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82)
형제의 축구-182화(182/251)
형제의 축구 182화
집
형제를 영입한 것으로 이번 이적 시장을 화려하게 시작한 맨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브라히모비치, 웨인 루니, 후안 마타, 발렌시아와 같은 선수들이 은퇴를 하거나 주전이 보장되는 곳으로 이적을 떠난 가운데 그 빈자리를 하나둘 채워 가고 있었다.
지지난 시즌 그리즈만을 영입, 그리고 지난 시즌에는 미드필더와 윙어로 뛸 수 있는 마누엘 란지니, 미드필더인 윌 휴즈, 마찬가지로 미드필더와 수비수까지 소화가 가능한 빅토르 린델뢰프라는 어리지만 재능 있는 선수들을 영입한 것에 그쳤던 것에 비교하면 대대적인 영입을 추진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포르투의 신성 루벤 네베스를 데려왔으며, 나폴리에서 19세 어린 나이임에도 주전 공격수로 발돋움하면서 이름을 알린 막시밀리아노 로메로를 영입했다.
그리고 거액의 이적료를 주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라파엘 바란을 데려왔다.
라파엘 바란의 영입은 형제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모았다.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수비수로 세계적인 수비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선수는 자신을 발탁했던 지네딘 지단과 마찰을 빚은 직후 자신과 궁합이 좋았던 무리뉴 감독의 품으로 온 것이다.
빅 사이닝이라고 부를 셋의 영입과 세대 교체를 위해 재능을 믿고 데려온 선수들까지 합해서 맨유는 화려함과 견고함을 동시에 갖춘 그런 팀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영입을 너무 못했던 모예스, 지나친 영입으로 빈축을 샀던 반할, 그리고 시즌 초반 화려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던 무리뉴 본인의 과거와 다른 영양가 있는 영입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계약을 마무리하고 맨유에 합류하게 된 형제였지만, 한가하게 남은 휴식을 즐길 수가 없었다.
“집을 구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네.”
정우는 부동산 정보를 확인하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게다가 인터넷도 더럽게 느려.”
독일도 그랬지만, 영국도 인터넷이 느린 편이었다.
한국의 빠른 인터넷에 적응한 형제에게 있어서 부동산 정보를 인터넷으로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 짜증 날 정도로 느려. 이럴 줄 알았으면 티스 씨한테 부탁할 걸 그랬나?”
정우의 말에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뒤지던 윤석이 시선을 돌려 동생을 바라봤다.
“그러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음…… 그건 그렇지.”
형제는 집을 직접 알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신혼을 만끽하라고 형을 독립시켰지만, 세아가 태어난 이후로 거의 한집에서 지내다시피 했던 것을 생각하며 형제는 모두가 함께 살 수 있으면서도 각자 독립적인 공간이 보장되는 그런 집을 원했다.
물론 그런 집은 널리고 널렸다.
맨체스터 외곽에 위치한 수많은 주택들, 선수들이 주로 거주한다는 지역들을 둘러보면 정말 이런 집에서 살아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궁전 같은 집들이 수두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제가 쉽게 집을 구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다! 하고 느낌이 오는 집이 없었던 것이다.
“이러지 말고 차 타고 돌아다녀 보는 건 어때?”
“이 나라에서 아직 면허증을 발급해 주지 않았어. 그리고 매니저도 없지.”
“빌어먹을이네.”
정우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문득 들어온 생각에 입을 열었다.
“구단에 부탁해 보는 건 어떨까?”
“구단에?”
“맨유에서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다 말하라 그랬잖아.”
“으음, 그래 볼까?”
구단은 형제가 영국, 나아가서 맨체스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편의를 봐주기로 했다. 지금 형제가 지내고 있는 호텔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배려로 머물고 있는 곳이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넓은 스위트룸임에도 불구하고 몇 달이든 편하게 보내라고 배려해 준 곳이었다.
“한번 물어볼게.”
마음을 정한 윤석은 이내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형제가 이런 부탁을 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구단에서는 수많은 집을 알선했다.
사진과 각종 정보들이 메일을 통해 전달되는 데 걸린 시간은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미리 준비라도 한 것 같네.”
“그러게나 말이다.”
“원래는 집도 얻어 준다고 했잖아.”
“그지.”
형제는 메일을 확인했다.
단순히 사진뿐이었지만, 괜찮다 싶은 곳들을 체크해 두고서 구단에게 연락하고 그곳들을 찾아다녔다.
모든 게 일사천리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드는 집이 없었다.
열 번째 집을 둘러보던 윤석이 씁쓸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정우가 지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아무 집이나 얻을까? 어차피 집들이 하나같이 크잖아?”
