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06)
형제의 축구-206화(206/251)
형제의 축구 206화
세아는 갈수록 궁금한 게 많아졌다.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도 많아졌고, 짧은 다리로 분주히 돌아다니며 궁금한 것을 만져 보며 사고치는 것이 일수였다.
그런 세아의 옆에는 언제나 이보네가 따라다니면서 집중단속을 했는데, 어느 순간 세아가 얌전한 순간이 있었다.
“띠비! 띠비!”
바로 TV를 보는 순간.
세아는 TV를 통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있었다.
“세아야, 아빠다. 아빠.”
이보네는 TV를 틀자마자 보이는 화면을 보고 세아에게 말했다.
“아빠?”
“응, 아빠. TV 봐 바.”
“아빠?”
세아의 시선이 TV를 향한다.
때마침 프리미어 리그 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불편한 이웃들의 경기, 맨체스터 더비였다.
그리고 세아가 TV를 보는 순간 절묘하게 윤석의 모습이 브라운관 가득히 들어왔다.
“아빠!”
TV에서 나오는 아빠가 신기하고 반가운 듯, 세아가 TV를 향해 쪼르르 달려가 브라운관을 툭툭 두드렸다.
“아빠, 왜? 왜?”
세아가 이보네를 바라보며 짧은 단어로 물어왔다. 귀신같이 세아의 말을 알아들은 이보네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빠 축구하러 간 거야.”
“뚝꾸?”
“응, 축구. 세아, 축구 알지?”
“웅웅! 뚝꾸!”
집 앞 잔디밭에서 아빠와 함게 공놀이를 했던 것을 기억해 낸 세아가 환하게 웃으며 TV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는 윤석과 대화를 나누다가 앞으로 걸어가는 정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삼쭌!”
“그래, 삼촌이랑 아빠랑 같이 축구하는 거야.”
엄마의 말을 들은 세아가 갑자기 볼을 부풀리며 뾰로퉁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 미어! 쌈쭌도 미어!”
“응?”
“세아도 가치!”
[우리 아가, 같이 못 해서 삐졌어?] [미워!]사랑스러운 딸을 부둥켜안으며 이보네는 활짝 웃었다.
[그래도 이겨야 해, 세아야. 아빠랑 삼촌이 이길 수 있게 응원하자. 할 수 있지?] [……응!]세아는 엄마와 함께 TV를 바라봤다.
맨체스터 더비가 시작되고 있었다.
* * *
-네, 잠시 후 경기가 시작됩니다. 어느덧 리그 30라운드, 오늘 경기가 끝나면 남은 경기는 고작 8경기밖에 없습니다. 리그 막바지, 리그 1위와 2위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공교롭게도 리그 1, 2위의 팀이 모두 맨체스터의 팀입니다. 불편한 이웃이 더욱더 불편해졌군요.
-그렇습니다. 승점 차이는 고작 2점. 오늘 경기에서 만약 맨체스터 시티가 승리하게 된다면 1점 앞서게 되면서 리그 1위로 올라서게 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긴다면 승점을 5점으로 벌리면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리그 1위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번 시즌 지난 경기에서 맨시티를 상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통쾌한 승리를 거뒀었죠? 기뻐하던 무리뉴 감독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오늘은 올드 트래포트에서 펼쳐지는 경기입니다. 홈에서 더욱더 큰 승리를 바라는 무리뉴 감독!
그 가운데 오늘따라 열렬하게 울려 퍼지는 응원가 속에서 선수들이 자신의 위치를 잡았다.
우승의 향방을 둔 중요한 경기인 만큼 선수들의 얼굴은 꽤 결연했는데, 그 가운데 유일하게 혼자 뭐가 그리 신났는지 히죽히죽 웃고 있는 정우의 모습이 전광판에 잡혔다.
-하하, 한정우, 오늘도 여유가 넘치네요. 음…… 그럴만하죠?
-그렇습니다. 이 선수, 분데스리가에서 프리미어 리그로 넘어올 당시만 해도 검증되지 않은 불완전한 선수라는 소리까지 있었는데, 그 당시 여론을 비웃듯 미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리그 29경기에서 33골입니다. 무려 33골!
