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74)
형제의 축구-174화(174/251)
형제의 축구 174화
하무이!
8강전이 마무리되고 라이프치히는 최초로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사람들은 한 걸음 더 다가선 빅이어를 향해 손짓했지만, 빅이어를 향한 길은 여전히 요원했다.
4강 진출 팀으론 맨시티와 AT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가 있었는데, 세 팀 모두 만만한 팀은 아니었다.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첫 시즌 부침을 겪은 맨시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족한 부분에 선수들의 영입이 이뤄지고, 과르디올라의 전술이 자리를 잡아 가면서 프리미어 리그에서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우승을 다투는 강팀이었고, AT 마드리드는 전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팀이었으며, 레알 마드리드는 여전히 세계적인 스타들과 그들을 멋지게 통솔하는 지네딘 지단 감독이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일찍이 우승을 확정 지은 팀이었다.
쉽지 않은 세 팀 중 라이프치히가 4강에서 마주하게 된 팀은…….
레알 마드리드였다.
사실 세 팀 중에서 가장 상대하기 난감한 무서운 팀이었다.
기량이 저하되었다고 사람들이 평가절하 하지만 여전히 팀에서 스트라이커로서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시작으로 이제 기량과 경험이 어우러져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가레스 베일, 그들을 보좌하는 토니 크로스와 모드리치가 있고, 이번 시즌에 선수들을 대거 물갈이하면서 데려온 파울로 디발라, 앙토니 마샬, 루가니, 마르코 베라티와 같은 스타 선수들이 즐비했다.
지단은 이들을 이끌고 이번 시즌 단 1패를 기록하며 조기에 우승을 확정 지은 상황이었다.
유난히 어린 선수들로 전술적으로 뛰어난 팀보다는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팀에게 이상할 정도로 약한 모습을 보이는 라이프치히로서는 난감한 상대였다.
어려움이 예상되는 챔피언스 리그와 달리 분데스리가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라이프치히는 출장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면서도 묀헨글라드바흐에게 승리를 차지하게 되었는데, 바이에른 뮌헨이 이번 30라운드에서 무승부를 기록하게 되면서 승점이 10점으로 벌어져 다음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면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아니,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지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모든 것에 승승장구할 수는 없었다.
포칼컵에서 라이프치히는 준결승에서 1 대 0으로 패배하면서 탈락하게 되었다.
유난히 인연이 없는 포칼컵이었기 때문에 아쉽긴 해도 라이프치히는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에 만족했다. 하센휘틀은 내심 잘되었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포칼컵 우승까지 신경 쓰기에는 자신의 역량이,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육체적으로 힘겨워하기 시작한 선수들에게 포칼컵까지 쟁취하자는 심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 가운데 묀헨글라드바흐와 싸움을 끝내고 모처럼 하루 휴가를 받은 형제의 집은 평온했다.
정우는 이른 시간 주희와 함께 복순이와 복순이 2세들을 데리고 산책에 나섰고, 할머니는 평온한 오후 요즘들어 재미를 들이기 시작한 뜨개질에 열중하고 계셨다.
“바! 바아!”
한참 리클라이너 소파에 앉아 뜨개질에 열중하던 할머니는 들려오는 아기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아이구, 세아야. 거서 뭐 하누?”
아래층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할머니의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욱더 많은 세아가 열심히 기어 다니고 있었다.
이제 2백 일이 막 지난 세아는 정말로 열심히 기어 다녔다.
이때가 부모로서 육아를 하는 데 가장 힘든 시기였다.
아기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궁금한 것도 많고, 집이라는 공간이 좁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해 마구 돌아다니고, 나가자고 자꾸 떼를 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세아는 또래 아이들보다 더했다.
아빠를 닮아서 신체 발달이 매우 빠른 것인지 기어 다니는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다.
온 집 안을 헤집고 다니면서 사고 칠 것을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부우! 부!”
세아가 할머니의 부름에 고개를 돌려 자신의 증조할머니를 보더니 손을 마구 휘젓기 시작한다.
증손녀의 모습에 할머니는 뜨개질하는 것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세아에게 다가갔다.
