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04)
형제의 축구-204화(204/251)
형제의 축구 204화
-마르코 카이저가 투입하고 나서 라이프치히의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아센시오와 마르코 카이저 두 사람의 조합이 환상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천하의 윤석과 포그바라고 하더라도 패스를 쉽게 차단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거죠, 이겁니다. 형제가 있었을 적부터 지금까지 라이프치히는 극단적인 공격 성향을 보여 준 팀입니다. 관중들은 이 모습을 기다린 거예요. 죽일 듯이 몰아붙이는 황소 같은 모습을요!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었다.
1골을 넣으면서 맨유가 단단히 쥐고 있던 주도권을 라이프치히가 탈환하고서 맨유의 골문을 노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카이저의 눈은 윤석을 쫓고 있었다.
무섭게 불타오르는 눈으로 말이다.
[온다.]자신의 발밑에 공이 닿는 순간 다가오는 윤석의 모습에 카이저는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바르게 주변을 훑었다. 동료들이 골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윤석을 최대한으로 끌어 들이고 그가 수비의 가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윤석의 인터셉트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
일찍이 그에게 압살당한 전적이 있던 카이저는 긴장하면서도 발을 놀렸다.
“음.”
윤석은 차분하게 마르코 카이저를 내려다봤다.
저거다.
얼마나 얄미운가.
마르코 카이저는 기껏해야 윤석의 가슴팍밖에 보지 못하지만, 상대는 위에서 아래로 자신을 내려다보며 얼굴과 상체, 하체, 발끝, 그리고 그 앞에 공까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수도 없이 윤석의 경기 영상을 재생하면서 발견한 그의 최대 장점.
공을 뺏기 참 쉬운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공을 뺏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연구했다.
그의 수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마르코 카이저는 상체를 숙이고 낮추면서 그의 시야에서 공을 가렸다. 오른발을 공 앞으로 향하게 하며 그의 발이 공을 가로채지 못하게 가린다.
그리고 그가 더 다가오기 전에 빠르게 미리 예측한 곳으로 공을 보낸다.
‘성공!’
마르코 카이저의 얼굴에서 희열이 차올랐다.
윤석을 깊숙이 끌어당기면서 패스를 성공시켰다.
거대한 몸이 뒤를 돌아보는 것을 바라보며 카이저가 웃음을 흘렸다.
그 가운데 카이저의 발끝에서 뻗어 나간 공은 실바의 것이 되었다. 공을 받은 실바는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쇼를 피하며 중앙으로 공을 보냈다.
-젤케 공 잡습니다! 젤케! 젤케!!
주춤주춤 공을 수습하는 젤케의 앞으로 무사치오가 마킹하는 순간, 젤케는 수습한 공을 옆으로 굴리다가 그대로 슈팅했다.
[엇!]……는 페인트!
슈팅하는 것처럼 감쪽같이 무사치오를 속이며 그를 무너뜨린 뒤, 젤케는 그대로 유유히 그를 지나쳐 앞으로 향했다.
맨유의 골대를 지키는 데 헤아와 1 대 1 상황.
젤케는 가볍게 다리를 놀렸다.
데 헤아를 향할 것 같던 그의 다리는 전방이 아닌 옆을 향했다.
그 순간 데 헤아가 시선을 돌리며 짐승과 같은 본능으로 몸을 뻗었지만, 어느새 달려온 베라르디의 슈팅이 한발 더 빨랐다.
-고오오오올! 라이프치히의 동점 골입니다!
-아아, 이렇게 되면 원점이네요. 어느덧 경기도 후반 24분입니다. 남은 시간에 경기의 승패가 갈라설 것이냐, 아니면 이대로 끝날 것인가 기대되네요.
-아무래도 2차전에서 원정을 와야 할 라이프치히의 입장에서 반드시 승리를 원할 경기입니다. 상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옥의 원정이 아니겠습니까?
해설들의 말대로였다.
그래서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제대로 독이 올라 지금의 기세를 놓치지 않고 맨유를 몰아붙였다.
“하…….”
자신을 교묘하게 피해서 맨유의 골문을 노리는 옛 동료를 바라보며 윤석의 인상이 심상치 않게 변하기 시작했다.
네베스를 흘끔 바라보니 자신의 역할을 잃고 정신없어 하고 있었다.
상대방의 빠르고 거친 압박과 공격에 혼을 쏙 빼놓은 듯한 모습.
