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00)
형제의 축구-200화(200/251)
형제의 축구 200화
박싱 데이
[압도적으로 첼시를 격파한 맨유에게 이제 더 이상의 적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이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스날, 토튼햄, 리버풀, 맨시티, 첼시라는 다섯 강팀을 모두 격파하게 되면서 빅6의 정점에 오르게 되었다. 굳건히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맨유, 맨유에게 이제 남은 것은 박싱 데이에서 1위 자리를 무사히 지켜 내 우승을 향한 길을 가는 것뿐이지 않을까 생각된다.]게리 네빌이 오랜만에 자신의 팀을 극찬하는 칼럼을 올리고, 수많은 맨유의 레전드들도 첼시와 경기를 칭찬하고 나섰다.
그만큼 첼시를 압살한 경기는 인상 깊었다.
혹자는 무리뉴가 마침내 첼시에게 멋진 복수를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게리 네빌이 말한 것 과 같이 빅6로 분류되는 지금의 프리미어 리그에서 여섯 팀을 모두 격파한 맨체스터 유타이티드의 위상은 우승을 하지 못했던 지난 여섯 시즌과는 달랐다.
물론 이제 겨우 전반기가 흘러가고 있을 뿐이니 속단하긴 일렀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가오는 박싱 데이에서 많은 것이 달라질 확률이 높았다.
팀을 잡아먹고 선수를 잡아먹는다는 살인적인 일정의 박싱 데이.
이때 로테이션을 제대로 돌리지 못한다면 선수들은 박싱 데이를 기점으로 체력 문제로 인한 기량 하락과 부상을 걱정해야 한다.
다른 리그와 달리 프리미어 리그가 힘들어지고, 잘나가던 팀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도 여기에 있었다.
그런 걱정들이 산재해 있는 가운데 프리미어 리그의 일정은 계속되었다.
원정에서 웨스트 브로미치를 상대로 그리즈만의 어시스트를 받은 정우의 1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스완시와 경기.
강팀과 중소팀의 싸움이기에 관심이 적을 수도 있었지만, 오늘은 한 가지 타이틀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었다.
-네, 오늘 경기 어느덧 전반이 지나 후반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양 팀 모두 0 대 0으로 점수가 나지 않은 상황인데요, 한정우가 평소와 달리 컨디션이 좋지 못한지 몸이 무거워 보이네요.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한정우가 또다시 골을 넣는다면 11경기 연속 골! 제미이 바디가 기록한 대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한정우란 선수 대단합니다. 이제 막 프리미어 리그로 이적 온 신입생 아니겠습니까? 지금까지 프리미어 리그를 화려하게 장식한 공격수들도 이루지 못한 것을 이적 온 첫 시즌 만에 도전하고 있어요. 정말 득점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수입니다.
-어쩌면 한정우에게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22경기 연속 골로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주인공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최다 연속 골 기록 타이.
정우가 이 위대한 기록에 도전하는 것을 지켜보기 위함이었다.
“후, 근데 오늘은 컨디션이 영…….”
엊그제부터 감기 기운 때문에 몸이 무거웠던 정우는 오늘도 평소보다 무거운 몸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감기가 심한 것도 아니었고, 기록의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출장했지만,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정우의 눈이 빛난다.
“그럼 최대한 빨리 끝내야지!”
쉽게 말한 정우는 적당히 눈치를 보다가 어느 순간 안으로 침투해 들어간다.
공을 가지고 있던 윤석은 정우를 발견하는 즉시 공을 질러 넣었다. 빠르게 뻗어가는 공이 단숨에 정우의 발에 걸렸다.
가볍게 공을 받은 정우는 몸을 빙글 돌리며 그대로 골대를 향해 슈팅했다.
철썩!
-맙소사! 골입니다! 한정우가 프리미어 리그 연속 골 기록과 타이를 이뤄 내는 순간입니다!
-연속 골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단 두 번의 터치면 충분합니다! 이 선수 요즘 바티스투타 플레이 영상이라도 보는 걸까요?
무리뉴는 벤치 밖으로 나와 아낌없이 박수를 쳤다.
그리고 이날 경기는 정우의 1골을 시작으로 래쉬포드와 바일리의 골로 3 대 1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연속 골 기록 타이를 만들어 내며 MOM이 된 정우는 기자회견에서 수많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야만 했다. 그렇게 정우가 진땀을 뺀 뒤, 무리뉴를 향해 한 기자가 물었다.
[거액의 이적료로 데려오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한정우가 멋진 활약으로 이적료가 아깝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정우의 활약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무리뉴는 흘끔 정우를 바라봤다.
