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88)
형제의 축구-188화(188/251)
형제의 축구 188화
남자vs남자
어느덧 9월을 지나 10월이 다가오는 시점.
스토크 시티와의 대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홈에서 맞이하는 이 경기를 대비하기 위해 마지막 담금질에 나서고 있었다.
중간에 한바탕 다툼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팀은 평화로웠고, 선수단의 화합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었다.
포그바는 그날 이후로 말수도 줄어들고 혼자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훈련에 임하는 태도는 지난 시간보다 확연히 달라져 자신의 훈련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간 개념에 있어서 여유로웠지만,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정우는 여전히 거친 몸싸움에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지만, 며칠 사이 나름대로 요령을 터득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윤석은 무리뉴나 다른 코치들이 특별히 별도의 훈련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임하는 훈련, 훈련이 끝나고도 가지는 개인 훈련, 피트니스, 그리고 먼저 오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그 모습까지 동료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면서 알게 모르게 그와 함께하려는 선수들이 더욱더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윤석의 또래, 젊은 선수들이 그런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었는데 이를 지켜본 데 헤아가 팀의 숨겨진 주장이 하나 더 있다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윤석은 팀의 귀감이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모든 선수가 무리해서 훈련하지 않고 가벼운 훈련과 동시에 모두 퇴근하게 되었다.
내일 있을 스토크 시티와 경기 때문이었다.
모처럼 일찍 훈련을 마무리하고 퇴근하게 된 윤석은 정우와 함께 자신들이 구매한 집을 향했다.
“역시 사람은 운전면허가 있어야 해.”
얼마 전에 구매한 자신의 스포츠카를 타고 정우가 입을 열었다.
보조석에 앉은 윤석은 신나게 차를 몰아가는 정우를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과속은 하지 마라.”
“과속은 무슨, 나는 쓸데없는 짓해서 일찍 죽고 싶지 않아.”
“그럼 다행이고.”
캐링턴 훈련장에서 30분 정도 차를 몰고 가면 형제가 구매한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을 구매한 것도 어느덧 3개월이 넘어가는 시점.
집은 요란한 공사 소리와 함께 한참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에서 좀 더 일찍 섭외했으면 벌써 집이 완성됐을 수도 있는데 말이지.”
대문으로 들어서며 정우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발 벗고 나서 주신 분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보일러 자제들도 직접 공수해 오시고.”
“그건 그래.”
영국에서 전례가 없을 한국식 집을 짓고 있는 형제는 한참 공사가 진행 중인 물레방아를 타고 시냇물이 졸졸 흐를 것 같은 디자인으로 만들어지는 수영장을 잠시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겨서 놀이터가 만들어지는 곳을 향했다.
그곳은 이미 미끄럼틀, 그네와 같은 놀이기구들이 고무 블록 위에 세워져 있었고 한쪽에는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놀이터는 다 만들었네.”
“금방인가 봐, 놀이터는.”
“집 내부가 문제인가?”
“옛날식 영국 집이라 내부는 완전히 바뀐다고 들었거든.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겠지?”
형제는 그리 말하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내부는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는데, 천장, 벽, 바닥까지 다 들어내고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었다. 마음에 안 드는 방들은 벽을 허물고 새로운 구조로 지어지고 있었고, 바닥에는 촘촘하게 난방관을 깔고 있는 중이었다.
“와, 발 디딜 틈이 없네.”
“그러게. 우리 있어 봤자 방해만 되겠다. 소장님한테 이거 주고 바로 나올게, 너는 여기 있어.”
“으응.”
윤석은 정우를 두고 안으로 들어가 이번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소장에게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전달해 주고는 곧바로 정우와 함께 집을 나섰다.
“뭐래, 소장님이?”
“다음 달에는 입주할 수 있을 거래. 가족들 이사 준비 시키라더라.”
“와, 그럼 정말로 다 데려올 준비 해야겠네. 바쁘겠는디?”
“아무래도 형준이 형한테 부탁해야겠지.”
형준은 티스가 붙여 준 형제의 매니저였다.
그는 지금 영국 음식이 전혀 입맛에 맞지 않는 형제가 먹는 것에 흥미를 붙일 수 있도록 맨체스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식당 음식을 먹어 보고 포장해 오느라 바빴다.
“우리 때문에 참 고생해, 그지?”
윤석의 말에 정우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리가 돈줄인데 당연히 열심히 하겠지.”
“그놈의 돈 타령은 지겹다, 이제.”
“더 많이 벌려면 얼른 프리미어 리그에 적응해야지. 에구구, 몸이 쑤신다, 쑤셔.”
정우의 말에 윤석은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매일같이 격한 훈련에 정우는 몸이 성한 날이 없었던 것이다.
“내일이 기대된다.”
“형이나 기대하셔. 나는 출전도 못 하는디, 뭐.”
