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09)
형제의 축구-209화(209/251)
형제의 축구 209화
4강
이번 시즌 첼시는 최악이었다.
그나마 후반기 들어서 폼이 돌아온 듯 순위를 올리고 있었지만, 부임하자마자 우승을 일궈 내며 첼시의 희망으로 자리 잡았던 콘테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는 중이었다.
놀랍게도 남자의 팀이라 불리며 맨유까지 뒤흔들었던 스토크 시티가 토니 풀리스의 지휘 아래 6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빅6로 분류되는 첼시가 7위로 스토크 시티를 쫓아가는 실정이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챔피언스 리그가 사실상 불발되자 후반기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팀 내부 분위기는 최악이었고, 벌써부터 이적이 거론되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자연스럽게 막바지에 들어서 후반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게 거짓이라도 되는 것 마냥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팀을 상대로 맨유는?
맨시티와 경기에서 다시 팀의 폼이 돌아온 것인지 몰라도…….
-골! 돌아온 그리즈만의 골! 첼시, 지난 경기와 다를 바 없이 맨유에게 지배당하고 있습니다.
-스코어는 2 대 0이지만, 경기 내용자체는 5 대 0으로 지고 있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스템포드 브릿지에서 첼시 선수들은 침중한 표정으로 경기를 이어 갔다. 하지만 그들은 더 없이 무기력했고, 결국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경기를 마무리 지어야 했다.
첼시와 경기서 승리했지만, 2위인 맨시티 역시도 경기에서 이겼기 때문에 승점 변동은 없었다. 여전히 1경기도 패배하면 안 되는 외줄을 타고 있었다.
선수들은 지쳐 갔다.
특히 인원이 풍부하지 않은 공격수들은 더욱더.
매 경기 선발로 출전하면서 정우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수많은 감독과 선수들이 박싱데이를 성토하고 있는지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으으…… 거기요, 거기……. 으으으…….]훈련이 끝날 때 마다 정우는 훈련장 마사지 룸에서 줄기차게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쉽게 근육이 뭉치고 아팠기 때문이다.
“아으으으…….”
사실 마사지 같은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프기만 하지, 시원한 줄도 몰랐는데 이곳에서 마사지를 받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왜 마사지를 받는지 이해했다.
“그렇게 좋냐?”
샤워를 끝내고 정우를 찾아 나선 윤석은 언제나처럼 마사지 룸에서 마사지를 받고 있는 정우를 발견하고 물었다.
“형도 한번 받아 봐, 아픈데 개운해……. 이걸 뭐라 말해야 할 지 모르겠네. 아무튼 짱인드으으으으……읏!”
“거참, 조용히 좀 받아라, 받으려면. 나 먼저 집에 간다?”
“아아, 아니야, 끝나가. 같이 가자.”
정우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루 일과를 모두 끝내고 훈련장을 나오자 흐린 하늘이 형제를 반겼다.
“진짜 여기 날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적응이 안 된다.”
정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윤석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가장 열악한 근무 환경이지, 여기는.”
“이럴 줄 알았으면 스페인이라도 갈 걸 그랬나 봐. 음식도 별로고 날씨도 별로고 사람도 별로고 다 별로야.”
음식과 날씨야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영국이었지만, 정우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다름 아닌 영국의 계급사회였다.
크게는 상류층, 중산층, 노동자 계급으로 나뉘고, 또 거기서 세분화되어 요즘은 7계급으로 나뉘는 영국의 계급사회는 단순하게 한국처럼 암묵적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국가가 공인하는 계급이자 신분이었다.
마치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말이다.
얼마 전 이웃집 사람과 앞집 사람이 싸운 일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웃집 사람은 아주 전통적인 중산층 계급이었고, 앞집 사람은 노동자 계급의 사람이었는데, 이 둘이 계급으로 인해서 충돌을 빚은 일이었다.
마치 대놓고 신분을 논하는 것 같은 그 모습에 있던 정도 떨어질 판이었다.
그뿐이랴?