“그건 그렇지……. 나가자, 일단.”
“으응.”
[어떻게 지금 집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나 봅니다?]구단에서 알선해 준 공인중개사가 형제에게 말을 걸었다.
[아, 네……. 그냥 그렇네요.] [그럼 다음 집으로 가실까요?] [으음, 동네는 한적하니 마음에 들긴 하는데……. 시내랑 그리 멀지도 않고요.] [이 동네가 좀 조용하긴 합니다.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이 사시고……. 캐링턴이랑 약간 먼 게 흠이긴 하죠.] [그래 봤자 멀면 얼마나 멀다고요.] [일단, 다시 차에 타시겠습니까?] [네…….]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올라탔다.
공인중개사의 고급스러운 차가 매끄럽게 도로를 질주하는 가운데…… 문득 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굉장히 낡아서 다 허물어져 가는 흉가나 다름없는 그런 집이었다.
[잠깐만요……. 저 집은 사람이 사나요?] [아, 음……. 저 집……!]공인중개사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왜 그러시죠?] [저 집…… 예전에 노부부가 살던 집이죠. 노부부가 죽은 이후로 자식이 집을 물려받았는데, 런던에서 거주하고 있어서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집입니다. 매물로 내놓기는 했는데 너무 오래돼서 2년, 아니, 3년이던가? 아무튼, 아직도 팔리지 않은 집이죠.]그의 말에 윤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집을 볼 수 있을까요?] [뭐, 그러시죠.]공인중개사가 차를 멈추고 한쪽에 대놓자, 윤석은 무엇에 홀린 듯 차에서 내려 그 집을 향해 다가갔다.
“뭐야? 이런 낡은 집 사서 뭐 하게?”
“이 집 말야……. 굉장히 크지 않냐?”
“그래서 더 음침해. 귀신 나올 것 같다.”
정우의 말에 윤석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대문 앞에 섰다.
“자물쇠로 잠겨 있네.”
녹이 슨 쇠사슬을 바라보는 사이, 형제를 두고 어디론가 사라졌던 공인중개사가 나타나 손을 흔든다. 짤랑거리는 소리에 시선을 돌려 바라보니 그의 손에는 쇠사슬과 자물쇠만큼이나 낡은 열쇠가 하나 들려 있었다.
[집 주인이 옆집에 맡겨 둔 열쇠죠. 들어가시죠.]공인중개사가 문을 열어 주고, 윤석이 앞장서 안으로 들어갔다.
“봐, 엄청 크지?”
윤석의 말대로였다.
현대식 주택과 다르게 세련된 맛은 전혀 없었지만 엄청나게 큰 정원과 큰 집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집이 한때는 대가족이 살았던 집입니다. 죽은 노부부의 부모님, 형제들, 그리고 자식들까지 엄청난 대가족이었죠. 하나둘 나이가 들면서 돌아가시거나 독립하면서 지금에 와서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런 집이 되었지만요.]관리가 되지 않았지만 녹음이 푸르른 정원, 낡아서 보기 흉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풍스러운 그런 느낌을 주는 집이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네요.]윤석의 말을 들은 정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귀신이 나올 것 같은데 나쁘지 않다고?] [이 집을 잘 수리한다고 생각해 봐, 오히려 사람이 사는 그런 집 같지 않을까?] [아니, 전혀.]윤석은 무언가에 홀린 듯 이 집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지만, 정우는 전혀 아니었다.
[이럴 바에는 그 전전 집이 더 좋은 것 같은데. 집도 크고, 마당도 넓고, 수영장에 지하에는 클럽도 꾸며져 있었고.] [그놈의 클럽 타령은……. 세아한테 클럽 댄스라도 가르칠 생각이냐? 나중에 태어날 네 자식도?] [그건 아니지.]형제가 티격태격하는 것을 듣고 공인중개사가 웃음을 터뜨리자 그제야 형제는 다툼을 멈췄다. 윤석은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기다가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연못을 만들고 옆에는 놀이터를 만드는 거야. 그리고 저쪽에는 작게나마 풋살장을 만들고 집은 우리 입맛대로 싹 수리하는 거지. 새로 만든 집들은 리모델링하기에도 부담스럽지만, 이 집은 그런 게 없잖아? 이 집에다가 한국식으로 집을 리모델링하는 거야. 방바닥 따듯하게 보일러를 넣어서. 신발 신고 생활하는 게 아닌, 맨발로 살 수 있는 그런 집 말이야.] [허, 보일러라…….]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독일에서 가장 불편했던 게 하나 있었다. 신발을 신은 채로 생활하는 것, 그리고 차가운 방바닥이었다. 라디에이터나 온풍기, 벽난로 같은 난방 기구들이 대체하는 유럽의 집들은 건조했고, 아무래도 입식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독일에서 생활을 해 왔다 하더라도 오랜 세월 좌식 생활에 익숙해진 할머니는 독일의 집을 불편해하시고는 했다.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정우가 대단하다는 듯 형을 바라보자 윤석은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한국에서 건축가를 고용해서 집을 리모델링하는 것은 큰돈이 요구되는 일이겠지만, 가진 재산이 수십억, 아니, 이제는 수백억 단위가 되어 버린 형제에게는 큰 부담은 아니었다.
