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195)
형제의 축구-195화(195/251)
형제의 축구 195화
지켜봐!
디나모 키예프와 경기가 끝난 뒤.
워낙 빠듯한 프리미어리그의 일정 탓에 고작 사흘 만에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를 치러야 했다. 상대는 본머스.
이번 시즌 그야말로 도깨비와 같은 행보를 보여 주고 있는 팀이었다.
맨시티와 아스날 경기에서 각각 3 대 1, 2 대 0으로 두들겨 맞은 뒤, 화풀이 하듯 리그컵에서 하위 리그의 팀이긴 하지만 피터보로우를 상대로 5골을 꽂아 넣더니 이어서 웨스트햄에게 지난 경기력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3 대 0으로 패배하고 그다음에 펼쳐진 선더랜드와 리그 일전에서는 6골을 넣으며 6 대 0으로 대승을 거두더니 아스날에게 리그컵 3라운드에서 또다시 패배했다가 리그에서는 첼시를 상대로 4대0 대승을 거두며, 잘 안 되는 날은 실컷 두들겨 맞고 잘되는 날은 강팀을 상대로도 미친 득점력을 보여 주고 있는 팀이었다.
그리고 맨유와 일전을 치루기 전, 스완시와 경기에서 3 대 0 승리를 거둬 사람들은 이번 맨유와 경기에서는 거짓말처럼 질 거라는 예측과 2연승 후에 패배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번 경기에서 첼시 때와 같이 맨유를 이길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붙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본머스가 미친 득점력으로 상대를 무너뜨린 경기는 모두 홈에서 치러진 것이고 그나마 원정에서 거둔 승리는 아스톤 빌라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오늘 경기는 올드 트래포트, 바로 맨유의 홈구장이었다.
-골! 골골! 한정우 선제골입니다!
시작은 전반 12분 만에 그리즈만의 패스를 받은 정우의 발리슛이었다.
-골! 한윤석이 수비수 사이를 가르는 패스로 동생의 골을 어시스트했습니다!
정우가 전반 21분 만에 멀티 골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차례대로 윤석, 그리즈만, 미키타리안의 골로 본머스는 5 대 0으로 맨유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어서 입스위치와 리그컵 4라운드에서도 맨유는 주전을 제외하고도 3 대 1로 승리를 이어갔다.
그리고 찾아오는 리그 10라운드.
상대는 같은 연고지를 공유하고 있는 이웃, 맨체스터 시티였다.
한때는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쉽, 심지어는 3부까지 오가는 그저 그런 팀이었던 맨시티는, 그런 만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지역 라이벌 팀에게 가려져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팀이었다.
그런 만큼 맨체스터 더비를 관심 깊게 지켜보는 사람들은 지역 주민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시기에 만수르가 맨시티를 인수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부자 구단주와 성공적으로 팀을 리빌딩한 감독들의 활약으로 맨시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비등한 전력의 팀이 되었고, 우승까지 거머쥐는 기염을 토해 냈다.
그리고 퍼거슨이 은퇴한 이후, 맨시티는 두 번의 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단 한 번의 우승도 거두지 못하면서 맨체스터 시티가 진정한 맨체스터의 주인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까지 나오고 있었다.
여기에 무리뉴는 과르디올라와 리그와 컵을 통틀어 일곱 번의 싸움에서 단 두 번의 승리를 거두고 있었고, 과르디올라는 네 번이나 무리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지역 라이벌 더비는 점점 더 과열되고 있었다.
과거 맨시티의 팬들이 맨유에게 열등감을 느꼈다면, 지금에 와서는 맨유의 팬들이 맨시티에게 열등감을 느끼면서 돈으로 우승을 산 팀, 퍼거슨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팀이라고 서로를 비난하며 경기가 열릴 때마다 치열한 경기는 물론이고 경기가 끝난 뒤 난투극으로 이어지는 등 열정적이면서도 치열하고 위험한 더비가 되었다.
그 가운데 맞이하는 이번 경기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중들이 이티하드 스타디움에 몰려들고 있었다.
-네, 지역 라이벌 더비가 펼쳐질 이티하드 스타디움입니다. 오늘 관중들 열기가 뜨겁습니다.
-맨체스터의 불친절한 이웃들끼리 싸움인데요, 최근 들어서 더욱더 과열되고 있는 양상이죠?
