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89)
형제의 축구-189화(189/251)
형제의 축구 189화
-에스피노사의 헤딩 골입니다. 바란이 에스피노사를 제대로 막아 내지 못했어요!
-경험이 쌓이면서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간혹 저런 모습을 보여 주는군요. 바란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한편으로는 에스피노사의 뛰어난 피지컬에 바란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그 아이언 키웰이 한윤석을 당해 내질 못하네요.
-외형으로 보면 비슷한 거 같은데 한윤석의 힘이 더 대단한 거 같습니다. 리플레이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키웰을 한 팔로 막아 내고 있어요. 괴력이라고 해야 하나요?
-헤라클레스입니다, 한윤석은!
골을 넣은 것에 기뻐하며 동료들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키웰은 멍하니 윤석의 팔이 닿았던 자신의 가슴부위를 어루만지며 윤석을 바라봤다.
기껏해야 몇 센치 더 큰 선수에 불과한데 자신을 힘으로 짓누르다니…….
윤석은 그게 당연한 듯 키웰은 쳐다도 보지 않고 하프라인으로 걸음을 옮겼다.
[빌어먹을 정도로 너무 거칠어.]옆에서 나란히 걸어가던 에레라가 투덜거렸다.
[프리미어 리그가 원래 이 정도로 거친 거 아니야?] [아니, 저 빌어먹을 남자의 팀이 유난히 거칠어. 더럽게 플레이해, 사람을 진흙탕으로 끌어들이지.]에레라의 말에 윤석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런 윤석을 향헤 에레라는 계속 불평을 늘어놓았다.
[게다가 오늘 주심은 거친 플레이에 관대한 사람이라고. 어지간히 심한 게 아니면 휘슬을 절대 입으로 가져가지 않아. 레드카드를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도 옐로카드로 떼우는 경우도 있어.] [조심하지. 아니…….]윤석은 밝아진 표정의 스토크 시티 선수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 주심이라면…… 우리도 남자답게 맞설 수 있는 거 아니야?] [으응?] [남자 대 남자로 붙는 거지.] [남자……!] [그래, 남자니까.]윤석은 웃으면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 걸어갔다. 그런 윤석을 바라보며 에레라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신도 마찬가지로 위치를 찾아 걸었다.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스토크 시티는 한결같이 거칠게 맨유를 밀어붙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윤석은 과연 프리미어 리그의 주심들에게 눈이 달렸는가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면, 시력이 굉장히 좋지 않다거나…….
“라식 수술 잘하는 곳을 소개시켜 주고 싶네.”
그리 말하면서도 어느새 자신의 발 앞에 굴러온 공을 간수하며 앞으로 이동했다.
빠른 패스를 주고받니 뭐니 해도 이들의 거친 성향의 플레이 앞에서 맨유의 선수들은 잔뜩 흥분해 의도한 플레이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물론이고 안 좋은 쪽으로 흥분한 선수들을 달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윤석에게 프로페르가 앞을 가로막는다.
다른 선수들에게 그랬든 몸싸움을 시도하는 것같이 바짝 붙어서는 사람의 짜증을 유발하는 거친 플레이를 시도한다. 취약한 옆구리를 향해 팔꿈치로 찔러 오는 프로페르를 보며 윤석은 눈썹을 꿈틀하기는 했지만, 버텨 냈다. 아니, 사실 그다지 아프지도 않았다.
오히려 팔꿈치로 옆구리를 때린 프로페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돌덩이를 때린 기분이었다.
[무슨, 커억!]윤석도 팔꿈치를 들었다. 상대방처럼 힘껏 때린 것은 아니지만 목울대를 밀어 붙이는 팔꿈치의 힘에 프로페르는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프로페르를 처리하는 사이, 임볼라가 타이밍을 잡고서 윤석의 앞으로 깊은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한다. 윤석은 발바닥으로 공을 잡고서 태클을 피해 내고는 차가운 얼굴로 자신의 발 앞에 멈춰선 임볼라의 얼굴을 마주보며 다리를 들었다.
후웅.
[허억!]윤석이 자신의 얼굴을 밟는 줄 알고 겁먹은 임볼라가 얼굴을 감싸 쥐는 사이 윤석은 그의 머리를 훌쩍 뛰어넘어 공을 가지고 전진했다.
