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81)
형제의 축구-181화(181/251)
형제의 축구 181화
캐링턴 훈련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비록 6시즌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가장 많은 유니폼을 팔고 있는 이 구단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빅클럽이었다.
물론, 오랜 시간 우승을 이루지 못하면서 빅클럽이 아니라는 사람들의 항변이 있을지언정, 오랜 역사를 지니고 기적 같은 일들을 만들어 낸, 그리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유일하게 트레블을 달성한 구단이기도 했다.
그리고 올드 트래포트.
[여기에 사인을 하게.]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수많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형제는 제공된 고급 만년필로 나란히 자신의 앞에 놓인 계약서에 사인을 휘갈겼다.
펑! 찰칵, 찰칵!
스포트라이트와 셔터 음이 들려오면서 윤석은 눈이 부셔 눈을 찌푸렸다.
“카메라는 아무리 들이대도 적응하기 어려워.”
윤석이 정우에게 슬쩍 고개를 돌리며 말을 걸다가 이내 피식 웃어 버린다. 정우는 사인을 하면서 두 눈을 부릅뜬 상태로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이 녀석…… 은퇴를 하면 방송인을 해도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뭐 해, 형도 웃어.”
정우의 말에 윤석은 고개를 젓다가 이내 전방을 바라보며 어설프게 웃음 지었다.
[보기 좋군. 이제 하이라이트를 장식해 볼까?]무리뉴가 더 없이 환하게 웃으면서 형제에게 말했다.
“음?”
윤석이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는 순간 구단 직원이 상자를 들고 다가와 그 상자를 무리뉴에게 건넨다. 상자를 받아 든 무리뉴는 이내 상자를 개봉해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꺼냈다.
“오우.”
정우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웃었다.
윤석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
아주 어린 시절 무심히 건네던 붉은 유니폼이 진짜가 되어 자신들의 앞에 나타났다.
[느낌이 색다른가 봐?] [사실 계약 때문에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이 유니폼…….]윤석은 사람들의 요구에 받아든 유니폼을 활짝 펼쳐보이며 말했다.
[우리 형제의 꿈이었습니다.]그렇게 펼쳐진 유니폼.
HAN.Y.S
8
HAN.J.W
7
유니폼이 공개되는 순간 스포트라이트가 마구 터져 나오면서도 기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안 마타가 떠난 이후 비어 버린 등 번호인 8번을 받는 것은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등 번호 7번은 이야기가 달랐다.
이전에 이적했던 그리즈만이 그렇게 원했지만 즐라탄에게서 9번을 받았다가, 그다음 시즌 또다시 7번을 요구했음에도 무리뉴 감독이 그에게 10번을 준 것을 생각하면 정우가 7번을 받은 것이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왜 이리 놀라는 겨?”
그런 속사정을 전혀 모르는 정우는 의아한 얼굴로 형에게 물었다.
윤석은 그런 게 있다며 웃어 넘겼다.
7번.
정우도 그 의미를 알 만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7번은 신성한 번호였다.
조지 베스트, 브라이언 롭슨,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이어지던 환상의 번호였다.
마이클 오웬에 이어서 발렌시아, 디 마리아…… 그리고 화룡정점으로 멤피스 데파이가 이를 물려받으면서 환상의 번호는 비웃음거리가 되어 버리기도 했지만, 아직도 맨유의 팬들에게는 이 번호는 함부로 아무에게나 줘서는 안 되는 그런 번호였다.
그런 번호에 어울리는 선수가 몇 해 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 왔다.
그는 다름 아닌 앙투만 그리즈만.
그런 그리즈만에게 이 번호를 배당하는 것을 거부하면서까지 무리뉴가 이 번호를 아끼고 아낄 때 사람들은 그리즈만이 아니면 도대체 누가 7번에 어울릴 것이냐며 팬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무리뉴는 7번을 아꼈다.
무리뉴는 정우가 7번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이내 만족스럽게 웃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우리 맨유에게 있어서 7번은 매우 신성한 번호입니다. 그래서 저는 세계 최고, 아니면 세계 최고의 선수, 아니, 그것을 뛰어넘어 맨유, 그리고 세계 축구 역사 속에 남을 위대한 선수에게 이 번호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 앞에 그런 선수가 나타났죠. 지난 시즌 그를 데려오면서 7번을 주려했지만, 무산 되었는데…… 결국에는 이렇게 주게 되었습니다. 바로 한정우에게요.]기자들은 무리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형제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무리뉴가 선택한 7번.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을 가치가 있는 이야기였다.