형제의 집이 정해진 것 같았다.
* * *
삐익, 삐익, 삐이익!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송진호 감독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만다행이군.”
강팀인 FC 서울을 홈에서 맞이해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한 송진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어쩔 수는 없었다.
“이렇게 되면…… 가만 보자, 8위인가?”
열두 개 구단이 경합을 펼치는 K리그에서 8위는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다. 특히 부천과 같이 돈 없고 힘없는 시민 구단의 입장에서는 더욱더 말이다.
형제가 떠나간 직후 송진호는 매일같이 치열하게 시즌을 보내 왔다.
강등당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다른 곳에서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면서 팀 간 전력이 평준화되는 것과 달리 점점 투자가 줄어들면서 전력이 평준화되어 가고 있는 한국이지만, 치열함은 다른 리그 못지않았다.
“이대로 패배만 하지 않아도…….”
단숨에 4위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으리라.
다음에는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선수들과 미팅 후에 사무실로 돌아온 송진호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기사들을 확인했다.
“허허, 자식들.”
형제의 이적이 발표된 것도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순위권에는 형제와 관련된 기사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정말로 맨유를 갈 줄이야.”
이제는 진짜 아파트 한 동을 살 수 있는 돈을 벌어들이는 선수들이 되었다.
형제의 연봉만으로 부천 유나이티드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내 최고의 작품이지.”
이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이 형제를 키운 것에 대해서 송진호는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자식들,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좀 찾아오든가 하지…….”
이번 시즌 자신을 찾아오지 않은 형제에게 섭섭함을 느끼며 메일을 확인하던 송진호는 눈썹을 꿈틀했다.
“이놈들, 미안했나…… 메일을 보냈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때마침 온 메일을 보고서 송진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보자…….”
감독님!
정우에요! 옆에 형도 있어요.
제가 대표로 메일을 보냅니다.
지금 당장 전화라도 드리고 싶은데 지금 이 시간이면 한국은 한밤중이더라고요.
급한 마음에 먼저 메일을 보내 드려요. 내일 오후쯤에 전화드릴게요. ^^
저희가 선물을 준비했어요.
부담 갖지 마시고, 찾아오면 그대로 받아 주세요 ^^
정우 올림.
“뭔 소리야? 선물?”
뜬금없이 무슨 선물이란 말인가?
뭐 택배라도 보냈나?
그런 마음으로 송진호는 보드를 바라봤다.
형제의 선물이 기대되기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다음 경기의 라인업이었다.
똑똑.
“으응? 누군가?”
“감독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으응? 누구시지? 들어오시라고 하게.”
끼익.
낡은 문을 열고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말쑥한 정장 차람의 사내였는데, 송진호의 기억에 없는 사람이었다.
“누구시죠?”
송진호의 물음에 사내는 품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그에게 건넸다.
“한윤석, 한정우 선수의 법률 대리인입니다.”
“아…… 그런 분이 무슨 일로 저에게……?”
사내는 송진호의 말에 들고 있던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서 그에게 내밀었다. 서류를 받아 든 송진호가 이게 뭔가 싶어서 바라보는 가운데 사내가 입을 열었다.
“중동 리첸시움 아파트 등기입니다. 형제가 구매를 했고, 소유자는…… 보이시죠?”
송진호의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걸……? 얘들이……?”
“네, 형제분들이 감독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음, 서프라이즈라고 하더군요.”
“허허…… 가격이 만만치 않을 텐데…….”
부천 중동에 위치한 이 아파트, 아니, 펜트하우스는 부천에서 가장 비싼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집을, 그것도 가장 비싼 집을 구매해서 자신에게 선물하다니…….
“글쎄요……. 형제에게도 만만치 않은 가격일까요?”
“험, 험, 그렇긴 합니다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당황하는 가운데 송진호는 걸려온 전화를 보고서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이게 뭐냐, 자식들아.”
다름 아닌 형제였다.
송진호는 선물보다도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온 아들들의 목소리에 흐뭇하게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