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70)
형제의 축구-170화(170/251)
형제의 축구 170화
담기엔 너무 큰
8 대 0이라는 기록은 라이프치히에게 있어서 역대 최다 득점 승리이기도 했지만, 함부르크에게도 최다 득점 차 패배의 경기이기도 했다.
과거 2013년 당시 바이에른 뮌헨에게 9 대 2로 7점 차 패배를 당한 이후 최대의 치욕이었다.
하지만 함부르크는 이것에 부끄러워하기보다 자신의 팀 선수가 보여 준 비신자적인 행위를 더욱더 부끄러워했다.
그것은 비단 함부르크뿐만이 아니었다.
정우를 향한 살인이나 다름없는 태클에 분데스리가에서도 함부르크를 성토하며 분데스리가에서 있을 수 없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수많은 언론에서 보도했다.
라이프치히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공식적인 항의를 축구협회와 함부르크에게 보냈고, 함부르크는 공식석상에서 감독과 수비수가 나와 사과를 해야 했고, 축구협회는 주심의 실수를 인정하고 주심과 수비수에게 징계와 벌금을 내릴 것을 발표했다.
한편 동생의 부상으로 각성 아닌 각성을 하며 8 대 0 승리를 이끈 듀란 한윤석도 화제가 되었다.
8골을 모두 관여해 4득점, 4도움을 기록하며 평점 1점을 기록했다.
1경기 최다 공격 포인트의 대기록이었다.
당연히 독일의 인터넷 포털에서 반응은 뜨거웠다.
-함부르크의 이번 행위는 비신사적인 것을 넘어서 살인미수나 다름없어. 제대로 머리를 맞았다고 생각해 봐. 우리는 더 이상 분데스리가를 빛내는 위대한 공격수를 볼 수가 없게 되는 거야.
-나는 이날 경기를 직접 보러 갔어. 골을 넣은 선수에게 뒤늦은 태클을 넣는 모습을 보고 나의 팀이긴 하지만 레드카드를 받지 않는 것이 의아했지. 아마 나와 같이 경기를 본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생각할 거야. 그리고 우리는 그에 대한 대가를 혹독히 치렀지.
-한 사람이 8골을 만들어 냈어. 물론 그가 모두 골을 넣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정말 듀란이라는 이름이 너무나도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 줬어.
-건드려선 안 되는 사람을 건드린 거지…….
-달리는데 힘으로 버티다 부상당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애들하고 어른이 축구하는 줄 알았어.
-골키퍼 잘 보면 듀란의 중거리 슈팅이 무서워서 피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건 수비수들도 마찬가지였어.
└듀란을 막으려는데도 울면서 달려가는 것 같더라, 울보자식들.
-빌어먹을 함부르크! 우리 정우는 어떻게 되는 거야!
-징계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어.
-우리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차붐 이후에 최악의 반칙이라고 하셨어. 차붐도 이런 일을 당했던 모양이야.
└내 기억에 선수로서 재기가 될까 싶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당했지. 그럼에도 차붐은 자신에게 부상을 입힌 그 선수를 용서했어. 그게 아직도 기억에 남네. 그는 위대한 스포츠인이었다. 그리고 형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하지만 함부르크의 선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동방의 위대한 선수가 별일 없기를 바라며…….
-그래도 정우가 오늘 경기에서 22경기 연속 골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만들어 냈어. 나는 정우의 미래가 너무나도 기대돼. 부디 이번 부상이 별거 아니고,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길 바라.
독일의 포털 사이트에서는 함부르크의 수비수를 욕하고 윤석을 칭찬했으며 정우를 걱정했다.
한국에서는 한때는 손형민을 키운 함부르크를 욕하기보다 그 수비수를 집중적으로 욕하고 해당 트위터를 초토화시키는 등 인터넷 강국(?)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어쨌든 함부르크 경기 역시도 역사를 만든 경기가 되었다.
그 가운데…….
“아, 따분해.”
난생처음 병실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정우는 지루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가 그리 따분해. 다쳤으면 얌전히 누워서 푹 쉬어야지.”
그런 정우의 옆에는 주희가 앉아서 사과를 깎고 있었다.
