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91)
형제의 축구-191화(191/251)
형제의 축구 191화
길들이기
부진과 부조화로 이번 시즌 유난히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만큼 포그바의 얼굴은 점점 굳어만 갔다.
어느덧 리그도 6경기가 흘러가는 가운데 네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자신이 다른 선수들보다 유난히 더 겉돌고 있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무리뉴의 전술이 달라지거나 바뀐 것은 없었다.
아니, 무언가 조짐이 보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거기서 포그바 자신이 겉돌기 시작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없어야 완성되는 전술이랄까?
지금까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댓글과 같은 인터넷들의 반응들이라거나…….
그곳에는 하나같이 자신을 향한 비난이 있었다.
과거에는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았던 것들이다. 아니, 신경은커녕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것들이 자신의 신경을 하나둘 콕콕 찌르면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잘하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나를 비난하는 걸까?
왜 나는 내 할 일을 다 하고 있는데 왜 동료들은 나를 외면하기 시작하는 걸까?
왜?
왜?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지만, 이런 고민들이 포그바의 마음 한편에 하나둘 자리 잡아 간다.
그런 마음을 뒤로하고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훈련장을 찾는다.
벌써 많은 동료들이 훈련장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들 하나같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자신을 바라본다.
[웬일이래?] [그러게 포그바가 지각을 안 하는 걸 보고.] [나는 처음 봤어.] [아주 기고만장했다가 요즘 본인도 위기가 오나 보지.]들려오는 목소리에 포그바는 슬쩍 그곳을 바라봤다. 란지니와 린델뢰프가 붙어서 포그바를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마주치자 포그바를 외면하고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둘뿐만이 아니었다.
[으음…….]포그바는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은 늦은 대가로 벌금을 냈다.
무엇이 문제일까……?
아니, 사실 어느 정도 이유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고라는 자부심이, 자존심이 그것을 꺼내지 못하고 있을 뿐.
그런 포그바의 눈에 훈련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어울려 몸을 풀고 있는 윤석이 들어왔다.
자부심, 자존심, 그 모든 것을 흔들고 있는 그를 보며 포그바는 묘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 * *
무리뉴는 선수에서부터 시작해서 코치, 감독이 되는 전형적인 코스를 밟은 사람은 아니었다. 프로로서 선수 생활은 한 적이 없었고, 유소년 팀에서 활약하다가 코치가 되기를 결심, 코치에서 통역가, 감독까지 겪으면서 다양한 감독과 환경을 겪으면서 만들어진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전술에는 반드시 빼놓지 않는 철학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진형이 삼각형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수비진과 미드필더의 간격은 30미터를 유지하며 상대 공격수를 압박하는 것, 그리고 그들을 압박하면서 따낸 공을 역습으로 이어 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첼시,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다시 첼시에서부터 이어 온 무리뉴의 전략이었다. 워낙 확고하기 때문에 많은 감독들이 이를 간파하고 막고자 하지만 막지 못하면서 무리뉴에게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던 그의 철학.
하지만 맨유에서는 그 철학을 제대로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지금 시즌까지 필요한 선수들을 제대로 모으지 못했다고 보는 게 옳았다.
전임 감독이었던 반할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수천억이 넘는 돈을 투자해 사들인 뒤였다.
무리뉴에게 적응한 선수들도 많았지만, 그러지 못한 선수들이 더 많았다. 아니, 애초 스타일 자체가 무리뉴의 전술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게 옳았다.
이런 선수단을 한 시즌 만에 바꾸는 것은 여러모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무리뉴는 하나씩, 하나씩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찾아온 이번 시즌.
무리뉴는 부족한 퍼즐 조각을 거의 완전히 맞춰 냈다고 자부했다.
에레라가 수비수들을 보호하고 공을 따내는 역할을 하고, 그리즈만과 미키타리안, 래쉬포드라는 훌륭한 측면 자원을 보유했다.
여기에 바란과 래쉬포드를 영입하며 단단한 수비 라인도 만들었다.
여기에 윌 휴즈와 란지니, 네베스와 같은 선수들도 데려왔다. 최고는 아니지만, 향후 최고가 될 수 있거나, 자신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화룡정점.
공수를 연결하는 플레이 메이커이자, 어디에 갖다 놓아도 완벽한 미드필더 윤석을 데려왔고, 빠른 발로 수비진을 부술 수 있고, 혼자서 상황을 결정지을 수 있는 뛰어난 골 결정력을 지닌 정우를 데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정우는 훌륭한 재능을 가진 선수이긴 하지만 아직 프리미어 리그에서 적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원 톱으로서 무리뉴가 원하는 능력도 아직은 완벽하다 볼 수 없었다.