-대단한 기록이죠. 지금까지 프리미어 리그에서 최다 골의 주인공은 앤디 콜과 앨런 시어러였습니다. 35골이었죠?
-하지만 그 당시 프리미어 리그 경기는 무려 42경기나 되었습니다. 한정우를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42경기 동안 고작 35골밖에 못 넣은 것이 됩니다.
-농담처럼 말씀하셨지만, 정말 대단한 겁니다. 그거 아십니까? 리그가 38경기로 재편된 지금 최다 골의 주인공은 호날두와 수아레즈입니다. 근데 그 둘도 고작 32골만 넣었어요. 물론 한정우의 기준으로요. 네, 이미 그 기록을 넘어서고 있죠?
리그 29경기 33골!
남은 경기가 8경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8경기에서 고작 2골만 넣어도 프리미어 리그의 한 시즌 최다 골 득점왕 타이를 기록한다. 아니, 사실 경기 수가 더 적기 때문에 최다 골 득점왕의 유일무이한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이 놀라운 기록을 고작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로 데뷔 시즌에 만들어 내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 정우는 현존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로서는 요주의 인물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번 시즌 리그 최고의 공격수는 한정우겠지만, 리그 최고의 공격 팀은 맨시티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인업 보고 가시겠습니다.
FW 한정우.
MF 래쉬포드, 포그바, 미키타리안, 한윤석, 윌 휴즈.
DF 쇼, 바란, 린델뢰프, 카스트로.
GK 데 헤아. 이상입니다. 그리즈만의 빈자리를 당초에는 로메로가 대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모처럼 한정우가 원 톱으로 나서게 되는군요. 원 톱 자리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던 한정우인데 과연 오늘은 어떨지 기대됩니다. 이어서 맨시티의 라인업입니다.
FW 아게로, 레반도프스키, 산체스.
MF 케빈 데 브뤼네, 귄도간, 바이글.
DF 베르나트, 오타멘디, 존 스톤스, 베예린.
GK 헤로니모 룰리. 이상입니다. 리그 초반 부실했던 수비력의 맨시티는 없습니다. 후반기 들어서 완전히 달라진 포메이션과 전술로 더욱더 무서운 팀이 된 맨시티 되겠습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맨유에게 지고 난 후부터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아게로, 레반도프스키, 산체스, 제수스와 같은 막강한 화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그런 팀을 만들기 위해서 펩은 오랜 시간 연구 끝에 4-3-3 포메이션을 들고 왔다.
현역 선수 최고의 플레이 메이커로 거듭난 케빈 데 브뤼네가 지휘하고 세 명의 공격수가 몰아붙인다, 탈압박은 이들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후방의 선수들이 올라와 공간을 점유하면서 해소한다.
수비 시에는 모두 내려오되, 역습을 위해 공격수들은 하프라인에서 깊이 내려가지 않는 상황에서 귄도간과 바이글이 수비수를 보호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번 전술로 부담이 줄어든 오타멘디와 스톤스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실점을 유발하던 과거를 해소하고 단단한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뿐이랴?
몇 시즌이 되도록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브라보를 펩이 마침내 버렸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마침내 새로운 골키퍼로 헤로니모 룰리를 데려온 것이다.
준수한 패스, 위치 선정, 수비 조율을 자랑하는 데다가 무엇보다 뛰어난 1대1 방어와 반사 신경을 자랑하는 골키퍼로 올해 나이 26세로 아직 어리기까지 했으니, 나이가 들수록 뛰어난 실력을 갖추게 되는 포지션이 골키퍼임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기도 했다.
사실 맨시티에서 일찍이 그 재능을 보고 영입했다가 한 시즌 만에 임대 후 레알 소시에다드로 팔았던 이 선수를 바이백 조항을 이용해 다시 데려오게 되었다.
-베스트 11이나 다름 없는 맨시티인데, 맨유는 오늘 좀 불안하네요. 린델뢰프의 컨디션이 제대로 돌아왔는지도 관건인데 바란도 부상에서 막 복귀했거든요? 한정우의 원 톱도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는……. 아무튼, 경기 시작됩니다! 맨유의 선축입니다.
무리뉴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필드를 바라봤다.