이제 남은 것은 수비 라인.
미드필더를 제치니 많은 경우의 수가 생겨났다.
윤석은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래쉬포드는 에릭두름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었고, 미키타리안 역시도 피터스가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포그바는……?
“이럴 때는 그리즈만을 지원해서 더 올라가야지…….”
흥분한 포그바는 상황을 보지 못하고 어설픈 위치에서 윤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윤석은 그런 포그바에게 손짓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가라고, 자식아!]버럭 소리를 지르는 윤석의 모습에 포그바가 움찔하더니 윤석이 가리킨 곳으로 달려간다.
마치 광고처럼 어디로 가는지 지정되는 모습에 쇼크로스가 포그바가 달려가는 위치를 선점한다.
사실 이걸 노렸다.
윤석은 벌어진 센터백의 사이를 노리고 힘껏 슈팅했다.
콰앙! 깡! 철썩!
오른쪽 골포스트를 때린 공은 밖이 아닌 안으로 튕겨 들어가면서 골 망을 흔들었다.
올드 트래포트에서 홈 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와! 골입니다! 먼 거리에서 만들어 낸 엄청난 중거리 슛입니다!
-골키퍼도 두려워한다는 그 중거리 슛이네요! 호쾌한 슈팅에 스토크 시티의 선수들이 얼음이 되어 한윤석만을 쳐다봅니다!
골을 집어넣은 윤석이 주먹을 불끈 쥐고 기합을 지르는 사이 맨유의 선수들이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 윤석에게 매달렸다.
-전반이 끝나 갈 무렵 천금 같은 동점 골이 터집니다.
-돌아온 남자의 팀을 상대로 한윤석이 더 남자 같은 골을 만들어 냅니다. 아무리 단단히 걸어 잠갔다고 하더라도 피지컬로 진영을 부수는 괴물을 상대로는 수비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윤석의 골로 분위기가 반전된 맨유는 스토크 시티를 거세게 압박하면서 스토크 시티의 공격을 잘 막아 내면서 전반전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세트피스에서 강세를 보이는 스토크 시티에게 선제골을 먹은 것은 불가항력일 수 있고, 윤석이 동점 골을 넣으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전반을 마무리한 것도 좋았지만, 무리뉴는 이 부분에 대해서 위로하고 칭찬하기보다는 먼저 스토크 시티의 거친 플레이에 쉬이 흥분해서 의도된 플레이를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한 선수들을 질타했다.
[후반에는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란다.]무리뉴의 마지막 말을 뒤로하고 선수들은 경기를 준비했다.
전반을 필드가 아닌 벤치에서 지켜본 정우는 여유롭게 사과를 한입 베어 물면서 형에게 말했다.
“형 말대로 내가 나가면 전치 3백 주 부상 같은 거 입을 수도 있겠더라.”
“3백 주는 무슨……. 헛소리할 거면 사과나 마저 먹어. 귀찮게 하지 말고.”
“내가 언제 귀찮게 했어? 난 단지 한국말을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네 마인드가 그러니 영어가 안 느는 거야, 자식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 워밍업은 해 둬. 후반전에 골이 안 나오면 너를 출전시킬 확률이 제일 높을 테니.”
형의 말에 정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축구는 좋아해도 UFC는 별로인데…… 아프다고 뻥쳐야 하나?”
“헛소리한다.”
“히히, 아무튼 고생혀, 형.”
정우는 그리 말하면서 사과를 와그작 씹어 먹으며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형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벤치는 고역이다.
코앞에서 경기를 직관하는 관중도 아니고, 지루하게 자신이 뛰지도 않는 경기를 지켜본다는 것은 말이다. 벤치를 지킬 때면 졸지 않으려고 허벅지를 꼬집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거칠고 험난한 경기라고 하더라도 정우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경기에서 뛰는 거다.
“뭐, 싸움이라면 나도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다고.”
작은 고추가 매운 법이고, 싸움도 때려 본 놈이 더 잘하는 법이다.
정우는 코 큰 덩치들에게 지지 않고 나설 자신이 있었다.
물론, 여기는 링 위가 아니라 필드라서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네, 후반전 시작됩니다. 양 팀 교체 선수 없이 후반전을 시작합니다.
-스토크 시티가 선전을 거듭하면서 호각으로 선전을 하고 있는데요, 경기를 지나치게 거칠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늘 주심이 리차든이라는 것을 감사해야 할 겁니다.