물론 그 자리는 그리즈만으로 훌륭하게 채워지고 있었지만, 당초 계획을 약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문제는 되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도 충분했지만, 향후 더 무서운 것으로 발전할 것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시작부터 100%를 바라는 것이 더 말이 안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중요한 부분에서 결여된 것.
팀을 뒤흔들고 있는 치명적인 부분.
그것은 바로 포그바라는 퍼즐 조각이었다.
애초에 그에게 바란 것은 지금의 윤석과 같은 롤이었다. 그에게는 그런 재능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 자신이 정해 놓은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전히 두 명의 미드필더에게 보호를 받아야 하는 롤을 수행하는 것을 원했다.
게다가 제자리걸음이 지속되자 점점 무뎌져 가고 있었다.
지금의 롤도 점차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게는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완전히 꽃피우지 못한 자신의 재능을 다 피워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시도는 꾸준히 지속되어 왔지만, 비싼 이적료와 주급, 그로 인한 자신의 단단한 입지 때문에 무리뉴로서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첼시에서 이런 부분을 무리하게 건드리다 벼랑 끝까지 몰려 봤던 무리뉴는 과거와 달리 강력하게 선수단을 장악하는 것에 있어서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그 부산물이 지금의 포그바이기도 했다.
하지만 바뀌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무리뉴가 추구하던 철학도 완성하기 어려웠고, 바뀌는 현대 전술의 흐름에서 새롭게 구상하는 자신의 전술을 만들어 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포그바에게 있어서 윤석은 좋은 자극, 그리고 동기부여가 될 거다.
벼랑 끝까지 몰려 본 적 없는 선수가 진심이 되어 축구를 할 수 있는 그런 배경 말이다.
[그리고 지금 그것이 점점 완성되어 가고 있지.]무리뉴는 필드 위에 선수들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자신을 뛰어넘는 실력, 그리고 선수단을 장악하는 능력까지 갖춘 선수가 팀을 장악하고 자신은 점점 벼랑 끝에 몰리면서 입지가 줄어드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포그바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각을 밥 먹듯 하던 포그바가 일찍 온 것만으로 설레발을 친다고 볼 수 있겠지만, 무리뉴는 이제 시작되어 가고 있다고 확신했다.
충실하게 훈련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더.
그렇게 다가온 챔피언스 리그 두 번째 경기.
무리뉴는 나름대로 열심히 한 포그바를 선발에서 제외했다.
포그바가 가지고 있었던, 자신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철저히 부수는 경기였다.
-또다시 역습상황! 다이렉트로 에레라가 윤석에게 패스합니다! 윤석, 달려 나가네요!
윤석이 공을 몰아 2선을 넘어서는 순간 란지니가 측면으로 빠져나가면서 선수 하나를 끌어당겼다.
그 순간 윤석이 중앙으로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고, 좌측에서 달리던 정우가 란지니와 교차하듯 수비의 뒤 공간으로 파고 들어갔으며, 그리즈만은 그사이에 수비수의 시선을 뺏는다.
그 절묘한 타이밍으로 정우를 견제하는 선수가 없어지면서 정우는 여유롭게 공을 향해 달려가 공을 차지해 골대를 향해 달려가 골키퍼가 막지 못할 슈팅을 성공시킨다.
-골! 환상적인 역습입니다! 무리뉴가 원하는 그림이 바로 이거죠!
-오늘 벌써 역습으로 몇 번이나 골을 넣는 거죠? 대단합니다!
-이 모습을 맨유의 유니폼으로 구현하고 보니 왠지 모르게 퍼거슨의 향기가 나는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그것도 그렇네요. 무리뉴나 퍼거슨이 가장 중요시하는 포지션이 윙어입니다. 과거 퍼거슨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윙어들을 수집했던 경력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두 사람이 추구하는 전술 자체가 윙어를 통한 역습 전개가 기본이었어요. 어쩌면 과거 모예스가 아닌 무리뉴가 퍼거슨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면 맨유는 지금처럼 6시즌이나 리그 우승을 놓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열광하는 해설과 관중들.
그리고 팀의 네 번째 골을 지켜본 무리뉴는 주먹을 불끈 쥐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 이거야.]자신이 그토록 바라 왔던 모습을 지금 필드 위에 선수들이 보여 주고 있었다.