걱정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사이 맨유의 공은 후방으로 내려갔다가 빠르게 전방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모두가 망해도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단 한 사람, 윤석이 바이글을 헤치고 그대로 포그바에게 공을 밀어 주며 자신도 전방을 향해 달리는 사이, 포그바는 귄도간을 등져서 막아 내면서 래쉬포드에게 공을 보냈다.
측면의 래쉬포드가 빠르게 달려가는 사이, 어느새 베예린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었다.
빠르기로 유명한 래쉬포드 였지만, 베예린의 속도도 무시할 수 없었다. 공을 가진 상태로 래쉬포드가 베예린을 따돌리는 것은 어려워 순식간에 따라잡혀 베예린이 래쉬포드의 앞으로 발을 들이밀고 있었다.
그 순간 래쉬포드가 절묘하게 발을 놀리며 베예린의 다리를 피해 바깥쪽으로 빠져나간다.
절묘한 드리블로 베예린을 피해 그의 등 뒤에서 중앙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페널티박스 안에는 어느새 스톤스와 오타멘디,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정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거, 살살 합시다!”
정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뒤에서 밀어붙이는 오타멘디를 고갯짓으로 흘끔 바라봤다.
정우의 엄살에도 오타멘디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 경기에서 정우에게 당한 것만 생각해도 정우를 무시할 수 없었다.
샌드위치처럼 가운데 껴서도 나름대로 잘 버티고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 공중 볼을 따내는 것은 아무래도 정우에게 무리가 있었다.
그것을 보강해 주기 위해서 공이 떨어지는 틈에 한 선수가 모습을 드러내 뛰어 올랐다.
-한윤석!
후방에서 부지런히 올라온 윤석이 수비수들을 밀어 내며 공을 따내 아래로 떨어뜨렸고, 정우는 그 순간 곧바로 발을 들이밀었다.
시야를 가린 수비수들의 틈을 파고들어 골대를 향하는 공.
그 순간 룰리의 동물적인 감각이 빛을 발했다.
-엄청난 선방! 저걸 막습니다! 역시 룰리!
낮게 깔려서 막기 힘든 공을 발끝으로 막아 낸 룰리가 주먹을 불끈 쥐며 기합을 냈다.
그걸 바라보며 정우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이번엔 내가 도와줬지만, 항상 내가 도와줄 수는 없다. 알지?”
“도움 필요 없거든?”
정우가 불끈하자 윤석은 피식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 틈에 정우는 래쉬포드에게 크로스는 낮고 빠르게 보내 줄 것을 요구하고 마찬가지로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괜찮은 시작으로 선수들이 기세를 올리는 사이.
맨유의 공격을 막아 낸 맨시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가볍게 후방에서 부터 패스를 하면서 점유율을 올리기 시작하던 맨시티는 점차적으로 라인을 올리고 공을 전방으로 옮겨 갔다.
무리뉴가 긴장되는 마음으로 필드를 바라봤다.
케빈 데 브뤼네가 공을 잡았다.
플레이 메이커라는 존재는 시간이 흐르면서 압박의 축구가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기존의 지단이나, 발락과 같은 선수가 활약하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쫓겨나 다른 포지션이 맡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표적으로 전방에서 후방으로 내려와 레지스타로서 찬란하게 빛났던 피를로가 있었고, 과거 맨시티에서는 측면에서 활약한 실바도 있었다.
후방과 측면 모두가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보다는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자리였다.
그 가운데 브뤼네는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잊혀져 가던 명맥을 이어 가기 시작했다.
물론 바이글과 귄도간과 같은, 수비적이면서도 시야와 패스가 좋은 선수들이 보조하긴 하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놀랍도록 아름다운 패스를 만들어 냈다.
이에 힘입어 비록 세계 최강의 미드필더로 자리 잡기 시작한 윤석의 22도움보다는 못 미칠지 몰라도 열일곱 번의 도움과 여덟 번의 골로 맹활약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전방의 환상적인 세 명의 공격수의 위치를 확인한 그의 발에서 마침내 패스가 떠나갔다.
[음!]무리뉴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지고, 올드 트래포트의 관중들이 일순간 관중석에서 엉덩이를 떼며 불안한 눈으로 필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