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86)
형제의 축구-186화(186/251)
형제의 축구 186화
비상을 위한 준비
“이야, 오늘 고생했다. 잘하던데, 역시?”
아스날과의 경기가 끝난 직후, 정우는 데뷔전에서 MOM으로 선정되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형과 함께 박치성을 만났다.
“이제 시작인데요, 앞으로 꾸준해야죠.”
윤석이 쑥스러움에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박치성은 피식 웃었다. 필드에서 보여 주던 모습과 다르게 사석에서는 내성적인 성격의 윤석이 왠지 자신을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자, 형이 맛있는 거 사 줄게. 이 근처에 괜찮은 음식점 모르지?”
치성의 말에 형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국이 음식을 못하는 나라라고들 하지만 그렇지도 않아. 영국 전통 음식이 아니면 괜찮아.”
“영국에서 영국 음식 빼고 다 괜찮다니…….”
“친구가 피시 앤 칩스 맛있다고 했는데 걔랑 절교할 뻔했어요.”
정우의 말에 치성은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형과 달리 외향적인 정우는 당돌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스타일이었다.
“피시 앤 칩스도 잘하는 집에서 먹으면 먹을 만해. 그리고 정 먹을 거 없을 때 테이크아웃 해다가 집에서 김치랑 먹으면 또 먹을 만하고. 너무 느끼해서 그렇지, 영 못 먹을 음식은 아니야. 아무튼, 가자, 여기 초밥 맛있는 식당 있어.”
“오우, 초밥!”
형제가 신나서 박치성을 따라 나섰다.
그날 저녁은 박치성이 사 주는 초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데뷔전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한 형제는 그다음 토트넘과 경기에서도 선발로 출전하게 되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선수인 손형민이 뛰는 토트넘은 에릭센, 라멜라, 해리케인, 델레 알리와 같은 선수들이 있는 강팀이었다.
한때는 지역 라이벌인 아스날에게 오랜 시간 승리를 거두지 못할 정도로 힘없는 팀이었지만, 차츰 팀이 발전하고 지금에 와서는 매년 강력한 우승 후보로 부각되는 팀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 트로피가 요원한 팀이기도 했다.
무시할 수 없는 팀을 맞이한 무리뉴는 이번에는 다른 포지션에 새로운 얼굴들을 대거 투입했다.
공격수에는 정우가 아닌 막시밀리아노 로메로가 원톱으로 나서게 되었고, 정우가 좌측면, 미키타리안이 우측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는 윤석이, 그 뒤에는 윌 휴즈와 루벤 네베스가 위치했다. 수비진은 바란이 그대로 투입된 가운데 바일리를 대신해서 린델뢰프가 선발로 나섰다.
신입생들이 대거 투입된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도 상대가 만만치 않음을 여기고, 홈에서 패배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인지 핵심 전력으로 맨유를 맞이했다.
그렇게 시작된 경기에서 전반 28분 토트넘의 수비수인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의 롱패스가 해리 케인에게 연결되면서 선제골을 만들어 냈다.
[저건데…….]최후방에 위치한 수비수의 날카로운 롱패스.
바이에른 뮌헨이나 토트넘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었는데, 역습에 최적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었다.
무리뉴는 자신의 수비진이 저런 무기를 장착하길 바라고 있었다.
물론 바란은 롱패스도 준수한 편이고 그렇기 때문에 영입하게 된 것이지만, 린델뢰프나 바일리는 수비와 빌드 업에 특화된 선수였고, 경기를 넓게 보고 롱패스를 시도할 수준은 못 되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아직 나이가 젊고 어린 편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를 습득할 수 있으리라 무리뉴는 생각하고 있었다.
무리뉴가 수비수들의 롱패스를 장착하려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지금 전방에서 열심히 뛰는 한 선수, 정우와 오늘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래쉬포드와 같은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선수 모두 리그를 초월해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발이 굉장히 빠른 선수들이었다. 발이 빠른 선수와 후방에서 최전방까지 뻗어 나오는 롱패스.
