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01)
형제의 축구-201화(201/251)
형제의 축구 201화
발롱도르의 주인
박싱 데이가 지나고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윤석은 어느덧 한국 나이로 스물네 살, 정우는 스물세 살이 되었고, 세아도 태어난 이후 두 번째 새해를 맞이해 한국 나이로 세 살이 되었다.
시간은 참으로 빨리 흐르는 것 같았다.
작년에는 다 같이 떡국을 먹은 새해였지만, 이번 새해는 스위스 취리히로 향하게 되었다.
모종의 사유로 일정이 미뤄졌던 발롱도르 시상식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발롱도르 시상식인 만큼 모처럼 유명한 축구인들이 화려하게 옷을 빼입고 레드카펫을 밟는다. 정우와 윤석도 이에 동참해 입장했지만…….
“우리는 이제 빠져야겠지?”
“그래.”
윤석과 정우는 다른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바로…….
[발롱도르 후보에 뽑히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현재 기분이 어떠십니까?]발롱도르 후보 최후의 3인에 뽑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같은 클럽에서 발롱도르 수상자와 2위, 3위가 정해진 적은 있어도 단 한 번도 형제가 최후의 3인으로 뽑힌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은 매우 컸다. 그 외에도 아시아 선수가 발롱도르 후보에 뽑힌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고, 두 사람이 모두 아시아 출신의 선수라는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오늘 따라 취리히를 찾아온 기자들 중에는 동양인 기자들이 매우 많았다.
한편으로 한국에서는 머나먼 이국 땅에서 펼쳐지는 발롱도르 시상식이 트이치에서 인터넷 생중계로 방송되면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한정우 어디 있냐? 안보임.
-ㅋㅋㅋㅋㅋ형한테 가려져 있음.
-와, 정장 입으니 둘 다 존잘.
-윤석이한테 정장이라……. 기성복은 입을 수 없겠지, 윤석이는?
-돈을 그렇게 버는데 기성복 입겠냐? 생각을 해라.
-내가 살다살다 우리나라 축구 선수가 발롱도르 최종 후보 인터뷰에서 네이마르랑 나란히 들어오는 걸 볼 줄이야. 그것도 둘이나…….
-박타지 이후 최고의 판타지……. ㄷ
정우와 윤석은 나란히 앉아서 흘끔 옆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네이마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먼저?]네이마르의 스페인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의 제스쳐로 그가 무얼 말하는지 알아챈 형제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인터뷰 양보함.
-뻘쭘함이 얼굴에서 보여ㅋㅋㅋㅋㅋ
-윤석이 원래 인터뷰 존나 못함.
-정우는 의왼데?ㅋㅋㅋ
-정우 존잘. ㄷ
-네이마르 인터뷰 시작한다. 뭐라는 거냐?
-자막 띄워 줄 거임.
[아, 음, 이 두 사람이 저에게 인터뷰를 양도했네요. 감사합니다. 아, 두 사람의 경기는 종종 지켜봅니다. 대단해요. 지난번에 라이프치히와 싸울 때 두 사람은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제가 발롱도르의 주인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캬, 근본 수준. ㄷ
-겸손한 거 보소. ㄷㄷ
-근데 솔직히 작년 한 해를 생각해 보면 정우나 윤석이 씹압살 아니냐?
-네이마르도 리그에서 36골 꽂아 주고, 챔스 득점 2위 먹음. 무시 못 함.
-수아레즈는 정말 발롱도르랑 인연이 없나 보다……. 내가 보기엔 네이마르보다 수아레즈가 더 잘한 것 같은데…….
-호날두, 메시한테 가려졌다가 이제 내 시대인가 싶었는데 네이마르 밑으로 천재들 주르륵…….
-근데 진짜 형제 중 하나가 발롱도르 탈까?
-솔직히 탈 만하지 않냐? 정우 골 넣는 거 봐라.
-윤석이는 얘기 안 함?
-이런 상은 미드필더보다 솔직히 공격수가 더 주목받아서 타는 거 아니냐?
-미드필더가 발롱도르 탄 게 언제냐?
-카카가 마지막?
-최근엔 메시랑 호날두가 죄다 타서…….
-그러고 보니 메시나 호날두는 이제 발롱도르에서 보이지 않네……. 왠지 묘하다.