지루한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는 정우를 보고 무리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천재. 뭐, 더 필요한 말이라도 있을까요?]모처럼 공개 석상에서 칭찬을 한 무리뉴였지만, 그 말이 아깝지 않았다.
말 그대로 정우는 천재였다.
설마 이런 빠른 시간에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낼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말이다.
문득 이번에는 어떤 선수의 플레이 영상을 보여 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완시와 경기가 끝나고 찾아온 것은 크리스마스였다.
연인과 함께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국과 달리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곳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날이었다.
윤석 일가도 마찬가지였다.
모처럼 온 가족이 모여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되었다.
“응, 응.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할머니가 많이 아프시다는데…… 그래, 알았어.”
정우는 씁쓸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
모처럼 만나기로 했던 주희와의 만남이 불발이 된 것이다.
독일에서 공부를 시작한 주희는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적응하고 있는 정우 역시도 바쁘다 보니 반년이 다 되도록 마주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모처럼 시간을 내서 만나기로 한 이번 크리스마스에서 만나지 못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 주희 할미가 많이 아프다냐?”
할머니의 물음에 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위독하신 것은 아닌데 입원하셨다고 하네?”
“아이고, 늙으면 그게 고생이여. 곱게 죽어야 하는디.”
“또, 또. 그 죽는다는 소리는 좀 그만하면 안 되남? 안 그래도 심란해 죽겠는디 할머니까지 왜 그래!”
“흘흘, 알았다 이눔아. 걱정되니 그렇지, 이눔아!”
“근데 이게 무슨 냄새야? 엄청 좋은 냄새가 나는디?”
“새아가가 칠면조 굽고 있어서 그려!”
할머니의 말에 정우는 눈을 번쩍 떴다.
“칠면조라면 그 큼지막한 닭 같은 거 말하는거지?”
“흘흘, 닭 같은 건 또 뭐냐. 칠면조는 칠면조지.”
“아무튼, 새라는 거 아냐! 신난다!”
정우가 신나서 부엌으로 뛰어가는 것을 보며 할머니는 또다시 웃음 지었다. 조류를 유난히 좋아하는 정우는 아까의 울적한 기분도 잊은 듯했다.
“하무이, 하무이!”
세아는 열심히 뛰어다니다 할머니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어이구, 내 새끼, 뛰다니다 다칠려구 그러누?”
“꺄아! 하무이! 찔며조! 찔며조!!”
“칠면조 말하는 겨? 흘흘, 지 애비 닮아 가지고. 너도 그리 좋으냐?”
조류를 좋아하는 것은 윤석도 마찬가지였다. 새라면 닭이든 오리든 거위든 가리지 않고 다 맛있게 먹는 형제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세아도 닭고기를 좋아했다. 뭐 먹고 싶냐 물으면 대답하는 게 항상 삼계탕이었다.
[할머니, 요리 다 됐어요! 드시러 오세요!]이보네의 말을 들은 할머니는 흐뭇하게 웃으며 세아를 안아들고 식당으로 향했다.
윤석 가족의 평화로운 크리스마스였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후에는 결코 평화로울 수 없었다.
* * *
살인적인 일정의 박싱 데이가 시작되었다.
“라이프치히의 동료들은 지금쯤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고 클럽을 갔겠지.”
정우는 툴툴거리면서 축구화 끈을 묶었다.
“오늘 왜 이리 불만이 폭발이야?”
윤석의 물음에 정우는 윤석에게 핸드폰을 보여 줬다. 정우의 핸드폰에는 젤케가 동료들과 함께 맥주를 들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여자들의 사이에 끼어 있는 사진이 담겨 있었다.
“이것봐, 이 자식 나한테 새벽에 이런 문자를 보냈다고. 분명히 지는 논다고 자랑하는 겨.”
“하하, 자식들 여전하네. 근데 너 어차피 주희 누나 때문에 클럽 못 가잖아.”
“음…… 그건 그렇지. 내가 여자랑 노는 것도 아닌데 클럽 가는 거 엄청 싫어해.”
정우는 또다시 툴툴거렸다. 그런 정우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을 흘리는 사이 무리뉴가 선수들에게 말했다.
[살인적인 일정이 시작했다. 다들 피로가 누적되는 만큼 부상 조심해야 해! 나는 최대한 로테이션으로 너희들에게 무리를 주지 않도록 노력할 테니, 너희들도 각별히 조심해라.]무리뉴는 이제는 익숙해진 박싱 데이 기간인지라 태연하게 말했지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선수들만 쉬지 못하는 게 아니라 박싱 데이 기간은 감독들도 지치는 기간이었다.
