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92)
형제의 축구-192화(192/251)
형제의 축구 192화
더비
노스웨스트 더비의 날이 밝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3승 3무로 6경기 무패를 기록하면서 리그 4위를 기록하고 있는 맨유와, 3승 2무 1패로 리그 5위에 위치하고 있는 리버풀의 싸움이었다.
명성으로만 따지면 1위와 2위끼리 싸움을 해도 모자랄 판이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었기 때문에 리그 순위를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크게 없었다.
그저 오늘 리버풀이, 혹은 맨유가 상대팀을 누르고 더비전에서 웃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게다가 최근 경기력으로 인해서 양 팀의 대한 관심도 매우 뜨거웠다.
무리뉴는 지난 경기에서 정평이 나 있던 자신만의 전술을 그대로 재연해 내면서 4 대 0으로 챔피언스 리그에서 스파르타 프라하에게 완승을 거둔 뒤였고, 리버풀도 스완시를 상대로 전진 압박을 통해 스완시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승리를 거두면서 기대감을 높인 뒤였다.
자연스럽게 오늘 경기가 펼쳐질 올드 트래포트의 관중석은 만석이 되어 붉은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뜨거운 노스웨스트 더비의 열기가 느껴지는 올드 트래포트입니다. 오늘 리그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그 5위 리버풀의 더비전이 펼쳐지는 만큼 그 열기가 이곳에도 느껴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맨유의 응원가 소리에 제 목소리가 제대로 들릴지 의문이 들 정도에요, 하하.
-오늘 경기, 포르투갈 출신의 두 감독이 붙게 됩니다. 무리뉴 감독이야 현역 감독들 중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명장, 말 그대로 스페셜 원이죠? 그리고 현재 리버풀의 감독, 레오나르도 자르딤 감독 역시 포르투갈 출신의 감독으로 지난 시즌 모나코에서 리버풀로 이적하면서 많은 화제를 부른 감독이기도 하죠. 모나코에서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매 시즌 상위권을 유지하는 감독이긴 합니다만, 우승 경력이 없는 그를 클롭을 경질하면서까지 데려온 것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던졌습니다. 우승이 아닌 현상유지를 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죠?
-맞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겨울에 부임한 이 감독은 클롭이 리그 10위까지 곤두박질치게 만든 팀의 순위를 리그 5위까지 끌어올리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경기를 펼칠 맨유의 감독 무리뉴를 상대로 5 대 1 대승을 거두면서 무리뉴가 우승 레이스에서 탈락하게 만드는 장본인이 되었죠.
-그 경기 직후 자르딤 감독이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맨유에서 세 시즌이나 실패한 무리뉴는 더 이상 스페셜 원이라 불릴 자격이 없는 그저 그런 감독이다, 하고 도발적인 발언을 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경기가 시작도 전에 더욱 뜨거워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자, 그럼 경기 시작에 앞서 오늘 선발 라인업을 보시겠습니다. 우선 홈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입니다.
FW 래쉬포드.
MF 한정우, 란지니, 그리즈만, 한윤석, 에레라.
DF 쇼, 바란, 바일리, 카스트로.
GK 데 헤아. 이상입니다. 지난 경기, 그리고 지지난 경기에서 한정우가 윙어로 출격해 좋은 모습을 보여 주면서 이번 경기에서도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하게 되었네요. 지금까지 왼쪽에서 뛰던 래쉬포드가 그가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인 스트라이커로 자리 잡고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포그바는 오늘도 선발이 아니군요?
-아무래도 현재 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윤석과 동선이 겹치는 점도 있고, 지난 시즌보다도 무뎌진 포그바가 경기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무리뉴의 신임을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란지니는 아직까지는 매우 뛰어난 선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만, 무리뉴의 전술에서 안정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면서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차게 되었어요. 어쨌든 오늘 무리뉴는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네, 그렇군요. 이어서 리버풀의 라인업을 보시겠습니다.
FW 쿠티뉴, 오리기, 사디오 마네.
MF 피르미누, 프라우즈, 파레데스.
DF 모레노, 레모스, 마티프, 클라인.
GK 카리우스. 이상입니다. 자르딤 감독의 베스트 11이 모두 나왔다고 볼 수 있는 라인업이군요.
-그렇습니다. 자르딤 감독은 지난 팀인 모나코에서 부터 그래왔듯이 리버풀에서도 젊고 재능 있는 선수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지난 시즌 겨울에 부임하면서 영입한 파레데스와 이번 시즌 사우스햄튼에서 영입한 프라우즈, 두 선수와 미드필더의 삼격형의 첨병 피르미누의 조합은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피르미누가 세 명의 공격수와 함께 공격적으로 나설 때 후방에서 공격의 활로를 찾는 것을 지원하고 역습시 압박으로 전환해 또다시 공을 빼오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뭐, 마치 각성이라도 한 듯 뛰어난 연계력을 보여 주기 시작한 오리기와 이를 받아 골로 연결하는 마네, 피르미누, 쿠티뉴의 공격 조합도 훌륭합니다.