[두 사람이 중심이 되어 우리 맨유는 잊힌 것을 되찾을 겁니다.] [잊힌 거라니, 그게 뭔가요?] [위닝 멘탈리티.]위닝 멘탈리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있어서 참으로 그리운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목말랐던 우승을 향한 무리뉴의 집념이 보이는 순간이기도 했다.
* * *
영입 기자회견이 끝나고 며칠 휴식을 취한 형제는 개링턴 훈련장을 찾았다. 메디컬 테스트와 함께 구단의 선수, 스태프 들을 만날 계획이었다.
“와우, 화려할 줄 알았는데 더럽게 낡았네.”
낡디낡은, 그래서 마치 군부대 입구처럼 보일 정도의 캐링턴 훈련장의 외곽을 바라보며 정우과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게. 무슨 비무장지대 같다. 저 패널도 그렇고.”
윤석은 맨체스터 훈련장이니 함부로 출입을 하지 말라니 뭐니 적혀 있는 안내판을 바라보며 웃음을 흘렸다.
오랜 역사를 그대로 자랑하는 것 같은 외곽의 모습은 차라리 국가 대표 팀이 머무는 파주 훈련장이 더욱더 세련된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만들었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티스는 그리 말하면서 차를 몰아 훈련장 안으로 들어섰다.
“오면서 말들이 뛰어노는 목장도 보고 아주 그냥 신기해 죽을 지경입니다요.”
“하하, 훈련장을 도심 한가운데 지을 수는 없는 거 아니겠나? 코타베그도 그렇고.”
“코타베그는 그래도 이런 낡은 느낌은 아니죠.”
매일같이 공사를 진행하며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코타베그는 구단의 짧은 역사를 드러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와우, 그래도 안으로 들어서니 뭔가 세련된 느낌이 들기는 하네.”
“그래, 이제 앞으로 너희들이 훈련받을 곳이지. 일찍 정을 붙여 두는 게 좋을 거야. 내릴까?”
티스의 말에 형제는 두말않고 자리에서 내렸다.
벤에서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스태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캐링턴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메디털 트레이너 중 한 명인 데이비드 켈리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형제와 악수를 나눈 그의 시선은 어느덧 윤석을 향해 있었다.
축구 선수가 아니라 농구 선수를 해도 될 것 같은 큰 키, 그 큰 키에 지나치게 크지도, 그렇다고 왜소해 보일 정도로 작지도 않은, 특별 관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단단한 근육이 옷 너머로 그냥 보이는 것 같았다.
[이상적인 피지컬이군요.]데이비드 켈리는 윤석의 몸을 그렇게 평가했다.
저런 몸에서 평균적인 성인 남성의 2배 이상 되는 힘을 보여 준다고 하니 그야말로 필드의 폭군이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켈리는 생각했다.
이어서 라운드 티에 반바지를 입고 온 정우의 다리를 확인한 켈리는 또다시 눈을 빛냈다. 자신의 형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축구 선수들보다도 왜소한 몸을 지니고 있는 정우였는데, 다리를 보니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선수이니 만큼 단단한 허벅지와 다리를 지니고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육상에 최적화된 것 같은 근육을 보여 주고 있었다. 게다가 신기할 정도로 발목이 두껍다. 어디서 특별히 단련받은 것처럼 말이다.
저 다리와 무릎 위아래로 자리 잡고 있는 근육들이 급가속과 급제동, 그리고 급격한 방향 전환을 해도 부상을 당하지 않고 오히려 놀라운 반응 속도를 보여 주는 이유이리라.
[들어가죠?]형제는 스태프들과 함께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어떻게 보면 지루하고, 괜히 땀을 빼는 것 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결과가 나와야 하겠지만, 별다른 이상한 점이 없을 거라는 얘기를 듣고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무리뉴 감독이 둘을 반겼다.
[캐링턴에서 자네들을 보니 또 새롭군!]무리뉴는 웃으면서 두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사람은 참 악수를 좋아하는구나 생각하며 그와 손을 마주잡은 형제는 무리뉴와 함께 어디론가 향했다.
[어디로 가는 거죠?]윤석의 물음에 무리뉴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따라와 보면 알지 않을까?]그런 무리뉴의 말에 형제도 어깨를 으쓱했다.
“이 사람 생긴 거랑 다르게 장난 같은 거 더럽게 좋아하나 봐.”
정우의 말에 윤석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사람은 외모가 전부가 아니니까.”
“으음…….”
“가는 곳을 보니 아무래도 로커 룸인 것 같군.”
티스의 말에 형제가 고개를 돌려 티스를 바라봤다.
“로커 룸이요?”
“그래, 훈련장 로커 룸 말이야.”