윤석은 흘끔 벤치를 바라봤다.
네베스는 오늘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에 반해 무리뉴는 표정 없이 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은 교체 의사가 없어 보였다.
“후…….”
가볍게 한숨을 내쉰 윤석이 자신의 위치를 후방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라이프치히에게 1골을 더 먹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으음…….]윤석이 후방으로 자주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무리뉴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윤석의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윤석이 저렇게 후방으로 깊이 내려가게 된다면 공격 시 문제가 생긴다.
윤석이 저렇게까지 깊이 내려가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는 네베스가 제대로 활동하고 지원해야 하는데…….
[후반부터 폼이 좋지 못하군.]네베스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리뉴는 벤치를 바라봤다.
네베스의 위치를 대신할 수 있는 선수는 지금 상황에서 윌 휴즈밖에 없었다. 잉글랜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재능이긴 하지만, 챔피언스 리그와 같은 큰 경기에서 뛰어 본 경험이 없는 선수.
리그라면 몰라도 챔피언스 리그에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차라리 에레라가 필드 위에 있고 네베스가 벤치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렇게까지 망설이지 않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윌.] [……네!]자신을 부르는 줄도 모르고 경기를 지켜보던 윌은 무리뉴가 한 번 더 부르고 나서야 고개를 돌려 무리뉴를 바라봤다.
벤치에서 언제 교체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진지하게 경기를 보고 있었다는 것에 일단 합격점을 주며 무리뉴가 입을 열었다.
[네가 네베스를 대신해서 나가 줘야 할 것 같은데. 어때, 자신 있나?]챔스, 그것도 본선 무대에서 출장이라…….
없는 자신도 만들어야 했다.
윌 휴즈는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
[맡겨 주세요.] [좋아, 준비해라.]-아, 맨유에서 선수 교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누구인가요? 아, 루벤 네베스를 대신해서 윌 휴즈가 들어가네요.
-윌 휴즈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챔피언스 리그 경험이 없습니다. 네베스가 후반에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투입을 망설인 이유는 바로 그것일 겁니다.
윌 휴즈는 네베스와 손뼉을 마주치고는 필드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95년생, 윤석보다 생년이 2년이나 빠른 그는 이제 20대 중반의 나이로 유소년으로 분류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 주면서 선수로서 입지를 다져도 모자랄 시기.
아스톤 빌라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 주면서 국가 대표까지 승선했던 그다. 그리고 국가 대표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주면서 이번 시즌 무리뉴에게 발탁되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의 입지는 매우 좁았다.
아스톤 빌라에서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어야 했던 것과 달리 벤치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세계 최고의 팀으로 꼽히는 지금의 클럽에는 자신보다 더 대단한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고, 자신은 항상 그들 다음이었다.
인정한다.
아스톤 빌라라는 좁은 곳에서 자신만만하던 자신은 고작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 괴물 같은 선수들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당장 자신이 커버해 줘야 하는 저 윤석이라는, 두 살이나 어린 선수는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며 발롱도르 최종 후보로까지 올라간 선수다. 두 명의 후보가 공격수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존 최고의 미드필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
저런 선수를 밀어 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훈련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하기에는 일렀다.
자신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
무리뉴가 지시하는 역할, 그 역할만 제대로 수행해 준다면 포그바와 윤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필드 위에 설 일이 많아질 거다.
이 세계 최강의 클럽에서 말이다.
윌 휴즈는 이곳이 마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움직였다.
패스도 수비도 공격도 어쩡쩡한, 그래서 멀티 플레이어라는 어쭙잖은 호칭이 따라붙던 윌 휴즈.
그는 마치 에레라가 된 것처럼.
아니면 과거 옛 선배인 박치성이 그랬던 것처럼.
정말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몸을 아끼지 않고 투지 가득한 그의 플레이는 평소 이상의 실력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폐가 뜯겨 나갈 정도로 열심히 뛰면서 라이프치히의 흐름을 막아선다.
분주히 사냥개처럼 뛰어가는 그로 인해서 라이프치히의 패스 코스가 약간이나마 어긋난다.
무리뉴가 그런 윌 휴즈의 모습을 보며 만족한다.
그리고…….
[공을 나에게로.]윤석이 윌 휴즈에게 그리 말하며 전방으로 올라간다.
윌 휴즈를 신뢰한 것이다.
