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77)
형제의 축구-177화(177/251)
형제의 축구 177화
때가 왔다
-한윤석. 한정우에게 패스!
정우는 공을 잡고서 라모스를 상대로 빠르게 달려들었다.
고속으로 달려드는 정우를 바라보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던 라모스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진다.
빠른 속도, 최대한 몸을 숙이고 빠르게 발을 놀려 만들어 낸 라크로케타는 그야말로 팬텀 드리블이라고 불리는 별명에 어울리는 모습을 선사했다.
하지만 라모스의 시선을 벗어났을지 몰라도 바란은 정우를 쫓고 있었다.
빠르게 달려들어 정우에게 태클을 하는 순간 정우는 공을 가지고 훌쩍 뛰어오르며 마치 독수리가 먹이를 쪼듯 자신의 앞에 함께 뛰어오른 공을 옆으로 걷어찼다.
걷어찬 공이 날아가는 곳은 다름 아닌 베라르디의 앞.
베라르디는 자신의 무릎 높이 정도로 날아오는 공을 향해 그대로 발을 휘둘렀다.
펑! 철썩!
-골, 동점 골입니다.
-아쉽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넣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골을 성공한 베라르디나 정우나 표정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그저 허겁지겁 골대 안에 공을 들고서 하프라인으로 뛰어간다.
오늘은 레알 마드리드와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2차전.
경기 시간은 후반 45분을 넘어 인저리 타임이 주어진 상황이었다.
동점 골을 넣었다고 해서 결코 좋아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이미 1차전에서 3 대 2로 패배하게 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하, 이렇게 끝나나.”
정우가 한숨을 푸욱 내쉬면서 어슬렁어슬렁 걸어 들어온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공을 굴리는 것을 바라봤다.
이내 몸을 움직이면서 주심을 바라보는 순간.
주심은 이미 휘슬을 입에 물고 있다가 공이 다른 선수에게 향하기도 전에 그 휘슬을 힘차게 불고 있었다.
삐익! 삐익! 삑!
-경기 끝납니다. 1 대 1 무승부! 최종스코어 4 대 3으로 레알 마드리드가 결승전에 진출하게 됩니다!
-라이프치히 선전하긴 했지만, 이번 시즌은 준결승 진출로 만족해야 하네요. 하지만 대단합니다! 챔피언스 리그, 이제 고작 두 번째 출장입니다. 머지않아 결승전, 빅이어까지 차지하는 그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잘 싸웠어요, 라이프치히!
정우는 땀으로 범벅된 얼굴을 양손으로 쓱쓱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 진짜 아쉽네.”
2년 연속 고배를 마셨다.
사람들은 잘 싸웠다 칭찬을 아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유쾌하지 않았다.
빅이어를 들어 올리는 꿈같은 상황을 얼마나 바랬던가.
“내년에는 더 잘하면 되는 거야, 내년에는.”
그런 정우에게 윤석이 다가와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래, 내년에.”
정우는 그리 말하면서 필드를 둘러봤다.
누군가에게는 꿈의 구장일 수 있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였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보자고.”
정우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이번 시즌 형제의 챔피언스 리그가 막을 내렸다.
챔피언스 리그와 별개로 이미 시즌을 마무리 지은 것이나 다름없는 분데스리가는 남은 일정을 소화하게 되었는데, 정우는 여기에 1골을 더 추가하면서 43골로 분데스리가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또다시 경신하게 되었고, 윤석은 스물다섯 번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마찬가지로 분데스리가 역사에 남게 되었다.
정우는 분데스리가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었으며, 윤석은 분데스리가 선수들이 뽑은 최우수 선수가 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라이프치히는 두 번째 마이스터 샬레를 들어 올리며 분데스리가 2연패를 자축하며 카 퍼레이드를 열었다.
라이프치히의 시민들이 모두가 나와서 축하하며 축제의 장을 여는 멋진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렇게 2018-19 시즌이 마무리되었다.
비록 트로피는 하나밖에 거둬들이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도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의 시즌을 보내게 되었다.
시즌이 마무리되는 순간 형제는 독일 거처에서 휴식을 취하게 되었는데, 시즌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한 사람이 형제를 찾아왔다.
“요즘 많이 바쁜까 봐요? 디게 오랜만인 것 같네.”
정우가 웃으면서 손님을 반겼다.
