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7)
형제의 축구-17화(17/251)
형제의 축구 17화
승부는 정우의 골로 원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주전 중앙 수비수가 부상으로 교체되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여전히 수원이 지배하고 있었다.
단단히 걸어 잠그고 느린 템포로 공을 몰아가면서 계속해서 부천을 유혹했다.
어서 들어오라고, 더 깊이 올라오라고 말이다.
김 감독이 게겐프레싱을 너무 본받아서 그런 것인지 부천은 지공 상황에서 이렇다 할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공격 옵션이 하나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동점 상황이 되자 나름대로 정신을 수습한 김 감독은 턱을 쓸어내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영 좋지 못하다.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크랙이라 할 수 있는 정우는 동점 골로 인해서 더욱더 상대편의 경계를 받고 있었고, 그 틈을 노리고 정교나 윤서가 열심히 뛰고 있지만, 상대편은 풀백과 윙어들이 짝을 이뤄서 정교와 윤서를 잘 막아 내고 있었다.
팀의 미드필더인 윤기명과 최지원이란 아이는 부천 내에서는 준수한 선수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상대편을 상대로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 주거나 빌드 업해서 공격수의 공을 받아 골을 넣어 줄 수준의 아이들도 아니었다.
이렇다 할 묘책이 없이 그대로 전반전이 마무리되었다.
김 감독은 흐린 안색으로 선수들을 맞이했다.
“잘 싸우고 있다. 지금처럼만 해. 다만 약간 더 공격적으로 가 보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계속 때리다 보면 뚫리지 않겠냐? 알았지?”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간단하게 물을 섭취하고 다시 필드로 나섰다.
부천은 교체 없이 나왔지만, 반대로 수원은 교체가 있었다.
미드필더를 하나 빼고 공격수를 투입했다.
수원의 입장에서도 답답할 만했다.
부천 역시 수원 못지않게 수비적인 축구를 구사하기 때문이었다.
원톱이 고립된 상황에서 측면마저도 힘을 쓰지 못하니 공격진을 늘려서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생각인 듯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부천의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미드필더가 하나 비게 되어 4-4-2 포메이션을 만들었지만,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수비적인 위치에서 아까와 마찬가지로 중앙 수비수와 함께 여섯 명의 수비 라인을 만들어 정우를 고립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철저히 잠갔다가 그들의 핵심인 측면과 공격수만을 이용해 역습을 감행할 의도였다.
“이러면…….”
공격적으로 나서자고 한 자신의 지시가 되레 비수가 될 수도 있었다.
김 감독의 얼굴이 굳는 가운데.
상황은 오히려 그의 예상과 달리 풀리기 시작했다.
공격적으로 나서라는 지시에 윤석이 기존 라인에서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공을 가지고 앞으로 나서는 순간 두 명의 미드필더는 윤석이 올라오니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섰고, 수비 라인 역시 윤석과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위로 올라갔다.
오프사이드 트랩 때문에 수원의 선수들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하면서 공간이 매우 좁아졌다.
윤석이 공을 미드필더들에게 패스했다.
기명과 지원을 압박하기 위해 수원의 미드필더들이 앞으로 나섰다. 측면 자원들도 어떻게든 공을 뺏어 공격진으로 나르기 위해 중앙으로 들어와 그들을 압박했다.
기명과 지원은 공이 뺏길 것을 우려해 공을 다시 윤석에게 주기 시작하면서 알게 모르게 삼각 패스가 유지되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공격수 중 하나가 후방으로 내려와 윤석을 압박했다.
윤석은 수비수들의 부담을 덜어 주려고 일부러 그 공격수를 데리고 더욱더 위로 올라갔다.
중앙 미드필더 둘도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2선 지역에서 선수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좁디좁은 공간, 공을 가지고 진격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것 같은 상황.
윤석은 오히려 이 좁은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골목길은 항상 좁디좁았다.
지금처럼 자신의 공을 뺏기 위해 들러붙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길은 항상 험하고 장애물투성이였다.