-아무래도 무리뉴와 과르디올라라는 시대를 이끌고 있는 두 명장이 팀을 지휘하고 나서부터 더욱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이기도 하고요.
-맞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6승 3무로 승점 21점으로 미진하다는 비난을 받던 상황에서 어느새 리그 1위를 차지하며 우승을 향한 집념을 불태우고 있는 상황이구요, 맨시티는 6승 2무 1패로 고작 승점 1점 차이로 맨유의 뒤를 바짝 추격해 오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승패에 따라서 1위와 2위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이건 중요합니다. 자존심이 걸린 일이기도 하고요.
그 가운데 이티하드 스타디움은 서로를 비난하는 응원가를 부르짖는 팬들의 소리가 경기장 밖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것은 로커 룸에도 마찬가지.
“얼마나 크게 불러 재끼면 로커 룸이 울릴 정도지?”
정우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천장을 바라봤다.
“응원하는 것도 경쟁하는 것 같던데. 우리가 알던 맨체스터 더비랑은 이제 수준이 다른 거지.”
“이 정도면…… 그 뭐냐, 형, 있잖아, 제일 유명한 더비. 그거 이름 뭐지?”
정우의 물음에 윤석은 곧 바로 대답했다.
“엘 클라시코?”
“그래! 그거! 그거에 비벼 볼 수준은 되는 거야?”
“지금은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가장 큰 더비인 건 확실해.”
윤석의 말을 듣고 정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사이 로커 룸으로 무리뉴가 들어온다. 오늘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진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매번 부딪치는 과르디올라와 경기인데다가 그것도 더비전이기 때문이다.
[다들 준비는 되었나?] [……네!]서로 눈치를 보던 선수들이 거의 이구동성으로 외치자 무리뉴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알다시피 이번 경기는 시즌 초반 1위를 유지해 박싱데이를 맞이할 수 있나 없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경기다. 1위인 것과 2위인 것은 천지 차이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의 경기가 불친절한 이웃과 싸움이라는 거다. 아쉽게도 내가 부임한 이래 단 한 번의 승리밖에 거두지 못했지. 나는 오늘부터 이 더비전의 양상이 바뀌길 기대하고 있다. 우리 팀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것을 명심해.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팬들을 위해서, 그리고 명예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무리뉴의 말을 들은 선수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경기가 다가올수록 선수들은 더욱더 진중하게 변해 갔다.
살 떨리는 긴장감이 로커 룸을 감싸고 있었다.
[아, 윤, 정! 자네들을 찾아온 특별한 손님들이 있어. 잠시 나가 보도록.]선수들 하나하나 불러서 전술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던 무리뉴가 문득 생각난 듯 형제에게 말했다. 형제는 의아한 얼굴로 무리뉴를 바라봤는데, 무리뉴는 그런 형제를 바라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가장 먼저 말해 줬어야 하는데 오늘 날이 날인지라 깜박했다. 미안하네. 아무튼 어서 나가 봐. 애타게 기다리는 것 같으니.]무리뉴의 말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로커 룸을 빠져나왔다.
“티스 씨?”
로커 룸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에이전트인 티스였다.
형제는 더욱더 의아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본다.
무리뉴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에이전트가 찾아왔다고 특별히 시간을 내서 내보낼 사람이 절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형제의 마음을 간파한 듯 티스가 말했다.
“기다리는 사람은 내가 아냐.”
그리 말하며 티스가 한 쪽을 가리키자 형제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형제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외쳤다.
“할머니!”
“아이고, 내 새끼들!”
형제를 찾아온 손님은 다름 아닌 가족들이었다.
몇 개월의 시간이 걸려서 리모델링이 끝난 집 덕분에 가족들을 부르기는 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던 형제들이 놀란 얼굴을 하고서 가족에게 달려갔다.
“빠! 아빠!”
이제는 아빠라는 말을 능숙하게 하는 세아가 이보네의 품에 안겨서 오랜만에 만난 아빠를 낯설어 하지도 않고 환하게 웃으면서 팔을 벌린다.
“아이고, 세아야!”
윤석은 반가운 마음에 이보네에게서 세아를 받아 안아 들었다.
“아빠, 보고 싶었어?”
“빠! 아빠빠!”