“그러게, 너희들 덕분에 내 주가가 껑충 뛰어서 말이지. 이래서 에이전트는 선수 복이 좋아야 한다 이거지.”
그는 다름 아닌 티스였다.
평소보다 더욱더 풍성해진 수염을 자랑하는 그였지만, 예전보다 훨씬 더 홀쭉해진 모습이었다.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할 정도로 바쁜 모양이었다.
“형은 어디 갔나?”
“형수랑 조카랑 같이 바람 쐬러 갔어요. 점심 먹고 바로 온다고 했으니 오래 걸리지 않을걸요?”
“그렇군.”
티스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할머니, 오랜만입니다.”
부엌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할머니를 보고서 티스는 넙죽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려, 티스 씨, 오랜만이구먼? 뭔 일이랴?”
할머니의 물음에 티스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제 시즌도 마무리되었고 휴가 기간 동안 스케줄도 점검할 겸 이리 왔죠.”
“좀 쉬게 냅 두지, 바로 일을 시키려 그러는 겨?”
“하하, 빨리 끝내고 푹 쉬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리 일찍 달려왔죠. 전해야 하는 소식들도 있고요.”
“독일 양반이 아주 한국말은 청산유수여, 흘흘.”
할머니가 웃음을 터뜨리자 티스도 호기롭게 웃음을 터뜨렸다.
“자자, 할머니도 들어야 할 이야기인 것 같으니 다 같이 윤석이를 기다려 볼까요?”
“그랴, 세아 아빠 오면 다들 앉읍시다. 밥은 먹고 왔수?”
“그럼요. 오자마자 그리운 고향 음식을 실컷 먹고 왔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흘흘, 그랴, 그럼 차라도 한잔 드시우. 커피 줄까, 녹차 줄까?”
“찐하게 맥심 커피 부탁드려도 될까요?”
“뭘 좀 아는구먼, 우리 티스 씨가.”
할머니가 웃으며 부엌으로 들어가는 사이 정우는 소파에 앉아서 달려오는 복순이 2세들의 머리를 일일이 만져 주면서 물었다.
“시즌 끝난 지 1주일도 안 된 거 같은데 벌써 어디 소식 좀 들어왔나 봐요?”
“흐흐흐, 궁금해?”
“당연하죠. 티스 씨라면 안 궁금하겠어요?”
“그렇지. 하지만 조금 더 기다려 보게. 형이 오면 온 가족이 다 같이 듣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사실 너희들 같은 경우에는 온 가족의 중대사 아니겠나?”
“끄으으응…….”
“그 전에 일 이야기부터 할까?”
“크흐으음…….”
정우의 인상이 구겨지는 것은 신경 쓰지 않고 티스는 자신의 타블렛 PC를 꺼내 들었다.
“자, 보자, 이번 시즌 자네나 윤석이나 너무 큰 활약을 해버리는 바람에 섭외 요청이 한두 개가 아니야. 지난 시즌보다 2배, 3배는 더 늘었어.”
“한국에 2배, 3배는 더 있어야 한다는 소리 같네요.”
한국이 고향이긴 하지만 모든 게 독일에 있는 정우의 입장에서 한국에서 오래 있는 것은 타향살이나 다를 바 없었다. 친한 지인들을 만나러 가는 것도 1주일이면 될 정도로 인맥인 넓은 편도 아니었고 말이다.
“하, 진짜 돈만 아니었으면 내가…….”
정우가 투덜거리는 것을 보며 티스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일이 2~3배는 늘은 만큼 자네들의 몸값도 2배 이상은 늘어났지.”
“……!”
정우의 눈이 번쩍 뜨였다.
“진짜요?”
“당연하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이란 일은 다 주십시오.”
확 달라진 정우의 태도에 티스는 더 크게 웃었다.
“속물주의라는 게 딱 너를 이야기하는 것 같단 말이지!”
“하하핫! 속물이면 뭐 어때요, 돈이 최고인 세상인디!”
정우의 말을 들으며 티스는 웃으면서도 씁쓸해졌다. 돈이 최고인 세상.
아직 어린 정우도 아는 삭막한 사회의 진실이 아닐까 싶었던 거다. 힘든 유년시절을 보낸 만큼 이 어린 선수를 더욱더 집착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철컥.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어요!”
“부아!”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윤석 가족이 집으로 돌아왔다.
“아, 티스 씨.”