수비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윌 휴즈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라이프치히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별거 아닌 거 같은데 흐름을 끊어 버리는 윌 휴즈 때문에 마르코 카이저는 당황해하며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윌 휴즈 때문이 아니다.
[어딜 가는 거야?]자신과 싸움을 피해 저 멀리 가 버리는 윤석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자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건가?
그리 생각하며 마르코 카이저가 홀로 불타오른다.
[무시하지 마라…….]동경의 대상을 향해 애증을 피워 올린 마르코 카이저는 공을 가지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윌 휴즈가 그런 카이저에게 달라붙었다.
카이저는 그런 윌 휴즈를 상대로 공을 굴려 전진한다, 그리고 마치 유령처럼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간다.
저 거대한 윤석이 유령처럼 보이게 만들었던 팬텀 드리블, 라 크로케타를 선보인 마르코 카이저는 그대로 골대를 향해 공을 찼다.
공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데 헤아를 희롱하며 그대로 골 망을 갈랐다.
-마, 마르코 카이저의 놀라운 무회전 슛!
-라이프치히가 마침내 역전하고 맙니다! 역시 챔피언스 리그 저력의 팀!
-놀랍네요! 남은 시간은 고작 6분입니다. 이대로 라이프치히가 1차전 승리를 가져가나요?
[와아아아아!]카이저의 골과 함께 라이프치히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3 대 2.
그리고 시간은 점점 흘러가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경기 종료 시간을 확인하며 하센휘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겼다.]오늘 경기는 하센휘틀에게 있어서 자신을 입증할 경기였다. 그리고 과거의 편린을 떨쳐 버릴 수 있는 기회였다.
형제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비아냥을 단숨에 바꿔 버릴 그런 의미 있는 경기였던 것이다.
-아아, 어느덧 정규 시간이 마무리되고 인저리 타임 2분이 주어집니다. 아무래도 1차전은 라이프치히가 승리를 가져갈 것 같네요.
-네, 라이프치히가 방심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작 1점 차입니다. 원정에서 2골이나 넣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서 단 1골만 넣어도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8강 진출을 확정 짓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패배는 만족스러울 수 없는 상황.
무리뉴의 얼굴은 굳어 가고 있었다.
그사이 필드 위에서는 윤석이 말없이 공을 주고받으면서 전방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2분이라는 짧은 인저리 타임은 시간을 확인할 길이 없어 더욱더 사람을 조급하게 만든다. 그런 만큼 맨유의 선수들도 조급하게 라이프치히의 골대를 향해 공을 전진시키고 있었다. 한 번 공을 뺏겨도 치명적인 상황임에도 선수들은 침착할 수 없었다.
[이리 내!]보다 못한 윤석이 자신에게 공을 줄 것을 요구했다.
공을 가지고 있던 미키타리안이 자신도 모르게 공을 밀어 준다.
포그바의 바로 아래에서 공을 받은 윤석이 전방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케이타와 긴터, 헨라취까지 세 명의 선수들이 그런 윤석을 저지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이 상황에서 윤석만 막아도 경기가 종료될 상황.
윤석이 그런 그들의 틈에서 꾸역꾸역 앞으로 달려가며 통나무 같은 큰 팔을 활짝 벌리자, 거짓말처럼 양옆에 붙은 선수들이 밀려난다.
공은 절묘하게 윤석의 발 앞에 있는 상황.
그리고 전방을 향한 길이 열려 있었다.
“흐읍!”
윤석은 짧게 호흡하며 공을 걷어찼다.
콰앙!
천둥이 쳤다.
라이프치히의 선수들, 그리고 관중들까지 사색이 되었다.
수많은 경기에서 암울하던 상황을 뒤집던 듀란의 철퇴.
그 듀란이, 그 철퇴가 자신들의 골키퍼를 물리치고 골대를 뒤흔든다.
-와…….
-이건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건 뭐…….
-경기 종료 직전, 기적 같은 극장 골이 터져 나왔습니다. 윤석의 동점 골!
-너무한 거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잔인한 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 명의 선수를 바보로 만들고, 골키퍼까지 바보가 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한윤석인가요? 무섭습니다! 현역 최고의 미드필더, 역사상 최고의 캐논 슈터!
동점과 함께 다시 재개된 경기는 두 번의 패스가 있기도 전에 종료 휘슬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아까운 얼굴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고, 윤석은 그런 옛 동료를 말없이 바라보다 관중석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해 보이며 필드를 빠져나갔다.
1차전 경기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