-리차든은 파울을 주는 것에 인색한 사람이죠. 스토크 시티와 같은 팀을 위한 주심같이 보일 정도입니다.
동점인 상황에서 시작된 후반전은 반칙도 불사하며 거북이처럼 몸을 웅크렸다가 롱 볼로 공격을 시도하는 스토크 시티와 이를 저지하는 맨유, 그리고 그 속에서 스토크 시티의 중원을 짓밟는 윤석의 모습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윤석은 연신 답답한 상황에 점점 얼굴을 굳혔다.
포그바는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윤석과 자꾸 동선이 겹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포그바의 위치까지 올라가지 않으려고 해도 마음이 급한 포그바가 상대에게 휘둘려 제대로 된 공격 전개를 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나서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스토크는 공을 뺏는 즉시 롱 볼로 전방에 공을 보냈다.
2선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롱 볼로 수비 진영까지 뻗어나가는 공을 가로막고 수비 지원을 하는 건 천하의 윤석이라도 순간 이동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했다.
포그바가 없는 셈 치고 공격을 전개하려고 해도 상대가 부상을 위협할 정도로 거칠다 보니 다른 공격수들도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 이것이 의도된 상황이라면 스토크 시티는 참으로 무서운 팀이 아닐 수 없었다.
경기가 쉬이 풀리지 않아 무리뉴는 인상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려 전광판을 바라봤다.
어느덧 후반 20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으음…….]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에 잠긴 사이 문득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니, 정우가 재킷을 입은 상태로 라인 바깥에서 가볍게 러닝을 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정우라…….]확실히 득점력이나 여러 부분에서 월드 클래스로서 가치를 입증하는 선수이긴 하지만 거칠고 피지컬적으로 밀어붙이는 스토크 시티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때문에 오늘 선발에서 제외한 상태였다.
지금 상황에서도 통할까 의문이 드는 상황.
하지만 오늘 유난히 몸을 사리며 기선을 제압당한 공격수들에게 변화가 필요하긴 했다.
마찬가지로 무리뉴는 막시밀리아노 로메로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마음을 정하고 입을 열었다.
[정!] [……옙!]정우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서둘러 무리뉴에게 달려갔다.
무리뉴는 정우를 바라보며 굳은 얼굴로 물었다.
[상대는 거친 팀이다. 저들 사이에서 골을 넣을 수 있겠나?]무리뉴의 물음에 정우는 필드를 잠시 바라봤다.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더 뛰어 보고 싶었다.
모처럼 호승심에 불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정우를 바라보며 무리뉴는 눈을 빛냈다.
[좋아, 교체 준비해라.] [넵!]정우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냉큼 재킷을 벗었다. 후끈 달아오른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어 내면서 정우가 라인 앞에 섰다.
정우가 뭔가 보여 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전의를 잃은 선수들보다는 나을 거란 믿음과 함께, 무리뉴는 교체를 통보했다.
IN 7
OUT 19
래쉬포드가 나오고 정우가 래쉬포드의 자리에서 뛰게 되었다.
4-2-3-1 포메이션을 즐겨 활용하는 무리뉴이기에 어떻게 보면 왼쪽 윙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공격을 전개하는 순간에는 사실 4-2-1-3으로 포메이션이 변화되는 게 무리뉴의 전술이었다.
사실상 공격수의 위치.
정우는 래쉬포드를 대신한 자리에서 익숙함을 느껴야 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이 자리는 엄청난 득점을 기록한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에서 자신의 위치나 다름없었다.
무리뉴는 역습을 위해서 정우를 최전방 원 톱에 뒀지만, 사실 정우를 가장 잘 활용하는 위치는 지금의 위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욕심이, 그리고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 잘 활약하는 래쉬포드와 궁합을 보기 위해 그동안 이 위치에서 정우가 뛰는 것을 보류하고 있었다.
타이트한 중앙 수비수들의 견제를 가장 덜 받는 자리인데다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이 익숙하다 못해 특화되면서 약한 피지컬로도 분데스리가를 초토화시켰던 정우의 자리였다.
이런 것들을 미뤄 생각하니 정말로 정우가 뭔가를 보여 줄 것 같다.
[그래, 마음껏 날뛰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