네이마르를 향한 질문이 몇 번 나오더니 곧 형제를 향해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윤석 선수! 발롱도르 최후의 3인에서 동생과 함께 뽑히게 된 기분이 어떻습니까?]윤석은 자신에게 질문이 오자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아, 음……. 최고의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저나 동생이나 아시아 최초이다 보니, 음……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않아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음, 만족, 만족하고 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윤석이 더듬는 거 봐. ㅋㅋㅋㅋㅋㅋㅋ
-덩치값 좀 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우 옆에서 한숨 쉬는 거 봐라. ㅋㅋㅋㅋㅋㅋ
-아이고, 형님. ㅠ
[한정우 선수는 기분이 어떻습니까?] [형이랑 경쟁하는 기분이 새롭네요. 처음이에요. 이겼으면 좋겠습니다.]정우의 발언에 기자회견장에서 가볍게 웃음이 피어올랐다.
-한정우 패기 보솤ㅋㅋㅋ
-다른 팀 이적하지 그랬어?ㅋㅋㅋㅋ
인터뷰 후 형제는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가족들과 함께 시상식을 함께하게 되었다.
축구계 유명 인사, 그리고 선수들이 모처럼 정장을 빼입고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시상식에서 월드 베스트 11이 발표되었다.
FW 한정우.
MF 네이마르, 토마스 뮐러, 수아레즈, 한윤석, 베라티.
DF 마르셀루, 바란, 보누치, 베예린.
GK 데 헤아.
-맨유에서 네 명이나 나왔넼ㅋㅋㅋ
-이 중에서 세 명이 이번 시즌 영입한 선수ㅋㅋㅋ
-이제 더 이상 맹구가 아니닼
-장난 없네, 이런 애들을 영입한 거 아냐?
-맨시티, 첼시 욕할 거 없이 맨유가 돈지랄 젤 쩔었다는 증거.
월드 베스트 11에 이어서 올해의 감독으로 하센휘틀이 뽑혔다. 분데스리가 2연패,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명장의 반열에 오르게 된 그가 단상 위에 올랐다.
[이 상을 저에게 주셔서 너무나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시즌 우리 팀은 생각보다 힘든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네, 그렇죠. 오늘 발롱도르 최종 후보에 오른 형제가 없는 이유가 너무나도 큰 것 같습니다. 윤석, 정우, 이적을 무효로 하고 다시 돌아오면 안 될까?]-감독 솔직하닼ㅋㅋㅋㅋㅋㅋ
-하센휘틀찡 ㅠㅠㅠ
-농담으로 하는 말 같지만, 진심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그 누구도 형제를 대체할 수 없었습니다. ㅠ
[아무튼, 감독으로서 지난 2년 동안 분데스리가에서 마이스터 샬레를 두 번이나 들어 올린 일은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뜻깊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으로 더 좋은 감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하센휘틀은 그리 말하면서 형제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윙크했다.
오랜만에 보는 하센휘틀의 모습에 형제는 웃음을 흘리며 슬그머니 손을 들어 알은척했다.
그리고 점점 흘러가는 시간.
이제 남은 것은 모두가 기다리는 피파 발롱도르 수상이었다.
이번 피파 발롱도르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메시와 호날두가 월드 베스트 조차 끼지 못한 시상식이었고, 발롱도르 최종후보에 최초로 아시아인이 두 명, 그리고 그 두 명이 형제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다.
[피파 발롱도르 오늘의 시상자를 소개하겠습니다. 모처럼 찾아와 이 자리를 빛내 주시는 분이네요. 유프 하인케스 감독님입니다.]우렁찬 박수 소리와 함께 유프 하인케스가 단상에 나타났다.
흥분하면 얼굴이 붉어지던 감독은 현역에서 물러난 티를 그대로 드러냈다. 온화한 미소와 제법 살이 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제가 시상을 하게 되네요. 어느덧 제가 은퇴한 지도 6년? 7년 되었나요? 아무튼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늙어서 죽지 않고 있습니다. 다행이죠.]-엌ㅋㅋ 할배욬ㅋㅋㅋ
-오랜만에 보니 반갑넼ㅋㅋ
-저 사람이 누구임?
-하인케스도 모르는 거 보니 급식충인가?
