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73)
형제의 축구-173화(173/251)
형제의 축구 173화
-전반전이 마무리됩니다. 스코어는 2 대 1로 바르셀로나가 앞서가고 있구요.
-원정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를 압도하던 라이프치히였는데, 오늘은 또 양상이 다르네요. 운수에 감독이 노린 것인지 몰라도 이니에스타와 샴페르의 투입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만약 이대로 스코어가 유지된다면 연장전, 그리고 승부차기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시즌이 막바지인 상황이라 90분 이상의 경기를 제 기량을 가지고 플레이하기에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후반에는 아마 양 팀 모두 승리를 결정짓기 위해서 승부수를 던질 것 같네요.
전반을 고전했지만, 하센휘틀은 의외로 선수들에게 불호령을 내리거나 흥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한 얼굴로 선수들에게 후반을 위한 전술을 지시하고 있었다.
[이니에스타가 생각보다 더 대단한 활약을 보여 줬다. 물론 전반뿐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좀 더 타이트하게 붙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아무튼, 이제 후반이다. 지시대로 플레이한다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역전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보여지는군. 집중해서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4강에 진출해 보자!]하센휘틀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번만 넘어서면 지난 시즌에 도달하지 못한 4강, 준결승이었다. 그리고 그 4강에서 이긴다면 영광의 결승이다. 모든 클럽들이 꿈에도 그리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 말이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빅이어를 거머쥘 수 있는 그 순간을 하센휘틀이 바라듯이 다른 선수들 역시 그 순간을 꿈에 그리고 있었다.
남은 45분.
기로에서 선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다시 필드 위에 올랐다.
-네, 후반전이 시작됩니다.
-바르셀로나가 공을 주고받으면서 빠르게 앞으로 빌드업합니다. 승부를 결정지으려는 듯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나서네요.
필드를 바라보며 하센휘틀은 고소를 지었다.
[그래, 서둘러 1골이라도 더 넣고 싶을 테지.]바르셀로나의 의도는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격차를 만들려는 그 이유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가장 고비였다. 이들의 공세를 막아 내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하센휘틀은 여유가 있었다. 그들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가 보기에 이미 바르셀로나는 균열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방에서 공격을 주도하던 젤케가 내려와 중원을 지원했고, 윤석은 여전히 이니에스타를 바짝 쫓아서 그를 압박하고 있었다.
거대한 덩치의 윤석이 이니에스타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자 그에게 공을 주는 게 어려워진 상황에서 부스케츠나 샴페르가 그를 거치지 않고 전방으로 볼을 보내려고 했지만, 샴페르 역시 긴터에게 차단당한 상황이고 그들보다 약간 아래에 위치한 부스케츠도 젤케와 케이타에게 견제를 받기 시작했다.
거센 압박에 바르셀로나 미드필더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MSN 라인도 직접 공을 가지고 운반할 요량으로 점차 아래로 내려가는데 이들에 맞춰서 라이프치히의 수비진도 라인을 올리면서 더욱더 그들을 압박해 들어갔다.
[헉…… 헉…….]그렇게 후반 15분이 되도록 의미 없는 볼 다툼이 계속되면서 점차 이니에스타의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벗어나 공을 차지하려면 빈번히 자신의 옆에서 파고들어 오는 윤석 때문에 쓸데없는 움직임이 잦아지면서 체력이 낭비되고 있었다. 연신 몸싸움을 걸어오는 것을 상대하는 것도 체력을 낭비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이니에스타는 뺨을 타고 내리는 땀을 닦아 내면서 윤석을 바라봤다.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자석이 자신을 따라 다니는 기분이었다.
[후……!]한숨을 내쉬며 이니에스타는 다시 움직였다.
그 순간 샴페르에게서 공이 뻗어오는 것을 보며 이니에스타는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수아레즈가 근처에서 지금 상황을 목격하고 수비수 사이에서 침투할 준비를 하는 것을 목격하며 공을 받은 이니에스타가 발을 놀리려는 순간.