-젊은 선수들로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 주는 자르딤 감독, 지난 시즌 이와 같은 전술로 역습을 시도하려는 맨유를 전방에서부터 압박하고 뒤흔들어 대승을 거뒀습니다. 지난 시즌 경기는 정말 무리뉴의 천적, 상극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어요.
-그렇죠.
필드를 나서기 전부터 수도 없이 이겨야 한다고 들어 온 양 팀 선수들의 표정은 결연했다. 더비전이니 만큼 승리의 대한 무게가 더욱더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 가운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 관중석에서 맨시티와 리버풀을 비하하는 응원곡 중 하나인 ‘From the banks of the river lrwell’이 끝나고 이번에는 리버풀의 감독인 자르딤을 비하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노래가 더럽네?”
울려 퍼지는 응원가를 들으며 정우가 인상을 찡긋했다. 윤석도 마찬가지였다.
“형, 이거 사실이야?”
“아마 그럴걸.”
응원가의 내용은 자르딤을 비꼬는 노래였다. 감독하러 가서 구단주의 마누라 엉덩이를 두들기던 감독이 자신과 어울리는 더러운 팀을 만났다는 식의 노래였다.
과거 자신이 감독을 맡았던 모 구단의 구단주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자르딤의 과거를 상기시키고 모욕하는 게 목적인 노래였다.
그래서였을까?
경기 전부터 벤치에서 잔뜩 굳은 얼굴을 하고 있던 것도 모자라 지금에 와서는 대머리인 그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끈 돋아나 있었고,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무리 냉정을 유지하려 해도 참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르딤의 노래에 대항하기 위해 리버풀이 만든 응원가가 흘러나온다. 희대의 바람둥이, 불륜의 황제를 클럽 레전드로 보유한 더러운 맨유라는 내용의 노래였다.
“더럽게 유치하게 노네.”
분데스리가에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저질스러운 응원가를 들으며 정우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정우의 어깨를 툭 치며 윤석이 말했다.
“그만큼 치열하다는 소리지, 오늘 더비가. 조심해라, 잘못하면 스토크 시티 때보다 더 격렬하게 싸워야 할지도 모르니.”
“응, 응.”
정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이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들려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축입니다.
래쉬포드에게서 시작된 공이 후방으로 내려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맨유는 빠르게 공을 뒤로 옮겼다가 앞으로 전진시킬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리버풀은 맨유가 공을 뒤로 전개하면서 부터 라인을 위로 올리면서 최전방에서 부터 압박을 가져가기 위해 움직였다.
“음.”
정우는 리버풀을 지켜보면서 지난 시즌까지 자신이 뛰었던 팀, 라이프치히를 떠올렸다.
어리고 유망한 선수를 두고 있는 점부터 시작해서 최전방에서 압박을 가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까지.
자르딤의 리버풀은 하센휘틀이 이끄는 라이프치히와 많은 점이 닮아 있었다.
반대로 맨유는 자신이 익숙해진 전술과는 다른 전술을 구사한다. 오히려 자신이 상대했던 팀들과 유사한 전술, 깊숙이 상대를 끌어들이고 카운터를 시도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된다.
정우가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라이프치히에서는 자주는 아니었지만, 간혹 중앙 공격수로 뛰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경우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 특유의 미친 득점을 보여 주진 못하고 공격시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주더라도 상대를 압박하는 것은 능숙하게 수행하고는 했다.
하지만 맨유에서 정우의 역할을 매우 국한된다. 역습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많아진다.
물론 무리뉴도 현대 전술에 맞춰 전방 압박을 중요시 여기기 시작했지만, 그가 더욱더 공을 들이는 것은 상대를 깊숙이 끌어들이고 뒤통수를 치는 일이었다. 정우는 그것에 맞춰서 달리는 역할이 핵심이었고.
아무튼, 스타일이 완전 다른 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에게 익숙한 느낌의 전술을 구사하는 팀을 상대하는 것은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었다.
윤석은 스스로 라인을 내려 수비수와 공을 주고받으면서 리버풀의 움직임을 살피면서도 전방으로 공을 보낼 기회를 찾았다.
윤석이 움직이는 만큼 에레라도 열심히 움직이면서 빈 공간을 찾았다.
공간을 찾아 공을 받고 마찬가지로 빈 공간으로 공을 보내는 일이 자신의 전부라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맨유가 단 한 차례 공격을 시도한 것을 제외하고 리버풀과 맨유는 공을 주고 뺏는 상황을 계속 이어 가고 있습니다. 양 팀 모두 지나치게 신중한 것은 아닌가 생각되네요.