“네가 부상당할까 걱정해서 그렇지.”
윤석의 말에도 정우는 그저 툴툴 거렸다.
그렇게 스토크 시티와의 일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 * *
-네, 프리미어 리그 제5라운드! 올드 트래포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스토크 시티의 대결이 잠시 후 펼쳐집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최근 더비와 에버튼에게 무승부를 기록하며 2승 2무로 시즌을 시작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아무래도 새로운 이적생들이 팀의 주축으로 출전하면서 아직 팀워크가 제대로 오르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위기론을 언급하고 있어요.
-너무 성급하다고들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벌써 6시즌이나 리그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 맨유입니다. 참았던 팬들은 무승부도 용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더비나 에버튼 같은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팀에게는 말이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과거 퍼거슨 경이 있던 시절에도 맨유는 초반에는 항상 힘들었어요. 리그는 막바지가 되어야 알 수 있다, 하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팀이 맨유 아니겠습니까. 지켜보도록 하죠.
-네, 오늘의 라인업 보고 가시겠습니다. 먼저 홈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입니다.
FW 그리즈만.
MF 래쉬포드, 포그바, 미키타리안, 한윤석, 에레라.
DF 루크 쇼, 바란, 린델뢰프, 카스트로.
GK 데 헤아. 이상입니다. 챔스를 포함해 3경기 연속으로 골을 넣지 못한 한정우를 대신해서 그리즈만이 원 톱으로 출전하게 됩니다. 분데스리가 역사를 새롭게 쓴 한정우가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대로 아직 시즌 초반입니다. 지켜봐야 할 일이죠. 오늘은…… 포그바와 한윤석이 동시에 선발로 나서게 되네요. 지금까지 둘이 같이 필드에서 뛰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없는데,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 낼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럼 이어서 스토크 시티의 라인업입니다.
FW 해리슨 키웰, 마메 비람 디우프.
MF 샤키리, 임볼라, 프로페르, 자하비.
DF 피터스, 쇼크로스, 에스피노사, 에릭 두름.
GK 잭 버틀랜드. 이상입니다. 발이 빠른 편인 디우프와 잉글랜드의 신예, 아이언 키웰이라 불리는 키웰이 투톱을 이루고 있습니다. 오늘 강팀을 상대로 토니 풀리스 감독이 뭔가를 보여 주겠다는 듯, 기자회견에서 맨유를 박살 내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라인업이 바로 오늘의 라인업이에요.
올드 트래포트에서 늘 그렇듯 그들의 응원가가 울려 퍼지고 붉은색 유니폼이 물결을 이뤄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팀은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잘하자.]필드를 나서면서 윤석은 포그바에게 말을 걸었다.
윤석의 말에 흠칫 놀라며 포그바가 고개를 돌려 윤석을 바라본다. 지난번 그 모습과 전혀 다른 순박한 모습에 머뭇거리던 포그바가 이내 퉁명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윤석은 그런 포그바의 모습에서 문득 ‘츤데레’라는, 정우가 가끔 말하는 이상한 단어를 떠올리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네, 양 팀 경기장 위치와 선축을 정하고 이제 경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주심의 휘슬! 경기 시작됩니다. 맨유의 선축이네요.
그리즈만이 공을 뒤로 돌리고 앞으로 나서면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맨유는 차분하게 공을 돌리는 반면, 스토크 시티는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거침없이 선수들에게 달려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스토크 시티가 의욕이 충만한 것 같네요. 후반은 생각지 않는다는 듯 사냥개처럼 정말 분주히 공을 쫓습니다.
-맨유가 여유롭게 스토크 시티의 선수들을 따돌리면서 패스를 주고받습니다.
스토크 시티는 해설들의 말대로 뒤를 생각하지 않는 듯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다.
“음…….”
상황을 지켜보던 윤석은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면서 생각 없이 달려드는 것 같은 이 선수들에게 이른바 똥개 훈련이라는 것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공이 오는 대로 템포를 빨리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무식하게 공을 쫓았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윤석의 눈이 빛난다.
체력 관리를 하지 않을 생각처럼 미친 듯이 뛰면서도 그들의 간격이 어긋나거나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마냥 생각 없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이들은 절대로 라인을 올리지 않고 있었다.
수비적으로 잔뜩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
“고전적인 영국의 팀이라…….”
그도 기억하고 있었다.
스토크 시티가 남자의 팀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의 감독이 그 당시 감독과 같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노리는 것은 선수비 후역습, 영국 특유의 킥 앤 러시라는 것인데…….
“공을 놓치면 곤란한 상황이 되겠군.”
윤석은 왜 무리뉴가 훈련 내내 패스가 끊기지 않게 하려는 훈련을 강요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패스 미스 하나가 이들에게 역습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훈련한 대로 경기가 흘러간다면 경기 자체가 얼마나 쉬울까?