캐링턴 훈련장의 로커 룸이라…….
“설마 로커 룸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무슨 소리에요. 누굴 바보로 아나……. 코타베그에도 로커 룸은 있었습니다.”
정우가 웃으면서 말하자 티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코타베그에도 로커 룸은 있었지. 하지만 이곳과 거기에는 다른 점이 있어.”
“뭐요?”
“바로 역사지.”
“음…….”
“호오, 과연……. 그럼 더럽게 낡았다는 소리 아니에요?”
정우의 말에 티스는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그렇게 되나?”
정우는 걸음을 옮기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면서 말했다.
“역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죠. 아니, 중요한가? 역사는…….”
정우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면서 말했다.
“깨라고 있는 거죠. 정확히 말하면 기록을. 그지, 형?”
“응.”
형제의 모습에 티스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정도 자신감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티스는 믿었다. 형제가 이곳에서도 실력을 보여 주리라고 말이다.
[자, 여기는 로커 룸이라네. 우리 훈련이 마무리되는 시간인지라 자네 동료들이 있을 것 같군. 들어가 볼까?] [앞으로 매일 들어가야 하는 곳 아닌가요?]윤석이 그리 말하는 사이 무리뉴를 지나쳐 정우가 먼저 문을 열었다.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간 형제의 앞에 몇몇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스타일의 사내들이 형제를 바라본다.
[여, 안녕?]정우가 태연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보이자, 내부에 있던 선수들은 서로를 바라본다.
그렇게 서로의 눈치를 보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장서서 다가왔다.
[다들 무슨 눈치를 보는 거야? 새롭게 이적 온 우리 동료를 환영해 줘야지.]정우는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지탱해 왔던 골키퍼 데 헤아였다.
지난 선수들이 모두 은퇴를 하거나, 팀을 떠난 가운데 레알 마드리드로 링크가 되면서 그 누구보다 먼저 맨유를 떠날거라던 이 선수는 결국 맨유에 남아서 지금에 와서는 팀을 이끄는 주장이 되어 있었다.
[반가워, 뭐, 서로 자기소개를 해야 할 정도로 무명의 선수는 아니지 않나? 나 알지?]데 헤아가 정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우도 그 손을 마주 잡으면서 말했다.
[그러게. 만나서 반갑다.] [여기 있는 애들도 마찬가지. 네가 모르는 애들이 있으려나? 바일리? 무사치오?] [으음…… 대충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형?] [으음.]정우가 윤석을 바라보자 데 헤아의 시선도 윤석을 향했다.
데 헤아는 잠시 놀란 눈을 하다가 윤석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예전에도 본 것 같은데, 너 정말 크구나. 연습 경기였지만, 너는 절대로 잊지 못하겠더라고.] [으음, 반갑다.]윤석은 웃으며 데 헤아의 손을 마주 잡았다.
데 헤아는 그 큼직한 손을 마주 잡은 순간 마치 자신이 아이가 된 기분을 느껴야 했다.
덜컹.
그 가운데 누군가 로커 룸 안으로 들어온다.
다시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여어, 그리지! 누가 왔는지 보라고!]샤워를 끝내고 안으로 들어온 그리즈만은 윤석을 흘끔 바라봤다가 이어서 정우를 바라봤다. 그리즈만이 기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맨체스터에 온 기분이 어떤가, 7번?]정우의 눈썹이 꿈틀했고, 데 헤아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즈만은 스스로 맨유를 좋아했고, 7번을 동경했다는 말을 줄곧 하던 사람이었다. 그만큼 무리뉴에게 7번을 요구하던 그였지만, 무리뉴는 그를 외면하고 정우에게 7번을 부여했다.
그리즈만의 입장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정우도 그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글쎄? 날이 영 흐려서 별로야. 음식도 별로고.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너는 어때, 지낼 만했어, 9번?]정우의 말에 이번에는 그리즈만의 눈썹이 꿈틀했다.
[가끔 마드리드에서 즐겨 먹던 빠에야가 그립기는 하더군.]그는 태연한 척 마음을 다잡으면서 자신의 로커 룸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자신의 자리에 배치된 9번의 유니폼이 마음에 안드는 그리즈만이었다.
“시작부터 대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형?”
“대인 관계를 회복하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지.”
“뭐?”
“실력으로 보여 줘. 그럼 인정할 거야. 네가 7번의 주인이라는 걸.”
윤석의 말에 정우는 고개를 돌려 한 자리를 바라봤다.
자신의 이름이 마킹된 7번의 유니폼이 달린 로커 룸 자리였다.
유니폼을 보는 순간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