그나마 살고 있는 동네가 부유한 동네여서 없는 편이지, 어느 빈민가나 청소년들을 조심하라는 말을 귀에 달고 사는 판국이었다. 다큐멘터리로 다뤄질 정도로 이들의 인종차별은 매우 심한 편이었다. 그나마 한국인과 같은 동아시아 쪽 사람들에게는 관대하지만, 요즘 들어 무슬림을 향한 인종차별과 적개심은 보통이 아니었다.
대놓고 인종차별을 하게 되면 심각한 범죄로 여겨지고, 차별이 있어 봤자 오히려 무슬림 계열인 터키계 독일인들이 인종차별 범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독일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근데 사실 다른 곳도 마찬가지 아니겠냐. 한국 사람한테는 한국이 제일 편한 법이야.”
“그지. 그립다, 한국의 인터넷.”
느려 터진 인터넷은 여전히 적응할 수 없었던 정우는 입맛을 다시며 형과 함께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첼시와 경기 이후 남은 프리미어 리그의 일정은 단 4경기였다.
남은 일정의 첫 번째 상대는 다름 아닌 웨스트 브로미치.
강등권 싸움에서 꾸역꾸역 살아남아 15위까지 올라온 팀으로, 이번 시즌 잔류가 예상되는 팀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럴까?
강등권에서 1경기, 1경기 치열하게 싸우는 팀들과 달리 맨유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주며 무릎을 꿇었다. 주전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맨유임에도 로메로의 두 골, 래쉬포드의 2골로 4 대 0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맞이하는 챔피언스 리그.
1차전은 홈인 올드 트래포트에서 펼쳐졌다.
그리고…….
-이럴 수가 있나요…….
-AT 마드리드, 최고, 최강의 선수는 없을지 몰라도 최강의 팀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한 사람이 게임을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대단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홈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올드 트래포트를 찾은 홈 팬들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필드를 바라보거나, 전광판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도 있었고, 구장을 떠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후반 41분.
스코어는 5 대 2.
놀랍게도 AT 마드리드가 지옥과도 같은 원정길에서 5골을 넣으며 맨유를 상대로 3골이나 앞서 있었다.
-AT 마드리드가 맨유보다 더 단단히 경기를 준비했고,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그렇네요. 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상황은 포그바가 이른 시간에 퇴장을 당하면서 윤석의 부담이 큰 것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활동 범위가 넓어진 윤석이 오늘 어려움을 겪고 있네요.
-그리고 사실 레알 마드리드도, 바르셀로나도 AT 마드리드에게 두 번 모두 무릎 꿇은 상황에서 맨유가 AT 마드리드를 상대로 지고 있는 것도 이상한 상황은 아닙니다.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정우가 공을 가지고 달려 나가다 사방에서 달려오는 AT 마드리드의 압박에 결국 공을 빼앗기고는 짜증스럽게 필드를 걷어찼다.
AT 마드리드는 공간을 극도로 좁혀서 정우가 마음껏 뛰지 못하도록 몰아붙였다.
사실 정우도 독일에서 이제 막 영국으로 건너온 만큼 후반기 들어서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이를 간파한 듯 AT 마드리드는 전반 내내 정우의 체력을 압박하면서 후반에서는 무기력한 선수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컨디션도 좋은 편이 아닌 상황에서 정우는 고군분투를 했지만, 1골을 추가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경기 끝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결승전을 향한 길이 불투명해집니다.
-아무래도 점수 차가 3점이나 나는 데다가 2차전이 원정이기 때문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은 허무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필드를 빠져나갔다.
최악의 경기를 펼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지만, 프리미어 리그에서 미들즈브로와 싸움에서는 미들즈브로를 압도하는 경기를 보여 줬다.
윤석과 정우는 전반전에서만 뛰게 되었는데, 이 경기에서 윤석의 어시스트로 정우가 골을 만들어 내며 윤석은 스물네 번째 도움을, 정우는 서른아홉 번째 골을 기록하면서 프리미어 리그 유일무이한 최다 골 득점왕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기록을 계속해서 갱신해 나갔다.