윤석은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티스에게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갔다.
“하하, 윤석은 볼 때마다 덩치가 더 커지는 기분이야?”
“하하, 설마요.”
웃으면서 안부를 묻고서 머지않아 온 가족이 거실에 모였다. 해맑게 웃으며 강아지들과 노는 세아를 잠시 바라보던 티스는 이내 가족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먼저 가뿐하게 광고 관련 이야기부터 해 볼게요. 형제에게 나이키와 아디다스에서 광고 제의가 들어왔어요. 다들 알다시피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고, 형제 전용의 축구화도 제작해 준다고 합니다. 기간은 10년, 아시아 최대의 계약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박치성 선수가 기록했던 12년 1백억의 기록을 훌쩍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계약금이에요.”
“와아, 100억이 넘는다고요?”
“그래, 너희는 두 제품 중에서 어디가 좋아?”
“저는 아무래도 나이키가…….”
“저는 아디다스요.”
서로 다른 형제의 취향을 보고 티스가 당황했다.
“둘이 그렇게 다를 줄은 몰랐네. 꼭 나이키와 아디다스여야 하나?”
“으음, 사실 저는 크게 상관없어요. 아디다스 축구화가 예뻐서 좋아하는 거라서요.”
정우가 씨익 웃으면서 말하고는 형을 바라봤다.
“저도 전용 축구화가 생긴다면야 크게 상관없습니다. 스터드가 묵직해서 좋았던 거거든요.”
“그렇군. 그럼 두 사람이 의견을 모아서 한 메이커를 고르는 걸 추천하지. 형제가 같이 하면 계약금이 플러스알파가 되거든.”
“아.”
형제가 탄성을 터뜨리는 사이 티스는 타블렛 PC를 넘기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외에 광고 제의로는…… 윤석이는 기존 것들은 그대로 유지되는 상태에서 공익 캠페인 하나, 그리고 등산용품, 면도기 광고, 남성 화장품 광고, 운동기구……. 더럽게 많네. 따로 메일로 보내 줄 테니까 마음에 드는 걸 골라 봐. 정우는 의류나 여성 화장품 모델까지 있네. 아무튼, 정우도 메일로 확인해 봐.”
“넵.”
정우는 돈이 몇 배로 껑충 뛰었다는 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일 더미에 깔려 죽어도 괜찮다는 표정이었다.
“광고는 그렇다 치고…… 이적은요……? 어때요?”
정우가 궁금해 죽겠다는 듯 물어오자, 티스는 가족들을 쓰윽 훑어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이야기는 된 거야? 할머님은 뭐, 독일 말고 해외로 가도 상관없습니까?”
자신과 관계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자신에게 질문이 떨어지자 할머니는 흘, 하고 웃다가 말했다.
“나야 뭔 상관이여. 내 시끼가 잘되는 건디. 독일서 미련도 읎다. 거, 뭐냐, 다른 나라 가두 한인회는 널리고 널렸드만. 노인정 같은 것두 있고 말이여. 안 그랴?”
“쉽지 않은 결정이실 텐데…….”
독일이야 연고는 없더라도 대화도 가능하고 그것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차피 바로 가는 것두 아니고, 나도 준비를 하고서 가야지. 내 손주들이 잘되는 길인디, 내가 걸림돌이 되야겠어?”
“흐음…….”
“할머니한테 괜찮겠냐고 물어봤다가 욕만 먹었어요. 우리 할미는 우리가 아직도 코 찔찔이 어린애인 줄 안다니까요?”
정우는 그리 말하면서 불만스럽게 툴툴거렸다.
할머니의 결정이 달갑기는 해도 손자의 입장에서 미안함이 가득했다. 자신들을 위해서 희생하는 할머니에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할머니 때문에 안 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후우…….”
그래도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은 윤석도 마찬가지.
형제가 동시에 마른세수를 하는 사이, 티스는 큼큼,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무튼, 우리 형제의 이적 시장을 열어 보도록 합시다. 한 시즌을 더 보내면서 몸값이 엄청나게 떴어요. 그래서 형제를 모두 데려갈 수 있는 구단은 극히 한정되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구단들 중에서 형제를 데려가려 하는 곳이 있습니다. 자아…….”
티스는 타블렛을 만지작거리다가 가족들 앞에 내놓았다.
“때가 왔습니다, 여러분.”
가족, 특히 형제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