-모를 수도 있지. ㅅㅂ
-트레블 한 감독도 모르면 그게 축덕인가?
-축덕 부심 오지구욘.
[정말 늙어 죽기 전에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시상자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자, 그럼 2019년 피파 발롱도르! 그 영광의 수상자는…….]하인케스가 큐시트를 바라봤다.
가물가물한 눈으로 그 이름을 확인한 하인케스가 이내 노인 특유의 주름진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한정우!] [와아아아!]사람들의 우렁찬 박수 소리와 함께 정우를 향해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그 속에서 정우는 멍한 얼굴을 하고서 단상을 바라보았다.
-정우 표정 봨ㅋㅋㅋㅋ
-와, X발, 들었냐?
-2019 피파 발롱도르! 한! 정! 우!
-한정우가 발롱도르, 와, 씨, 눈물 난다.
-한국 최초! 아시아 최초!
-미친 듯이 골 넣을 때부터 알아봤다!
-와ㅏㅏㅏ
-키야,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캬!
“형…… 들었어?”
“당연히 들었지, 인마! 네가 발롱도르야, 네가!”
정우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자신의 볼을 슬쩍 꼬집어 봤다. 아팠다.
“할무이, 들었어?”
“그랴, 네가 저 상 주인이란다! 저게 그리도 대단한 상이람서?”
“와…… 씨…….”
정우는 다리가 다 후들거렸다.
피파 발롱도르, 한 해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이 상을 자신이 받은 거다. 수십만, 아니, 어쩌면 수백만의 축구 선수들 중에서 단 한 사람. 자신이 말이다.
사실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아시아에게 인색한 것이 유럽 축구계였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축구 불모지인 아시아였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평가절하 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그 가운데 그 편견을 깨고 역대 최초로 자신이…… 내가…….
[한정우 선수, 얼른 나오세요! 이 상의 주인은 당신이 맞습니다!]MC의 말에 윤석이 정우를 일으켜 세웠다. 마치 장난감 마냥 휘청이며 일어나는 정우를 바라보면서 사람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웃음 속에서 정우가 단상 위에 올랐다.
-멋지다!
-발롱도르 수상자답네!
-2019년 최고의 선수!
-아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다 눈물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우는 멍하니 단상에 올랐다.
하인케스가 금색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축구공 모양의 트로피를 건넸다. 정우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었다.
[TV에서 자네의 경기를 지켜봤다네, 블리츠. 자네는 이 트로피를 받을 자격이 있어.]하인케스가 그리 말하면서 정우와 악수를 나누고 퇴장했다.
홀로 남겨진 단상에서 정우는 관중석을 바라봤다.
[아…… 제가 이 상을 수상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네이마르도 대단한 선수고, 우리 형도 두 번은 없을 위대한 선수라고 생각했고, 저는 세 번째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놀랍게도 제가 이 상을 탔습니다. 제가 그렇게 잘했나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정말 열심히 했던 거 같네요. 작년 한 해 제 최대의 목표는 게르트 뮐러였습니다. 그가 만들어 놓은 위대한 업적, 그 업적을 향해 도전을 하는 게 목표였죠. 그것을 이룬 것만으로도 저는 크게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까지 받게 될 줄이야……. 우선 게르트 뮐러에게 감사해야겠군요. 감사합니다, 뮐러.]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던 정우는 다시 입을 열었다.
[어려서 저는 찢어지게 가난했습니다. 그런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가장 먼저 저를 키워 주신 우리 할머니 덕분…… 그리고 나의 든든한 버팀목, 하나밖에 없는 우리 형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축구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나의 대부…….]“송진호 감독님? 보이시나요? 저 상 탔어요!”
정우는 송진호를 위해 한국말로 말했다. 그리고…… 한국말로 계속 자신의 말을 이어 갔다.
“아직 어리지만……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할머니, 형, 그리고 이보네와 조카 세아, 대부님. 모두들 감사드립니다. 당신들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되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우리 주희 누나, 나 발롱도르 탔다!”
-주희가 누구야?
-한정우 연애 중이었음?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 팬들 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요. ㄷ
역사상 최초로 한국인이 발롱도르를 타는 역사적인 순간.
한국에선 그보다도 한정우의 연애 사실에 더욱더 뜨겁게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