자신을 밀고 오는 상대편 선수들?
윤석에겐 마치 어린아이와 같았다.
윤석은 그 틈에서 볼을 간수하고 꾸역꾸역 밀고 나가기 시작했다.
윤석이 쉬이 공을 뺏기지 않자 선수들이 점점 윤석에게로 몰려들었다.
형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정우의 눈이 빛났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자신과 가까워지는 형을 바라보면서 정우는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지금!
윤석이 두 명의 선수를 가로질러 앞으로 나서 전방을 향해 패스하기 좋은 위치를 잡았다.
정우는 슬그머니 손으로 왼쪽을 가리켰다.
정우가 굳이 손으로 가리키지 않아도 윤석의 발은 이미 공을 차고 있었다.
정우의 왼편에 자리 잡은 중앙 수비수와 풀백 사이로 공을 찔러 넣었다.
펑!
윤석의 패스는 지난 시간 갈고닦은 끝에 마치 마이클 캐릭의 그것처럼 아주 낮게 떠올라 바운드 없이 빠르게 뻗어 나갔다.
정우는 수비수가 몸을 돌려 반응하기 전에 그보다 더 일찍 수비수들을 지나쳐 그 공을 쫓았다.
수비수가 다급하게 몸을 돌리지만, 짧은 거리에도 최대 속도를 낼 수 있는 정우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정우도 공을 따라잡은 순간에 문제가 생겼다.
골대를 반쯤 등지고 있는 상황.
이대로 몸을 틀어 공을 간수하자니 골키퍼에게 잡힐 것만 같았다.
슈팅은 항상 반 박자 빠르게 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정우는 몸을 살짝 돌리면서 공의 바깥 부분을 감아 찼다.
뻥!
공이 허공을 가른다.
골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골키퍼의 눈매가 비웃듯 변하는 순간.
골키퍼의 눈이 다시 휘둥그레 떠지면서 다급하게 손을 뻗었다.
공이 급격하게 꺾이면서 골대 안을 향했기 때문이다.
반 박자 빠른 정우의 슈팅과 달리 반 박자, 아니, 한 박자나 느렸던 골키퍼는 공을 향해 손끝도 대지 못했다.
철썩!
공이 골 망을 가르고 바닥에 떨어지면서도 회전하면서 데구루루 굴렀다.
“괴물 같은 자식!”
“이야!”
부천의 선수들이 모두 모여서 정우를 칭찬했다.
윤석의 피지컬과 정우의 센스가 만들어 낸 골이었다.
형제가 부천의 역전을 이끌자 기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수비를 도맡은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들이 정우를 지나치기 의식하면서 수원의 진영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골을 만들고, 내내 분주하게 뛰었음에도 정우는 여전히 활발하게 뛰어다녔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본 김 감독의 눈이 빛났다.
옆을 스쳐 지나가는 윤서를 붙잡고 말을 걸었다.
“정우한테 컷 아웃해서 바깥쪽으로 수비수들을 유인하라 그래라. 중앙에서 미드필더들이 치고 올라갈 공간을 주라 그래!”
“예, 감독님!”
윤서가 김 감독의 말을 듣고서는 정우와 마주칠 때 김 감독의 말을 전달했다.
정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보다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동작을 보이면서 센터 백들을 유인했다.
정우가 짧은 거리를 컷 아웃 해 공을 받아 든 것을 의식한 중앙 수비수들은 정우가 움직일 때마다 간격을 의식하지 않고 정우를 따랐다.
이제 남은 것은 미드필더들의 역량이었다.
저 공간을 의식하고 누군가는 파고 들어가 골을 넣어 줘야 했다.
확률이 높은 것은 정교나 윤서였다.
둘 다 발이 빠르기 때문에 중앙에 공간만 생긴다면 파고들어 공을 받아 골을 넣을 수 있으리라.
그것을 둘도 의식한 모양인지 공이 잡히기만 하면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부천이 좋은 흐름을 만들어 갔고, 수원이 그것에 휘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윤서나 정교나 골 찬스를 한 번씩 맞이했음에도 허무하게 골을 놓치고 말았다.