[윽……!]묵직하게 자신을 밀어 붙이는 윤석의 존재를 느껴야 했다.
이니에스타는 그런 윤석을 벗겨 내기 위해 볼을 옆으로 굴리면서 멀어지려 했지만 윤석은 집요하게 이니에스타에게 붙어서 체중을 전달하면서 공을 뺏기 위해 발을 들이밀려 했다.
이니에스타는 필사적으로 공을 굴리면서 윤석을 벗겨 내려고 애썼는데 윤석은 그런 이니에스타를 차분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반들반들한 대머리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을 보면서, 숨결이 거칠어지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이니에스타 본인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그는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와도 같았다.
뺏기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지만, 뺏지 않고서 일부러 이니에스타가 재간을 부리도록 윤석이 관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패스를 하지 못하도록 전방을 가로막으면서 말이다.
이미 지쳐서 시야가 좁아지고 판단력이 흐려지기 시작한 이니에스타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서 열심히 윤석을 피해 앞으로 공을 전달할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윤석은 자신의 손 안에서 놀아나는 이니에스타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었다.
우상은 우상일 뿐.
이제는 그의 시대가 아님을 절실히 느꼈다.
이런 상황을 연출한 사람이 생각할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 윤석은 여유가 있었다.
어느 정도 그를 밀어붙이던 윤석은 이제는 되었다 싶어 미련 없이 발을 뻗었다.
-한윤석! 이니에스타의 공을 뺏습니다! 이니에스타, 잘 버텨 주었지만 너무 욕심을 내지 않았나 싶네요.
-예전과 다르게 자신의 가치를 어필하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아, 라이프치히 빠르게 역습에 나서네요! 윤석에게서 단숨에 로벤에게로! 로벤, 공을 가지고 측면 라인을 타고 올라갑니다!
로벤은 자신의 앞에 베르나트가 나타나 가로막자 미련 없이 중원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젤케가 나스타시치와 볼 경합에서 그를 밀어 내고 공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어 아래로 떨궈 주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바운드되는 공을 정우가 낚아챘다.
정우가 속도를 내기 위해 발끝으로 잔디를 박차려는 순간 히메네스가 귀신같이 나타나 정우의 앞을 막아선다.
정우는 당황하지 않고 히메네스에게 달려들었다.
좁은 공간에서 들이받을 듯 달려오는 정우를 긴장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히메네스를 바라보며 정우가 급격히 방향을 전환했고, 히메네스는 그것을 보고서 그대로 정우를 따랐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정우에게 속았다는 것을 몇 걸음 떼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정우의 발 앞에 있어야 할 공은 어느새 온데간데없고 뒤쪽에서 젤케가 공을 가지고 달려 나가 슈테겐을 맞이하고 있었다.
정말 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움직임으로 히메네스를 속이면서 정우는 발을 놀려 젤케에게 공을 밀어 줬던 것이다.
-젤케에에에! 슈우웃, 골! 젤케의 골입니다!
-동점입니다! 종합 스코어에서 다시 라이프치히가 1점 앞서가네요!
젤케가 환하게 웃으며 정우와 함께 골의 기쁨을 나누는 사이.
필드 가운데에선 지친 듯 허리를 숙이고 무릎 위에 손을 올려 둔 채 숨을 헐떡이며 이니에스타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보니 이니에스타 선수가 굉장히 지쳐 보입니다. 지금이 후반 21분인데 홀로 연장전을 뛴 것처럼 힘겨워 보이네요.
-이니에스타만큼은 아니지만 샴페르 선수도 지쳐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오랜 시간 부상에서 복귀한 상황인 만큼 경기력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탓도 있는 것 같네요.
무르익다 못해 오히려 역습을 통해서 골을 만들어 내자 하센휘틀은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더 밀어붙이자! 다 끝났다!]기다리던 순간이었다.
바르셀로나가 초반에 어떻게든 경기를 풀어 나가려 했던 이유.
그리고 지금 다급하게 선수 교체를 준비하는 이유.
바로 중원의 선수들의 체력 문제였다.