쉽지 않기 때문에 경기이지만, 윤석은 생각한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시간이 흐르면서 느끼고 있었다.
스토크 시티는 집요하게 쫓아다니면서 거침없이 반칙에 가까운 행위를 하고 있었다.
선수들에게 달라붙어 거칠게 밀어붙이다가 심판의 시선을 벗어나면 폭력이나 다름없는 행위까지 불사한다.
10여 분 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되니 벌써부터 흥분한 기색이 역력한 선수들이 보였다.
[포그바!]대표적으로 포그바.
옆에서 밀어붙이는 상대에게 밀린 포그바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자신을 밀어붙인 프로페르에게 달려들었는데, 하필 그 타이밍이 윤석이 포그바에게 공을 밀어 준 순간이었다.
프로페르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포그바를 무시하고 다가오는 공을 가로채 그대로 전방을 향해 공을 보냈다.
“이런…….”
윤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돌리는 사이.
공은 단숨에 바란과 린델뢰프의 뒤를 넘어서고 있었고, 그것을 디우프가 쫓아가고 있었다. 별다른 기술이 없는 디우프였지만, 이 선수 최대의 장점은 팀에서 가장 빠른 선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빠른, 수비수들 중에서도 공격수 이상으로 빠른 준족의 바란이 그를 따라 붙으며 그를 견제했고, 린델뢰프가 근처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내려오고 있었다.
수비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아 무리뉴가 안심하는 찰나.
떨어지는 공을 향해 바란과 디우프가 경합하려는 것처럼 보이던 순간 한 선수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키웰!
해리슨 키웰, 윤석 못지않은 덩치를 지닌 검은 피부의 선수가 그 둘을 밀어 내고 머리로 공을 받아 땅으로 떨궈 달려가기 시작했다.
떨어져 있던 린델뢰프가 어느새 다가와 그런 키웰에 옆에서 붙어 몸싸움을 시도했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역시 아이언 키웰입니다! 린델뢰프를 거칠게 밀어 내…… 그대로 슈티이잉!
린델뢰프를 밀어 내고 여유가 생긴 키웰은 그대로 골대를 향해 슈팅했다.
거리는 20미터가 훌쩍 넘어서고 있었지만, 그의 탄탄한 허벅지는 이 거리에서도 위협이 될 만한 강력한 슈팅을 만들어 냈다.
상대가 뚫리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앞으로 나서던 데 헤아가 다가오는 공을 향해 주먹을 내밀어 쳐 냈다.
-위협적인 슈팅이었지만, 데 헤아가 제대로 막아 냅니다. 하지만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토크 시티에게 기회를 주면 이런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키웰이 조금만 더 침착하게 때를 기다릴 줄 알았다면 골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직 어린 선수라 그런가 이따금 이렇게 급한 모습을 보여요.
[휴우.]골이 들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맨유 선수들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위협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위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데 헤아가 쳐 낸 공이 코너 라인을 넘어서 코너킥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샤키리가 코너킥을 준비합니다.
세트피스는 스토크 시티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압도적인 피지컬을 적극 활용해 골을 넣을 수 있는 찬스였기 때문이었다.
그 가운데 윤석이 페널티에어리어 중앙에서 키웰의 옆에 붙었다.
키웰은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는 검은 머리의 사내를 바라봤다.
[흥.]자신보다 한 뼘은 더 커 보이는 거대한 사나이 윤석을 보고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콧방귀를 뀌었다.
키웰도 윤석을 잘 알고 있었다. 압도적인 피지컬을 바탕으로 전차같이 질주하는 그를 보며 사람들이 현역, 아니, 역대 최강의 피지컬을 지닌 선수라고 칭하는 것도 말이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없어서 하는 얘기라 치부했다.
그렇게 키웰이 호승심을 불태우는 사이, 샤키리가 마침내 코너킥을 찼다.
우아하게 곡선을 그리며 뻗어오는 공을 보고 위치를 잡기 위해 움직이려던 키웰은 순간 턱하고 무언가에 부딪치면서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아무리 용을 써도 제대로 전진하기 힘들었다.
[이럴수가…….]그의 앞에는 안간힘을 쏟는 자신과 달리 여유로운 표정으로 팔 하나로 자신을 밀어 내고 있는 윤석이 있었다.
그로서도 믿기지 않는 힘의 소유자가 눈앞에 있었던 것이다.
윤석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가장 위협적이라 평가되는 그를 훌륭하게 막아 내는 사이.
남자의 팀에선 그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에스피노사!
피지컬 하나만으로 토니 풀리스가 데려온 수비수.
그가 유난히 세트피스 상황에서 약한 바란을 밀어 내고 헤딩으로 데 헤아가 지키고 있는 골 망을 가르고 있었다.
-고오오오오올!
해설의 외침과 동시에 원정석 팬들의 환호성이 올드 트래포트를 물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