그날 부상으로 귀가 2센티미터 이상 찢어지고 짓이겨진 것 외에 가벼운 뇌진탕을 입은 정우는 며칠간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의식이 돌아오고 첫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은 온 데 간 데 없고 지금은 따분함만이 남아 있는 정우는 몸을 뒤척이다가 벌떡 상체를 일으키고 주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이제 퇴원해도 되지 않을까?”
정우의 말에 주희가 고리눈을 뜨고 바라본다.
“끄응…….”
그 살벌한 눈빛에 찔끔한 정우는 다시 몸을 누였다. 그런 정우의 입에 주희가 사과를 물리며 말했다.
“할머니께서 경기를 보고 얼마나 깜짝 놀라셨는지 알아? 큰일 나는 줄 알고 당장 함부르크로 가자고 난리도 아니셨어!”
“뭐, 내가 일부러 다쳤나…….”
“그래도 그렇지. 어휴, 진짜 뭐 그런 인간이 다 있어? 선수도 아니야, 그런 사람은.”
“뭐, 샘나서 그랬겠지, 이 몸의 재능이.”
“으이구, 말이라도! 이거나 먹어!”
주희는 정우의 입에 다시 사과를 밀어 넣었다.
정우는 그런 주희를 보고 히죽 웃었다가 이내 귀를 부여잡았다.
“아야야…….”
“왜? 무슨 일이야?”
“웃으니까 근육이 밀려서 귀가 얼얼하네.”
“귀가 찢어졌으니 오죽하겠어. 조심해!”
“잘생긴 얼굴 안 상한 게 어디야.”
정우는 그리 말하면서 TV를 바라봤다. 연일 뉴스가 보도되는데 스포츠 부분은 온통 한윤석과 함부르크의 대한 이야기들뿐이었다.
“아니, 나는 부상당한 것 빼고는 왜 아무런 이야기가 없는 거야? 무려 22경기 연속 골을 넣어 줬는데!”
“그게 그리 대단해?”
“그럼 축구 역사상 최초인데, 당연히 대단하지! 아오, 부상으로 결장만 안 하면 23경기, 24경기 연속 골도 넣어 줄 수 있는 건데.”
“어이구, 대단하시네요.”
정우는 비아냥거리는 주희의 말을 듣고 어깨를 활짝 피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럼 대단하지! 얼른 경기 복귀해서 1경기라도 더 뛰어야 하는데……. 40골 못 넣음 어쩌냐.”
“40골이면 엄청난 거 아니야? 지금 골 넣은 기록만 해도 대단하다고 사람들이 그러던데……?”
“40골이면 기록 갱신이라고. 그리고 보너스도 나와. 억 소리 나는 보너스가.”
“억? 진짜? 헐…….”
“5억이던가? 계약서 본 지가 오래되어서 기억도 안 나네…….”
“보, 보너스가 5억?”
주희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지자 정우는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와, 진짜 자괴감 드네……. 누구는 진짜 열심히 일해도 1억을 못 버는데 누구는 한 해애 수십억을 벌어들이다니…….”
“나도 열심히 일하거든?”
“알아! 그래도 엄청나다 진짜…… 와…… 우리 결혼할까?”
주희가 해맑게 웃으며 물어 온다. 평소라면 ‘그럴까?’ 하고 환하게 웃을 정우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히죽 웃는다.
“생각해 볼게.”
“와…… 너 변했다?”
“밀당이야, 밀당!”
정우와 주희가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정우에게 잠시 원치 않던 휴식이 주어진 동안에도 분데스리가는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슈투트가르트를 상대하는 23라운드, RB 라이프치히는 윤석의 어시스트를 얻은 로벤의 골로 승리를 가져가며 23연승을 기록하고, 이어서 24라운드 하노버96와의 경기에서는 로테이션을 부여하며 윤석에게 휴식을 주고 지금까지 출장기회를 별로 받지 않은 선수들을 위주로 경기를 풀어 나갔다.
아쉽게 이날 경기에서 라이프치히는 1 대 1 무승부로 연승 행진을 마무리 지으며 23경기 연승 기록을 분데스리가에 남기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다음 경기는 독일컵.
공교롭게도 독일컵 3라운드의 상대도 하노버96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2 대 0 승리를 거두면서 독일컵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게 되었다.