이 두 가지가 하나가 된다면 정말 무시무시한 역습을 무기로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것을 실험하는 장이기도 했다.
후방 수비라인까지 토트넘을 유인해 끌어 올리면서 전방으로 역습을 만들어 낼 기회를 찾는다.
비록 자신이 실험하려던 것을 토트넘이 먼저 성공했지만, 우리 팀이 더 멋진 것을 만들어 내리라 무리뉴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 무리뉴의 기대를 느낀 걸까?
기다렸다는 듯 골대를 향해 미친 듯이 파고들어 오는 토트넘의 공을 린델뢰프가 깔끔하게 따내면서 바란에게 전달했다.
바란은 그대로 하프라인 가까이까지 올라온 토트넘의 수비라인의 뒤를 노리고 빠르고 날카로운 롱패스를 보낸다.
그리고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둣 움직이는 선수들.
로메로가 수비수들을 유인하는 사이 측면에서 기회를 보던 정우가 미친 속도로 공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정우가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순간 토트넘의 수비수들은 정우를 따라잡을 재간이 없었다.
당금 축구계에서 가장 빠른, 그래서 독일에서 번개라고까지 불리던 정우가 아니던가.
그건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정우는 아무도 자신을 따라올 수 없다는 희열 속에서 환하게 웃음 지으면서 토트넘의 골대를 향해 슈팅했다.
정우 특유의 감아 차기에 공이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골키퍼의 손을 피해 골 망을 흔들었다.
[저거지!]무리뉴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이 순간을 지난 시즌부터 머릿속에 그려왔다.
얼마나 환상적일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보며 환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정우의 동점 골과 윤석의 어시스트를 통해 그리즈만과 루벤 네베스가 골을 넣으면서 3 대 1로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만난 런던의 두 강팀을 무찌른 맨유는 의기양양해졌다.
환상적인 시작에 맨유의 팬들 역시 이번에는 우승할 수 있으리라 기대감을 가져갔다.
그것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말 예능이 버라이어티를 넘어서 다큐가 되었다…….
-맹구거리던 안티 새끼들이 ㅂㄷㅂㄷ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응, 그래도 맹구는 맹구.
└맹구가 형타지 버프 받는 중.
└부러우면 부럽다 그래라, ㅂㄷㅂㄷ거리지 말고.
-아…… 진심 맨시티가 형제를 데려왔어야 하는데…….
└맨시티는 수비나 제대로 보강해라.
└맨시티가 아니라 리버풀을 와야지……. 윤석이는 제라드옹 후계자가 되어 줘야 했는디.
└훔바훔바의 후계자라니 님 말씀이 좀 지나치신 건 아닌지?
└애초부터 형제가 맨유 팬이라는데 콥등이가 될 리가? ㄷ
-진짜 무리뉴 큰 그림 오진다. 이번 시즌은 무리뉴를 깔 수가 없네. 바란과 정우 조합도 오지고, 윤석은 어디에 갖다 놔도 존나 잘하네. ㄷ
-포그바 없으니 오히려 경기가 살아나는 느낌. 포그바, 윤석 대체 선수행?
└그래도 나름 제 역할 하는 애인데 대체 선수로만 썩힐까? 내가 보기에는 무리뉴가 포그바 길들이기 하는 듯?
└길들이긴 뭘 길들여, 내다 버려야지, 개그바 새끼.
-정우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생각보다 잘 적응해서 다행.
└아직 모름, 아직 초반이라 정우한테 적응하지 못한 것도 있어서…… 좀 더 지켜봐야지.
└바디도 우승하던 시즌에는 존나 잘해 주다 다음 시즌부터 버로우 탐, 정우도 지켜봐야지.
-아무튼 형제 때문에 프리미어 리그 꿀잼.
└ㄹㅇ.
-내가 알던 맨유가 다시 돌아옴!