세아는 오랜만에 본 아빠를 툭툭 치면서 꺄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 세아의 볼에 뽀뽀를 하고 난 뒤 윤석은 이보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먼 길 오느라 고생했네. 어떻게 이리 금방 온 거야?] [무리뉴 감독님이 전화하셨어. 오늘 중요한 경기가 있는데 직접 와서 지켜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구단에서 준비할 테니 와 달라고.] [진짜?]윤석은 이보네의 말에 혀를 내둘렀다.
정확하진 않지만 무리뉴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했는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아마…… 가족이 지켜봄으로써 형제에게 이번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왜들 살이 빠졌댜?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 겨?”
그 와중에 할머니는 형제를 보고서 안쓰러운 얼굴로 하나, 하나 얼굴을 쓸어내린다. 그런 할머니를 바라보며 형제는 너 나 할 거 없이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할머니, 여기 음식 진짜 별로야. 영국 음식 먹으니까 독일 음식이 그리워…… 다른 나라 레스토랑 찾아다닐 지경이야.”
“그려? 고생혔네, 밥은 맛있는 거 마음껏 먹어야 속편한 건디, 고생이여, 이제 할미가 밥 차려 줄 테니 그런 걱정 말어.”
할머니의 말에 정우는 히죽히죽 웃었다.
“된장찌개!”
“그럼! 해 줘야지, 된장찌개!”
“이야, 신난다! 먹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는데!”
정우가 해맑게 웃었다.
오랜만에 해후인지라 가족들 모두 표정이 밝았다.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에 스태프가 나와서 외친다.
[윤! 정! 이제 곧 경기 시작이야! 어서 준비해!] [알겠습니다!]“이제 가 봐야겠네. 할머니, 경기 지켜보는 거지?”
“그랴, VIP석인가 머시기인가 거기서 본다.”
“응응, 할머니랑 이보네도 보고 조카도 보니까 오늘 이겨야겠다. 그지, 형?”
“그래, 가자.”
윤석은 웃으며 정우의 어깨를 두들기고 이보네에게 가볍게 키스해 준 뒤 로커 룸으로 향했다.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왔군, 반가운 손님이던가?]무리뉴가 웃으며 형제에게 물었다.
[이보다 반가운 손님은 없을 겁니다.]윤석의 말에 무리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들이 지켜보는 경기인 만큼…… 오늘은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게.] [반드시 이겨야죠.]형제는 결연한 표정으로 선수들과 함께 로커 룸을 나섰다.
부천에서나 라이프치히에서나 한 번도 뛰어 본 적 없던 더비전인 만큼, 더비전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못했던 형제였지만, 가족들을 마주한 뒤에는 마음가짐이 확실히 달라졌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으로 말이다.
-네, 선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 시작 전 오늘의 선발 라인업을 보실까요? 우선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FW 레반도프스키.
MF 아게로, 케빈 데 브뤼네, 귄도간, 가브리엘 제수스, 바이글.
DF 베르나트, 오타멘디, 존 스톤스, 베예린.
GK 브라보. 이상입니다. 최상의 라인업을 꾸려서 오늘 경기에 입하는 과르디올라 감독입니다. 알렉시스 산체스가 빠진 게 다소 아쉽습니다. 최근 포지션을 변경해서 미드필더 위치에서 브뤼네와 좋은 호흡을 보여 줬던 산체스였는데요, 그 역할을 브뤼네가 하게 되고 귄도간이 공수의 조율을 맡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인업입니다.
FW 그리즈만.
MF 한정우, 포그바, 미키타리안, 한윤석, 에레라.
DF 쇼, 바란, 무사치오, 카스트로.
GK 데 헤아. 이상입니다. 무사치오 선수가 부상에서 돌아왔습니다. 맨유의 수비수들 중에서 수비 조율이 능숙한 선수라고 볼 수 있어요. 좀 더 안정적인 수비 라인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맨유도 전체적으로 최상의 라인업으로 맨시티를 맞이하게 됩니다.
-라인업만 봐도 오늘 경기가 정말 기대됩니다. 전력으로만 따지면 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양 팀 아니겠습니까?
-네, 그런 만큼 이번 시즌은 순위도 나란히 1위,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네, 이제 경기 시작됩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선축입니다!
공이 굴러간다.
오늘 경기를 지켜볼 가족들을 생각하며 형제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