“뭐가 그리 궁금해 이 할미를 부르누?”
증조할머니란 단어가 어색한 할머니는 스스로를 할머니라 칭하며 세아에게 물었다. 세아는 할머니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무언가를 바라보며 손을 마구 휘젓는다.
“저게 그리 궁금했누?”
할머니는 세아가 바라보는 것을 손에 집어 들었다. 리모컨이었다.
“이거는 리모컨이여, 리모컨.”
할머니가 세아에게 리모컨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손에 쥐여 줬다. 세아는 리모컨을 신기한 듯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입으로 가져가기 시작한다.
“어허! 안 돼!”
할머니의 엄한 목소리에 세아가 멈칫한다.
“빠아?”
“그래, 안 돼. 리모컨 입에 넣으면 지지여, 지지.”
“우아응! 으에!”
“이리 줘. 리모컨, 할미 줘.”
할머니가 손을 내밀자 세아는 얌전히 리모컨을 할머니에게 건넨다. 할머니는 그런 세아의 볼을 어루만지며 웃었다.
“어이구, 내 새끼. 이쁘기도 혀라. 말 잘 듣네!”
할머니는 웃으며 세아를 안아들었다. 세아가 뭐가 그리 좋은지 자지러지게 웃음을 터뜨린다.
“그려, 할미가 안아 주니 좋아? 우리 강아지, 이뻐라!”
할머니의 말을 유심히 듣던 세아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더니 할머니의 얼굴을 손으로 툭툭 만진다.
“무이! 무!”
“그려, 내가 네 증조할미야, 증조할머니!”
“하무……!”
“할머니!”
“하…… 하…… 하무이!”
세아의 외침에 할머니는 순간 얼음이 되었다.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세아를 바라보는 사이 세아는 막혔던 둑이 터진 듯 환하게 웃으며 외치기 시작했다.
“하무! 하무이! 하무이!”
“어이고, 시상에!”
할머니는 화들짝 놀라서는 서둘러 발코니를 바라봤다. 발코니에서는 이보네가 빨래를 널고 있었다.
“아가! 새아가!”
할머니가 세아를 안고서 부랴부랴 발코니 문을 열자 이보네는 의아한 얼굴로 할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할머니, 무슨 일 이써요?”
“세아 봐라, 세아가 글씨……!”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아들은 것인지 세아가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할머니를 보고서 다시 외쳤다.
“하무이!”
이보네의 두 눈도 휘둥그레 떠졌다.
[어머나! 어머 어머! 세아가 지금 할머니 부르는 거죠?]놀란 이보네는 독일어로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는 금방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러게나 말여!]이 놀라운 사건은 순식간에 가족들에게 퍼졌다. 조깅을 하고 온 윤석이 제일 먼저 들어왔고, 개들을 데리고 데이트를 나갔던 정우와 주희도 서둘러 집으로 들어왔다.
온 가족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세아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는 상황.
세아는 그런 가족들의 기대에 부합하듯 할머니를 보며 외쳤다.
“하무이!”
“오오오오!”
“맙소사!”
“어머나!”
모두가 동시에 탄성을 터뜨렸다.
윤석은 세아가 할머니를 외치는 순간 세아를 번쩍 안아 들었다. 세아가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사이에 정우가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살다 살다 엄마, 아빠도 아니고 할머니를 먼저 말하는 아기는 처음 보네. 게다가 그게 내 조카라니…….”
“그러게 서운한데?”
“나 진짜 서운해.”
윤석이 씁쓸하게 웃고 이보네가 장난스럽게 울상을 짓는 사이 주희가 현실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아무래도 집에 가장 오래 있는 사람이 할머니랑 이보네잖아. 그런데 생각해 봐, 엄마, 아빠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을까, 아니면 할머니란 말을 먼저 들을까?”
주희의 말에 정우가 손뼉을 치며 공감했다.
“그러네! 온 가족이 가장 많이 쓰는 호칭이 할머니였어. 나도 형도 이보네도 주희 누나도 다 할머니, 할머니 하니까. 세아가 가장 많이 듣는 호칭이 할머니여.”