오늘 구성된 선수들은 뛰어난 활약을 보여 주고 있었지만, 샴페르나 이니에스타 모두가 체력에서 문제가 있는 상황이었고, 그런 만큼 라이프치히는 이들의 체력을 소모시키는 것에 전력을 다했다.
시즌 말, 라이프치히의 선수들도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바르셀로나만큼은 아니었기에 시도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그들이 안달이 나 있는 상황에서 잘 막아 내고 체력까지 소비시켰으니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이었다.
뒤늦게 이니에스타를 데니스 수아레즈로 교체했지만, 주도권은 라이프치히가 쥐게 되었다.
라이프치히는 중원을 틀어쥐면서 MSN에게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오히려 공을 빼앗아 공격적으로 바르셀로나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반 34분.
정우가 측면으로 공을 몰고 들어가면서 히메네스를 끌어들이다가 중앙으로 공을 패스했다.
낮게 뻗어가는 공이 이내 한 사람의 발에 닿는 순간.
쾅!
천둥이 내리쳤다.
낮고 빠르게 뻗어가는 공이 슈테겐을 지나쳐 그대로 골대에 쑤셔 박히는 것을 보고서 윤석이 포효했다.
-듀란의 골! 형제가 멋진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3 대 2! 종합 스코어 5 대 3으로 라이프치히가 훌쩍 앞서갑니다.
-지금 상황에서 바르셀로나에겐 치명적인 골입니다!
골을 먹은 바르셀로나는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샴페르도 교체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공격을 시도하기까지 했지만 승부는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네이마르와 수아레즈의 합작으로 만들어 낸 상황으로 위기가 찾아오긴 했지만, 조 하트의 선방으로 막아 낸 라이프치히는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주심이 휘슬을 부는 순간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들어 올렸다.
-라이프치히!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구단 최초로 4강에 진출하게 됩니다! 멋진 선수들, 멋진 활약이었습니다!
-역사적인 순간이네요. 제가 라이프치히를 즐겁게 지켜보는 이유죠. 이 팀은 매 경기마다 구단의 역사가 되니까요!
-신생 구단으로 분데스리가로 올라온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까지 진출하는 강팀이 되었습니다. 라이프치히의 팬들은 지금 이 순간을 참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할겁니다!
마침내 4강까지 오르게 되었다.
모두가 흥겹게 지금 이 순간을 기쁘게 여기는 사이.
윤석이 이니에스타를 찾았다.
[유니폼을 바꾸자는 거야?]이니에스타가 윤석을 바라보며 물어왔다. 최근에는 에스파냐어도 공부하기 시작한 윤석이었기에 단어들을 조합해서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윤석은 미리 연습한 말을 그에게 건넸다.
[당신은 나의 우상이기도 합니다. 유니폼, 부탁드립니다.]윤석의 어설픈 발음에 이니에스타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에게 유니폼을 건넸다.
[내가 만나 본 선수들 중에서 네가 제일 무서웠다. 기대하지, 앞으로를.]윤석은 이니에스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그저 씨익 웃었다. 살벌하던 아까와 다른 순박한 모습에 이니에스타는 또다시 웃음을 흘리며 필드를 빠져나갔다.
한편, 정우도 한 선수에게 다가가 유니폼을 건네고 있었다.
“내놔, 유니폼.”
정우가 당돌하게 유니폼을 건네며 한국어로 말을 하자 메시는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정우의 유니폼을 받아 들고 자신의 유니폼을 벗어 줬다.
[너 엄청 빠르더라.]“뭐라는 겨?”
윤석과 달리 전혀 에스파냐어를 배우지 않은 정우는 메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메시의 유니폼을 받으며 활짝 웃었다.
[다음에 다시 붙어 보자고.]메시는 그런 정우의 머리를 두들기며 지나쳤다.
정우는 그런 메시를 바라보지 않고 유니폼을 보고 그저 웃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거 경매에 올리면 비싸게 팔리려나?”
……언제나 모든 사고가 돈으로 연결되는 정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