1주일에 무려 3경기라니!
최악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맨유는 박싱 데이의 시작부터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오늘 스코어는 2 대 1, 크리스탈 팰리스가 앞서고 있어요. 제가 보고 있는 게 맞는 건가요?
-맞습니다. 오늘 맨유는 운이 따라 주지 않네요. 반대로 크리스탈 팰리스는 단 세 번의 슈팅으로 2골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 맨유는 필드에서 열 명이 뛰고 있어요. 에레라가 모처럼 의욕적인 태클로 팀을 망쳐 놨습니다.
-그리고 경기…… 끝났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열여덟 번째 리그 경기에서 무패를 마무리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아직은 괜찮습니다. 맨시티와 승점차가 아직 5점이나 나고 있어요.
경기가 종료되고 무리뉴는 멍한 표정으로 필드를 바라보다 머리를 쓸어 넘기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오늘 경기는 그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강등권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고, 에레라가 퇴장당하기 전에 이미 2골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지키고 있었다.
에레라의 퇴장으로 오히려 팀은 더욱더 의욕적으로 움직이며 그리즈만의 골로 추격하는 듯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모처럼 패배였고, 그만큼 쓰디쓰지만 패배를 곱씹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얼마 가지 않아서 박싱 데이의 두 번째 경기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번 상대는 미들즈브로.
한때는 도깨비 팀으로 불리던 이 팀은 지금은 이 시대의 새로운 생존왕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승격한 16-17시즌부터 지난 18-19시즌까지 강등 위기에서 기적같이 잔류하면서 붙여진 새로운 닉네임이었다. 다만 이번 시즌은 연패를 이어 가면서 더비, 선더랜드와 함께 강등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약팀으로 분류되는 만큼 맨유는 이번 경기에서 주전으로 뛰던 선수들을 대부분 제외하고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다소 불안하긴 했지만, 오늘 경기에서 모처럼 출장한 린가드와 막시밀리아노 로메로의 골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박싱 데이의 마지막 경기.
이제는 과학으로 입증된 본인들의 위치, 4위를 지키고 있는 아스날과 대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무시할 팀은 아니었고, 그렇기 때문에 미들스브로와 싸움에서 주전들을 출전시키지 않고 휴식을 취하게 한 이유였다.
-박싱 데이 마지막 경기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의 경기. 오늘은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아스날이 맨유를 맞이합니다. 지난 경기에서 3 대 1로 쓰디쓴 패배를 당한 아스날이었죠?
정확히 형제가 데뷔한 경기 첫 상대가 아스날이었다.
벵거 감독은 오늘을 단단히 벼르고 온 듯 최대한의 전력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전력을 다해 상대했다.
사실 오늘 경기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뒤를 바짝 추격해 오는 리버풀에게 순위를 뺏기게 될 위기였기 때문에 절대로 져서는 안 되는 경기였다.
[5분…… 5분이면…….]스코어는 2 대 0.
아스날이 2골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승리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벵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순간.
쾅!
천둥이 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체흐의 뒤에서 나뒹구는 공을 바라보고 벵거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떠야 했다.
-한윤석의 골! 그 특유의 캐논 슈팅이 골로 연결됩니다!
-남은 시간은 인저리 타임을 제외하고 4분여 남았습니다. 어떻게 될 것인가!
[집중해라! 단 한순간도 방심하면……!]다시 재개된 경기에서 벵거는 선수들에게 열변을 토했다.
하지만 집중한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는 법.
경기가 다시 시작된 지 불과 2분도 되지 않아서 측면에서 정우가 미친 속도로 파고 들어와 미키타리안의 크로스를 그대로 발리로 받아쳤다.
철썩!
[와아아아아!]원정석에서 우렁찬 함성 소리가 들려온다.
인저리 타임을 포함해 불과 3분, 단 3분만을 남겨 두고 정우가 동점 골을 터뜨린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로 진출한 이후 정우는 퍼스트 터치의 마법사라고 불러야 할 거 같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대처할 수 없도록 빠른 시간에 골을 만들어요!
그렇게 경기는 형제의 골들 덕분에 무승부로 마무리 짓게 되었다. 양 팀 모두 만족할 결과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무리뉴는 웃을 수 있었다.
박싱 데이 기간 동안 1위 자리를 지켜 냈기 때문이다.
아스날의 4위 과학과 맞먹는 하나의 진실.
박싱 데이에서 1위를 지킨 팀이 우승할 확률이 높다는 것.
그 확률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박싱 데이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