그리고 다시 다가온 챔피언스 리그 2차전.
미들즈브로와의 싸움 후에 고작 나흘 뒤 펼쳐진 이 경기에서 무리뉴는 엄격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아무도 우리가 결승 진출을 하리라 생각지 않는다. 그래, 그럴 만하다. 스코어는 이미 3골이나 차이가 나는 상황이고, 2차전은 우리의 홈이 아닌 AT 마드리드의 홈이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의 실력이라면 지금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일궈 낸 팀이 아예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수많은 강팀들이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실력으로 기적을 만든 것을 나는 지켜봐 왔다. 그리고 확신한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고 말이다.]무리뉴의 말을 들은 선수들은 별다른 반응 없이 묵묵히 경기를 준비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도 챔피언스 리그 결승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를 향해서 말이다.
-네, 챔피언스 리그 4강 2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가 잠시 후 펼쳐집니다. 오늘의 선발 라인업 보고 가실까요? 우선 홈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입니다.
FW 그리즈만.
MF 한정우, 포그바, 미키타리안, 한윤석, 에레라.
DF 쇼, 바란, 바일리, 카스트로.
GK 데 헤아. 이상입니다. 아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포기하지 않은 것 같네요.
-에레라와 바일리가 오랜만에 필드 위에 섰습니다.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인지라 좋은 모습을 보여 줄지 걱정이네요. 지난 경기 후반 막바지에 투입됐을 때 컨디션은 괜찮아 보이긴 했습니다만.
-오늘도 보기에는 컨디션이 괜찮아 보이는데요, 지켜봐야죠. 이어서 AT 마드리드입니다.
FW 루카쿠, 비에토.
MF 가이탄, 니게스, 코케, 카라스코.
DF 산톤, 고딘, 사비치, 브르살리코.
GK 얀 오블락. 이상입니다. AT 마드리드,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심하지 않겠다는 듯 핵심 멤버를 모두 투입했습니다. 오늘 경기,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을 겁니다. 과연 기적이 일어날 것인지, 아니면 예상대로 될 것인지, 이제 경기 시작됩니다!
파란색 원정 유니폼을 입고서 필드 위에 선 맨유의 선수들은 건너편, 상대 선수들을 바라봤다.
지난 1차전에서 보여 준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없어도 강하다는 것을 보여 준, 축구는 혼자 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듯 행동으로 보여준 그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그래,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지.]필드 가까이 선 무리뉴가 필드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긴다.]기적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승 진출 자체가 기적이라면, 실력으로 그 기적을 쟁취하리라.
그런 무리뉴의 마음과 선수들의 마음이 맞았던 것일까?
-후방 깊숙이 공이 내려갑니다!
AT 마드리드가 공을 뒤로 돌리는 순간 맨유의 선수들 전원이 빌드 업해 올라갔다.
그리고 몰아붙이듯 포그바와 윤석이 니게스를 압박하면서 윤석의 발끝에 니게스가 가지고 있던 공이 들어오게 되었다.
윤석은 그대로 지체 없이 골대를 향해 공을 찼다.
콰앙!
골대를 향해 미친 속도로 향하던 공이 골대를 때렸다.
떵!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튕겨져 나가 루스볼이 된 공을 향해 오블락이 손을 뻗는 사이.
그리즈만이 그 공을 가로채 다급하게 슈팅했다.
들어갈 것만 같은 공, 하필이면 공은 고딘이 있던 자리로 향했고, 옆에서 지켜보던 고딘은 얻어 걸려 허벅지로 공을 막아 냈다.
다시 튕겨 나온 공을 향해 고딘이 허겁지겁 달려가는 사이.
촤아아아악!
튕겨 나간 공을 향해 정우가 슬라이딩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통! 데구르르르.
[와아아아아!]그 순간 원정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불과 23초, 정우의 헤딩으로 선취 골이 나오게 되었다.