└2경기로 다시 돌아왔다는 클라스 오지구요. ㅋㅋㅋㅋ
└응, 맨더빅아. ㄷ
여전히 맨유의 우승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형제의 활약에 기뻐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경기 연속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 줬던 맨유가 3라운드부터 다른 생각지도 못한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아, 이럴 수가! 경기 막판 동점 골입니다! 집중력을 잃고 동점 골을 허용하고 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경기가 끝납니다! 더비가 올드 트래포트에서 맨유에게 충격을 안겨 줍니다!
-그리즈만과 한정우가 환상적인 모습으로 전반 2골을 만들어 내며 앞서갔는데, 후반에 더비가 미친 활약을 보여주면서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 짓습니다!
더비의 첫 골은 칭찬할 수 있는 멋진 골이었지만, 막판에 허용한 동점 골은 수비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허용해선 안 될 골을 허용하고 만 결과였다.
무리뉴의 표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흔들리는 맨유의 경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어지는 4라운드 에버튼과 경기에서 맨유는 또다시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이날 경기에서는 윤석이 빠지고 포그바가 투입되었는데, 타이트한 압박과 거친 수비로 맨유를 상대한 에버튼의 진영 속에서 무언가 조급함을 느낀 모양인지 혼자 무언가를 해결하려던 포그바는 스스로 고립되었고, 그나마도 이따금 전방으로 보내지는 패스는 워낙 짧아서 원 톱으로 출전한 정우가 좀 더 내려와 공을 잡게 되면서 수비수들에게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했다.
후반까지 에버튼이 1골 앞서가면서 끌려 다니던 맨유는 래쉬포드의 골로 가까스로 무승부로 마무리 지었다.
이날 경기에서 윤석과 포그바가 비교되었고, 정우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심각한 약점을 노출하게 되었다.
분명 빠른 발을 통해 수비수들의 견제를 받지 않은 정우는 무서운 존재였다.
하지만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 상대하는 정우는 문제가 있었다.
거칠고 피지컬로 덤벼오는 수비수들을 상대로 기를 못 펴는 것이었다. 오늘 경기에서도 그 속에서 한두 번 멋진 개인기로 상대를 제쳐 내긴 했지만 그것도 초반 잠시, 드리블을 시도하기 전에 달라붙은 상대 앞에서는 무력하다 싶을 정도로 공을 빼앗겼다.
모든 부분에서 두루 뛰어난 재능을 지닌 공격수로 평가받는 정우였지만, 피지컬이라는 장벽을 만나면 그 재능 모두가 무력해져 버린다.
그런 정우의 약점은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부각되었다.
맨유는 챔피언스 리그 C조에 속하게 되었는데, 이 팀에는 파리SG와 포르투, 스탕다르가 같은 조에 속해 있었다. 그중에서 맨유의 첫 상대는 다름 아닌 파리SG.
파리SG는 수비 라인을 최대한 내려서 정우에게 뒤를 내주는 것을 경계하며 거북이와 같은 전술을 펼쳤다. 그리고 한 번의 역습으로 맨유에게 승리를 거머쥐게 되었는데, 이날 경기에서도 정우는 피지컬이 좋은 수비수들에게 막혀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그리고 포그바는 또다시 침묵했다.
2경기 연속으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인 포그바는 더 이상 표정에서 여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 듯 신경질적으로 필드를 벗어났다.
무리뉴는 그런 포그바를 위로하지 않았다.
3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하면서 맨유의 바깥은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매년 비싼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이렇게 흔들리는 맨유를 더 이상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듯 무리뉴의 경질을 요구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한국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역시 맹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맹구는 영원하다.
└주말 예능은 살아 있다!
-맨유가 돌아왔다던 새끼 어디 갔냐? 돌아오긴 뭘 돌아와, 그대로 맹구구먼.
-포그바 진짜 못한다. 이제 버려야 할 때인 것 같다.
└무리뉴가 노리고 일부러 포그바 2경기 연속으로 출전시킨 듯. 윤석이 구경시키고. ㄷ
-정우, 진짜 분데스리가에서 어떻게 43골 넣은 거냐? 분데스리가도 타이트하긴 마찬가지인데,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아예 힘을 못 쓰네. ㄷ
└분데스리가는 더럽게 플레이하지 않지.