-맞습니다. 양 팀 스타일이 서로 상극인지라 단 한 순간의 실수가 골로 연결될 수 있거든요. 이런 더비 경기에서는 단 1골이라도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어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리버풀……!
에레라가 프라우즈에게 신경을 쓰는 사이, 피르미누가 측면으로 빠져나가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프라우즈는 에레라를 피해서 좌측으로 빠져나가는 피르미누에게 공을 밀어 줬고, 카스트로가 피르미누를 막기 위해 움직이는 사이, 쿠티뉴가 중앙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바일리의 시선을 빼앗았다.
그 순간 깊숙이 카스트로를 유인한 피르미누가 카스트로와 거리를 벌리면서 그대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공이 향한 곳은 쿠티뉴에게 시선을 뺏긴 바일리의 뒤, 오리기를 향했다.
공을 가슴으로 트래핑한 오리기는 바란이 자신을 향해 움직이는 동안 원터치로 공을 띄워 바란의 뒤에서 골대를 향해 파고들어 오는 마네에게 스루패스를 찔러 줬다.
[아!]바란은 당했다, 하고 생각하면서도 방향을 전환해 공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몸을 돌리는 그 짧은 순간이 차이를 만들어 내면서 마네와 거리가 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
바란은 전력을 다해 달렸다.
고작 한 걸음.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마네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
데 헤아가 부랴부랴 달려 나와 골대의 각을 줄여 나간다.
순식간에 좁혀 오는 데 헤아로 인해 마네의 속도가 줄어들었고, 바란이 곧 따라잡거나 데 헤아가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막을 수 있다.
희망이 생겨났지만, 자르딤의 체제에서 잘 녹아든 마네는 결코 녹록치 않았다.
골대를 향한 각도가 나오지 않자 마네는 왼발 바깥쪽을 휘둘러 툭 하니 공을 옆으로 밀어 줬다.
[헛!]데 헤아가 헛숨을 삼키고 멈칫하며 고개를 돌리며 몸을 날리려는 순간, 이미 대기하고 있던 오리기가 마네가 밀어 준 공을 그대로 골대를 향해 슈팅한 뒤였다.
-고오올, 아앗!
해설들도 확정적으로 골을 외치려는 순간.
-저 선수가 언제 내려왔나요!
-맙소사! 한윤석이 막아 냅니다!
옆으로 파고들어 온 윤석이 오리기의 슈팅에 간발의 차이로 발을 들이밀어 공을 막아 냈다.
1골을 넣은 것과 다름없는 선방!
그리고 윤석은 떠오른 공을 그대로 다른 발을 휘둘러 전방으로 차 냈다.
뻥!
선수들의 틈을 비집고 레이저처럼 공이 쭈욱 뻗어 나간다.
대지를 가르는 듯, 마치 리버풀이 한참 잘나가던 시절 사비 알론소의 패스를 연상시키는 패스가 단숨에 하프라인을 넘어 수비진 사이에 자리 잡은 래쉬포드의 발 앞에 걸렸다.
래쉬포드는 등진 상태로 공을 받으면서 수비수를 견제하면서 몸을 빙글 돌려 그대로 또다시 공을 앞으로 밀어 준다.
-한정우!
-달립니다!
그것은 측면에서 종으로 파고 들어온 정우가 가로채며 그대로 골대를 향해 달려가게 되었다.
질풍같이 달려가는 정우의 속도는 관중석에서, 혹은 TV에서 봐도 압도적이었다.
분주하게 달려가는 마티프와 레모스였지만, 오히려 달릴수록 거리가 크게 벌어졌다.
정우가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처음 본 자르딤은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입을 벌리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리버풀의 골키퍼 카리우스가 거리를 좁히며 달려왔지만, 정우는 스쿱턴으로 카리우스를 피해 내면서 그대로 빈 골대를 향해 가볍게 공을 찔러 넣었다.
-고오오오올! 한정우의 리그 여섯 번째 골이 터집니다!
-엄청난 주력이네요! 똑같이 달리는데 수비수들이 따라잡기는커녕 거리가 벌어졌습니다!
-골을 먹을 뻔한 상황을 단숨에 뒤집고 오히려 골을 만들어 낸 맨유! 선제골로 홈에서 앞서 나갑니다!
공을 집어넣은 정우는 환하게 웃으면서 포효하다가 자신의 원정 온 팬들을 향해 자신의 등 번호를 가리켰다.
리버풀 팬들을 향한 정우의 도발에 홈 팬들은 크게 환호했고, 원정석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를 지켜보는 선수들도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마찬가지.
경기가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