 스터드에 짓이겨지면서 살짝 찢어진 것뿐인 것 같은데, 자세한 것은 검사를 해 봐야 하겠지.] [음…….]윤석은 안쓰러운 얼굴로 자신의 동생을 바라봤다.
마치 끈 떨어진 인형처럼 누워 있는 동생을 바라보니 다시 가슴 한편에서 천불이 일어난다.
그사이 수비수는 주심에게 옐로카드를 받고 있었다.
-아, 이게 옐로카드라니?
-다분히 고의가 짙은 보복 태클로 보이는데요. 주심은 단순히 태클을 시도하다 멈추지 못해 충돌한 것으로 판단한 것인가요?
-분데스리가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판정이라니요. 후일을 어떻게 감당할 생각인가요, 주심?
격분한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주심에게 다가가 항의했지만, 주심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일부가 주심에게 항의하는 사이 또다시 화를 낼지 모르는 윤석을 말리기 위해 남은 선수들은 윤석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 가운데 윤석은 차갑게 웃었다.
[퇴장이 아니라 이거지?]흠칫.
차갑게 웃는 그 모습이 너무나 살벌해 모두의 시선이 윤석을 향한다.
[퇴장당하지 않은 게 불운이라 생각하게 해 주마.]윤석이 씹어뱉듯 말하는데 동료들마저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듀란이 분노하고 있었다.
폭정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