지공 상황에서 교차한 란지니의 빈자리를 파고들어 진격한 윤석이 골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역습을 통해 무려 3골을 만들어 냈다.
한쪽으로 치우친 것도 아니었다. 그리즈만이 1골, 그리고 미키타리안이 반대쪽에서 1골을 만들어 내 중앙과 좌우를 가리지 않고 모두 역습으로 골을 만들어 낸 환상적인 경기였다.
무리뉴는 자신도 모르게 필드 가까이 다가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벤치에서 지켜보던 포그바는 답답한 마음을 금하지 못하고 얼굴을 쓸어내렸다.
팀은 자신이 없어도, 아니, 자신이 없어서 더 완벽하게 변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을 향하던 무리뉴의 시선도 어느 순간 없어지는 것 같았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완벽한 1승을 챙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기세가 등등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뛰어난 선수들이 감독의 전술 아래 환상적으로 녹아 든 모습을 보여 줬으니 말이다.
사기가 바짝 오른 맨유의 선수들은 다음 경기를 주목했다.
그것은 팬들도 마찬가지.
예전과 같이 화려함과 명성은 없어졌을지 몰라도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빅 매치 중의 빅 매치가 펼쳐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노스웨스트 더비.
흔히들 레즈 더비라고 불리는 맨유와 리버풀 간의 대결이었다.
지역 감정을 기반으로 서로의 대한 경쟁심, 그리고 일종의 질투로 만들어진 지금의 더비는 퍼거슨이 집권하던 시기에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치열했던 더비로 유명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맨유와 리버풀 모두가 우승과는 거리가 먼 팀이 되면서 그 유명세가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여전히 맨체스터와 리버풀, 두 지역의 팬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경기가 아닐 수 없었다.
[이번 경기가 홈에서 이뤄지는 만큼 우리는 더욱더 승리에 목말라야 한다.]무리뉴는 스파르타 프라하와 경기가 끝난 다음날 선수단에게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모인 선수들 앞에서 말했다.
선수들은 무리뉴의 말에 동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패배, 그것도 참패를 당한다면 지역 팬들의 폭동을 지켜봐야 할지도 모르는 중요한 더비였으니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고된 일정으로 피로한 것은 알지만, 회복 훈련도 했고, 곧 바로 연습 게임을 하고 전술훈련에 들어간다. 다들 준비해라. 호명하는 선수들은 조끼를 입도록 해라.]무리뉴의 말에 선수들이 귀를 기울였다.
대부분 경기를 앞둔 훈련에서 조끼를 입은 선수들이 선발로 뛰기 때문이었다.
[바란, 바일리, 쇼, 카스트로, 한윤석, 에레라, 한정우, 래쉬포드, 그리즈만…… 그리고 란지니.]미키타리안과 루벤 네베스가 빠진 것을 제외하면 지난 경기와 다를 바 없는 라인업이었다. 조끼를 입지 못해 아쉬워하는 선수들을 뒤로하고 조끼를 입은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야, 내가 살다 살다 레즈 더비를 뛸 줄이야.”
정우의 말에 윤석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네가 레즈 더비를 알아?”
“왜 이래. 그래도 치성이 형 뛸 때에는 프리미어 리그 열심히 본 사람이야!”
“그랬나?”
“그럼! 아무튼 제대로 하자고, 제대로. 무려 노스웨스트 더비여!”
정우가 유난히 혀를 굴리며 말하자 윤석은 크게 웃으면서 조끼를 챙겨 입었다. 윤석을 위해 특별 주문한 윤석만을 위한 빅 사이즈 조끼였다.
한편, 선발과 거리가 멀어지자 포그바는 굳은 얼굴로 훈련장을 둘러보다 무리뉴를 바라봤다.
여전히 무리뉴는 포그바를 바라보지 않았다.
* * *
훈련을 마무리한 시간.
[감독님.] [무슨 일이지?]포그바는 개인적으로 무리뉴를 찾았다.
무심한 무리뉴의 눈을 마주하며 포그바는 뒷짐 진 상태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붙잡고 있던 자존심, 자부심…… 모든 것들을 내려놓았다.
[경기를 뛰고 싶습니다, 간절히.]급한 성격만큼 조급하고, 그래서 더욱더 간절한 포그바는 더없이 진지했다.
그런 포그바를 바라보며 무리뉴는 눈을 빛냈다.
드디어 때가 무르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