└힘으로 거칠게 밀어붙이지도 않고.
└정우는 프리메라리가 정도로 갔어야 해, 프리미어 리그는 안 어울리는 듯.
-치킨이 아까운 경기였다…….
-맨유는 더 이상 맨유가 아니다…….
└이 새끼 나왔넼ㅋㅋㅋ 맨유가 돌아왔다며? ㅋㅋㅋㅋㅋㅋ
└닥쳐.
└과거엔 맨유라고 쓰고 알렉스 퍼거슨이라고 읽어야지, 지금은 맨유라 쓰고 맹구라 읽는다.
-한정우 욕 존나 먹던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욕을 먹냐. ㅋㅋㅋ
-프리미어 리그 팬들이 성질이 급한 듯.
-한정우만 욕먹는 게 아니라 맨유를 참고 기다린 팬들이 폭발해서 싸잡아서 다 욕먹는 거.
-윤석이나 출전시켜라, 그래야 정우도 산다.
└이건 맞는 듯. 형이 동생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음.
└그걸 아니 형제가 1+1 상품처럼 붙어 다니는 거 아니냐?
└생각해 보면 분데스리가에서도 정우 골 절반 이상이 윤석이 어시스트한 것인 듯
└윤석이 진짜다. 제대로임.
맨유가 흔들렸고, 한국에서는 정우도 흔들고 있었다.
그 가운데 비난의 중심이 된 무리뉴는 의외로 태연했다.
그런 무리뉴가 정우를 찾았다.
[찾으셨어요, 감독님?] [그래, 자네를 기다렸지. 어때 프리미어 리그를 겪어 보니 어떻던가?]무리뉴의 물음에 정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으음, 쉽지 않더라고요.] [하하, 그렇지. 다른 리그에 적응한다는 것은 확실히 쉽지 않아. 감독도 마찬가지야. 저기 이웃사촌인 맨시티의 펩을 보라고. 그도 분데스리가에서 프리미어 리그로 오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지.] [흐음…….]정우가 잠시 생각에 잠긴 상황.
무리뉴는 그런 정우에게 슬그머니 무언가를 내밀었다. 외장 하드였다.
[이게……?] [너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지.] [저한테요?]정우는 무리뉴가 내민 외장 하드를 확인했다. 외장 하드 겉에는 띠지가 붙어 있었고 그 띠지에는…….
[MSN…….] [그래, MSN. 바르셀로나의 세 사람을 말하는 거지. 자네도 알지?] [하하, 모를 리가요.] [그들의 플레이 영상이네. 잘 보게. 그들에게 자네가 프리미어 리그에 살아남을 수 있는 해답이 담겨 있어. 수아레즈는 몰라도, 특히 메시와 네이마르는 몸싸움이 좋은 선수들이 아니네. 그들과 자네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아나?] [……글쎄요?]무리뉴는 웃으며 말했다.
[바로 몸싸움을 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지. 자네도 요령은 아는 것 같다만, 아직 부족해. 여기는 분데스리가보다 더 더럽게 플레이하기로 유명한 리그야. 좀 더 요령을 키워야 하네.]무리뉴의 말에 정우는 가만히 외장 하드를 바라봤다. 그리고 무리뉴에게 물었다.
[이것으로 제가 더 잘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자네는 이미 모든 게 완벽한 스트라이커니까.]무리뉴의 자신 있는 말에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이것도 한번 보게나. 자네라면 금방 따라 할 수 있는 재미있는 플레이를 펼치는 사람의 경기지.]정우는 새롭게 나온 외장 하드를 바라봤다.
생각지도 않은 선수의 경기영상에 정우가 의아해하는 사이, 무리뉴가 말했다.
[너에겐 누구보다도 섬세한 발끝이 있어. 그 발끝을 살리는 또 하나의 무기가 거기 담겨 있다.] [무기…….]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도 챙겼다.
무리뉴는 정우가 이를 빠르게 습득하길 바라며 기대했다.
진정한 무결점의 스트라이커로 정우가 성장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