지나치게 흥분한 탓이었다.
“그래도 이 흐름대로라면…….”
수원이 끌려다니기만 하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김 감독은 시간을 바라봤다.
남은 시간은 15분.
아직은 불안한 시간이었다.
15분이라면 충분히 수원이 동점 골과 재역전의 골을 넣을 수 있을 스코어니 말이다.
안전하게 1골만 더 넣어 줄 수 있다면…….
정우가 또 기적 같은 골을 넣어 줬으면 하지만 그도 여의치 않아 보였다. 가는 곳마다 정우를 이중, 삼중으로 묶어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예 공을 잡기조차 어려워 보였다.
그 가운데 2골을 만들고, 선수들을 휘두르는 것 자체가 경기에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이거야 원…….”
김 감독이 그렇게 한탄하는 가운데.
정교가 다시 측면에서 공을 잡고 정우가 만들어 준 중앙으로 파고 들어갔다. 하지만 계속되는 반복 공격에 풀백과 윙어들이 미리 예측하고 정교의 앞을 막아섰다.
그 순간.
“정교야!”
어디선가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와, 정교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주장?”
항상 수비 라인 앞에서 올라오는 일이 없던 윤석이 드물게 2선 지역까지 침투해 자신에게 손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정교는 반사적으로 그에게 공을 패스했다.
다급하게 보낸 공이 불규칙하게 바운드되면서 윤석의 앞에서 튀어 오른다.
윤석은 떠오르는 공을 바라보며 자신의 앞을 바라봤다.
전방이 활짝 열려 있었다.
마치 빛이라도 나는 것처럼 훤하게 드러난 그 공간을 바라보며 윤석은 발을 내디뎠다.
축이 되는 발목에 힘을 잔뜩 주고 한쪽 다리를 크게 휘두른다.
허벅지의 근육이 말의 단단한 다리 근육처럼 꿈틀거리면서 발등으로 정확히 공을 때렸다.
콰아앙!
마치 공이 터진 것과 같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미처 막지 못할 속도로 빠르게 공이 뻗어 나간다.
수비수까지 제쳐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선 공을 향해 골키퍼가 손을 뻗었다.
퉁!
힘이 실린 공은 골키퍼의 손까지 튕겨 내면서 그대로 가차 없이 골대 안으로 쑤셔 박혔다.
골을 알리는 휘슬과 동시에 선수들이 환한 얼굴로 윤석에게 달려갔다.
“와, 캐논 슛, 쩔어!”
“덩칫값 제대로 하네!”
“소름 돋는다, 저거 슈팅 맞으면 죽는 거 아니야?”
“그건 모르겠는데 골키퍼 문제 생긴 거 같은데?”
정교의 마지막 말에 모두의 시선이 수원의 골키퍼를 향했다.
수원의 골키퍼는 손을 부여잡고 무릎 꿇고 앉아 고통 어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다급하게 의료진들이 투입되어 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수원 측에서 더 이상 경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골키퍼가 교체되어 나갔다.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상대편의 이야기를 엿들은 김 감독이 탄성을 흘렸다.
“손가락이 나갔다고? 허허…….”
금이 간 것인지 부러진 것인지 모르지만, 골키퍼는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위력적인 슈팅이었는지 보여 주는 것이었다.
김 감독의 눈이 빛났다.
“무기 하나가 더 있었네.”
잘 활용한다면 부천의 또 다른 공격 옵션이 되어 줄 한 가지가 눈에 보였다.
그것과 별개로 경기는 추가 골, 그것도 골키퍼의 부상까지 입힌 윤석의 골로 인해서 수원의 기세가 크게 죽고 부천이 경기를 지배하다 그대로 3 대 1로 마무리되었다.
부천이 5연승으로 연승 행진을 이어가게 된 것이었다.
모처럼 유소년의 경기까지 챙겨 본 부천 팬들은 환호하며 부천 선수들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