그 말을 들은 모두가 일리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와중에 세아는 해맑은 얼굴로 아빠의 팔에 걸터앉아 있었다. 아빠가 워낙 크다 보니 아빠의 팔이 침대나 놀이 기구나 다름없는 세아였다. 그런 세아를 보며 할머니는 마냥 흐뭇하게 웃었다.
“증손주한테 할미 소리까지 듣고 이제 여한이 없구먼.”
“아, 또 그 소리 한다.”
정우가 기다렸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사이에 세아는 연신 처음 배우고,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하무이, 하무이!”
“그려, 할미 여기 있다!”
할머니는 냉큼 윤석에게서 세아를 안아 들었다.
세아가 좋다고 웃음을 흘리는 것을 보고 이내 모두가 흐뭇하게 웃음 지었다.
이보네는 내심 엄마라는 소리를 듣지 못해 서운했지만, 그래도 할머니가 좋아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모처럼 온 가족이 행복해진 하루였다.
* * *
그리고 찾아온 운명의 날.
호펜하임을 상대로 라이프치히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의 주인을 결정지을 수 있는 31라운드를 치르게 되었다.
레알 마드리드와 대결이라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음에도 라이프치히는 오늘 총력전에 나섰다. 윤석과 정우가 투입되었고, 이번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며 선발 기회가 많았던 선수들 모두가 출전하게 되었다.
호펜하임은 이번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 주면서 리그 5위에 자리 잡고 있어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라이프치히의 홈경기였고, 수많은 관중들이 2연패를 달성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자리 잡고 있었다.
만약을 대비해서 마이스터 샬레도 대령된 상태였다.
[오늘 같은 경기에서 절대로 져서는 안 되는 거…… 다들 잘 알고 있지?] [네!] [그래, 마이스터 샬레가 코앞에 있다. 우리의 2연패를 홈에서 자축하도록 하자. 가자!]하센휘틀과 선수들은 전의를 불태우며 필드를 나섰다.
수많은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렇게 마이스터 샬레의 향방을 결정지을 경기가 시작되었다.
호펜하임의 저항은 거칠었다.
사실 대부분의 팀이 라이프치히를 상대로 저항하고는 했다.
예전이라면 거칠게 밀어붙이는 상대에게 당황할 법도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예전의 라이프치히가 아니었다.
어리지만 모두가 우승을 경험했고, 챔피언스 리그에서 2년 연속으로 좋은 성적을 낸 팀이었고, 23경기 연승을 기록하며 분데스리가에서 떠오르는 무적의 팀이 된 라이프치히였다.
이런 저항 따위?
더한 모습으로 짓밟으면 그만이다.
불안한 멘탈은 어느덧 젊음의 패기로 바뀌어 있었고, 재능은 만개하고 있었다.
-라이프치히, 선제골! 다비 젤케!
-한정우가 리그 마흔두 번째 골을 성공하네요!
-아아, 한윤석 골입니다!
-로벤, 골골골! 한 시즌 더 연장 계약에 성공하며 자신이 아직도 현역임을 과시하는 그 답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 주며 팀의 네 번째 골을 성공합니다!
호펜하임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전반에만 4골을 넣은 뒤 정우가 나가고 윤석이 교체되었으며 로벤도 이내 필드를 빠져나갔다. 그 자리를 다른 선수들이 채우면서 핵심 선수들은 휴식을 취해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를 대비했지만, 교체된 선수들만으로도 라이프치히는 강했다.
삑! 삐익! 삐이익!
[와아아아아아!]주심의 종료휘슬과 동시에 라이프치히의 깃발이 휘날리고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라이프치히! 6 대 1로 호펜하임을 무너뜨리며 18-19 분데스리가에서 우승을 거머쥡니다!
-마이스터 샬레의 주인은 라이프치히가 되었습니다! 무려 2연패! 분데스리가의 돌풍으로 불렸던 라이프치히는 이제 더 이상 다크호스가 아닙니다! 진정한 강자예요!
-라이프치히가 역사상 두 번째 마이스터 샬레를 차지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1년이었습니다!
라이프치히가 분데스리가 2연패를 달성했다.
라이프치히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기념비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기쁨을 함께 누리며 선수들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