3경기를 보낸 라이프치히에게 찾아온 것은 PSV와의 2차전이었다.
이미 1차전에서 3 대 1을 기록한 라이프치히로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챔피언스 리그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오늘…….
-네, 후반 10분여가 흐른 지금! 실바를 대신해서 한정우가 투입됩니다. 4경기 만에 필드에 복귀하게 되는 한정우네요!
-연속 골 기록은 부상으로 인해 멈추게 되었지만, 22경기 연속 골로 리그 35골,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6골로 득점왕 경쟁에 가담하고 있는 분데스리가 최강의 공격수의 등장입니다.
-부상으로 경기력이 저하되지는 않았을까 우려되긴 하지만 오늘 1 대 0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우가 경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 기대되네요.
-오히려 휴식을 취하게 되어서 컨디션이 좋을지도 모를 일이죠.
정우가 투입되어 들어가자 레드불 아레나가 함성 소리로 진동했다.
여기저기에서 블리츠를 연호하다가 이내 정우를 위한 응원가가 들려온다.
-하하, 홈 팬들의 열렬한 환영이 있네요.
정우는 홈팬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면서 필드를 둘러보았다.
PSV 선수들의 경계어린 시선, 동료들의 기대 어린 시선.
그리고 관중들의 함성.
“이거지.”
정우는 새삼스럽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바로 여기, 필드라는 것을 느꼈다.
필드 위에 들어서기 전만 해도 몸이 조금 무거운 느낌이었는데, 필드 위에 올라서는 순간 몸이 미친 듯이 가볍고 즐거워 죽을 것만 같았다.
“역시 난 필드 체질이야.”
정우는 크게 숨을 들이켜고 이내 경기에 집중했다.
여전히 그의 발은 빨랐고, 날카로웠다.
-득점! 득점! 한정우가 투입된 지 단 9분 만에 동점골을 만들어 냅니다!
-이겁니다! 이거죠! 형이 찔러 주고 동생이 넣습니다! 환상적인 형제의 패턴이에요!
정우는 모처럼 포효하면서 필드에서 자신의 등 번호를 가리켰다.
수많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9번이라는 숫자.
지금 이 필드에서 저 숫자와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 정우 말고 또 있을까?
“없지, 없어.”
정우는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다는 듯 웃으며 필드를 가로질렀다.
뒤에서는 든든한 형이 받쳐 주고 있었다.
자신이 기절한 사이에 단숨에 8골을 만들어 낸 괴물이 말이다.
뒤에서 형이 플레이로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너는 걱정 없이 뛰어, 내가 만들어서 찔러 줄 테니까.’ 하고 말이다.
그럼 답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정우는 필드를 가르고 뻗어 오는 공을 발로 가져가면서 우아하게 슈팅했다.
철썩!
-고오오오오올! 또다시 골입니다! 이렇게 역전을 하네요! 현재 스코어는 2 대 1! 종합 스코어 5 대 2입니다!
-경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승리가 확실시됩니다!
정우는 주먹을 불끈 쥐고 형에게 달려가 포효했다.
윤석도 그런 동생을 보며 포효했다.
-형제가 나란히 포효합니다. 라이프치히를 지탱하는 두 마리 황소, 바로 형제입니다!
열광 속에서 하센휘틀은 흐뭇하게 웃었다.
[대단한 친구들이야.]한편으로는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계속해서 재계약을 타진하고 있었지만, 계속되는 거절 속에서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3월.
시즌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계약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어쩌면 계약을 진행시키지 못한 채로 어설픈 반년을 보내고 공짜로 보내느냐, 아니면 보내면서 이익을 남기느냐 기로에 선 것일지 모른다.
[후우…….]훌륭한 선수는 어중간한 클럽의 입장에서는 딜레마가 된다.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되기 때문이다.
[그걸 생각하면 아직 우린 빅클럽이라 보기에 어렵군…….]무섭게 커 가는 상황이었지만, 아직 라이프치히의 입지는 작았다.
[아니, 쟤들을 담기에 작은 거겠지, 우리 구단이.]좋으면서 좋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하센휘틀은 더욱더 씁쓸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